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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51화 (151/200)

151화 루프-루가 전투 (1)

루프-루가 계곡.

중부 산맥의 안쪽에 안긴 것처럼 둘러싸인 타위비크의 영지. 그곳에서 서쪽, 바난드 방향으로 나오는 작은 샛길이 있다. 이중 타위비크에 가까운 쪽을 벨루가, 먼 쪽을 루프랑이라 한다.

[루프-루가]

상류, 하류의 이름을 합치면 계곡의 이름이 완성된다. 길 자체는 ‘샛길’ 혹은 ‘잔도’라고까지 비하할 정도로 험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어쨌든 바난드나 성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여긴 어디지?”

한참을 내달린 끝에 땀을 뻘뻘 흘리는 네마냐가 물었다. 바쿠헨은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바로 장소를 파악했다.

“아직 상류야. 조금 더 가면 루프랑 영지와 하류 벨루가 계곡으로 가는 길이 나뉠 거야. 말은 분기점이지만 그냥 조그만 개울 두 개가 합쳐지는 거야.”

“진짜 힘드네. 이쪽에는 달랑 조그만 독립 영지 두 개가 있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겠어.”

네마냐 자신만 힘든 것도 아니다. 타고 있는 말도 험하고 좁디좁은 길을 이동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차라리 여기서 확 키메라를 타고 날아갈까.’

그런 유혹도 적잖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보지 않아도 고블린 군단이 자신들의 뒤를 쫓고 있을 것이다. 좁은 계곡 사이에 인간 연합군을 몰아 궤멸시키고, 여세를 몰아 대형 영지를 싹 쓸어버리겠다는 계책.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오기 전에 바쿠헨 공자가 계곡 안으로 진입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랬지. 우리가 구해 줬더니만 빼액 소리나 지르고 말이야. 이 동생은 슬프답니다, 형님? 어흑.”

바쿠란이 능청스럽게 울음 훔치는 흉내를 내자 바쿠헨은 칼집을 휘두르며 맞추려 들었다.

“나를 납치하듯이 훔쳐서 명령도 가짜로 낸 놈이 말이 많아! 내가 얼마나 간이 떨어…… 읍읍!”

“휴……. 형님은 역시 말을 하지 않을 때가 제일 멋지다니까.”

“하하…….”

제법 악의 넘치는 형제간의 우애를 지켜보는 하라드의 표정은 적당히 썩어가고 있었다. 네마냐는 씩 웃으면서 그대로 고삐를 당겼다. 물론 바쿠헨과 바쿠란 사이에 은연중 존재하는 어떤 불길한 이야기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제국의 내란만큼이나 타위비크 영지 상속 문제도 관심 밖이었다.

“워, 워! 저쪽에 팻말이 있군. 갈림길이 있는 모양이야.”

바쿠란은 네마냐가 가리키는 장소를 지그시 보더니 그제야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밤눈이 밝군. 저기가 바로 루프-루가 계곡의 상류와 하류가 나뉘는 지점이지.”

“모두 정지하라!”

미리 설명한 대로 바쿠헨은 부대에 일제 정지 명령을 내렸다. 만약 진짜로 타위비크 군대가 변경 영지를 구하러 달려온 것이었다면 여기서 어디를 먼저 구할지를 고민했으리라.

―턱.

“받아, 헨 공자.”

“이게 뭐야?”

“통신구네, 그것도 아주 값비싼 고급의. 이런 걸 어떻게 예사로 가지고 다니는 거야?”

이젠 저런 물음에 답하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네마냐는 대충 바가반드에 오면 더 좋은 선물도 주겠다며 무마해 버렸다.

“이제 적어도 고원 지대에서만큼은 바가반드가 마정석의 성지거든. 아주 값싸게 손님들을 모시도록 하지.”

“좋아, 그럼 어서 루프랑과 벨루가 쪽에 연락해야겠군.”

앞섶 주머니에서 루프랑, 벨루가 쪽 마법사와 마나로 연결해 둔 통신용 마정석이 나왔다. 루프랑 것을 하나 꽂아 연결하니 금세 루프랑 영주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 공자님! 어디 계십니까?”

“작전 중이야, 영감. 지금 루프랑은 어떤 것 같아? 아직도 고블린들이 덤비고 있나?”

“아닙니다. 지금은 어쩐 일인지 소강상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긴 한데, 주민들은 무슨 꿍꿍이 속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해합니다.”

“쯧, 그럴 테지.”

