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시점은 다시 돌아와서, 제눌트가 아쇼트를 대신해 브레락의 손에 목이 졸리던 상황. 경비를 서던 고블린을 제거하고 잠입한 네마냐는 상황을 보고 다급한 나머지 마법 조합도 생각지 않고 다짜고짜 파이어볼을 발사해 버렸다.
“허…….”
방금 자신이 내밀었던 왼손의 느낌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전에 마나를 개방했을 때도 이렇게 시원시원했던가? 새삼스레 은은한 김이 피어나는 왼손과 전면에 덩그러니 구멍이 난 오그르의 모습이 어쩐지 이상했다.
“어쨌건 한 방에 끝냈으니 그건 다행이지만.”
어쩌면 힘 조절이 잘 안 되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엔 마정석 광산에 만들어진 정령사의 도시도 다녀오고, 아티펙트도 이것저것 만지지 않았나.
‘설마 진짜 옆에 있었다고 마나를 슬렁슬렁 흡수해 버린 건 아니겠지.’
만약 자신의 체질이 잘 알려져 있고, 마정석의 마나도 재산으로 엄격하게 취급되는 세상이었으면 자신은 영락없는 절도범이 되는 것이니까.
‘기술 수준이 낙후된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군.’
잡생각은 그쯤 해 두고 네마냐는 검을 뽑아 검신에 실린 마나와 조응했다. 주인의 기운에 반응한 검이 곧 불타는 기운을 만들어 냈다. 절삭력을 40%나 개선한다고 마법검사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한 ‘불의 검’이었다.
―화르륵!
‘뜨거워.’
하지만 모처럼 멋진 척을 하자는데 뜨겁다고 거둘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끝내 버리면 그뿐. 재빠르게 뛰어가 브레락이라는 녀석의 등 뒤로 뛰어올랐다. 워낙 거대한 덩치라 바위를 오르는 기분이었다.
“잘 가라.”
어차피 이미 불기둥에 몸통이 관통당했으니 절명했겠지만,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라고 했으니 말이다. 검을 가로로 들어 베어냈다. 피가 흐르거나 뼈에 검이 막히는 불상사 따위는 다행히도 없었다.
“역시 절삭력 40% 개선이 괜한 게 아니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기 타는 냄새를 내는 고깃덩이에서 뛰어내렸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덩치는 무너져내렸다. 그 앞으론 피를 뒤집어쓴 채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제눌트가 있었다.
“쯧, 피해가 심한 모양이군. 이럴까 봐 최대한 따라왔는데도.”
“주군. 저 관목 안쪽에 아쇼트 왕자가 있습니다. 그나마 무사하군요.”
눈을 들어 덤불 건너편 쪽을 훑어보니 눈에 띄는 노란 머리가 대번에 눈에 들어온다. 반쯤 넋이 나간 싹퉁바가지 자식을 생각하니 절로 나오는 한숨에, 관자놀이를 짚지 않을 수 없다.
“혼자서 멀쩡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멀쩡한 부하를 다 사지로 몰아넣었으니. 뭐, 그래도…….”
제눌트 남작에게로 다가간 네마냐는 반쯤 자세를 굽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장군을 일으켜 세웠다. 굳게 마주 잡은 장군의 두 손이 반지의 수정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한눈에 봐도 이글거리는 불길이 언제든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 도사리는 아티팩트였다. 의아한 점이 있다면 어떤 방향성도 부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염 폭풍을 그냥 현 위치에 소환이라. 말이 좋아 소환이지, 자폭하겠다는 거로군.’
무슨 일인지 알 만했다. 네마냐는 고개를 저으면서 장군을 종자 하나에게 넘겨주었다. 물론 손가락의 반지는 빼고.
“제눌트 남작을 편히 쉬도록 얼른 후방에 보내 드려라. 물론, 저기 있는 아쇼트도 함께.”
“그렇게 모셔라.”
헤누크가 지시를 내린 뒤 네마냐의 뒤로 다가섰다. 영주의 곁에서 앞을 가로막는 고블린을 서슴없이 베어내던 피가 번들거리는 월도는 그대로 치켜든 채였다.
“그 롬파이아 검은 내려주겠어? 고블린 피 냄새가 심해서 고블린 친구가 있는 줄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대수롭잖게 대꾸한 헤누크는 오그르의 사체에 피를 대충 슥 닦아 내곤 허리에 다시 찼다. 그리곤 영주에게 다가섰다.
