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14화 (314/325)
  • 314화. 시간만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바이러스 살포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세계 경제에 피바람이 불어닥쳤다. 미국, 중국, 유렵, 이슬람 국가 등등. 수많은 나라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으며 당연히 그에 다라 수출, 수입 모든 것이 막혀 버렸다.

    덕분에 세계 경제는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파탄 지경이 났고, 세계는 구원자를 부르짖고 있었다.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셧다운되어 있을 땐 폭동이 들끓게 마련인데, 치명적인 바이러스 때문인지 그 흔한 폭동조차 일어나지 않고 모두 집에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이 얼마나 단조로운 광경이란 말인가.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어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인간도 그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야 만다. 나는 바이러스라는 인조된 자연의 힘 앞에 숨어버린 인간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원자.

    정부조차 저들을 포기했지만, 구원자는 저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주 약간의 희망만 보여도 인간들은 미친 듯이 달려들 터.

    모든 이성과 상식이 파괴된 세상에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들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이제 나는 저들에게 말도 안 되는 정보들을 강제로 머리에 심어버릴 것이며, 그 대가로 그들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바이러스로부터, 그 어떤 전쟁과 테러로부터 안전한 세상.

    이것이 내가 저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내가 왜 인류를 지금의 상태까지 몰아붙였겠는가.

    이들에게 깨달을 시간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준비가 되었다. 모든 걸 버리고 구원자인 내게 다가올 준비가.

    “현재 인구분포도입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았다. 사실, 외국에서 건너온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몇 명 있기는 했다. 다행히 베리칩이 경보를 울려준 덕분에 바이러스는 조기에 퇴치가 되었으며 국민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한때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냉혈적일 만큼 단호한 처신에 국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모든 유입 경로를 철저히 통제했으며, 바이러스 위험인물로 간주되면 철저히 배제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모든 불만이 불식되고 너 나 할 것 없이 나의 훌륭한 대처로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를 침공하지 못했다며 칭송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내 지지율은 95% 달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나 우리도 경제위기에서만큼은 안전하진 못했다.

    “중국의 14억 인구가 현재 6억 5천만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워낙 인구도 많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전염률이 가장 높았죠. 그리고 그다음은 인도입니다. 13억 인구가 5억까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마 그 어떤 시대에도 이만한 학살은 없었을 거라 자부한다.

    만약 신이 있다면, 지금의 내 행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그분이 흥미를 갖고 있으며, 어쩌면 당신이 하려던 일을 내가 대신 해주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가 원하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막지 않았을까?

    “많이 줄었네요. 미국과 러시아는 어떻습니까?”

    “세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힐러리 대통령과 우리 골든 연합에 가입되어 있는 회원들은 전부 백신을 미리 맞아 목숨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1억 5천만 명의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희생양이 되었죠.”

    다니엘 로페즈의 말에 나는 힐러리에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인류의 번영을 위한 일입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이걸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이참에 청소하지 못했던 쓰레기들을 한꺼번에 청소한 것 같아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남이 들었으면 내 말에 어이가 없었겠지만, 힐러리도 참 가관이다.

    그녀는 인류 청소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었다.

    “그 외에 이슬람 국가에 집중적으로 바이러스를 살포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살포를 멈췄지만, 대통령님의 명령에 따라 계속해서 살포를 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1달 안에 이슬람 국가 대부분의 인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에 대한 내 입장은 확실했다.

    전원 학살.

    인질도 필요 없고, 인류 번영을 위한 소수의 생존자도 필요 없었다.

    이슬람이란 역사 자체를 없애 버리기 위해 나는 전원 학살이라는 명령을 내려놓았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등등. 대한민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 인구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세계 정부가 지구 전체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가장 이상적인 인구 숫자가 몇이라고 보십니까?”

    내 물음에 회의장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다른 소리가 나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10억 명이 가장 적당한 인구 숫자인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전에도 잠깐 나왔던 주제다. 오늘 완전히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10억 명이라……. 많으면 많은 거고, 적으면 적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일단 10억 명으로 잡고 순차적으로 줄여 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이 10억 명의 인구에게 각자 할 일을 맡길 겁니다.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평생을 편하게 보내겠죠.”

    “그 말씀은 신분 제도를 부활시킨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소수의 귀족들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평민들이 생산하는 것들로 살면 됩니다. 하지만 그 밑에 있는 계급층들은 각자의 일을 해야겠죠. 불공평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세계 정부를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겁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로이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다 반란이라도 일어나면?”

