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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09화 (209/325)
  • 209화. 진정한 지배자 (2)

    “안녕하십니까, 큰 형님!”

    전동련 회의가 끝나고 향한 곳은 바로 여의도였다.

    여의도에 새롭게 지은 골든 빌딩.

    메데인 카르텔, 니치카야 카이, 골든 마피아 등 골든 연합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빌딩을 본거지로 쓸 수가 있다.

    그리고 오늘은 대한민국의 거리를 주름잡고 있는 각 조직의 수장들이 한곳에 모였다.

    “도끼파의 김기홍이라고 합니다! 영광입니다, 큰 형님!”

    “백호파의 류재승입니다. 가문의 영광입니다, 큰 형님!”

    총 35개의 조직.

    35명의 보스.

    이들은 모두 화진파에서 파생되어 나온 조직들이다.

    화진파가 화진 그룹으로 변모를 꾀하면서 더는 화진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대부분의 대한민국 거리를 장악하고 있던 화진인 터라 해체를 시킬 수도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쓴 것이었다.

    조직을 여러 개로 나눠 분산시킨 다음, 골든 연합에 가입시켜 점조직이면서 집합체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큰 형님 말씀하십니다. 모두 정숙!”

    전동련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지만, 결국 이들도 전동련과 비슷한 조직성을 띠고 있다.

    처음에는 이들을 잘 컨트롤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지금 보면 아주 잘된 것 같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아니다. 나는 그냥 숟가락만 든거지. 어차피 이거 다 네 돈으로 한 거야. 흐흐.”

    역시, 이 일을 성일환에게 맡기기 참 잘했다.

    성일환이라면 누구보다도 잘해낼 거라 믿었는데,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성일환은 골든 연합이란 이름 아래 수많은 조직을 만들어냈고 그들을 아주 잘 통제하고 있었다.

    “모두 착석하도록.”

    “예, 큰 형님!”

    권용일이 살아 있었다면 이 광경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그 양반은 뭘 이렇게 조각으로 나뉘었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심 뿌듯해하긴 했을 것이다. 아들처럼 생각하고 거둔 사위가 작은 조직이었던 화진파를 이 정도로 키워냈으니까.

    “다들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맙다. 원래 이렇게 모두 한곳에 모이게 하는 걸 썩 달가워하진 않지만, 그만한 일이 있어 그런 거니까 이해해 주길 바란다.”

    “아닙니다, 큰 형님!”

    여기서는 편하게 말을 놔도 누구 하나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리고 성일환이 아주 군기를 잘 잡아놓은 덕분에 이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이 정도의 군기가 잡힐 때까지 꽤 많은 피가 흘렀을 것이다. 성일환이 이런 쪽 일을 할 때는 아주 거칠게 밀어붙이니까.

    “알다시피 골든 연합은 전 세계를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남미 쪽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일본과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골든 연합의 발아래 놓였다.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다. 러시아까지 장악을 하게 되면 골든 연합은 그야말로 아시아를 통치하는 최대 조직이 될 터!”

    조직원들의 눈동자에 흥분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미 골든 연합은 세계 최대의 조직이지만, 러시아까지 발아래 둔다면 그야말로 최강의 조직이 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리 녹록한 나라가 아니야. 국제적인 정세에도 깊이 관련이 되어 있고 아직은 폐쇄적인 나라지.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더욱 서둘러야 한다. 다른 놈들이 슬금슬금 들어오기 전에. 그래서 이렇게 내가 너희들을 찾아온 것이다. 너희들이 나를 위해, 우리 조직을 위해 해줘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지.”

    난 손가락을 튕겨 비서로 하여금 프로젝터를 앞에 켜도록 했다.

    스크린에 띄어진 곳에는 현 러시아의 상황과 더불어 러시아에 파견되어 있는 골든 연합 조직원들 숫자부터 앞으로 상대해야 할 러시아 레드 마피아들의 규모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러시아에는 대표적으로 3개의 레드 마피아가 존재한다. 이들은 과거 러시아의 40%가 넘는 GDP를 책임질 만큼 거대한 조직이었다. 지금도 물론 거대하지. 점점 세계로 진출하려는 기미도 보이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을 집중 공격 해 무너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를 절대 장악할 수가 없어.”

    “큰 형님! 무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해야 저놈들을 꺾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차갑게 식은 눈초리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말했다.

    “무례라는 것을 알면서 입을 여는 버르장머리는 누구한테 배운 거지?”