“돌아가시겠습니까? 대장이 죽었다면 굳이 추격할 것까지야 없지 않습니까.”
“이대로 저들을 돌려보내면 우리 피해는 보복할 수 없겠지. 유격전을 시작하자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자신이 죽인 브레락이란 존재가 오그르 삼대장이라고 했다.
‘이름값을 못 하고 죽어 버리긴 했다.’
이대로 잔당이 도망쳐 버리면 군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도록 부추길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들이 나서서 싸우진 않고 한 부대만이 좇다가 무너졌으니까. 더군다나 이미 큰 피해를 준 적을 그대로 보내는 건 네마냐 자신에게도 영 맘에 드는 일은 아니었다.
“궁기병 종자들을 중심으로 측면 산지와 삼림을 계속 훑도록 했습니다. 일부는 유일한 탈출구가 될 협로를 가로막도록 보냈습니다.”
“그럼 우리도 가자.”
“넵.”
말에 올라탄 네마냐 일행은 아쇼트 왕자 일행과 생존자를 호송할 인원을 남겨 둔 채 다시 길을 떠났다. 더 안쪽 숲을 향해 말을 재촉하면서 네마냐는 헤누크에게 지리를 물어보았다.
“헤누크. 좀 물어보자.”
“궁금하신 게 무엇입니까?”
“가르니 숲은 켈리도니온으로 가기는 쉬워도 고블린 본진으로 가려면 좁은 계곡 외에는 답이 없잖아. 왜 놈들이 그곳을 골랐을까?”
소도시 가르니는 켈리도니온에서 비교적 평탄한 구릉 위에 있었다. 그 구릉을 온통 메우고 있는 건 ‘검은 숲’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울창한 숲이었다. 유달리 더 깊은 숲은 아니라지만 사람이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기 좋을 정도로 어둠이 가득한 숲이었다.
―두두두!
“여러 조건은 있겠습니다만, 제 생각엔 우리의 방심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가르니 숲은 켈리도니온 쪽을 제외하면 닫혀 있고, 좁은 계곡으론 군대가 오가기 어렵죠.”
물론 어렵다는 평가는 인간의 기준이라는 건 너무나 분명한 소리다. 지형과 기상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픽스라면 계곡이 좁고 불편해도 이동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럼 아쇼트 부대가 의심하면서도 계속 들어오도록 만든 게 결국 저놈들이란 소리구나.”
“오그르의 대장급은 놀라울 정도로 머리를 잘 쓰는 것 같습니다. 심리전의 측면에서 말이죠. 그만큼 잔혹함은 더한 모양입니다.”
장난감처럼 기사를 가지고 놀던 브레락 녀석의 뒷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그 순간 치솟은 화 때문인지 파이어볼이 불의 공이 아니라 불기둥으로 변해 버렸을 정도니까.
“이전에 상대했던 고블린 전사들은 상대도 안 되는 강적이야. 이게 바로 오그르의 힘이군. 다가오는 전쟁이 아주 기대되는걸.”
반어법이 실린 무거운 이야기에 헤누크가 비릿한 웃음을 역시 한입 베어 물었다.
“후후……. 저 역시 그렇습니다. 기사단도 단단히 각오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우선은 이 가여운 고블린들부터 요절내야겠죠.”
“물론.”
검을 높이 치솟았다.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검은 숲의 황량한 가지 아래로 헤어날 수 없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솟아날 수 없는 것 같은 아득한 장벽을 향해, 검신에 깃들은 마나를 자극했다.
―우우!
어둠에 더 격렬하게 반응하듯 마나로 들어찬 검신에선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검을 앞으로 뻗은 네마냐의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 앞에서 도망해 숨은 적을 모조리 찾아내라! 한 놈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처단한다!”
“하!”
그 신호에 후방에 있던 종자 하나가 뿔 나팔을 불었다. 잠시 뒤에는 호응이라도 하듯 먼 곳에서 나팔 부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거대한 고블린 몰이 사냥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인간 놈들, 크르르!”
―서걱.
깨끗하게 절단된 절반의 몸통은 허공으로 치솟아 날아갔다. 충격으로 흔들리던 남은 몸통은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방금 그것이 마지막으로 남은 고블린이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확히 전부 다 없애 버린 건 맞아?”
