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91화 (191/200)

# 191

68장 - 상담사의 악 (3)

“……뭔 개소리야. 어이가 없네요.”

이가을은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닫았다.

더는 한마디도 하기 싫다는 듯이.

돌처럼 굳은 입매를 바라보며, 나는 아브라함을 생각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기록되기로는 “자손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으리라”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세계 4대 종교 중 둘인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그의 이름을 따 ‘아브라함계 종교’라고 불리고 있으니까.

이 아브라함은 ‘야훼’라 이름을 밝힌 중동 유일신의 도덕률을 관통하는 인물이다.

유명한 소돔의 멸망이 그의 대였던 까닭만은 아니다.

신이 “네 조상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 칭할 정도로 유명한 선지자인데도, 의롭다기보다는 비겁한 존재였던 탓이다.

아브라함은 두 차례나 아내를 팔았다.

한번은 파라오에게, 한번은 아비멜렉에게.

그는 자기 아내를 탐내는 왕들 앞에서 그저 이복누이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비록 거짓말은 아니었다지만, 지금 기준으로나 그 당시 기준으로나 영웅이라 할 만한 인물은 결코 못 되었다.

그러나 야훼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신은 거짓말쟁이의 기도를 듣고 파라오에게 저주를 내렸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낭패를 본 파라오는 피해자도 못 된다.

그는 믿지 않았으니까.

아브라함은 믿었으니까.

그 유일신이 인정하는 미덕은 그것뿐이었다.

아브라함계 신도들에게 현세(現世)는 잠시 머물다 가는 곳.

믿음이 있고 신의 계명만 지킨다면, 선과 악 따위 인간적인 가치들은 하등의 의미가 없다.

……그야말로 끔찍한 셈법이지.

오직 현세를 훌륭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신실한 아브라함계 신도들은 근본적으로 ‘트롤(방해꾼)’이 되기 쉽다.

그저 내세(來世)만이 관심사인 이들이기에.

조별과제에 학점 관심 없는 학생이 끼는 격이었다.

십자군 전쟁이나 식민지 수탈의 역사도 마찬가지.

그들에게는 그 모든 일이 그저 ‘전도’다.

신을 빛내기 위해서라면 인륜은 저버려도 좋다.

그 가장 명백한 상징이 아브라함의 아들 공양이었다.

신은 그의 믿음을 시험하고자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 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이삭 또는 이스마엘을 제단에 올렸고, 하나뿐인 아들을 바친 신도에 신은 크게 만족했다.

아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사악한 부친인데도.

결과적으로 머리카락 하나까지 온전했고 도리어 축복을 받았다지만, 내게는 조금도 공감할 수 없는 미덕이었다.

그야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상담사 역시 같다.

우리도 내담자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왜곡된 인지를 바로잡고 내적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향을 함께 고민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는 관념적으로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신은 구원을 약속하며 믿음을 요구한다.

상담사는 평온을 약속하며 라포를 요구한다.

격의 차이를 제외하고 보자면, 꽤나 닮은 메커니즘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본질적으로 신과 다르다.

심판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주앉은 채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그친다.

그 과정에서 심판이나 구원이 느껴졌다 해도, 그것은 오직 내담자 스스로 이뤄낸 변화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신과 상담사는 상극일지도 모르겠다.

상담사에게는 역으로 내세가 중요치 않으니까.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세상은, 오직 현세뿐이다.

나는 아들을 제단에 바친 아브라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 행동은 악하다.

악한 행동을 조장한 신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불경한 생각 탓에 끝내 지옥에 떨어질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선하고 악한 인간뿐이다.

나는, 이가을을 사랑한다.

나를 납치해 조종하고자 사람을 불러모은 마녀일지라도.

그 끝에 내가 죽는다 해도, 나는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

「 [환상의 수용]을 사용합니다 > ‘상담사’ 」

[완전한 공감]과 함께 계속해 시도했던 기술.

대상을 목숨이라도 바칠 만큼 사랑해야만 발동하는 [환상의 수용]은, 마찬가지로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내 딸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던 인물이기에.

