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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98화 (98/200)

98화

영지에 소집된 군대가 영주 나자리안 백작의 지휘 아래 바가반드를 출발하고 반나절 뒤. 바흐람 아르투니는 네마냐가 남긴 서찰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수비병이 연락을 보내왔다.

“정보대장님, 어떤 사람이 도시의 입구로 찾아왔습니다. 저희가 확인해 보니 영주님의 부탁으로 왔다더군요.”

“그래? 곧 가겠다.”

영주가 떠나며 다시 한적해진 건물을 떠났다. 바흐람은 갑자기 찾아왔다는 마법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요즘 실력 있는 마법사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을 텐데. 더군다나 영주께서 직접 안내를 부탁할 정도라면……. 유명한 사람일까.’

누가 뭐라 해도 이제 영주에 대해서만큼은 의심하지 않게 된 바흐람이었다. 자신들의 활용성을 이해하고 그걸 정보 습득의 도구로 자연스레 전환하는 발상, 그때까지는 제법이다라는 생각에 불과했다.

‘흠, 제법 씨알 좀 굵은 애송이 정도로 생각한 건 내 실책이었지. 대관절 무슨 생각을 하나 싶어도 앞을 내다본 큰 전략이었으니까.’

문을 밀고 나가자 차가운 공기가 살갗을 자극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 그 정도인가, 아직은. 어쨌든 때만 닿는다면 얼마든지 떠나도 좋다고 했으니까.”

정보대, 아니 외부에 공표된 그 이름 말고. ‘나샤와 해방단’은 네마냐의 수하 조직 외의 목적을 가졌다. 당장이야 어쨌든 네마냐와 함께 할 이유가 있으니 함께 할 뿐이다.

“아, 저기 정보대장님 오시는군요.”

“수고가 많군, 헤누크 경. 기사단장이 왜 영주님은 안 따라가고 수비대에 합류했습니까?”

“영주님의 명령입니다. 아르투니 경. 고블린이 준동을 시작했다니, 영지를 버려둘 순 없다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당장 며칠 동안은 괜찮을 거요. 더군다나…….”

바흐람은 말을 흐리면서 헤누크의 뒤에 선 멀쑥한 젊은이를 보았다. 강렬한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어 어디 유명한 기사단 출신인가 싶었지만, 화려한 문양으로 보아 그것도 아니었다.

“마법사……. 저 사람이랍니까.”

“아, 보셨군요. 인사하십시오. 우리 영지 정보대장 바흐람 아르투니 경입니다.”

상대방은 불쑥 문 안으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다.

“……?”

상대는 아무 말도 않았지만 바흐람은 얼결에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나는 정보대장 바흐람입니다.”

“반가워.”

말이 유독 짧았다. 바흐람은 살짝 의아했지만 차분하게 통성명을 이어 나갔다.

“영주께서 초빙하신 마법사라는 이야긴 들었습니다만, 성함을 모르겠군요. 혹시 이름이……?”

“이……름?”

잠시 헛기침과 함께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젊은 마법사는 자신의 이름을 내놓았다.

“키마라스, 키마라스라고 해.”

“귀족……은 아니군요. 다른 곳에서 오셨습니까? 에데시온 마법대학 출신이란 건 영주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에데시온? 아, 그랬지.”

자기 이름과 출신학교를 이야기하는 데도 어딘지 어설픈 마법사였다.

‘사막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허당인 건가.’

물론 새벽부터 들이닥쳐 영주와 공부시간을 갖는 하라드를 생각해 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그보단 어서 가시지요. 다르빌 일대를 점검하고 싶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으응, 그랬지. 우리 둘이서 가는 건가?”

“필요하시면 호위대를 더 데려갈까요? 하지만 정보대원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냐. 차라리 사람이 적은 게 낫겠어.”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흐람은 수상쩍게 여겼던 상념은 지워 버렸다. 복수와 의무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자신의 신조다. 미리 신호를 넣어 둔 병사 하나가 말 두 필을 끌고 다가왔다. 고삐를 하나 잡아 마법사에게 들이밀었다.

