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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11화 (311/325)

311화. 흑막 (4)

“다니엘 로페즈는 우리를 배신한 멤버입니다. 그에 합당한 처분이 있어야 할 겁니다.”

김아름은 다니엘 로페즈의 유죄를 주장하며 그를 처단하자고 말했다. 그에 반해 다니엘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정말 제가 조직을 배신했다면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께서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누가 우리를 진짜 배신했는지 말입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김아름에게 고개를 돌렸다.

“김아름 씨. 정말 다니엘 로페즈가 배신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모든 증거가 그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제가 받은 증거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던데.”

“…예?”

나는 손을 뻗어 류정한에게 서류를 건네받았다.

“다니엘 로페즈와 로이 루스테, 그리고 강철중 사장까지 동원해 알아낸 정보입니다. 한국에 있는 국정원과 미국 CIA까지 나서서 얻은 정보이니, 아마 확실할 겁니다.”

난 한 장씩 서류를 넘기며 그곳에 적힌 내용을 말해주었다.

“주가 조작을 이용해 리턴 쉐어즈에 있는 내 모든 지분을 전면 폐기화. 그리고 회사 공금을 횡령해 막대한 자본으로 골든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기업들을 매입. 거기에는 다니엘 로페즈가 운영 중이던 제약 회사도 포함. 그뿐입니까? 제약 회사에 있는 연구원들을 은밀히 일본으로 파견. 경호업체 신설 및 최첨단 무기 매입 등등.”

나는 서류를 김아름에게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바이러스로 우리의 시선을 끌었던 겁니까? 거기다가 아주 조용히 진행된 일이라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우리의 모든 라인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모를 뻔했습니다, 김아름 씨.”

김아름은 창백하게 변한 얼굴로 나와 멤버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한국에서도 차근차근 그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 같던데……. 제가 다른 쪽에 신경을 쓰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포섭하셨더군요. 덕분에 그 사람들을 전부 죽이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아름은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려 했다. 그러자 류정한 비서실장이 달려들어 한 번에 그녀를 제압했다.

“이, 이거 안 놔?!”

“안 됩니다. 그걸로 밖에 있는 경호원들을 안으로 들이려는 걸 모를 줄 알았습니까?”

나는 바닥에 쓰러져 제압당한 김아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밖에 있는 경호원들은 지금쯤 우리 쪽 사람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겁니다. 여길 신경 쓸 겨를이 아마 없을 거예요.”

내 말을 증명하듯, 밖에서 시끄러운 총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빨을 뿌득 가는 것 같더니, 이윽고 냉정함을 되찾았다.

“이거 놔주십시오.”

내 눈짓에 류정한은 김아름에게서 손을 뗐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범인이라는 걸.”

“뭐, 사실 누가 범인인지는 나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를 뽑으라고 하면 다니엘 로페즈와 당신이 되겠죠. 그리고 이 둘 중 더 유력한 후보를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김아름 씨가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요? 저는 대통령님을 위해 헌신을 다했는데?”

“아니, 당신은 나를 위해 헌신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헌신한 거겠지. 그러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고 판단한 당신은 내 자리를 노렸을 테고. 설마,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저번 날, 내가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공격받았을 때부터 당신은 날 몰아낼 생각이었어.”

그날 강철중과 김아름이 날 도와주긴 했지만,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김아름은 전혀 다른 뜻이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김아름 씨는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공격받은 날 골든 연합에서 완전히 밀어버릴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내가 사라지자 연합이 붕괴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어.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연합에 돌아올 수 있도록 도운 것이고.”

“그러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노려 대통령님을 몰아내려 한 것이죠. 솔직히 우리가 제대로 조사를 해보지 않았다면 정말 꼼짝없이 당할 뻔했습니다.”

다니엘 로페즈가 내 말을 거들며 나섰다. 하지만 김아름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말을 받았다.

“저는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연합을 발전시키는 일이 바로 저의 업무니까요. 그리고 전 연합이 고착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에 따라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고 여겼죠. 지도자가 바뀐다면 누군가는 반대를 할 테고, 또 누군가는 찬성을 하게 될 터. 그 충격은 곧 연합을 새롭게 바꿔줄 겁니다.”

“그래서 날 솎아내려 했다?”

“당신을 비롯해 매너리즘에 빠진 연합원들을 뒤집어내려 했던 것뿐이죠. 연합을 위한 일이었고, 제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 말을 표정 변화 없이 또박또박한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끝까지 반성의 기미는 없군요.”

“대통령님은 한 번이라도 반성을 한 적이 있으십니까? 그 많은 사람들을 죽여놓고 말입니다. 그 어떤 폭군도 대통령님처럼 학살을 자행한 적이 없을 겁니다.”

“인류를 위한 일이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연합을 위한 일이 곧 인류를 위한 일이니, 저 또한 반성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습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틀리지도 않다.

김아름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내가 나의 신념에 따라 수많은 인구를 학살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고 말았다.

“김아름 씨. 60억의 인구와 내 목숨 중 하나를 바꾸라고 하면 우리 골든 연합은 반드시 내 목숨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골든 연합은 그 뒤를 따라야 하고요. 만약 당신이 내 명령도 없이 정말 인류를 위해 학살을 자행했다면 난 눈 감고 넘겼을 거야. 하지만 날 건드린 순간부터 용서라는 것은 없어.”

“독재자의 발상이군요.”

