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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69화 (169/200)

169화 임포스터 유인하기 (1)

“다르빌에서 온 소식입니까, 섭정.”

“그렇습니다, 나바자르트 형님. 우리가 기대한 이상으로 엘레나 전하께서 잘하고 계시는군요.”

흡족한 표정인 바누라트 조합장, 아니 이제는 왕국의 섭정은 엘레나의 편지를 고이 접었다.

“우리 군이 다행히도 선전하고 있다니 다행이로군. 사실 가장 통쾌한 점은 펜자르크 그 잘난 놈의 부대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점이지만.”

“허, 이복형님께서 그렇게나 펜자르크를 백안시하셨는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그 정도까지 경계하진 않으셨을 텐데?”

“아, 그랬지. 그 음모꾼 자식이 내게 삼십 년은 어리다는 딸을 보낸다고 했을 때도 긴가민가했었고. 그런데 결국 분열을 주도했지.”

나바자르트에게도 왕국의 분열을 일으켜 사실상 지금처럼 동과 서의 두 나라를 만들어버린 펜자르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대였다.

“이제는 펜자르크의 원정대를 사실상 통솔하고 있는 제눌트 남작도 엘레나의 뒤를 보고 있소. 이제 서부로 흘러갔던 흐름이 다시 우리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단 뜻이겠죠.”

“그렇단 건…… 서부의 영주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단 뜻이로고. 하기야, 자제들까지 합류한 전쟁에서 아쇼트가 그런 엉망진창을 쳤으니.”

서부 7대 영지 중 왕의 기사들이 지키는 칼주안의 관문을 제외하면 여섯 영지 중 다섯 군데가 여전히 반란군 일색이었다. 하지만 펜자르크는 이런 세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힘을 더 넓히는 데는 실패하고 있었다.

[펜자르크와 아쇼트 왕자의 세력은 어째서 전력을 다해도 이기기 어려운 고블린 전쟁이 아닌 동부 영지 공격에 집착하는가!]

펜자르크의 부대는 겨울철 식량을 얻기 위해 종종 왕의 직할령인 동부 4개 영지를 수시로 습격했다. 가뜩이나 험한 겨울을 보내던 바난드의 농민들과 도시의 주민들은 이 소식에 격앙했다. 동부와 서부를 가릴 것도 없었다.

[서부의 군대, 동부의 농지를 약탈하고 주민을 학살하다!]

[저들에게는 동포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조차 남아 있지 않은가!]

덕분에 ‘유일한 왕자’라는 점과 유력한 영주들의 지지로 상당한 힘을 모았던 펜자르크-아쇼트 세력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었다.

“요번에 놈들이 지레 지쳐서 주민들 약탈하는 꼴을 보니 제대로 편을 섰다는 생각이 드는군. 더군다나 우리 군은 그런 어려움을 자초하지도 않았고.”

“바가반드의 덕 아닙니까. 자급이 불가능해졌지만 제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수입되는 식량을 우리에게 나눠 주고 있으니.”

바난드엔 다행스럽게도, 콜라케르트 총독부에서 몇 달 전 약조한 식량을 보내 주었고, 또 바가반드에서도 일정한 날마다 밀가루를 보내 주고 있었다.

“그래. 난리가 터지기 바로 직전에 자네가 바가반드 백작을 회유한 건 잘했지. 예전처럼 가스파리얀이 펜자르크와 손을 잡고 압박했으면 당장 내 영지 앞날부터 걱정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야.”

“이젠 놈들이 움직일 차례입니다. 파스티즈 남작에겐 미리 대비하라고 했지만 다시 언질을 주어야겠군요.”

바누라트가 잉크병과 깃펜을 앞으로 당기자 나바자르트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놈들이 이렇게 빨리? 아직 아쇼트 왕자와 그 떨거지들도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요.”

“애송이 왕자 따위 없어도 나머지 절반으로도 우릴 압도할 수 있단 심산인가 보지요. 뭣보다 우리에게 한 방 먹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반란군 내부에 심심찮게 돌고 있답니다.”

“허, 한 방 먹이다니. 제깟 놈들이 지금은 외려 더 버텨야 할 때인 걸 모르나.”

그러나 펜자르크 역시 머리가 없는 상대는 아니다. 왕실 정예기사단이 배치된 칼주안 관문이나 제후들이 합류한 동부 왕실 직할지를 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왕실 기사단장 파브라드가 연락을 보내 왔다지. 무슨 내용이던가?”

“예, 파드가 연락을 보냈죠. 관문 주위의 적 포진이 줄어들었고 감시가 느슨해졌답니다.”