거기까지 말한 바쿠헨이 이쪽을 바라본다. 네마냐는 얘기해도 된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쿠헨은 참 전사로서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친구다. 몇몇 경우에 너무 고지식해서 융통성이 없다는 것만 빼면.

“걱정 마, 영감. 이제 고블린들은 다 우리를 보러 나왔을 거다. 아마 오늘 중으로 영지를 침공한 고블린은 격멸할 수 있을 거야.”

“정말입니까?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나, 바쿠헨이 공자 직함을 걸고 이야기하는 건 한 치의 거짓도 있을 수 없어. 믿어.”

간단한 용건만을 마친 뒤 바쿠헨은 통신을 끊어 버렸다. 참, 대범하달지 요령이 없달지. 바쿠헨이 혀를 차는 네마냐를 바라보았다.

“루프랑은 얘기했고, 벨루가 쪽은 아마 끝나고 연락해야 할 것 같다.”

“어?”

“온다.”

바쿠헨 못지않게 갑자기 눈매가 가늘어진 바쿠란이 경고했다. 잠시 긴장을 풀었던 네마냐도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사방의 계곡 위쪽 언덕으로 마구잡이로 요동치는 붉은 마나들이 느껴졌다.

“고블린! 하지만 적 중 절반 정도는 오그르들이다, 양쪽 언덕 위에 있어.”

“예상한 대로군. 하지만 양쪽 언덕은 계곡 아래쪽을 보거나 공격하기 어렵지. 가시덤불이 우거져서 아예 접근도 어렵거든.”

바쿠헨이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대꾸했다. 급히 고개를 들어 보니 역시나 그랬다. 이리저리 자기들끼리 꼬여 버린 가시덤불은 앙상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정말이네. 저래서야 매복을 해도 소용이 없겠어. 그럼 이제 놈들은 양쪽 경사로를 통해 몰려오겠군.”

바쿠란과 하라드가 지팡이를 고쳐잡으며 각각 좌우 방향을 잡겠다고 외쳤다. 바쿠헨의 손짓에 따라 창병들이 일제히 좌우 양쪽을 향해 완고한 창벽을 세웠다.

“창벽을 세워라, 고블린따위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오늘 아예 이곳에서 놈들을 궤멸시킨다!”

“우, 우!”

훈련을 열심히 받은 덕분인지 타위비크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다른 영지의 병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네마냐는 감탄하면서 고삐를 몰아 바쿠헨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정찰 지도로 봤듯이, 저쪽 뒤편 깊은 숲에 있던 병력이 움직이는 걸 조심해야 해.”

“그래, 나도 그건 좀 걱정이군. 아마도 그 병력이 주력인 것 같은데.”

“지도 가지고 있지, 서기관?”

네마냐의 물음에 서기관이 지도를 가져다 바쳤다. 네마냐와 바쿠헨은 지도를 나란히 들고 지리 정보를 찾았다. 그러나 적의 주력이 있을 숲속은 도통 어디로 연결되는지 길을 찾기 어려웠다.

“제길, 도대체 저긴 어떻게 알고 기어들어 간 거야. 개자식들.”

“워, 개가 들으면 화낸다.”

하지만 네마냐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오직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터였다.

“검은 마탑.”

“검은 마탑? 설마 예전에 네가 돌아가면서 얘기했던 그 페넬로파 얘기야?”

“기억하고 있었군.”

“어떻게 잊겠어. 하…… 바쿠란 녀석이 조사해 보니 영지마다 마법사들 일부가 무단이탈해서 종적을 감췄더라고.”

“정말?”

그런 일이 있으리란 건 예상했지만, 네마냐로서도 한숨이 나오는 노릇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고블린들이 사방의 온 영지마다 첩자를 끼워 넣고 공작을 부릴 수 있었는가? 왜긴 왜야, 배신자들이 고향을 배반한 거지.

‘정말…… 황당한 노릇이군. 페넬로파, 넌 대체 뭘 하는 종자가 된 거냐?’

완전 준비를 갖춘 타위비크군 너머로 고블린의 높은 비명과 오그르의 낮은음이 함께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숨을 내쉬며 네마냐와 바쿠헨 역시 칼을 뽑았다. 아마 적의 본대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쓸 일이 없을 테지만.

“궁수대, 사격!”

그렇게 한밤중, 타위비크 군을 포위했다고 생각한 고블린군은 절망적인 전투를 시작했다.

―퍼퍼퍽!

―퍽!