“타고 가시죠.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셔서 저희끼리만 움직이도록 짰습니다.”

“음.”

이제 좀 인간다운 모습과 말투에 익숙해진 키메라, 아니 마법사 키마라스는 고삐를 넘겨받았다. 변형을 했어도 그 마나를 느낄 수 있는 말은 흠칫했다.

‘안 해칠 테니 가만히 있어 봐, 이 녀석.’

애써 갈기를 쓰다듬으며 키마라스는 말을 진정시켰다. 조금 흥분한 듯 푸르릉대던 말이 조용해졌다. 바흐람이 여전히 무미건조하지만 나름 관심을 보이는 말을 건넸다.

“오, 말을 제법 다루시나 보군요.”

“……혼자서 다닐 정도는 할 줄 알지. 그럼 이제 그만 가 볼까?”

두 사람은 말 위에 오르더니 이내 쏜살같이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두 점이 막연하게 작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헤누크는 이상한 일이라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나는 두 사람치곤 아주 해괴한 조합이긴 하군. 하나는 목석이고 하나는 대인관계가 서투른 양반이라니. 얼추 어울리는 것도 이상한 것 같다만.”

저 새로운 콤비가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는 헤누크 자신도 미처 상상할 수 없었다. 어설퍼 보이는 조합이 때로는 난국의 돌파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 * *

“핫!”

아주 짧은 순간 공중의 공간이 몇 개로 갈라지는 착각을 일으켰다. 맞은편의 기사는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땅바닥을 굴렀다.

“그만, 그만! 졌습니다. 역시 검호로 전해진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는 건 알았습니다, 전하.”

“……아.”

“단장님! 오라 쓰셨습니까?”

클로루스가 기겁을 하며 훈련장으로 달려 들어왔다. 엘레나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손을 상대편 기사에게 내밀었다.

“경황이 없어서 오라를 방출해 버렸네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지만 기사는 엘레나가 내민 손을 외면하며 일어났다. 엘레나는 민망해진 손을 거두며 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 송구합니다. 아무래도 공주님 손을 기사로서 덥석 잡는 건 좀…….”

“괜찮습니다. 왕국 안에서는 밖과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단 건 잘 알고 있으니까.”

국왕의 제1계승권자이자 공주인 엘레나 바난드.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신관회 기사단으로 들어간 게 벌써 1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운명은 다시금 상황을 원래대로, 아니 더 혹독하게 바꾸고 있었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마음이 혼란스러우신 것 같습니다만…….”

“그러게. 관심도 없었던 왕위 때문에 돌아올 생각 없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내전의 책임자까지 되고 말이지. 운명이란 벗어날 수 없는 건가 봐.”

필로칼리스의 견장을 바로잡아 준 뒤, 엘레나는 기사에게 물러가도 좋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클로루스는 보고사항이 있다고 알려왔다. 필로칼리스가 건넨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말리면서 엘레나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 클로루스. 원래 찾아올 시간이 아니라서 무슨 일인가 했지. 보고할 얘기란 게 뭐지?”

“단장께서 연락하신 아야크 자작, 할리크 남작 그리고 자리샤트의 길드 마스터 말입니다.”

“응, 대답이 도착했어?”

“세 분이 모두 도착하셨습니다.”

“……빠르네, 역시. 그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거운 궁둥짝을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바난드의 급변하는 상황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눈썹 하나도 꿈쩍하지 않던 사람들을 움직였다. 왕족의 일원이기도 한 아야크와 할리크의 친척들이 움직이는 건 엘레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아쇼트 왕자에게 넘어간다니 좋아하다가 펜자르크에게 넘어가게 생긴 거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겁니다.”

“바라스바치스 경.”

바바스가 관목 뒤쪽의 길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관복을 입은 채 뒷짐을 진 태수가 손으로 입을 막곤 헛기침을 뱉더니 다가왔다.

“그러게요. 애초에 자연스레 아쇼트에게 기회를 넘겨주려고 기사단으로 나가 버렸던 건데, 참…….”

