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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20화 (완결) (320/325)
  • 320화. 피날레 (3)

    러시아 모스크바에 쏟아지는 눈덩이와 함께 폭탄이 낙하하고 있었다.

    이런 추운 곳에서 불구경을 할 줄이야. 하지만 그 장경이 워낙 멋있어서 나는 순간 넋을 놓고 봤다.

    “대통령님. 조금 더 뒤쪽으로 물러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경호실장은 발을 동동 구르며 내게 뒤로 물러날 것을 청했지만, 나는 말없이 전투기에 폭격당하고 있는 세이프 하우스를 지켜보았다.

    로이 루스테는 다니엘 로페즈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방어 체제에 들어갔다. 자신이 운용하고 있는 모든 카르텔 조직원들을 모았다는 건데, 오히려 내게는 고마운 일이 됐다. 차라리 저들과 함께 다른 곳에 숨어버렸으면 찾는 게 골치 아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이는 숨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당당히 나섰다. 그리고 난 그 위에다 폭격을 가하는 중이고.

    탱크 10대, F-16 전투기 다섯 대, 헬기 10대, 특공대 1,200명.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며 나는 순식간에 로이의 세이프 하우스를 덮쳤다. 이윽고 나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모두 정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 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로이 루스테는 특공대가 잡아올 겁니다.”

    “아니, 내 눈으로 저 안을 봐야겠어.”

    난 경호실장의 우려를 뿌리치고 세이프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폭격으로 인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조직원들. 이들은 한때 내게 충성을 다하며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해온 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다.

    로이가 운용하는 카르텔들은 모두 베리칩을 맞고 있지 않아 정부의 추적이 어렵고 로이 루스테도 베리칩을 맞고 있지 않아서 사실상 추적을 하는 데에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로이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차라리 게릴라전으로 갔으면 우리가 추적하는 데에 꽤 시간이 걸렸을 텐데 말이다. 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왔어, 워커?”

    지하 벙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로이는 소파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처음부터 알았다는 것처럼.

    “한잔해. 미리 따라놨어.”

    내가 웃으며 소파에 앉아 잔을 들려 하자 경호원들이 날 제지했다.

    로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에게 핀잔을 주었다.

    “내가 독이나 타는 찌질한 놈인 줄 알아?”

    난 로이의 말을 믿었다. 그 증거로 잔에 있던 술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로이가 가지고 있는 술은 참 깊은 맛을 자랑한다.

    “도망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을 텐데……. 왜 안 가고 남은 겁니까? 다니엘 로페즈가 잡혔다는 소식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들었을 텐데요?”

    “그렇게 말하는 너야말로 다니엘 로페즈랑 동시에 날 잡아도 됐잖아? 충분히 기회가 있었을 텐데?”

    서로 주고받았다. 나는 조금 더 로이의 진심을 듣고 싶었다.

    몇 번 잔이 오가면서 취기가 올랐는지, 로이는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난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단지, 시기가 문제였지. 네가 황제처럼 세계 정부를 이끌려면 나랑 다니엘은 위협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이럴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저와 손을 잡았다는 겁니까?”

    “맞아. 난 네가 신이 되어 이 세상을 군림했으면 했거든. 그게 내 목표였고. 생각해 봐. 킹메이커가 아니라 나는 갓메이커가 된 거야. 왕을 만든 게 아니고 신을 만든 거지. 내 목표는 이루었으니, 다른 건 솔직히 상관없어.”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의 이상에 너무 빠져 있다고 해야 할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참 오랫동안 함께해 왔잖아. 덕분에 난 즐거운 구경을 많이 했어. 워커랑 같이 있으면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가 않았지. 그런 재미를 충분히 즐겼으니, 지금 죽인다고 해도 원망은 하지 않아. 다만, 온 세상 사람들이 워커를 신으로 추대하며 네 앞에서 무릎 꿇고 경배하는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

    로이는 이미 상상으로나마 그 장면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전 로이를 죽이려 온 게 아닙니다.”

    그 말에 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죽이려 온 게 아니라니. 다니엘도 죽인 거 아니었어?”

    “아니요. 처음부터 두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니엘 로페즈는 지금쯤 모든 직위를 해제당하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도 전부 제거하거나 아니면 우리 쪽으로 섭외했을 겁니다.”

    “바닥으로 보내 버렸다는 거네?”

    “예, 굳이 목숨을 가져갈 필요는 없지요. 바닥으로 보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강제 노역을 시키거나 그러진 않을 겁니다.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게 조치를 취할 뿐이죠. 거기에 험준한 감시를 받으면서요.”

    “하하하!”

    로이는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역시, 항상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걸 생각해 낸다니깐. 그럼, 나도 어디 넓은 집에 갇혀서 편하게 남은 여생을 보내면 되는 건가?”

    “예, 이제 이 세상에 마약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우리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마약을 썼지만, 세계 정부에게 마약은 해악일 뿐입니다. 그래서 카르텔 조직원들도 더 이상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알아. 그래서 내가 일부러 내 조직원들을 여기다 모아놓은 거야. 한 번에 다 쓸어버리라고.”

    역시, 그랬던 건가.

    왜 로이가 조직원들을 한곳에 모아둔 건가 했더니, 날 위한 일이었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이 사람은 날 위해 모든 걸 바치는구나.

    “정말 절 원망하지 않으십니까?”