아들을 신께 바친 아브라함과 달리, 나는 그 어떤 경우에도 딸을 위험에 처하게 둘 생각이 없기에.

그렇지만 이가을은……

아브라함 같은 양친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이삭은……

내게는 그녀 역시 딸이나 다름없다.

「 ‘이가을’의 처지가 수용됩니다. 」

지속해 실패하던 NBSC의 마법.

그것이 마침내 성공했다.

*

이가을의 양친은 보편적인 사람들이었다.

부친의 수입은 세후 연 4천 정도고, 모친 쪽은 주부.

맞선을 통해 결혼했지만 서로를 아끼는 잉꼬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쌍둥이 딸이 태어난 뒤로는 하루도 웃음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 딸들이 세 살 무렵이었다.

수도권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이사한 뒤, 모친이 아파트 단지 내 주부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임의 멤버 6인은 전부 영원교 신도였고.

모친은 4년제 대학을 나왔으며 예쁜 딸들을 양육하며 하루하루 건실하게 살아가던 인물.

그렇지만 가족을 제외하곤 가장 자주 만나는 세 명이 입을 맞춰 마인드컨트롤을 시도하자, 마음의 틈이 벌어졌다.

어린 시절 난치병으로 고생했던 기억.

그 건강하지 않은 유전자가 아이들에게서 발현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 등이.

영원교는 분명 이단이다.

그러나 성경에 기반해 교리를 꾸린 기독교의 일파.

유일신이 실재하다면 그는 야훼일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성경 자체를 무작정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영원교 신도들은 종파 대신 성경을 이야기한다.

성경공부를 해서 삶을 윤택하게 하자고.

기도로 아이들이 방황 없이 건강하도록 돕자고.

그렇게 하면 가족이 영원히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평생 들어보기 힘든 칭찬도 해준다.

동생은 마음이 정말 깨끗한 것 같아, 이렇게 빨리 배우는 거 보면 신학자 했어도 됐겠다, 네가 함께해줘서 좋아……

철저히 가식적인 입발림이다.

친자매처럼 관심을 쏟으며 좋은 말만 해주는 것은, 피해자가 신도들에게 인간적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정지작업.

관계가 탄탄해지고 나면 그들은 낯빛을 바꾼다.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어떡해, 동생도 우리랑 같이 성경공부 센터에 나가야지, 좋은 강사님들도 만나야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세뇌(brain washing)가 시작된다.

그보다 더한 모순이 있을까.

영적인 구원을 얻자면서, 세뇌의 수단은 인간관계.

하지만 언제나 따뜻한 관계를 갈구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인지라, 자기 의심을 자기 스스로 불식하고 만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악당이라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이가을의 모친은 그렇게 영원교도로 재탄생했다.

더없이 애정 깊은 엄마였지만, 영원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그렇기에 땅거미보다 빠르게 스며들었다.

다음 타깃은 구출자가 될지도 모를 그녀의 남편.

딸들이 다섯 살이 되던 해, 그렇게 부부 신도가 완성됐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볼 때는 해괴한 현상이다.

과정이 아무리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해도, 지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인간이 그토록 쉽게 세뇌에 당하다니.

나라면 안 당할 텐데 답답하다며 탄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의 창은 분명 대다수의 인간을 꿰뚫는다.

방어에 적절한 환경이었기에 접근을 차단할 수 있었을 뿐이지, 내가 대단해서 공격자들을 방어해낸 것일 리야.

인간의 이성은 스스로의 생각처럼 단단하지 않다.

마약과 동류라고 생각하면 적당하리라.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탐닉하는 동안에는 행복하다.

속을 알 수 없어 무서운 속세보다, 광신적인 사이비 신도들의 세상이 정서적으로 훨씬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본능이 자아를 기만하기 시작한다.

저기 있으면 되게 좋던데? 안 그래? 의심하지 말자. 받아들이자. 응? 얼른 가서 속자. 행복해질 거야. 자, 레드 선……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는 단계까지 가면, 그때는 몸도 마음도 재산도 노동력도 그저 신을 위한 것이 된다.

가족까지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까지도.

이가을은 열세 살 무렵에 제단에 바쳐졌다.