“칼주안 관문이 두려워서 제풀에 포기했나 보군. 하긴 기사들이 철통같이 지키는 그런 산악 관문을 넘는다는 게…….”

“아니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제가 파스티즈를 염려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적이 동부로 대병력을 보내고 수운을 차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이 무엇인가? 칼주안 관문 공략이다. 이곳을 점령하지 못하면 기습이 아닌 이상 동부를 점령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곳마저 잠시 내버려 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놈들이 파스티즈를 본보기로 공략해서 사기를 올리고 우리의 위신을 꺾으려는 겁니다.”

“그렇군……! 우리는 병력의 6할이 다르빌로 나가 있으니 방어만으로 손이 묶인 기회에!”

나바자르트 남작이 비로소 깨닫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을 하시렵니까?”

“당장 병력을 모아야지. 파스티즈는 내 알기로 몇 년 전에 병력을 동쪽 변경으로 옮겨서 방어가 쉽지 않네.”

“관두십시오. 할야크의 영지에서 파르티즈까지 가시려면 여간 험한 길이 아니고, 가시다가 적의 봉쇄에 세월을 다 보낼 겁니다.”

의외로 그렇게 말리는 바누라트는 다급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꽤 느긋했다.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느긋하게 앉아 있을 참인가? 설마 파르티즈가 난공불락이라고 무작정 앉아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바로 그 역할을 위해서 파르티즈를 일부러 항복시키지 않고 남겨둔 겁니다. 호바니샨 형님께서 달리 뭐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형님도 알고 계셨다고? 이대로 파르티즈를 적의 공세 앞에 내버려 둔다는 걸?”

바누라트는 차근차근 나바자르트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어째서 파르티즈에 대한 적 공세가 아군의 의도대로 된 일이고, 그것이 장차 엘레나와 왕국에 이롭게 될 것인지를.

“……그러니까, 파르티즈가 공세를 버티고 있으면 결국 엘레나가 제눌트의 병력을 합쳐 달려올 거라, 이 말인가?”

“예. 이미 제눌트 병력을 구성하는 서부의 소영주들과는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는 중입니다. 지금은 아직 재고 있습니다만, 저번 고블린 전투에서 드러난 역량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죠.”

고블린에 맞선 전투. 거기서 고블린을 우습게 보았던 서부의 병력은 큰 패배를 당하며 다수의 소영주 자제와 가신까지 전사했다. 반면에 엘레나-네마냐의 병력은 연합군과 함께 작전의 강도를 더 높여가는 중이었다.

“엘레나 전하께서 이제 제국군의 명목상 통솔권까지 쥐시고 고블린을 치실 생각이십니다. 이대로 고블린에게 유효한 승리만 얻을 수 있다면, 자연히 우리의 내전 역시 방향이 완전히 바뀔 겁니다.”

“그렇군. 파르티즈는 결국 놈들의 옆구리에 박힌 비수이면서 놈들의 힘을 낭비하게 만들 미끼인 셈이군.”

나바자르트는 애초에 어째서 파르티즈를 내어주기로 약속해 버리고, 그 영주에겐 비밀스레 절대 항복하지 말란 명령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역시나 디파르티즈한텐 미안한 이야기로구먼. 우리의 승리를 위해 위기는 물론 명예까지 위협을 당해야 할 터이니.”

“디파르티즈……. 그야말로 파르티즈의 영민과 나라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 건실한 사람이 요즘엔 정말 찾아보기 힘들지요.”

영주 중에서도 아주 오래전, 하코브 왕이 충성스러운 가신에게 맡겼던 파르티즈. 그 영주는 성을 직접 ‘디파르티즈’로 고쳐 자신의 뿌리를 완전히 심겠노라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위기에 처한 바난드의 상황을 뒤바꿀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는 것이다. 다들 승자가 누굴지 곁눈질 극심한 상황에서 드문 인간이었다.

“파르티즈는 정말 어지간해선 함락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만약, 아주 정말 얄팍한 가능성으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

잠시 망설이던 바누라트. 나라의 2인자인 공식 섭정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끝끝내 꺼낼 수밖에 없는 책임 역시 자신에게 있었다.

“우린 그저 쓰러진 동료 몫까지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지요. 전쟁은 원래 그렇듯 가혹하고 잃을 것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

* * *

―파르티즈.

험한 산지 곳곳은 메마른 논밭이 갈라지듯 깊은 계곡 몇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 모든 원류에는 파르티즈라는 작은 분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험한 산맥에 둘러싸여 한때는 ‘성벽조차 필요 없는 난공불락’이라고 불리던 곳.

