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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동생의 감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82화 (8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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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협회에 들어온 신입 가이드들은 전부 고등급 에스퍼와의 가이딩을 원했다. 센터 측에서도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라 판단, 빠르게 고등급 에스퍼와의 매칭을 잡아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그 덕에 며칠 만에 연구원의 손에는 다양한 테스트 결과와 영상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수호자님 팬이에요. 정말 수호자님 가이드 되고 싶어서 테스트받으러 왔고요, 이번에 고등급 에스퍼 매칭에도 제가 제일 먼저 손 들었고요. 정말 영광이에요.』

『감사합니다.』

『1차 가이딩 말고 2차 가이딩도 얼마든지 괜찮아요. 아, 물론 지금은 1차니까 손 드려야죠.』

화면에는 덤덤한 주도준과 잡힌 손을 발발 떨며 얼굴이 새빨개진 신입 가이드의 모습이 10분간 빠르게 재생됐다. 시간이 되자 주도준은 담백하게 손을 뗐지만, 신입 가이드는 다리가 풀려 의자에서 미끄러졌다.

각자의 인터뷰 역시 보이는 그대로였다. 신입 가이드 쪽은 사심이 듬뿍 담겨 있기는 했으나 호흡이 들뜨고 온몸이 붉어질 만큼 흥분했다. 그에 반해 주도준은 무덤덤했고, 모니터 반응 역시 미약한 가이딩 탓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헉, 궈, 권해일 오빠다…….』

『안녕하십니까, 에스퍼 권해일입니다. A급이며 화염계 능력자입니다.』

『알아요, 최대 출력이면 쇠도 녹이시는 거. 저, 팬클럽 가입했는데, 해일바라기 선점하느라 엄청 서둘렀는데…… 사, 사진 좀 찍어 주시면 안 될까요?』

『가이딩 테스트 후에 찍어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네! 어떡해, 긴장돼. 손에 땀이 나서…… 어, 어쩌죠?』

『불편하시면 가이딩을 거부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뇨! 할래요! 손 좀 닦을게요, 잠시만요!』

팬심에 긴장까지 더해진 가이드는 결국 5분도 채우지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가이딩을 포기했다. 감정 과잉도 부작용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체크가 필요해 보였다.

이후 다른 가이드와도 가이딩을 시도했으나 흥분하거나 얼굴을 붉히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정작 해일이 받은 가이딩 수치는 미미하다 못해 없는 수준이라 30분 이상 테스트를 진행하고 나서야 10분 정도의 효율을 보였다.

『견지호…….』

『응? 나 알아?』

『네, 매일 TV로 봐서…….』

『아아, 그렇구나. 갑자기 이름을 막 부르길래 아는 사인 줄 알았지.』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아냐, 나도 반말하고 있잖아. 너도 편하게 말하고. 우리 손잡을까?』

『역시…… 상냥하시네요.』

『귀여운 애한텐 상냥하지. 아, 꼬시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진 말고.』

견지호는 순진한 신입 가이드를 잔뜩 흔들어 놓고는 유유자적이었다. 다른 에스퍼와 달리 얌전히 손만 잡는 게 아니라, 테스트임을 인지하고 계속해서 상황을 알려 주었다.

『좀 느리긴 한데 가이딩 되는 느낌이 있어요. 기분은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아니다, 좋은 편이네요. 릴랙스 해진달까?』

견지호가 감상을 털어놓자 신입 가이드 역시 지금 말해야 하는 줄 알고 달아오른 얼굴로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전…… 온몸이 심장이 된 것 같아요. 얼굴에 열도 나는 거 같고…… 모든 감각이 손을 향하고 있어요……. 기운이 빠지고…… 기분 좋아요.』

『아, 이분이 말하는 거 뭔지 알아요. 선배랑 가이딩 할 때 제가 느끼는 거랑 비슷한가 봐요.』

다른 가이딩 경험을 언급하자 신입 가이드는 시무룩해졌지만, 견지호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연구원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나마 다른 고등급 에스퍼에 비해 효율이 좋은 견지호였다. 아무래도 실제 등급이 B급인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연구원들 사이를 지나갔다.

고등급 에스퍼들이 여러 가이드와 가이딩을 이어 가는 동안 이번 테스트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는 재윤은 바쁘다는 핑계로 참여를 미뤘다.

아직 가이드의 등급에 대한 정의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신이 미리 언질을 준 대로 마나 감응 수준과 가이딩 효율로 등급이 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에스퍼 정보와 교차 비교가 되면서 매칭률이 나오게 된다. 고등급 에스퍼일수록 맞는 가이드와 페어가 되길 바랄 것이다.

‘과거에 주도준은 본인 데이터를 등급 외엔 기밀로 부쳐 뒀지만, 이번에는 순순히 참여하니 맞는 가이드가 들어오면 페어를 붙여 줄 수 있겠지.’

형에게 달라붙을 때, 친밀해 보일 뿐, 이상한 기류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같은 가이드에게 가이딩을 받는다 해도 에스퍼가 받는 감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다를 리는 없었다. 한없이 다정하고 애틋한 가이딩은 어찌 보면 구원과도 같았다.

‘그런 형을 회귀 전에 잘도…….’

재윤은 이어지려는 기억을 필사적으로 끊어 냈다. 어차피 가이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덕에 가이드 테스트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밀려들고 있었다.