첫 하혈의 피를 제사장의 성스러운 신체로 닦아내야 한다는, 영원교의 비밀스럽고 기괴한 교리 때문에.

7년차 이상의 구역장들만이 공유하는 이야기다.

그것을 그들은 ‘아브라함의 제단’이라고 불렀다.

근본적으로 남아와 여아가 뒤바뀐 해괴한 관습.

신도들 중에서조차 그 교리에는 반발하는 축이 없지 않았지만, 이가을의 부모는 그 소수에 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장녀는 그날……

*

“뭐 해요? 어디 안 좋아요?”

슬슬 불쾌한 기억에서 벗어난 듯한 이가을의 부름.

그렇지만 내게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녀를 악마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기억들이, 스며든다.

물론 [환상의 수용]은 그저 상상만을 제공할 뿐이다.

그 모습을 시각적으로 추체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얼굴을 움켜쥐고 숨을 골라야 했다.

그날의 이가을이, 내 딸보다도 어렸기에.

대체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그런 짓을……

“저기요? 별 웃기는 아저씨네. 신 얘기는 됐고, 내기나 빨리 정하죠. 내가 이기면 이것저것 설명해주겠다고 했죠? 그런데 어떡하나? 전 그걸로 끝내기 싫은데요? 그쪽, 이용할 거예요. 지면 내 직속으로 영원교에 들어와요. 지금 당신…… 거의 30만 명이 따르는 교주잖아요? 말도 잘하고, 공신력도 있고. 그런 사람이 내 밑에 들어오면 일이 참 편할 거야. 이단이니 하는 소리 그만 듣고 메이저 종교로 올라설 수 있겠죠.”

……그야 NBSC의 힘은 사기꾼에게도 적절한 것.

라포를 형성하고 심층의식을 파헤치는 초능력을 적극적으로 써먹는다면, 금세 영원교 이상의 교세를 이룰 수 있으리라.

실제로 ‘꼰마신교’ 같은 드립도 성행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래본들 메이저 종교가 될 수는 없다.

종교의 근본인 권위가 부족한 까닭.

그러나 이가을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재림예수. 당신을 그렇게 포장할 거예요. 지금까지는 인간의 육신에 얽매여 스스로를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렇지만 성모마리아의 화신인 나를 만나 자기 영성을 깨닫게 됐고, 그래서 복음을 전파하고자 하나뿐인 진짜 성전인 영원교를 지원하게 됐다고 말하는 거예요. 적어도 100만 명쯤에게는 먹힐 논리죠. 멍청한 인간이라면 질리도록 많은 세상이니까.”

재림예수라니.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소리지만……

어쩌면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

나 스스로 평범한 인간이라고 강변하는데도 끝끝내 신이라 믿는 아이까지 있는 실정이니.

“즐거울 거예요. 장담해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테니까. 신도로 들어온 사람들은, 당신 마음대로 해도 돼요. 이쪽 교리는 잘 모르시겠지만…… 여긴 그렇거든요. 현세의 모든 인간적인 관념은 전부 마귀가 심어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본능에 따라서는 안 되는 거죠.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범해도 돼요. 일부일처제는 신의 뜻이 아니니까. 복음에 반하는 자들은 사고사로 처리해버려도 돼요. 신에게 감히 저항한 마귀니까. 여긴 그 모든 것이 가능해요.”

“부모가 보는 앞에서, 딸을 범할 수도 있겠군요.”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죠.”

“내가 딸이 있어서 묻는 말입니다.”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2년 안에, 제가 당신을 제사장으로 만들 거예요. 교주의 가족이라면 신과 다름없죠.”

“그렇군요. 성녀라 불리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저요? 절 원해요? 하하. 저도 당신 게 되겠죠.”

격장지계는 잘 먹혀든 듯했다.

처음에는 읽기 힘들었던 이가을이지만, 아브라함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표정으로 뿜어내고 있다.

달콤한 약속이 전부 거짓말임은 그래서 명백하다.

내기에서 패배하는 순간, 가족은 인질로 붙잡히고, 나는 마녀의 꼭두각시로서 교세 확장의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악마의 유혹.