한밤중이라 조준은 불가능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대충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활을 쏘면 무수하게 밀어닥치는 고블린이나 오그르 둘 중 하나는 맞게 마련이었다.

“활을 낭비하지는 말고, 천천히 쏴! 어차피 놈들은 입구가 좁아서 한 번에 나오지 못한다.”

“2열 뒤에 선 창병들은 모두 투창 준비―!”

방패에 묶어 둔 투창을 병사들이 꺼내들었다. 대열의 첫째 줄과 둘째 줄에는 가장 경험 많고 노련한 병사들이 선다. 첫 두 줄이 창벽을 이루면, 그 다음 줄 병사들은 투창으로 엄호한다.

“조준―.”

바쿠헨과 부하 장교들의 구령에 맞춰 아주 낮은 음으로 나팔이 불었다. 병사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투창을 움켜쥐고 조준했다.

“쏴!”

“발사!”

―뿌우!

발사를 가리키는 소리 신호는 끝이 높아지는 고음이었다. 병사들은 완벽하게 단련된 감각에 따라 수백 개에 달할 투창을 일제히 한쪽 구석으로 집어 던졌다.

―슝!

―슈웅!

투창의 파괴적인 에너지에는 마법이 일체 개입할 공간조차 없었다. 순수하게 사람의 힘이 실려 허공을 날고, 비행 중 쌓인 에너지를 상대에게 쏟아넣는다.

―푹!

―푸푹!

“끼아악!”

“우윽…….”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다 쓰러진 고블린에서 묵직한 신음을 흘리며 쓰러지는 오그르까지. 잘만 맞으면 일거에 전투불능이 되었다. 게다가 쓰러져 버린 적은 길목을 막고, 덕분에 자기들끼리 칼부림까지 벌였다.

“길 막지 마라, 이 패배자!”

“그 패배자한테 죽고 싶은 모양이지?”

“둘 다 죽어랏!”

지능은 무섭게 성장했다지만 이성은 교육되지 못한 이 전투종들은 급기야 자신들끼리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투창이 다 떨어졌습니다!”

“모두 창을 들고 대기해, 궁수는 계속 쏴!”

서로의 순서와 할 일을 다 지키며 조화롭게까지 싸우는 타위비크군. 네마냐 자신도 나름 영지 군대를 편성해서 자신감은 있었지만, 오늘 보는 광경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다.

“중부 산맥에서 어째서 타위비크만이 성할 수 있나 했더니, 바로 이런 덕분이었어. 이건 모든 영지가 본받아야 할 정도인데?”

물론 아직 모든 카드가 다 나온 것도 아니었다. 다가오는 적을 계속해서 괴롭히던 바쿠헨은 마침내 오그르들이 철로 된 가시가 박힌 방망이를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창벽까지는 불과 수십 걸음 차이였다.

“바쿠란! 준비 다 됐나?”

다급한 외침이었지만 바쿠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모이고 있었다. 덩달아 네마냐 자신에게서도 마나가 빨려나갈 정도니까.

‘저 녀석, 남의 몸에서 마나 빼가는 재주가 있었군. 저것도 공허마나는 아니겠지.’

그 순간 전선에선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강철 가시가 박힌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고, 비명과 함께 피와 살점이 튀었다. 창은 부러지고 병사들 여럿이 뒤로 넘어졌다.

“대열이 무너진다, 모두 메꿔! 3열, 4열 전진!”

“와아아아!”

―퍽!

“끄악…….”

“안 된다, 이 괴물 자식들!”

일단 한번 맞으면 즉사나 마찬가지였다. 목숨을 걸고 달려든 후열의 병사들은 장창 여러 자루를 방망이에 얽히게 만들어 움직임을 봉쇄해 버렸다.

“기이잇, 이 약한 놈들 비겁한 수를!”

“모두 엎드려라! 궁수대, 엄호!”

―퍼퍼퍽!

연달아 활과 노가 발사되며 틀어박혔다. 하지만 최전선의 오그르들은 여전히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적당히 성질만 긁어 준 셈이었다. 바로 그때.

“엎드려! 불의 공 나가신다!”

지팡이에 모아 둔 마나를 끌어낸 하라드 그리고 바쿠란은 각기 맡은 방향으로 거대한 불의 공을 만들었다.

‘스파이라 피르인가? 아냐, 그건 그저 일반적인 파이어볼 마법이었는데 저건…….’

언뜻 생김새만 보아도 가히 ‘메테오론’에 가까운 광역 파괴 마법이었다.