돌이킬 수 없이 피로 젖어버린 검을 들어 살펴본 네마냐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헤누크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적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기록도 없고, 고블린과 무슨 의사소통이 잘 될 리도 없고 말입니다.”
“아니면 애초에 유인 작전을 하면서 다른 보고를 본진에 보냈을지도 모르지.”
기사들이 검과 창을 고블린의 몸으로부터 뽑아내고 종자들은 연이어 사체를 한곳에 모았다. 기사대답게 인간 측 전사자는 한 명도 없었다. 평상시의 경우라면 쌍방 교환비에서 기사대는 고블린을 압도할 수 있었다. 마도술이나 계략이 개입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제 슬슬 돌아가자. 우리도 너무 밖에 오래 나와 있었어. 본진에서 걱정하겠군.”
“아쇼트 왕자 일행을 미리 보내 놨으니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굳이 노숙할 생각은 없거든. 머물 곳이 있다면 최대한 돌아가자고.”
말은 이렇게 온화하고 점잖았지만, 속으로는 간절히 ‘수면 퀄리티! 양질의 잠!’을 외치고 있는 네마냐였다.
“그, 그러시죠. 어차피 성도까지 오래 걸릴 길도 아니고 말입니다.”
인근 가르니 도시에 묵을 수도 있겠지만 천 명 남짓한 도시에 3백 명이 넘는 병력을 갑자기 묵게 하는 것도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타국 영주나 지휘관이라면 몰라도 네마냐는 그런 쓸데없는 민폐는 부릴 맘은 없었다.
‘뭣보다 조금 이상한 것이 있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
검은 숲의 어둠을 뚫고 나오면서 몽롱한 정신이 조금 풀린 상태였다. 일단 상황이 정리되니, 어딘가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대체 어째서 적 군단은 기껏 다르빌 앞까지 나와선 고작 800명의 병력만을 보낸 걸까?
‘팔백이 아니라 삼천만 보냈어도 아쇼트 부대는 진작에 전멸했겠지.’
거기다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농성하고, 좀 안전한 시간이 되면 비어 버린 밭에서 작물을 수확해 오는 중이었다. 군단이 여기까지 남하했다면 그런 짓은 시도조차 못 했겠지.
“이상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 맞는데…….”
“뭐가 또 말씀입니까?”
“아냐. 나 혼자만의 생각.”
‘제발 생각해내라. 어디가 이상한 건지.’
천천히 네마냐는 적장 우레이미야의 입장이 되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떠올렸다.
[분석]
지금까지 네마냐가 파악해 둔 정보들이 일정한 목적과 주제를 따라 배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형성된 목록을 네마냐는 읽어내리며 합리적인 ‘족장’이 내릴 만한 가능성을 고민했다.
‘폭설, 인간의 기동 어려움, 고블린의 험지 기동 능력……. 뭘 놓치고 있는 걸까?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인간이 하지 못하는 건 제후의 절반이 합류하지 못한다는 건데…….’
그 순간.
“아.”
생각과 함께 동시에 말로도 튀어나온 깨달음의 외침이었다. 헤누크와 주변의 기사 몇 명도 네마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네마냐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쓸 상태가 아니었다.
“설마 그런 건……. 정말 기분 나쁜 유레카인데. 그렇게 하는 게 정말 고블린다운 방식이긴 하지만, 으음.”
“무슨 일입니까, 주군?”
살짝 놀란 기사 하나가 달려와 투구를 벗어젖혔다. 여전히 앳되어 보이는 미끈한 얼굴이 드러났다. 알리테스였다. 바가반드 기사단 막내인 것을 고려해 네마냐가 자신의 깃발을 들도록 함께 데리고 다니는 중이었다.
“어? 응, 아니야. 어차피 여기선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는 이야기일 테고.”
말을 얼버무리면서 네마냐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전투로 달아오른 열이 가라앉고 마나는 몸속 깊숙이 숨어 버렸다. 찬 바람에 냉각된 갑옷이 무척이나 소름 돋게 차가웠다.
‘우레이미야가 우리와 직접 맞붙지 않으려는 게 전면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라 우회 공작을 위한 것이라면…… 큰일 나겠어.’
검은 숲을 지나면서 어째서 자꾸만 으스스한 감각이 드는지, 네마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정말로 우레이미야는 인간과 연합군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는 걸. 단지 좀 더 손쉽게 요리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 * *
“꺅-!”