이가을은 나를 무저갱으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세뇌에 자신이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번 일에 한해서는, 내 쪽이 악마일 것이다.

“그렇게 호의적인 조건을 걸어주셨으니, 보답해야 되겠지요. 내 조건은 하나입니다.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뭐요?”

“사람을 사랑해주세요. 어리석고 사악한 인간을 용서해주세요.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그 모든 사람다움을 이해해주세요. 결코 그들이 악마가 아님을, 알아주세요.”

“내가…… 개소리 말라고 했을 텐데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

나는 그 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은 싸이코패스의 것이 아니며, 악마의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랑이 많았던 한 아이의 울부짖음이었다.

“인간은, 씨발 인간 새끼들은, 네? 다 뒈져야 돼요. 알아요? 그 새끼들은, 존재할 가치가 없어. 그냥 돼지처럼 꿀꿀거리며 사료나 처먹으면 돼요. 그래야 돼. 그 와중에 댁처럼 지가 소크라테스인 줄 알고 이러쿵저러쿵 그럴싸한 소리 지껄이는 놈들은? 사지를 찢고 열흘 굶긴 뒤에, 지 딸년 육신을 잘라 먹이면 돼요. 그거면 깨닫게 되겠죠. 나란 새끼가 개돼지만도 못한 쓰레기구나. 인간은 다 뒈져야 마땅한 존재구나.”

“……죽어 마땅한 인간은 없습니다.”

“다 뒈져야 돼요.”

“없습니다. 당신을 포함해서.”

“하하. 내 동생 꼴 보면 그런 말 안 나올걸?”

“나옵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지켰잖아요.”

“……뭐요?”

“어째서인지 한 달쯤 먼저 생리 시작한 이겨울을, 이가을이 지켰잖아요. 몰래 생리대 사오고, 사용 뒤에는 하나하나 봉지로 묶어 바깥에 내다 버리고. 그렇게 지켰잖아요. 가을 씨 스스로 희생했잖아요. 쌍둥이의 영혼은 하나라고 말하는 영원교에서…… 아브라함의 제단에 오르는 것은 한 명뿐이니까.”

작고 흰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당신 뭐야? 어떻게……? 진짜…… 신?”

“신은 아닙니다. 일단 내기는 성립된 것 같군요. 이제 사무적인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내가 디프로그래밍해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겠지요. 이겨울. 그 아이를 만나게 해주세요.”

“당신, 뭐야!”

“소리 지르지 말아요. 신도들이 보고 있잖습니까. 다음 안건입니다. 가을 씨가 세뇌할 사람은 정했습니까? 미성년자는 곤란합니다. 마음에 구멍이 뚫린 내담자들 역시 안 돼요.”

“……그럼 한 명밖에 없네요. 당신 마누라.”

내 아내 진주희는……

평생 그 어떤 시험에도 들지 않아야 할 사람인데.

내가 영원토록 지켜줘야만 할 소중한 존재인데.

그렇지만 다른 관점에서, 진주희는, 신이다.

내게는 그렇다.

박대민의 모든 세상을 뒤바꿔준, NBSC 이상의 축복이다.

그런 그녀에게 감히 세뇌를 하겠다고?

“방식을 결정하지요. 기간은 단 일주일입니다. 내일 저녁 각자 내담자를 만납시다. 강압은 불가. 위해도 불가. 오직 대화만이 가능해요. 그리고 일주일 뒤에 그들 두 사람이 마주보게 하는 겁니다. 그때 그들이 영원을 이야기할지, 아니면 순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지, 그것으로 결말을 내도록 하지요.”

“……일주일이면, 좀 짧은데.”

“마인드컨트롤도 그렇겠지만, 디프로그래밍이 더 심해요. 11년 동안 세뇌된 사람이 일주일 안에 변하리라 봅니까?”

“……그런데도, 내가 당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습니까? 뱀의 꾐에 넘어간 것 같나요?”

나는 환하게 웃었다.

에덴에서 신의 자녀들을 꾀었던 사탄처럼.

상담사의 악이, 이가을을 죽일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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