    “응? 전혀. 오히려 고마운데? 노후를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아! 대신, 술이랑 여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야. 그거 없으면 확 자살해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여전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알겠습니다, 로이. 원하는 대로 전부 해드릴게요. 그리고 가끔 다니엘과 술친구나 하세요. 아무래도 그 친구는 자신의 자리에 내려온 것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으니까.”

    “뭐……. 다니엘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제2대 세계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 거야. 차라리 지금 자른 게 잘한 거라고 봐.”

    순간 내 마음이 흔들렸다.

    오로지 날 위해 모든 걸 다 바치는 사람을 이대로 보내도 괜찮을 걸까?

    하지만 난 마음을 다 잡았다. 지금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로이는 내게 실망할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무자비하고 막강한 신을 만들고자 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그럼, 로이.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래. 전투기에 헬기, 거기다가 탱크까지. 이보다 더 안전한 경호가 없겠지.”

    나는 로이와 함께 밖으로 나와 수천 명의 경호 인력과 함께 차에 올랐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쉴 새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쌓여 있던 이야기들을 모두 나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까지.

    로이는 자신의 거처에 앉아 내가 이 세상의 신이 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잠에 들었다. 난 그의 뜻을 이뤄 줄 생각이다.

    * * *

    “이건 새로운 혁명입니다, 대통령님.”

    예전부터 물색을 해온 엘리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발명품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시황 때부터 모든 인간이 그토록 갈구하던 그것.

    ‘불멸’

    오직 신에게만 허락되었던 그 권한이 드디어 인간에게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프로토타입을 실험해 본 결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무려 92살의 노인에게 새로운 신장과 피부를 이식했더니, 보십시오. 20살에 못지않은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려 수십조 원이 투입된 연구다. 보통 때 같았으면 몇 십 년은 족히 걸릴 실험이지만 우리는 수만 명을 인체 실험에 동원했다. 그로 인해 수십 년이 걸릴 실험이 단 5년 만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아직 부작용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외모가 변형하는 문제점이 있어서 이것도 차차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만약 큰 병에 걸린다고 해도 걱정 없습니다. 이미 모든 구조를 파악해 두었고 원한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교체할 수 있어요.”

    다만 이 불멸을 가능하게 하려면 그에 따른 대가가 필요하다.

    “저 정도의 신체를 만드는 데에 몇 명의 사람이 필요했습니까?”

    “사람마다 워낙 구조가 달라서요. 보통 한 사람당 25명의 실험용 인체가 필요합니다.”

    25명이라.

    25명의 목숨으로 한 사람이 불멸의 인생을 살 수가 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장사가 아닌가?

    “실험은 계속 진행하세요. 부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잡아내야 합니다. 완전무결해야만 제가 수술대에 오를 수 있어요.”

    “예, 대통령님.”

    이들 과학자들은 윤리라는 것이 없다. 오히려 이런 실험을 반기고 있다.

    인간의 목숨을 걸고 하는 실험만큼 뛰어난 진보를 보이는 것이 없으니까.

    이제 나는 불멸의 인생을 살 수가 있게 되었다. 적당한 시기 때마다 25명의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의 불멸을 보고 내가 정말 신이라고 생각하게 될 터.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교육을 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세뇌 교육을 위한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 북한 김씨 일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 정부에서는 새로운 교과서를 내놓아 아이들 때부터 철저한 세뇌 교육을 시작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TV 광고와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김태산이 곧 이 땅을 구원한 메시아라는 세뇌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몇몇 깨어 있는 사람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두고 봐라. 계속된 미디어 세뇌에 노출되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세뇌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날 신으로 떠받들게 될 것이며, 내 말이 곧 하늘의 말이 될 것이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전 세계가 중계하는 생방송으로 강당 앞에 섰다.

    “세계 정부가 창설된 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체제를 완전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으며, 테러 조직 섬멸과 바이러스 퇴치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어떤 전쟁과 테러로 우린 다치지 않을 겁니다.”

    세계 정부 의회에 모인 의원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우리가 목표했던 완전한 평화가 이 땅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현재 우리는 세계 불치병들을 하나씩 정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탐사선을 쏘아 올리게 됩니다. 세계는 하나가 되었고,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도 위대한 황금시대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놀라운 지성은 조만간 우주를 정복하게 될 것이며 지구뿐만이 아닌, 우주 전역을 다스리게 되는 위대한 길잡이가 될 겁니다.”

    다시 한번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말만 들으면 꿈만 같은 이야기지만, 우주 정복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고 인류가 우주를 정복하는 순간을 반드시 지켜볼 것이다.

    나는 불멸이란 권능을 얻었고,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이 손에 있다. 그리고 저들은 나를 신으로 추앙하는 중이다.

    이 우주는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하지만 신은 금방 지구라는 것에 흥미를 잃어 버려두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언젠가 새로운 신이 나타나 이 지구와 우주를 다스리게 된다는 것을.

    나는 생각한다. 신은 자신의 후계자를 삼기 위해 날 선택했다는 것을. 그래서 30년 전 과거로 날 밀어 넣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난 그의 뜻대로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되었다.

    그러므로 난 느낄 수 있다.

    신은 내 모습에 만족하며 이 지구와 우주를 전부 내게 맡겼다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의 여정을 지나오며 마침내 피날레의 순간이 되었다. 하지만 난 이것을 새로운 시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저 우주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모든 것을 내 손아귀에 넣을 것이다. 그것은 신의 당연한 권리이니까.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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