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10화 (310/325)
  • 310화. 흑막 (3)

    “일본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킬러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어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아직 일본이 킬러 바이러스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러시아가 킬러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벌써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실종된 가운데, 모두 바이러스를 피해 달아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제대로 된 조사조차 되지 않을 만큼, 지금 러시아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습니다. 러시아 최고 권력자 푸틴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도 전부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러시아에 퍼진 킬러 바이러스.

    날씨가 추워서 바이러스 활동이 더딜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갔다. 이미 모스크바 일대가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한 시체로 가득해졌고, 사망자 수는 수백만 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얼어붙은 지옥이 러시아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바이러스 살포했고, 현재 사망자 수는 7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인구 절반이 금방 사라지게 될 겁니다.”

    일본은 그냥 테스트 삼아 바이러스를 뿌려 그 양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작정하고 바이러스를 뿌린 터라 감염 속도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바이러스를 살포한지 고작 5일 만에 7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쪽에 협력을 하고 있던 간부들에게는 백신 접종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군 간부들이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는 병력을 토대로 백신을 뿌릴 예정입니다.”

    러시아의 인구를 줄이는 것도 좋지만, 그곳을 통치해야 한다는 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는 러시아 베리칩 통제권을 가져와 운영하는 중이었고, 골든 연합과 협력 중인 군 간부들에게 백신을 대량으로 넘겨 그들의 군사력을 지켜주었다.

    군사력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기본적인 것이 아닌가? 인구 감축을 해도 군사력을 무조건 깎아내릴 순 없는 노릇이다.

    “러시아를 시범 무대로 삼아, 우리는 백신 접종을 통한 바이러스 면역 체계를 확보했습니다. 아제 이 바이러스를 다른 곳에 살포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합 멤버들은 아직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를 통치하던 놈들이 전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었다는 건 기쁘지만, 킬러 바이러스를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살포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만약 백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바이러스에 걸려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불안감 때문에 섣불리 바이러스 살포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에 뿌렸으니, 이제 중국에 바이러스를 살포할 예정인데, 괜찮은 전략이 아닙니까?”

    나는 반응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니엘 로페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러시아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 백신이 제대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가 관건이니까요.”

    “뭘 그리 걱정하세요? 일본을 보십시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전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어요.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완전히 정복한 겁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이렇게 합시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러시아의 동태를 살피는 거예요. 만약 백신에 맞은 사람도 바이러스에 걸려 사망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바이러스 살포 작전을 재검토해 보겠습니다.”

    그 말에 모두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그렇게 양보를 해주신다면야 따르겠습니다.”

    “좋은 의견인 거 같다, 워커.”

    “그럼, 모두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모두 감사합니다.”

    나는 회의를 마치고 통화를 끊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김아름과의 통화는 끊기지 않았다.

    “김아름 씨.”

    “예, 대통령님.”

    “알아낸 것이 좀 있습니까?”

    배신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은 김아름이다. 그녀는 안경을 추켜올리면서 서류에 시선을 내렸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과 같이 배신자가 한 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장 역할을 하는 주요 인물이 있을 터. 그놈만 찾으면 나머지 놈들은 일망타진이 가능하다.

    “가장 의심 가는 용의자가 누구입니까?”

    “…다니엘 로페즈입니다.”

    그 말에 난 눈매를 추켜올렸다.

    “이유는?”

    “최근 들어 연합원들과의 교류가 매우 잦습니다. 또한 은밀히 만나는 횟수도 늘어났고요. 특히 개인 사병을 조직하는 일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다니엘 로페즈가 부리는 사람들이 자주 일본에 드나들었다는 겁니다. 그 시기가…….”

    “일본에 변종 바이러스가 퍼지기 바로 직전이다?”

    “예, 대통령님.”

    헛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다니엘 로페즈라…….

    따지자면 골든 연합의 2인자와 다름없는 인물이다.

    권력이란 권력은 모두 가졌고, 이제 그보다 위에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당연히 인간은 끝없는 욕심을 피우는 동물이지 않던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으니 날 끌어내리려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에 러시아에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내가 오늘 미끼를 던졌으니, 어떻게든 내 입지를 좁게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와 같은 짓을 똑같이 되풀이하게 될 겁니다. 그때를 노려야 해요.”

    “예, 대통령님. 준비해 놓겠습니다.”

    만약 다니엘 로페즈가 우리의 배신자라면 이 덫에 걸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덫을 놓고 기다린다는 것을 미리 알아챌 수도 있다.

    “어떻게든 다니엘 로페즈가 덫에 빠지도록 유도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을 김아름이 사라지게 해주었다. 그녀라면 가능할 것이다.

