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13화 (313/325)

313화. 말이 통하지 않으면 (2)

초토화가 되어버린 유럽. 그와 동시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중동 국가들.

알라의 이름을 외치며 테러에 앞장섰던 중동 국가들도 그들이 주장하는 알라의 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국에만 사망자 수가 1천만 명에 달하고, 프랑스도 그와 비슷한 사망자를 내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중동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자, 일각에서는 테러리스트들도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책 없이 단지 알라를 위한다는 일념 하나로 인류를 파멸로 이끌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더욱 절망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바이러스는 정말로 인류의 종말을 의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태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놓든지, 이제 나는 새로운 지역을 향해 바이러스 살포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곳은 세계 정부를 창설함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곳이 될 것이다.

“북한에 첫 킬러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만일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우리나라도 이에 안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처음에는 남과 북이 서로 다른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며 공존하길 바랐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세계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서 나의 생각도 달라졌다.

북한은 우리가 손을 잡고 한민족임을 인정해야 할 곳이 아니다. 차라리 우리가 그들을 통치하면 모를까.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통일이 불가능한 나라이니, 차라리 거기 있는 윗대가리들을 모조리 죽인 다음 강제로 흡수해 버리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실행에 옮겼다.

북한에 무작위로 바이러스를 퍼뜨려 김씨 일가를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을 전부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난 김정은이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태양궁 근처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그리고 북한 베리칩 통제권은 내게 있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전부 감시가 가능하다.

그들이 몸부림을 치며 바이러스에 의해 천천히 숨을 거두는 모습도 그들의 위치를 추적해 주변 CCTV 화면으로 볼 수가 있었다.

“북한 김정은이 벌써 죽었다는 정보가 들어옵니다. 사실입니까, 대통령님?”

“예, 사실입니다. 베리칩으로 보니, 김정은부터 시작해 북한 고위 관리자들 대부분이 사망했습니다. 그중 우리에게 미리 연락을 받고 백신을 투여한 몇몇 사람들은 살아남았고요.”

다니엘 로페즈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 북한까지 바이러스를 뿌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괜히 한국에까지 퍼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김석환 박사가 그럴 일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믿고 뿌린 겁니다. 더욱이 앞으로 세계 정부를 창설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희생은 필수적이에요.”

“음. 그럼, 이제 백신도 공개하실 예정입니까?”

“예. 세계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으니, 백신을 슬슬 공개할까 합니다. 일단 그 시작은 북한이 되어야겠죠. 북한에 백신을 뿌려주면서 그곳에 남은 간부들에게 충성 맹세를 받은 다음, 완전히 우리나라 정부에 편입하겠다는 다짐을 생방송으로 내보낼 겁니다. 더 이상 북한은 없고, 대한민국만 남게 되는 것이죠.”

북한을 무력으로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자연의 힘에 굴복해 우리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다. 그리고 김씨 일가도 없는 마당에 누가 거길 통치하려 들겠는가?

한 가지 복잡한 점이 있다면, 김씨 일가에게 오랫동안 세뇌 교육을 받은 국민들의 정신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 숫자가 어느 정도 줄어들면 백신 개발을 밝히고, 테스트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할 겁니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 줄기차게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그때 분명히 말해둬야지요. 세계 정부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백신은 없다고.”

“하하. 완벽한 전략입니다. 그런데 백신만 받고 입을 싹 닫으면요?”

“아마 그러기 힘들 겁니다. 왜냐하면 그쪽 나라 인구 절반이 사라질 때까지 백신을 안 내놓을 예정이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인구 절반이 사라질 정도면 군대는 거의 궤멸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대항할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제 미국과 중국에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때가 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고 해서 바이러스의 재난을 피할 수 없다.

다니엘 로페즈와 더불어 회의에 참석한 멤버들도 모두 각오한 일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바이러스 재난을 맞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아가 세계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다면 모든 국가가 우리 앞에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와 동시에 대통령님은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킨 공로로 세계 대통령으로 추대되는 것이고요.”

힐러리가 말을 거들었다.

그녀의 말처럼, 한국은 이번 바이러스에서 안전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김태산이란 사람의 업적이 무엇인지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테러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면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지휘권을 잡으면 이 세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요.”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일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하지만 바이러스에 의해 모든 국가가 무정부 시대로 돌입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백신이라는 무기로 세계 정부에 들어오게 만들어 모든 체제를 하나로 묶을 수만 있다면 세계 정부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건 모든 체제를 하나로 묶는다는 겁니다. 세계 대통령이란 자리는 위원회에서 결정을 하고, 국민들은 마치 의원 선출처럼 각 나라를 대표하는 위원들을 뽑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슬람 종교를 완전히 철폐시키고 그 외에도 한 나라를 지배하는 종교는 모두 철폐시킬 겁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 나라는 영원히 세계 정부에 들어오지 못 하고 백신도 받지 못할 겁니다.”

이슬람과 힌두교, 그리고 불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가 꽤 된다.