“사람 살려!”
불길은 도시를 집어삼키고 영주의 관저마저 불바다로 만들었다. 밭과 과수원, 모든 터전을 버리고 숨었던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목숨마저 바쳐야 했다.
“으아악, 구원군은? 연합군은!”
“제발 좀 누가……크악!”
“통로를 막아, 어서!”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어느 영주관 내부의 문이 닫혔다. 육중한 빗장도 내걸렸다. 하지만 영상을 보는 누구 하나 그 빗장을 믿지 않았다. 성문이 버티지 못하는 적을 고작 빗장 하나가 막을 턱이 없다.
“누……누구, 연합군의 누구라도 좋으니 우릴 도와주시오! 영지가 멸망하오! 이대로라면……!”
―콰앙!
거칠게 무언가 찢기는 소리, 영상의 초점은 사라지고 시끄러운 소리가 잇따랐다. 사람의 외침은 비명으로 변해 사라졌고, 흐려진 영상구의 초점 앞으로 끈적한 액체가 흘러갔다. 그리고 무너진 석제 천장과 벽 앞으로 지나가는 녹색의 발자국들, 요란한 숨소리들.
“……이상입니다. 쉬라크의 자작령에서 들어온 마지막 통신이었습니다.”
영상 기록 담당관은 재생을 마친 영상구를 내려놓았다. 좌중은 충격으로 인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네의 얘기대로라면 쉬라크를 시작으로 각지의 후방 계곡으로 고블린 부대가 쏟아지고 있다, 그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국 보호령에 속한 쉬라크를 시작으로 다로니크, 차휘크 등 숱한 소영주들이 긴급 구원 요청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지랄났군.”
상황을 청취하던 니키타스 제독이 작전 시작 이래 처음으로 육두문자를 뱉은 순간이었다. 아쇼트 왕자의 군세가 궤멸당한 건 이제 충격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정말, 그런 방식을 택할 줄은…….”
우레이미야에 대해선 막연한 기억이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두려움 없이 광신적으로 달려들 줄은 네마냐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정도로 인간 연합을 결집했으니 당연히 ‘합리적’인 존재라면 두려움을 품기 마련이다.
“어떻게 대처해야겠소? 여러분들의 고견을 들려주시오.”
그러나 달리 누가 고견을 내놓겠나. 아직 인간들의 군대가 움직일 수 있도록 눈이 녹으려면 못해도 두 달은 더 기다려야 했다. 고원의 숱한 고갯길은 석 달이 지나도 녹는단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매복과 기습을 감수하고 느릿느릿 움직여 구원할 만큼 개개 영지가 큰 것도 아니다.
“난관이군. 그렇다고 잘게 부대를 쪼개어 움직이다간 역시 각개격파 당할 우려도 있고.”
우레이미야가 움직이는 원인은 단 하나다. 분명히 요전번에 페넬로파를 만났을 때 알 수 없이 중얼거리던 ‘계시’. 광신적인 움직임은 반드시 그것이 원인일 터였다. 그렇다면 적의 움직임을 막을 것도 역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띠링.
‘어이, 이제야 뜨는 거냐. 많이 기다렸다고.’
미션이 뜨는 것을 보고 재빨리 확인한 네마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광신을 자아내는 계시가 있다면, 이쪽도 그 계시와 반대되는 것을 만들어 내면 된다. 네마냐는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제가 한번 나서 보겠습니다.”
“……바가반드 경이 얘길 하니 뭔가 진짜 묘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군.”
정적 아쇼트를 구한 효과는 톡톡히 봤다. 원래부터 기본 장착하고 있는 「선구자」 칭호에 단순 대고블린 전투력 효과뿐만 아니라 다른 영주들과 우호도를 높여 주는 효과도 달린 것이다.
“저도 믿음이 갑니다. 말씀만 해 주시죠.”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젠 의심 따위 할 일도 없다는 듯, 집중하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네마냐는 그 야속한 인심을 속으로 한탄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성산(聖山)으로 가서 신성한 수호자인 키메라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적의 의지를 뒤흔들고 우리 군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내놓겠습니다.”
모두 네마냐의 입에서 나온 것이지만 작전이 시작되고 세 번째로 나온, 영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미 설득으로 모든 행동력을 소진한 네마냐는 어떤 스킬이 없어도 이번엔 자신이 가득했다.
- 148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