    “믿겠습니다, 김아름 씨.”

    “맡겨주십시오.”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김아름이 대답했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나와의 통화를 끝냈다.

    이제 누가 덫에 걸릴지 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혹시 아는가?

    이번 기회에 엄청난 대어를 낚을지.

    * * *

    러시아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는 시기. 그에 반해 일본은 차츰 바이러스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었다. 내가 처음에 김석환에게 건네준 목표량을 어느 정도 채웠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일본인 숫자가 무려 5천만 명.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체가 일본 전역에 뿌려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무너진 일본 정부를 일으키는 데에 주력하라고 김석환에게 조언했고, 철수해 있었던 골든 연합이 다시 일본에 들어가면서 차츰 일본 정부가 복구될 기미가 보였다.

    일본 당국은 많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신원 조회는 건너뛰고 무조건 불에 넣어버렸다. 전부 다 태워 버려야 더 이상 바이러스가 돌지 않을 테니까. 또한 김석환이 넘겨준 백신을 가스처럼 살포해 더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게 했다.

    “이번 방문이 매우 중요한 일 때문이라고 하시던데……. 무슨 일이십니까?”

    힐러리는 나의 깜짝 방문에 적잖게 당황한 듯 보였다.

    “통보하듯이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골든 연합의 사활이 걸린 일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일이 마무리가 되면 하도록 하죠.”

    “아, 예. 대통령님.”

    내가 미국에 온 이유는 딱 하나.

    배신자를 척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는 김아름의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나는 오늘 그 배신자를 이 손으로 죽일 것이다. 모두의 앞에서.

    “오셨습니까, 대통령님.”

    김아름은 대통령 경호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경호 인력을 대동한 채 내 앞에 나타났다.

    “모시겠습니다.”

    그녀는 나와 함께 차에 올라 약속 장소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니엘 로페즈와 로이 루스테, 그리고 강철중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온다고 해서 놀랐잖아. 무슨 일로 다 모이라고 한 거야? 중요한 얘기가 있다며?”

    “저도 그게 궁금해서 이렇게 날아왔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나는 김아름에게 눈짓해 주변을 깨끗하게 비우게 했다.

    난 먼저 자리에 앉아 침착하게 말문을 열었다.

    “김석환 박사가 말하기를, 일본에 퍼진 변종 바이러스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연합 내부를 분열시켜 제 자리를 노리고 있었죠.”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통령님?”

    강철중이 놀란 얼굴로 내게 되물었다.

    “저는 그 배신자를 색출해 내기 위해 무리하게 수를 썼습니다. 그건 바로 러시아에 바이러스를 살포하고 그 배신자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죠.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이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배신자를 찾았다는 겁니까?”

    “예, 강철중 사장님. 오늘 여기서 그 배신자에 대한 것이 낱낱이 공개될 겁니다. 김아름 씨. 진행해 주세요.”

    내 말에 따라 김아름이 앞으로 나섰다.

    “러시아에 잠복 중이던 요원들이 누군가가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에 변종 바이러스를 살포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체포해 심문해 본 결과, 이들의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졌죠.”

    김아름은 천천히 손가락을 펼쳐 다니엘 로페즈를 가리켰다.

    “바로 다니엘 로페즈가 운영하는 경호 회사였습니다.”

    “뭐, 뭐라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다니엘 로페즈가 운영하고 있는 제약 회사에 김석환 박사가 개발한 바이러스 샘플이 넘어갔고, 그곳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생성되어 나온다는 정황 또한 포착했습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다니엘 로페즈에게 시선을 옮겼다.

    “참… 많은 일을 하셨더군요. 미스터 로페즈.”

    다니엘 로페즈도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대통령님. 이렇게 완벽하게 당할 줄이야. 솔직히 이 정도까지 해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보다 못한 로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다 무슨 개소리야! 다니엘이 정말 우리 연합을 배신하고 있었어? 저번에 워커가 내게 말했던 게 다 이것 때문이잖아. 다니엘이 정말 우리의 배신자였던 거야?”

    입이 방정인 로이의 말에 이번에는 김아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몰랐어? 워커가 나한테 따로 연락을 했었어. 연합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으니까, 조사를 해달라고.”

    김아름은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내가 김아름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을 거라고 말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난 로이 루스테, 다니엘 로페즈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각자 조사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를 알려주었다.

    “조사요? 누구를…….”

    “누구긴. 바로 김아름 대표, 당신이지.”

    김아름은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됐는지 안색이 굳어버렸다.

    나도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이제야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었군요. 누가 우리 조직을 배신했는지 다 알아냈습니다. 그렇죠, 김아름 씨?”

    난 배신자를 향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흑막이 드디어 공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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