“욕심에 눈이 먼 것이죠. 왜 외부 기사단으로 나갔는지는 모르겠고, 화려한 활동은 가득했으니 그게 이상한 마음을 불어넣었나 봅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바바스는 좀 더 신중한 모습으로 엘레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전하께서는 결정하셨습니까?”

“…….”

결심을 다시 촉구해 오는 바바스. 엘레나는 한숨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문제 자체가 나에 대한 조야의 불신에서 시작된 겁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내가 기존 주장을 엎고 왕위 계승권을 요구한다니……. 그건 정말 내전으로 이어질 거에요.”

“이미 불가피한 상태란 걸 아시지 않습니까. 펜자르크가 금기로 되어 있는 적마정석을 건드린 이상, 무조건 전쟁은 일어납니다.”

“두 전선에서 싸울 순 없어요. 어디까지나 내 최대의 관심사는 고블린 전쟁이니까.”

“바난드가 없다면 그 고블린 전선은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평행선이었다. 양쪽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일 수 없는 것도 맞고, 바난드의 상황을 버려 둘 수 없는 것도 맞았다. 이미 선제공격을 당한 상태이긴 하지만, 엘레나가 최대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다.

“일단, 손님들을 접견하도록 하죠. 펜자르크를 억제하면서 아쇼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제1 왕녀라는 이름은 기꺼이 버릴 수 있으니까.”

여자 상속에 대해서 제국처럼 이제는 관대한 곳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하야스단에선 경기라도 들린 것처럼 거부의 대상이었다. 바바스는 이제 포기가 습관이 된 공주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가시죠, 일단.”

* * *

“엘레나가 왔구나! 건강했느냐.”

“호바니샨 자작님, 오랜만입니다.”

“이 녀석, 서운하게 그렇게 대하면 쓰나. 어릴 적부터 너희 자라는 걸 봐 왔던 사람인데. 여하튼, 고생이 많았다.”

“그래. 자작의 말씀이 타당하시다. 우리에게만은 편하게 대하거라. 말도 못 했을 텐데.”

“나바자르트 숙부님.”

바난드의 서쪽이나 마탑의 남동쪽엔 아야크 자작령이, 왕국 북쪽엔 할야크 남작령이 있다. 둘 다 산기슭에 있는 중간 크기의 영지다. 두 영주 모두 국왕 하코브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나나 호바니샨이나 비록 모친은 다르다지만, 역시 왕가의 사람. 애초에 바난드가 아니라 미크라야크를 지지했던 펜자르크가 개입된 걸 두고 볼 순 없지.”

“감사합니다. 아버님도 억류된 상황에서 두 숙부님의 도움을 받으니 한결 안심이 됩니다.”

엘레나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남은 손님 한 명에게로 다가섰다. 상업으로 번창하는 자리샤트 공화국 대표였다.

“설마하니 공화국 통령께서 직접 방문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트르다티얀 각하.”

“놀라셨겠군요. 하지만 아니온이 있는 물줄기는 우리 공화국에도 중요한 생명줄이랍니다. 거기서 장난을 벌이는 자들을 가만히 둘 순 없죠.”

엘레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만 끄덕했다. 왕국 내부의 일로 이미 다른 영지를 끌어들이게 됐으니, 그 책임은 사뭇 컸다.

“일단 앉으실까요.”

“흠, 흠.”

세 손님이 정갈하게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트르다티얀 통령이 너스레를 떨었다.

“오는 길에 슬쩍 전하의 검술 대련을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대단한 실력이더군요. 하코브 전하께서도 젊었을 적에 그런 느낌이지 않으셨을까 했습니다.”

“에이, 하코브 형님은 과장된 소문이 많다니까. 사실 실력으로만 따지면 바누라트 작은 형이 더했지.”