    “과연 그럴까요? 모두 몸에 베리칩을 박아놓았는데,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러지 못합니다.”

    베리칩 통제권이 내게 있는 한, 반란은 꿈도 꿀 수 없을 터.

    “그들은 모두 제가 뿌린 백신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될 겁니다.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들도 몸으로 갚아야 할 게 아닙니까? 잔인하다는 건 알지만, 세계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계급제도는 필수적입니다.”

    나는 세계의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대통령으로 만족하겠는가?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업.

    난 세계의 황제가 될 것이다.

    “이건 모두 인류의 번영을 위한 겁니다. 집중적인 생산과 개발을 이뤄내기 위해 자본주의를 없애 버리고 계급제 부활을 꾀하는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같은 엘리트들이 10억 명의 인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린 그동안 인류가 이뤄내지 못한 놀라운 것들을 이뤄내게 될 겁니다. 우주 정복도 꿈이 아닐 수도 있어요.”

    인류가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서로 하나 된다면, 우린 정말 그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서로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지금의 발전을 이루어낸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인류를 몇 단계 발전시켰으나, 그 끝은 결국 파멸이라는 걸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인류는 1차,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스스로를 파괴시켰고, 먼 훗날 분명히 제3차 세계대전까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

    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인류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을 일이 없다. 즉, 내가 원하지 않는 한 인류에게 종말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십 억 명을 죽인 사람이 단정 지을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나는 그 수십 억 명의 희생으로 인류의 종말을 막았다. 그러므로 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오히려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뿐.

    인류는 곧 한계에 접어들 예정이었지만, 나의 과감한 결단으로 인류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살릴 것은 살리고, 버릴 것은 버려 세계 정부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또한 세계 정부 직속 군대를 만들어 완전한 통치를 이룰 것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때가 드디어 우리 앞에 도래했다.

    * * *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아주 기쁜 소식을 여러분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우리는 바이러스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됩니다. 드디어 킬러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이 완성되었습니다.”

    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신이 발명되었음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먼저 우리 정부는 전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백신 접종을 할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북한에 백신을 보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무너져 버린 북한 정부를 우리 정부가 흡수하여 더 이상 남북한이 아닌, 하나의 나라로 통일될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나의 폭탄 발언에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백신을 발명한 것도 모자라, 북한을 남한으로 흡수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닌, 앞으로 창설될 세계 정부를 위한 초석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곧 백신을 전 세계에 보급하면서 세계 정부 창설을 천명할 것이며, 이는 더 이상 세계가 여러 민족과 이념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중국, 미국으로 나누지 않고 딱 하나의 나라로 전 국가를 모은다.

    즉, 모든 경계선을 철폐하고 나라 이름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무한한 발전과 안정을 위하여 하나로 뭉칠 때가 되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모두 허물고 인종을 넘어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린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쟁과 기근, 질병까지 모두 정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하지만 이 무한한 가능성을 얻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그리고 숭고한 희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명문이 나가고 나서 국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백신이 발명되었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세계 정부가 만들어지고 나면 나라 이름이 전부 사라지고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다는 것이 와닿지 않은 모양이다. 그동안 인종과 언어로 국가가 나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없어진다는 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다. 막상 그런 환경에 부딪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적응하고 만다.

    “오늘 아침에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정부는 의무적으로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백신이 각 보건소에 보급된 상태이고 국민들은 앞다투어 백신을 접종받고 있습니다.”

    나는 성명서에서 밝힌 대로 백신을 북한에 먼저 보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북한 간부들은 내게 절대 복종을 맹세했으며, 그들도 북한 주민들에게 백신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또한 모든 국경을 개방하고 우리나라 군대가 진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사실, 그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이미 국경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북한군 내부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경계선을 지키는 군인들 숫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는 남과 북으로 나뉜 민족이 아닙니다. 우린 예전처럼 다시 한민족이 되는 겁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나오십시오. 더는 배고픔으로 죽을 일이 없을 겁니다.”

    백신 접종을 위해 북한으로 파견된 우리나라 군인들과 자원 봉사자들은 살아남은 북한 주민들에게 백신과 식량을 나눠주며 북한 정권이 끝났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저들은 오랫동안 김씨 일가에게 세뇌 교육을 받아온 자들이다. 그들의 정신 상태를 깨우쳐 주지 않는 한, 완전한 통일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시간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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