“그래, 인정하지. 난 독재자야. 골든 연합을 넘어 전 세계의 독재자가 되려고 여기까지 달려온 거지. 그게 불만이라면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지 그랬나?”

김아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난 느끼고 있었어. 당신은 단 한 번도 날 위해 움직인 적이 없다고. 오직 스스로의 성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그래서 난 당신에게 모든 걸 지원해 주었던 거야. 당신의 능력 하나만큼은 진짜이니까.”

나는 김아름을 단 한 번도 믿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을 믿었을 뿐.

사람이라는 것은 결국 마음이 바뀌면 배신을 하게 마련.

내 세상 가장 친한 친구였던 연욱이도 날 배신하지 않았던가?

“골든 연합에서, 그것도 내 자리를 위협할 가장 위험한 사람은 언제나 김아름, 당신이었어. 그래서 난 언제나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지. 뭐, 워낙 경계심이 강한 여자라 쉽지는 않았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아름은 결국 항복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제가 진 거 같네요. 대통령님.”

“뭐, 그렇다고 봐야죠. 김아름 씨.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니까.”

나도 승자의 미소로 화답했다. 이윽고 봉인되어 있던 문이 열리면서 김민재가 안으로 들어왔다.

“모든 정리가 끝났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김아름은 김민재를 보고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아챈 눈동자를 띠었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그랬듯이 도도한 자태를 보이며 안경을 추켜올렸다.

그녀는 사람들 손에 붙잡혀 나가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래도 대통령님과 함께해서 그동안 재미있었습니다. 만약 마지막 게임도 제가 이겼다면 오히려 지루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김아름 씨 덕분에 많은 재미를 봤습니다.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 거칠게 대하진 않을 겁니다.”

김아름은 요원들 손에 끌려 나갔다. 그러자 로이 루스테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역시, 저 여자는 가는 순간에도 똑같네.”

“그게 김아름 씨의 매력이죠.”

“그런데 이제 저 여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다니엘의 물음에 나는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당장 죽이진 않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 김아름 씨가 뒤로 감춰둔 돈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리턴 쉐어즈를 정상 운영시키기 위해서라도 김아름 씨와 결탁한 사람들을 전부 밝혀내야죠. 김아름 씨의 말대로, 우리 연합 내부를 한 번쯤은 솎아낼 필요가 있어요.”

연합이 급성장하면서 세계를 지배할 정도로 몸통이 커졌지만,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라도 내부 청소를 할 필요가 있다. 어디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고쳐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 * *

“예상했던 대로 김아름 대표는 골든 연합을 통째로 삼킬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회사들을 연합 연대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전부 매입해 버리는 등, 규모가 상당합니다.”

어느 정도 조사를 마친 김민재가 내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김아름의 반란 사태가 끝날 때까지 미국에 체류했겠지만, 나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지 않은가. 청와대를 오랫동안 비울 수 없다는 게 짜증 날 뿐이다.

“김아름이라면 충분히 그렇겠지. 우리 연합에서는 제일 똑똑한 사람이니까.”

내가 이뤄놓은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삼키려 했다라…….

만약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정말 김아름이 꿀꺽 삼켰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김아름 대표는 유럽에 손을 뻗어 자금을 투입시켰습니다. 골든 연합을 갈가리 찢어놓은 다음에 유럽을 기점으로 다시 힘을 키워 연합을 이어가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김아름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날 몰아낸다는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날 몰아낸 다음에 연합을 어떻게 성장시켜야할지 전부 계획해 놓았다는 것이다.

배신자만 아니었다면 내 옆에 쭉 놔두는 건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외에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대한민국에 살포하려 했고요.”

우리나라까지 전염병 지옥으로 만들려 했던 건가?

참 대단한 발상이군.

내가 푸틴을 죽였던 방식과 똑같이 날 죽이려 했던 게 분명하다.

“변종 바이러스 샘플은 김석환 박사에게 보내. 그리고 쓸 만하다 싶으면 사용하라고 해.”

“예, 대통령님.”

보고를 다 들은 나는 수행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모든 방송사 카메라와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섰다. 오늘 여기서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세계 모든 나라 지도자들에게 고하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일어난 전염병 사태는 그야말로 인류 최악의 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러시아가 전염병에 의해 무너졌고, 이제 그 바람이 어디로 닥칠지 우린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명백히 우리가 아직 모르는 거대 테러 집단의 소행이며, 현재 우리가 가진 분열된 힘은 이들과 맞서기에 미약합니다.”

일본은 무정부 상태에서 차츰 회복이 되고 있고 러시아는 아예 무정부 시대가 찾아왔다. 거기도 때가 되면 회복이 될 것이다.

“하여 저는 모든 나라가 하나 되어 싸워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청합니다. 우리는 UN이란 기관으로 서로 소통을 하고 있지만, 전 UN보다 더 확실한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각 국의 정부가 각자의 주권을 내려놓고 하나의 정부와 하나의 체제로 이어져 끈끈한 연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럼, 이 세계를 괴롭히는 전쟁도 사라질 것이며,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자비한 테러와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 메시지를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던가.

이제야 때가 되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청합니다. 세계 정부를 수립해 다시 한번 모든 인류가 하나 되는 겁니다. 하나의 정부, 하나의 국민. 세계 정부 수립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완벽한 평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세계 정부 설립.

그것이 바로 나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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