연구원이 공유해 준 가이딩 영상을 확인하니 등급 차이가 심해서 그런지 에스퍼 쪽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 정도는 영향을 받았을 텐데 주도준이나 권해일은 목석이 따로 없었다.

“하긴. 견지호가 사실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긴 해.”

견지호는 워낙 사람들과의 접촉에 거리낌이 없는 성향이라 그런지 회귀 전에 보았던 것처럼 대부분의 가이딩에서 어느 정도 효율을 보였다. 형의 가이딩이 사기급인 거지, 저게 정상이었다.

그에 반해 권해일은 다른 가이드를 상대로 거의 가이딩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안전을 생각하면 견지호 쪽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었지만, 그는 다른 가이드로도 충분해 보였다. 형과의 가이딩이 절실하며 듬직한 권해일이 더 낫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역시 방어가 부족하지 않나 고민하게 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재윤의 마음은 흔들렸다. 차라리 형과 에스퍼 둘이 동시에 페어를 맺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형이 가진 능력은 다른 가이드에 비해 월등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하나도 아닌 둘이나 형에게 평생 달라붙는다고 생각하니 피하고 싶어졌다. 한 명만 고르면 괜찮아질까 했지만, 아니었다.

형에게 페어 에스퍼가 생긴다는 가정만으로도 속이 꽉 막히고 불쾌감이 치밀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던 감정이었다.

‘왜 이제 와서 이런 감정이 생겨 버린 거냐고.’

차라리 새로 온 가이드 중 두 사람에게 매칭률이 높은 상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마저 생겨 버렸다.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달려왔는지 모르게 돼 버렸다. 형의 안전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왔건만, 단 한 번의 가이딩이 자신을 바꿔 놨다.

끊임없이 형에 대해 생각하며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 앞이었다. 아직 형을 만나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다녀오셨습니까.”

이천오가 자신을 발견하고 먼저 문을 열어 주는 바람에 돌아갈 수도 없게 됐다. 그렇다고 해도 선뜻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자 이천오가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서재하 가이드님은 매일 김치찌개를 끓이십니다.”

“아…….”

안에서 음식 냄새가 풍겨 오지는 않았다. 아직 저녁을 짓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음식을 만드는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무의식중에 받은 2차 가이딩을 영상으로 보게 된 후 민망함에 피했던 자신과 달리 형은 계속 기다려 주었다.

망설이던 재윤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어쩐 일인지 이천오가 질문을 해 왔다.

“서재윤 에스퍼께서 숙소에 계실 거라면 저는 이능 훈련을 받고 와도 되겠습니까?”

여간해서는 가드를 쉬라고 해도 버티던 이천오였다. 이천오가 지금 자리를 비우면 재윤이 재하의 곁을 지켜야 했다. 재윤의 부재를 신경 쓰던 재하를 위해 시간을 만들어 주고자 부러 자리를 피해 주려는 마음 씀씀이가 보였다.

“네, 오늘은 숙소에 머물 거니까 내일 출근하세요.”

“그러시군요. 서재윤 에스퍼가 있다면 든든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이천오가 떠나고 문단속을 한 재윤은 조용한 거실에 서서 재하의 방을 쳐다보았다. 숙소에 머물기 시작한 후로 형은 여간해선 방문을 잘 닫지 않았다. 오늘도 여전히 열려 있는 문은 언제든 자신이 찾아와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느껴졌다.

“형, 뭐 해?”

이미 열린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들어서니 침대 이불 위에 누워 낮잠이 든 형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게임을 하며 새벽까지도 잠을 안 자던 형이었다. 하지만 가이딩을 하며 쉽게 잠이 들고 긴 잠을 자는 탓에 잠든 얼굴을 보는 게 익숙해졌다.

책상 앞의 의자를 끌어와 앉아 잠든 형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식으로 제 형제의 얼굴을 보는 일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세상모르고 잠든 형의 얼굴에선 어떤 근심, 걱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온했다.

세상이 달라진 후에도 형은 여전히 자신과 함께였다. 가이드에 대해 쉬쉬하며 감췄던 회귀 전과 달리 당당하게 팬심을 드러내며 나서는 젊은 각성자들 덕에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로 인해 가이드인 형을 보호하는 게 더 수월해질 것이다. 회귀 전보다 모든 게 나아졌다.

이영우가 빌런이 된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곁에 없어 안심이었다.

“형.”

형을 부르는 마음이 이토록 가벼울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재하 형.”

목이 쉴 만큼 부르짖지 않아도 되는 거리에 형이 있었다.

“형을 지키고 싶었어.”

온전한 모습으로 편안하게 잠든 형을 지켜보는 동안 점점 벅차오른 감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제 시작이지만, 형을 지켜 냈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절반은 온 것 같아. 아직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 그러니까 답답해도…….”

“시끄러어…….”

미간을 찌푸리며 팔을 휘두르는 재하의 반응에 재윤은 혼잣말을 멈췄다.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적이던 재하가 조용해진 게 마음에 들었는지 툭 손을 떨어트렸다. 침대 밖으로 떨어진 손이 재윤 쪽으로 내밀어졌다.

은은하게 퍼져 오던 가이딩 파동이 오늘따라 유달리 선명했다. 무릎 위에 얹어져 있던 재윤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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