“영주님, 오셨습니까!”

“날도 추운데 한낮이나 되거든 나오실 일이지…… 에취!”

초병과 근무하던 참모가 경례하며 맞아들인 사람은 누가 보더라도 영주인 것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반쯤 아물었지만 눈썹 위부터 얼굴을 가로질러 입술까지 가른 거대한 흉터.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침착한 성품을 드러내는 표정.

“추운데 고생이 많군. 집사장한테 동계용 피복을 최대한 많이 내어달라고 했는데.”

“이 동네가 좀 사납게 추운 걸 어쩌겠습니까, 하하. 그래도 동상은 안 걸리고 있습니다.”

바크탕 할라지안 디파르티즈. 수염도 말끔하게 밀고 말끔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 노인이 바로 파르티즈의 영주였다. 사실 영주라는 것보단 파르티즈에 뼈를 묻어 충성하겠노라는 맹세로 최근 화제가 되는 인물이었다.

“그래, 인원을 더 모아서라도 근무 시간을 줄여 볼 테니 너무 험하게 쓰지는 말고.”

“그럴 수야 있습니까, 영주님. 언제라도 케시번이나 펜자르크 놈들이 침공할지 모르는걸요. 자나 깨나 경계를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놈들도 이제야 간신히 병력을 모으고 있다고 했네. 왕도에서 알려 준 정보는 그래.”

바난드 왕국에서 국왕의 통제 아래 있지 않은 독립 영지는 총 네 군데다. 펜자르크, 바가반드, 할야크, 아야크가 그렇다. 그 나머지 10곳의 영지는 국왕의 통제 아래 행정관과 소영주들이 분할 관리하고 있었다.

“케시번, 카르시, 레코르, 아르타기라인가.”

“거기에 펜자르크까지 더해졌으니 포위망은 완벽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아마 우릴 말려 죽이겠단 작정을 하고 들어올 겁니다.”

“흥. 그래 봐야 우리 영지는 이 파르티즈 분지만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지. 1년이고 2년이고 말이야.”

바로 그 일념만으로 파르티즈 영주는 펜자르크 백작의 압박에도 성문을 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펜자르크와 동맹의 군대는 파르티즈와 외부를 잇는 길을 봉쇄해 버렸다.

“하지만 주민들도 그렇고, 물자가 완전히 자급자족되는 건 아닙니다. 불만도 은근슬쩍 늘어가고 있고요.”

파르티즈의 영지는 인구 8천 명 수준으로, 면적은 다른 영지보다 넓어도 인구는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산지가 많은 탓에 농사는 오직 영지 수도 인근의 분지평원에서만 가능했다. 인구가 적어서 그나마 비축분으로 버틸 수 있던 것이다.

“괜찮아, 우리 생각보다 조만간 결판이 날 수도 있다. 엘레나 전하께서 고블린에게 이번에도 큰 승리를 거두셨으니까.”

“맞습니다. 거기다 무조건 승리의 상징이라고 하는 바가반드 경까지 함께한다니 절대 패배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허허…… 불패의 상징이라. 그거 정말 부러운데. 우리에게도 꼭 있었으면 한다만.”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원조 ‘불패의 상징’이 바로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홀로 30년 동안 이 영지를 외적과 내부의 적에게서 지켜온 인물이.

[바스탕 디파르티즈]

그 이름이 왕국 서부의 영지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정작 그곳을 치기 위해 모이고 있는 영주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이 정말 자신들을 지켜 주었던 이 보루를 우습게 보고, 이번엔 자신들일 덤벼들겠다 한다면 덤벼 보라고 하자꾸나.”

흔적이 아직도 역력한 과거의 흉터를 찡그리며, 늙었지만 스타일만은 깔끔한 바스탕은 그 매끈한 턱을 연신 매만지며 언덕과 구릉, 계곡 너머의 곳곳을 두루두루 훑어보았다. 마치 지금이라도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북방계곡의 여우, 펜자르크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대결에 긴장감도 긴장감은 물론이거니와 설렘으로 온몸의 감각이 팽팽해졌다.

“이런 말은 안 되겠지만……. 정말이지 한번 제대로 겨뤄 보고 싶다니까. 얼른 펜자르크 그 녀석이 왔으면 좋겠군.”

그런 바크탕의 바람은 금세 이뤄졌다. 펜자르크는 곧 모든 힘을 끌어모아 산맥 여러 겹을 헤쳐나간다는 소식이 곧 전해진 것이다. 고블린 전쟁이 격화되는 것과 동시에, 바난드에서도 내전은 더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17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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