가만히 두었다간 검술 실력 썰 풀이로 온종일 떠들 태세였다. 엘레나는 가만히 앉아 세 사람을 유심하게 지켜보았다. 빠르게 그 눈길을 눈치챈 호바니샨이 헛기침으로 다른 두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아, 그래. 우리가 너무 흥겨워서 딴 길로 갔군. 지금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지.”

“감사합니다, 작은 숙부님.”

“그래서, 어떠냐. 네 생각은. 내가 궁금한 건 너의 생각이다. 지금 상태에서 어떻게 할 생각이고, 우리가 어떤 도움을 주길 바라는지.”

“그렇습니다. 그래야만 저희가 도와드린다고 해도 필요하신 걸 드릴 수 있겠죠.”

통령이 거들고 나섰다. 엘레나는 다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왕위 계승에 대해선 욕심이 없습니다. 다만, 아쇼트를 펜자르크와 떨어뜨리고 왕국의 통일을 지켜야 할 뿐입니다.”

“그래, 맞는 판단을 내렸구나. 여성 상속은, 명분이야 어쨌든 왕국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으니까.”

나바자르트 자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호바니샨은 콧방귀를 뀌었다.

“형님은 또 그놈의 상속법 타령이시오? 저렇듯 판단력이 떨어져서 앞뒤 모르고 날뛰는 애송이에게 왕권을 넘기겠다니.”

“아우, 상속법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야 제국 유학이라도 다녀왔지, 귀족이나 백성들은 여전히 여성 상속이라면 큰일 날 줄 안다니까.”

“쯧, 어쨌건 나는 아쇼트 그놈은 못 미더워서 계승권을 인정 못 하겠소.”

“에휴, 우리 반대가 무슨 소용이라고. 우리가 왕실 사정에 개입하는 건 암피에르 조약 위반으로 비칠 수 있단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나바자르트의 발언은 현실 그대로였다. 바난드의 여전한 중추를 장악한 귀족들, 외부의 왕실 개입을 규제하는 암피에르 보호 조약까지.

“명분과 현실의 논쟁으로만 비추게 되면 아마 논쟁에 끝이 없을 겁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조건만 찾는 건 의미 없다고 봅니다.”

“주어지는 조건…….”

통령이 툭 내던진 이야기에 엘레나는 관심을 보였다. 다른 두 사람도 혹한 모양이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나서자는 말씀이신가?”

“말이야 좋다지만, 어떻게?”

두 영주의 물음에, 통령은 엘레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공주께서 결심을 내릴 만한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고 봅니다. 당장 지금 든든한 지원군이 바가반드에서 오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미 세력으로는 반반의 형국입니다.”

“바가반드……. 그 젊은 애송이 백작 말이군.”

나바자르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장탄식을 발했다. 현실을 계속 강조해 온 그였지만, 바가반드는 미처 생각 밖이었다. 만약 그 힘을 고려한다면 어떻게, 무엇이 달라질까.

“조건과 명분, 당위를 모두 제외하려무나. 정말 궁금한 건, 네 생각이다. 너의 뜻.”

처음부터 엘레나의 상속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전제해 둔 호바니샨 남작은 책상을 짚으며 슬쩍 일어섰다. 그러곤 엘레나의 진심을 물었다.

“만약, 정말로 모든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 물러서기도 나아가기도 마찬가지가 된다면, 그때 너의 선택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여전히 대전쟁을 앞두고 아쇼트가 적합하다고 보느냐.”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한 불충분한 타협, 그것이 고블린 전쟁이란 최종 목적에 적합하냐는 물음. 엘레나는 그 앞에서 말문이 턱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확고했다고 생각한 소신은 그 순간 공백이 되어 버렸다.

“저는…….”

그 순간, 어째선지 네마냐가 떠나던 날, 자신을 붙잡고 보여 주었던 진지한 눈빛이 떠올랐다.

‘네가 건넸던 이야기는 결국 그런 점을 모두 헤아렸던 걸까.’

정해진 답이란 없는 것이었다. 옳다고 생각한 것을 선택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고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불안한 감정은 조금 진정이 되었다. 엘레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결정했습니다.”

왕국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한마디였다.

- 99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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