[코스무 투우, 피르스트]

마치 행성만 한 크기라도 되는 듯 거대한 불의 덩어리, 그리고 그 주변을 도는 수많은 불의 위성들까지. 처음엔 천천히 주변을 돌더니, 나중엔 점점 빨라져 불의 토네이도를 만들었다.

[덮쳐라!]

불의 토네이도는 그대로 지표상에 위치한 모든 것을 그대로 불사르기 시작했다. 어찌나 뜨거운지 그 열기에 한참 후방에 있는 네마냐조차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였다.

―화라라락!

―푸쉬이이익!

불이 타는 규모도 너무 커지다 보니 소리마저 이상하게 들렸다. 마치 불의 혀처럼 생긴 불꽃들이 튀어나와 고블린들을 집어삼켰다.

“으악! 마법사의 불이 달려든다!”

“사악한 불이야……흐아아아!”

“사악한 불이라니, 신성한 정화의 불이라고 해야지. 쯧쯧. 역시 야만적인 놈들이야. 저렇게 낭만적인 불을.”

“그건 동감.”

묘하게 경쟁의식이 있는 듯하던 하라드도 바쿠란의 뜬금없는 불 예찬론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더니 둘은 희희낙락하며 이것저것 불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페넬로파뿐만 아니라 마법사들 전반이 다 괴짜들인 건가.”

네마냐가 웃음과 묘한 씁쓸함의 감정이 겹쳐 있을 때, 다시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전해졌다.

‘마나의 파동……?’

재빨리 네마냐는 시스템을 열었다.

[경고]

[타위비크와 바가반드 연합군은 애초 루프-루가를 습격한 고블린 군단이 미끼란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철저히 준비하여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성공했단 말인데…… 경고라고?”

네마냐는 계속 글을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고블린 역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본대를 이끄는, 오그르 3대장 중 둘째인 더브렉은 보이지 않습니다.]

‘3대장……!’

여기까지 읽고서야 네마냐는 역시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뭣보다 후방 능선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는 굉장히 자신의 등줄기에 식은땀을 흐르게 했다.

“다들 조심해! 후방 능선 너머로 매복군과 비교도 안 되는 놈들이 있다!”

“……!”

“뭐라고?!”

바쿠헨과 바쿠란, 하라드는 키마라스를 제외하고 모두 당황한 표정으로 어둠에 잠긴 뒤쪽, 영지 방향 계곡을 보았다.

―부우!

인간의 것이 아닌 이상한 나팔 소리. 오직 군단의 직속 정규 부대만이 받을 수 있다는 고블린 신호용 나팔이었다. 네마냐는 그 정체를 알고 바로 이를 악물었다. 적 군단과 처음 마주쳤던 몇 주 전에 들었던 그 소리였다.

“정신 차려! 이번에는 적의 대장이 이끄는 진짜 매복군이야!”

“끙, 정말이었군. 군의 절반은 후방으로 바로 움직여! 방어선을 구축해!”

부랴부랴 그나마 손이 비는 병사들과 장교들, 일꾼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히 대비했던 좌우에 비하면 훨씬 불리한 축선이었다.

“거기다 픽스들도 많이 있는 모양인데…….”

네마냐가 초조해하자, 키마라스가 다가오더니 어깨를 친다.

“뭘 그렇게 불안해 하나, 친구?”

“안 그럴 수가 없잖아. 죽기야 않겠지만 자칫하면 고블린에게 낭패를 입게 생겼으니.”

“하하, 별걱정을 다하는군.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둘 것 같아?”

“어? 설마…… 당신이 싸우려고?”

정말 위기로 몰리지 않는 이상에야 구태여 싸우려 들지 않는다는 그 키메라가? 웃는 낯으로 키마라스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 키메라님이 드디어 아랫 세상에 공식적으로 데뷔하는 거지!”

그리고 순간, 정면의 키마라스는 무시무시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폴리모프]

그것은 청년 남자 마법사의 껍데기를 버리고, 원래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키메라로 돌아가는 신호였다.

―화아악!

연이어 허공을 가르는 날갯짓 소리와 거대한 굉음이 계곡을 타고 흘렀다.

[세상 천지의 질서를 거스르는 고블린들아, 여기가 너희의 무덤이 될 것이다!]

공중 높이 치솟은 키메라.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인간들과 고블린. 바로 지난 600년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성수 키메라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 지도로 이어집니다 -

- 15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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