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06화 (306/325)
  • 306화. 킬러 바이러스 (2)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벌써 2주째.

    현재 바이러스로 인한 일본 사망자, 500만 명.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감염률과 치사율로 인해 지금 일본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바이러스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강도로 돌변해 마트를 털거나 다른 이의 집에 침입해 범죄를 행하고 있었다. 당장 군대와 경찰 내부에서도 바이러스가 돌아 통제가 안 되는 상태.

    그야말로 일본은 무정부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같이 폭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폭동으로 인한 2차 감염이 시작돼 모두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등, 실로 참혹한 일들이 여럿 터지는 중이었다.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상태로는 일본이 멸망해 버리고 말 거예요.”

    “이 변종 바이러스가 또 어떻게 변종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이러다가는 일본 자체를 폐쇄시켜야 할 수도 있어요.”

    이런 걸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이러다가는 일본이 아예 사라지게 생겼다.

    “대통령님!”

    화상 회의 중에 류정한 비서실장이 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죠?”

    “큰일 났습니다. 일본에서 배를 타고 밀항을 시도하던 사람들이 붙잡혔는데, 그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나라 땅을 밟은 건가?”

    “아닙니다. 현재 해군이 붙잡아놓긴 했지만, 아직 바다 위입니다.”

    다행이다.

    정말 큰일 날 뻔한 일이었다.

    아직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지 않던가?

    “군 사령관들 전부 소집해. 강경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까지 바이러스가 퍼질 거야.”

    “예, 대통령님.”

    나는 회의를 마치기 전에 단단히 일러두었다.

    “각 국에 전달하세요. 일본 밀입국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일본 배가 보이면 무조건 격침시키라고 명령을 전달해 놓아야 합니다.”

    “예, 대통령님.”

    원래 국경을 침범하면 일단 잘 달래서 보내는 게 맞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가지고 오는 배라면 무조건 격침을 시키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통령님.”

    내 호출에 사령관들이 전부 모였다.

    “모두 앉으십시오. 급하니까 빨리 말하겠습니다. 현재 해군이 부산으로 밀항을 시도하던 일본 배 3척을 붙잡아둔 상태입니다. 문제는 거기서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자세한 사항은 사령관님이 해주십시오.”

    “예, 대통령님.”

    해군 사령부 이강영 소장이 브리핑을 이어갔다.

    “현재 해군은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밀항을 시도하던 일본 배 3척을 포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자를 확인했던 건, 직접 접촉을 한 것이 아니라 망원경을 비롯한 육안으로 확인해 보았을 때, 바이러스 감염자와 일치하는 증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증상이라면 어떤 거죠?”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친다거나,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들을 말합니다. 그 외 나머지 두 개에 배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자로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주문했다.

    “세 척 모두 격침시키세요.”

    “…예?”

    이강영 소장은 눈을 껌뻑이며 내게 되물었다.

    “대통령님. 그랬다가는 일본 정부가…….”

    “이미 거긴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베도 바이러스가 무서워서 벙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밀항을 시도하는 거죠. 그리고 잘 달래서 보내기 보다는 확실한 입장을 보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생존이 걸린 일이에요.”

    부드러운 방법을 쓰면 상대는 우리를 깔보고 더욱 밀항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강경한 대응을 보여야 한다.

    “무조건 격침시키세요.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불에 태워야 합니다. 그래야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소장님?”

    내 날카로운 목소리에 이강영 소장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대통령님.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연락을 넣으세요.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동원해서 배를 산산조각 내버리라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탈출을 시도할 경우 총을 쏴서라도 다 죽이고 철저히 불에 태워 버리라고 말입니다.”

    “예!”

    이렇게 강경한 대응을 통해 밀항을 시도하는 배들을 격침시키지만, 분명 살고자 하는 이들은 끝까지 밀항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나라를 지키는 대통령으로서 그들을 막아야 한다. 백신이 발명된다고 해도 난 그들의 입국을 철저히 통제할 예정이다.

    문제는 과연 언제쯤 백신이 발명되냐는 건데…….

    “격침시키겠습니다!”

    잠시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앞에 있는 화면으로 해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신호에 따라 공격이 시작되면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포탄이 쏟아졌다.

    콰콰쾅-!!

    “계속해서 퍼부어!”

    콰쾅-! 콰콰쾅-!!

    막강한 해군의 화력으로 순식간에 배 세 척이 박살 나버렸다. 몇몇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사수가 쏘는 기관총에 모두 압살되고 있었다.

    “시체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시체 위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라! 다시 한번 말한다. 시체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게 불에 확실하게 태우도록 했다.

    “대충 상황이 마무리가 되면 저 해군들을 육지로 들이지 말고 피검사부터 하게 하세요. 혹시라도 바이러스가 퍼진 거라면 곤란합니다.”

    “예, 대통령님.”

