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16화 (216/325)
  • 216화. 기습은 기습으로

    후진타오가 국가 반역죄로 처형당했다는 기사가 중국 전역을 덮었다. 뻔뻔하게도 장쩌민은 후진타오의 반역죄를 강력하게 비난했고, 앞으로도 국가에 혼란을 초래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처형시키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로써 리오차오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으며 그가 차기 주석이 될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화가 되었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장쩌민은 암살을 당할까 두려워 관저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후진타오를 대신해서 얻은 목숨이니, 간수 잘해야 할 것이다.

    이제 중국에서의 일은 끝났다.

    남은 건 러시아다.

    “전반적으로 상황이 나쁘지 않네요.”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사장님.”

    강철중이 건네준 보고서에는 현재 레드 마피아의 세력도와 러시아에 들어온 골든 연합의 조직원들 분포도가 적혀 있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 않은가.

    거기다가 소련 때부터 뿌리를 박고 있던 레드 마피아들이다.

    이들을 한 번에 끊어버리는 건 힘이 들 터.

    급하게 갈 생각은 없다.

    “로이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유롭게 보드카를 마시고 있던 로이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어. 내가 저번에 레스토랑 하나 쓸어버린 거 기억하지?”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 더미 속에서 스테이크를 썰어본 건 그때가 처음이다.

    “예, 기억합니다.”

    “거기가 체첸 마피아 소속이었잖아. 그런데 이놈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아. 내가 예상하기로는 쥐 잡듯이 우리를 찾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래. 이상하지?”

    이상하긴 하다.

    그때 희생된 사람들이 꽤 되지 않던가.

    그런데 체첸 마피아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니.

    우리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체첸 마피아가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잖아. 그래서 그놈들이 서로 모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하고 있어.”

    “아무리 점조직이라고 해도 자신들이 공격을 받은 일에 반응을 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리고 수뇌부는 분명 존재할 테고요. 이들도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하나로 합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 대처를 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 말은 이놈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거야?”

    “예, 그렇게밖에 생각이 되지 않네요. 분명 무언가를…….”

    난 하던 말을 멈추고 로이의 이마를 가리켰다.

    “로, 로이.”

    “응? 왜 그래.”

    “이마 위에 레이저….”

    “엎드리십시오!!”

    내가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강철중이 나와 로이를 강제로 엎드리게 했다.

    타타탕-! 두두두-!!

    그리고 빗발치는 총알 세례.

    우리는 자세를 낮추어 무수히 쏟아지는 총알들을 피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로이! 어서 입구 쪽으로 기어가요!”

    “젠장! 알겠어!”

    “그리고 강철중…….”

    난 강철중을 부르다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그의 복부에 나 있는 총상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와 로이를 살리려고 몸을 던지다 당한 건가?

    “강철중 씨!”

    “저,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어서 가십시오!”

    부상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급소에 총을 맞진 않았지만, 관통상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는 건 얼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워커! 이쪽이야!”

    계속해서 총알이 날아오는 통에 귀가 멍하고 시야도 좁아진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포복 자세로 기어가 호텔 스위트룸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개자식들, 도대체 뭘 쏘고 있기에 벽이 다 부서지고 있어!”

    화력이 강한 기관총을 쓰는 모양인지, 벽들이 전부 박살 나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이 층에 머물고 있던 투숙객들도 난리에 휩쓸려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총성을 듣고 다들 움직였을 겁니다! 그보다 어서 계단 아래로 가십시오!”

    “제길, 이걸 어떻게 뚫으라고!”

    로이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앞서가는 강철중을 따라갔다. 나도 저 둘의 뒤를 따라 열심히 손발을 움직였다.

    피가 홍건하게 바닥을 적신 것을 보니, 역시 강철중이 당한 부상의 깊이가 심상치 않다.

    저러다가는 정말 위험할 거 같은데.

    “이쪽입니다!”

    계단 아래로 내려오면서 그제야 우리는 굼벵이 자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봐, 괜찮아?”