특히 중동 같은 경우에는 철저한 이슬람주의적인 정부라 세계 정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종교란 사람을 광기로 끌어들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언젠가 그 종교 때문에 세계 정부가 붕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확실하게 정해놓아야 한다.

기독교와 천주교도 위험 수준에 들어 있다.

천주교 같은 경우에는 교황을 뽑아 그를 신처럼 숭배하고 있는데, 이것도 세계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처사다. 그러나 딱히 교황청을 걱정하고 있진 않다. 거기도 이미 바이러스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버렸으니까.

광신도적으로 세력을 넓히지만 않으면 종교 탄압을 억지로 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도 종교라는 끈으로 이성을 위로와 희망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너무 심해지면 제재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저는 아예 종교를 철폐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종교라는 건 결국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사이비한테 잘못 걸리면 가진 돈을 전부 날리는 거고요. 차라리 모든 종교를 철폐하고 과학 신념 주의로 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도 힐러리가 의견을 내놓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종교를 철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종교에게는 참 미묘한 힘이 깃들어져 있다.

“모든 역사를 보면 말입니다. 종교가 언제 가장 부흥했는지 아십니까? 지금처럼 종교를 탄압하고 누구도 믿지 못하게 만들 때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종교에 목을 매며 목숨을 버릴 때, 그 종교가 큰 부흥을 이뤄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불교를 탄압했다. 그로 인해 많은 승려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기어코 불교는 신라시대 때 국교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양반들이 청교도를 받아들이면서 많은 가문이 학살을 당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는 수천만 명의 천주교인과 기독교인이 생겨났다.

그 자존심 높다는 양반들이 제사를 버리고 청교도 교리에 따랐을 때, 그들이 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면서도 도대체 저 종교가 뭐기에 저렇게 목숨을 버리는 것일까 하고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호기심과 욕망이 되어 종교에 발을 들인다.

이것이 전염병처럼 퍼져 수많은 사람들을 광신도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종교 탄압을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 종교를 조금이라도 믿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죽여 없애는 게 맞다는 겁니다.”

이슬람과 힌두교 국가, 그리고 불교 국가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아예 말살을 시키는 게 낫다. 그리고 종교를 아예 없애 버릴 수 없다면 우리가 새로운 종교를 만들면 된다.

“지금 여러 박사들이 인체 실험을 통한 생명 연장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복제를 통해 주기적으로 이식만 받는다면 무한정으로 살 수 있는 기술도 결코 먼 미래가 아닙니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만 있으면 가능하게 될 겁니다. 그럼, 우린 새로운 종교를 창조해 낼 수 있게 됩니다.”

세계 정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을 때, 다니엘 로페즈가 이런 말을 꺼냈었다.

나 김태산을 신으로 추앙해 새로운 종교를 만들자고. 그리고 그 종교로 다른 종교까지 전부 흡수해 버리자고 말이다.

만약 복제 기술과 생명 연장 기술이 완성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복제를 통해 내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성경에 나오는 메시아 역할을 맡아 사람들에게 당당히 밝히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신이며, 이 땅을 구원하기 위해 직접 이곳에 왔다고.

영원히 사는 남자.

죽지 않는 남자.

늙지도 않는 남자.

생명 연장 기술을 밖으로 유출시키지만 않는다면 사람들은 내가 정말 신인 줄 알고 따르기 시작할 터. 그리고 북한의 김씨 일가가 그랬던 것처럼 체계적인 세뇌 교육을 시킨다면 나는 정말 살아 있는 신이 될 수가 있다.

결국 신이라는 것은 추종자들이 그렇게 불러줘야 완전한 신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도 그 혜택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5년만 기다려 주세요. 그럼, 저는 신흥 종교의 신이 되고 여러분은 그 신과 함께 영원히 사는 신도들이 될 수 있습니다.”

종교적 신도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말은 아주 매력적일 것이다.

“신의 구원이라고 말을 둘러대면 사람들이 다 넘어가겠군요.”

“예, 오직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만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걸 여러분을 통해 보여줄 겁니다. 그리고 날 믿는 사람은 죽어서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세뇌시켜 준다면 사람들은 우리 종교를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거고요.”

인간은 눈에 보이는 증거를 믿게 마련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보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신을 믿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가 항상 판을 친다. 하지만 사이비는 거짓이지만, 나는 그 거짓을 뛰어넘는 완벽한 거짓이다.

영원히 사는 나와 내 추종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누가 과연 날 신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든 종교자들이 시험에 빠지게 될 것이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날 메시아로 지목하면 유대인들은 날 신으로 추앙하게 될 터.

종교라는 건 단순하다.

그들이 보고 싶은 걸 보여주며, 듣고 싶은 걸 듣게 해주면 된다. 그럼 온순한 강아지처럼 넘어오게 되어 있다.

세계 정부란 단순히 체제를 하나로 묶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모든 국민들을 하나의 체제에서 따르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현혹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종교가 될 것이다.

그러다 말이 통하지 않는 족속이 나타난다면 그들에게는 신의 천벌을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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