    예방 차원에서의 일도 확실하게 매듭지었다.

    “대통령님.”

    불구경이 끝나기 무섭게 류정한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김석환 박사로부터의 전화입니다.”

    2주 동안 연구실에만 처박혀 있던 양반이 전화를 건 것을 보면 좋은 소식이 있다는 것일까?

    “김석환 박사님. 부디 좋은 소식을 가져왔길 바랍니다.”

    김석환 박사는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약을 개발했습니다.”

    그 말에 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나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

    “이 약을 테스트할 대상이 필요합니다.”

    “일본에 연구소가 있지 않던가요?”

    “이미 거기도 난장판이에요. 여기서 팀을 꾸리고 가야 합니다. 가서 그곳에 있는 감염자들에게 백신을 투여할 생각입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일본에 있던 김석환 박사의 연구소도 끝장났다는 건가.

    “효과는 있을 거 같습니까?”

    “현재까지는 희망이 있습니다. 확률은 70%입니다.”

    70%면 해볼 만한 도박이다.

    아니. 7%밖에 안 된다고 해도 이 도박을 해야 한다.

    “진행하세요. 모든 비용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팀을 꾸려서 김석환 박사님이 직접 넘어가 보십시오.”

    “제, 제가 말입니까?”

    “바이러스를 만드신 장본인이니, 응당 책임을 지셔야 하지 않을까요? 전 그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퍼지는 일만큼은 막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고의 보안을 약속드리죠.”

    이걸로 한시름 놓았다고 볼 순 없다.

    만약 약이 효과가 없다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니까.

    김석환 박사의 말대로 70% 확률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 *

    “현재 일본은 사망자 수가 800만으로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WHO를 비롯한 여러 의료 기관에서는 이 신종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한 백신을 연구 중에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밀항을 시도하는 배들을 격침시키는 등, 강경한 대처를 보이고 있습니다. 킬러 바이러스가 자국에 퍼지는 걸 막기 위한 것인데, 미국은 일본 정부를 향해 만약 강제 밀항을 계속해서 시도한다면 핵전쟁을 불사해서라도 막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한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다른 나라들이 성금을 보내거나, 혹은 여러 행동을 통해 그 나라를 돕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모두 날을 세우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죽을 거면 혼자 죽으라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아직 누구도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니까.

    당장 이 바이러스를 만든 내 사람들조차도 백신이 없어 쩔쩔 매고 있는데, 다른 국가는 오죽하겠는가.

    솔직한 심정으로, 김석환 박사의 머리에 총알이라도 박아주고 싶다. 하지만 그가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니 또 마음이 바뀐다.

    만약 이번에 백신을 만든다면 이건 이것 나름대로 큰 성과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변종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배웠고, 그에 따른 대처도 할 기술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이 끝끝내 발명되지 않는다면…….

    일본이란 나라가 체르노빌처럼 될 수가 있다.

    누구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죽음의 땅. 그것이 일본의 미래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게 현실화된다면 인류 감축을 위한 바이러스 살포는 전면 중지될 것이며 다른 방법으로 인구 숫자를 줄여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골치 아픈 일이다.

    “국민 여러분.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밀항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당분간 하늘 길도 막아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로를 모두 차단하겠습니다. 일본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공항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청와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함과 동시에 모든 공항 운행을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여러 항공사와 여행사에서 아우성을 쳐댔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이라도 하늘과 바닷길을 막아놓아야 안심이 된다.

    “국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모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일본이 저 지경이 나니, 우리나라도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겠죠. 거기다가 왜 바이러스가 시작되었는지 원인도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또한 저번에 밀항을 시도하던 일본인들을 우리 해군이 격침시키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에 우리 모르게 일본인이 들어온 건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국민의 불안감은 알 만하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베리칩에서 신호를 주게 되어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바이러스 감염자는 없다.

    “최대한 국민들을 안정시켜 주세요. 일본에 대한 기사는 자제하도록 하고.”

    “예, 대통령님.”

    나는 여러 장관들과 당 대표들에게 말을 해두었다. 그리고 여러 기업인들에게도 공표하여 언론 통제를 명령했다. 어차피 사람들은 단순하다. 언론에서 일본에 대한 얘기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잊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한 나라가 멸망해 가고 있어도 말이다.

    “일본에 체류 중인 한인들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대부분인데, 이거에 대한 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난 이미 한번 기회를 줬다. 한국에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그걸 걷어차 버린 것은 그들이었으니, 이제 그들은 나의 국민들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들을 구제할 순 없어요. 이에 대한 것도 명확히 밝혀놓으세요.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그리고 언론을 이용해 그들을 구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요.”

    “예, 대통령님.”

    한국을 비롯해 각국이 철통 방어 중이다.

    이제 김석환 박사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이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인류가 멸망당해서는 안 된다. 그런 허무한 결말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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