    “괜찮습니다. 얼른 절 따라 오십시오.”

    로이도 강철중의 부상이 꽤 심하다는 걸 눈치채고는 뒤늦게 물어봤지만, 그는 얼른 따라오라며 빠르게 앞장섰다. 저 정도 부상이면 제대로 걷기도 힘들 텐데 아픈 기색 하나 보이지 않는다.

    “워커, 서둘러!”

    갑작스러운 총격에 호텔방 주변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전부 당한 터라 우리 셋만 빠르게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아래로 내려왔을 때였다.

    “저기 있다!”

    “저 새끼들 잡아!”

    우리를 습격한 놈들 중 하나인지 러시아인 세 명이 중무장한 채로 우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들이 총을 겨누며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강철중이 먼저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강철중 씨!”

    “위험합니다! 어서 피하세요!!”

    강철중은 순식간에 한 명을 제압시켜 목을 부러뜨린 다음, 나머지 두 명과 총격전을 이어 갔다. 저대로 놔두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도움을 주려 했지만, 로이가 내 손을 붙잡았다.

    “어딜 가는 거야!”

    “가서 도와야죠!”

    “미쳤어?! 널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이야. 너 피하라고 저 아픈 몸 끌고 저러는 거라고. 그러니까 어서 피해! 괜히 휘말렸다가 개죽음당하지 말고!”

    틀린 말이 아니다.

    강철중이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게 바로 나의 신변이다.

    나를 지키는 것이 곧 강철중의 임무이지 않던가.

    마음에 놓이지 않았지만, 난 어쩔 수 없이 로이와 함께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두두두-!! 타타탕-!

    “얼른 찾아!”

    “이놈들은 아직 여기 있다!”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들이 우리 둘을 애타게 찾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로이와 나는 몸을 숙인 채 천천히 아래층 상황을 살펴보았다.

    “제길, 좋지 않아. 위층이나 아래층이나 싹 다 저놈들로 깔렸어.”

    도대체 갑자기 이런 공격을 받다니. 그것도 우리가!

    저들은 누구란 말인가.

    “누구일까요?”

    “체첸인 거 같아. 아까 저놈들이 하고 있던 문신을 봤는데, 체첸 마피아 전용 문신이야.”

    역시, 체첸 마피아인가.

    저들이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건 나와 로이를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때를 기다린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도 분명히 있을 테고.

    아무튼, 이번에는 우리가 제대로 당했다.

    “걱정 마, 워커. 우리가 설마 여기서 죽겠어? 만약 우리가 죽을 운명이었으면 진작 죽었겠지.”

    참 긍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현실 도피가 강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로이의 말대로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곧 있으면 우리 애들이 다 몰려올 거야.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알겠습니다, 로이.”

    “일단 이쪽으로 다가오는 저 새끼들부터 처리하자고.”

    나와 로이는 비상구 계단을 살피고 있는 두 명의 체첸 마피아 조직원들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저들이 올라와 우리를 발견한다면 다른 놈들도 몰려오게 될 터.

    그전에 저놈들을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

    “총 있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총소리가 나서 좋을 건 없어 보이는데요?”

    “젠장, 그렇지. 그럼, 이거라도 하나 챙겨.”

    난 로이가 건넨 단검 하나를 받아 들었다.

    나와 로이는 문 뒤로 숨어 저놈들이 올라오기만을 가만히 기다렸다.

    놈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는데,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놈들이 잠깐 허점을 보이는 찰나.

    푸욱-!

    로이가 신속하게 달려들어 칼로 한 놈의 목을 찔러 버렸다.

    “너… 컥-!”

    나도 재빨리 나머지 한 놈의 뒤통수를 찔러 허튼소리가 나오지 않게 입을 막았다.

    “괜찮아?”

    “예, 그보다 얼른 나가야겠어요. 포위망이 점점 더 좁아지면 답이 없습니다.”

    “그렇겠지?”

    나와 로이는 주변을 빠르게 살핀 다음, 조심스럽게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어떻게든 1층으로 내려가야 밖으로 탈출할 게 아닌가.

    2층이나 3층에서 뛰어내릴까 싶었지만, 아까 총격은 분명 반대편 건물에서 쏜 게 분명했다, 그렇다는 건 저 반대편 건물에서 우리를 발견하게 될 거라는 것.

    1층에 저놈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을 게 뻔하지만, 일단 내려가는 게 상책이다.

    우리는 그렇게 가다 멈추는 것을 반복하며 가까스로 1층까지 내려왔다.

    “응?”

    “어?”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1층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놈들이 더 올라갔나?”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요?”

    운이 좋았나.

    그렇다면 감사하게 여기를 탈출해야…….

    타앙-!

    그럼 그렇지.

    아무도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바로 앞바닥에 박힌 총알을 보고 우리는 발걸음을 멈췄다.

    “엎드려-!!”

    “움직이면 바로 쏴버린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보이지도 않던 놈들이 어디선가 우르르 쏟아져 나와 우리 둘을 포위했다.

    “로이 루스테, 그리고 미스터 블랙.”

    그리고 이 밤중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미친놈 하나가 두 팔 벌려 우리의 이름을 불렀다.

    “이분들, 아주 귀한 분들이야. 함부로 총을 쏴서 다치게 하면 안 돼. 그러니까 다들 정중하게 모셔.”

    유창한 영어로 명령을 내리던 선글라스 남성은 우리에게 다가와 이목구비를 위아래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메데인 카르텔의 수장이라고 해서 좀 생긴 게 험악할 줄 알았더니. 의외네.”

    “그럼 너처럼 이 밤중에 선글라스 끼는 미친놈인 줄 알았냐?”

    “하하.”

    로이의 반박에 남성은 껄껄 웃음을 터뜨리다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그렇게 개겨서 괜찮겠어?”

    “너 같은 새끼한테 절절매며 있는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흐흐, 그렇게 원한다면야.”

    남성은 로이의 얼굴에 발길질을 가하는 등 무식한 폭행을 이어갔다.

    내가 그를 저지하고 싶었으나, 이미 다른 놈들이 내 양팔을 붙잡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아직도 주둥이가 살아 있나 보자고.”

    “어디서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뭘 하려고? 차라리 내가 키우는 개새끼 발바닥이 더 세겠다.”

    물에 빠져도 주둥이만큼은 물 위에 떠 있을 로이답다.

    남성은 웃는 얼굴을 지우고 계속해서 로이를 구타했다.

    “이제 그만하십시오!”

    보다 못한 내가 소리치자, 그제야 남성의 폭행이 멈췄다.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을 잊고 있었네.”

    그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유명한 미스터 블랙을 이렇게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이름인데 말이야. 그런데 솔직히 좀 놀랐어.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정말 미스터 블랙이 아시아계일 줄은.”

    “갑자기 저희한테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흐흐, 정말 몰라서 하는 얘기야? 네놈들이 그때 레스토랑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잖아. 그때 죽은 사람들 중에는 체첸 마피아 간부들도 섞여 있었다고. 그걸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 감히 체첸에 전쟁을 선포하고도?”

    기습에는 기습으로 답한다는 것인가.

    어쩌면 나와 로이가 체첸 마피아를 너무 우습게 본 거 같다.

    “그래서 여기서 죽일 생각입니까? 우리 둘을?”

    “아니, 이왕 이렇게 잡은 거 산채로 데려가려 했지. 보스도 너희 둘을 매우 궁금해 하셨거든. 아마 거기 가면 세상 제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시겠지.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남성은 총을 꺼내 로이의 머리에 겨누었다.

    “이 새끼는 그냥 내가 여기서 죽여야 속이 풀릴 거 같네.”

    너무 많이 맞아 이제 말할 힘도 없어 보이는 로이가 애써 손을 들었다.

    그것도 가운데 손가락만 말이다.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로이였다.

    남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총구를 당겨 버렸다.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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