    “그, 그게… 죄송합니다. 큰 형님.”

    “다음부터는 조심해. 절대 내가 말을 다 끝내기 전까지는 질문을 하지 마라. 아니, 가급적이면 내게 뭐든 묻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희들은 그저 내가 하는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게 싫으면 지금이라도 여기를 나가라. 알겠나?”

    “예, 큰 형님!”

    미쳤다고 여길 나가는 놈이 있겠는가.

    그랬다가는 목이 달아난다.

    제 한 놈 목만 달아나면 다행이지, 줄줄이 엮인 굴비처럼 여러 명의 목도 한꺼번에 날아간다. 그 무서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들은 어떤 일이라도 절대 복종을 맹세한다.

    “그래서 나는 총 2,000명의 인원을 러시아에 파견할 생각이다. 현재 여기 있는 너희들이 동원할 수 있는 조직원 숫자가 총 3만 명. 그중 2천 명만 파견하는 일이다. 어렵지 않은 일이니, 다들 할 수 있겠지?”

    “예, 큰 형님!”

    어차피 이들에게 정해진 답은 하나밖에 없다.

    까라면 까는 것. 그것이 이들의 할 일이다.

    그리고 3만 명이면 깡패치고 참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일본을 봐라. 조직 하나가 3만 명이 넘는 조직원을 데리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리고 내가 몇 번 주워들은 건데,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어린아이나 노숙자를 붙잡아 노예로 팔거나 장기를 뜯어 판다고 들었다. 그게 사실인가?”

    장기 매매부터 어린아이를 붙잡아 성 노예로 외국에 팔아넘기는 건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라고 그런 비인간적인 일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시대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현저하게 발생률이 낮아지지만, 아예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합법적으로 사람을 붙잡아 검증되지 않은 약을 실험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2000년도부터 우리나라는 약을 만드는 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실험자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피실험자를 위한 법안이 취약한 우리나라는 돈이 필요한 젊은이들부터 나약한 노인들까지 푼돈을 받고 몸을 내주어 약을 투여받는다. 만에 하나라도 부작용이 생기는 날에는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 주소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난 그 악순환을 여기서 끊어버리고 싶다.

    대한민국은 내가 다스리는 나라다. 그러므로 나의 것을 남이 망가뜨리는 걸 지켜보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 속해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나의 소유니까.

    “왜 대답이 없지? 설마 아니라고 발뺌은 하지 않겠지.”

    “…….”

    지금이라도 자수를 하면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정식아, 잡아와.”

    “예, 큰 형님.”

    내가 경서 연합을 만들었을 때부터 내 곁에 있어 준 최정식. 그는 지금 성일환과 동급의 위치까지 올라 골든 연합 한국지부를 운영하는 고위 간부들 중 하나가 되었다.

    정식이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피를 묻히는 일.

    그것이 최정식이 하는 일이다.

    “나와, 이 새끼야!”

    “혀, 형님! 왜, 왜 그러십니까!”

    “내가 왜 네놈 형님이야. 입 닥치고 나와!”

    정식이의 호통에 아까 내게 자신이 도끼파라고 소개한 놈이 덩치에 맞지 않게 겁에 질린 채로 내 앞에 달려나왔다.

    “너 하나뿐이야?”

    “여기도 있습니다!”

    조직원들의 손과 발이 분주해졌다.

    총 일곱 명의 사람들이 붙잡힌 채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희들이 아직 새파랗게 어린애들 납치해서 눈알 뜯고 심장도 뜯고. 뜯을 수 있는 건 다 뜯었다며?”

    “그, 그게 말입니다. 큰 형님. 저희는 그저 골든 연합의 부흥을 위해… 컥!”

    나는 길게 들을 것도 없이 총을 꺼내 한 놈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너도 그랬어?”

    “크, 큰 형님. 요, 용서해 주십시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이 새끼야.”

    “크, 큰 형님!”

    나머지 여섯 명은 잔뜩 겁에 질려 손발을 오들오들 떨었고, 어떤 놈은 오줌까지 지리는 중이었다.

    “정식아.”

    “예, 큰 형님.”

    단둘이 있을 때는 나를 친구처럼 대하지만, 이렇듯 다른 이들과 있을 때는 그 누구보다도 깍듯하게 대한다.

    “이 새끼들 다 잡아서 묶어. 그리고 이 새끼들이 그 불쌍한 애들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해줘. 눈알이면 눈알. 간이면 간. 심장이면 심장.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뜯어갈 수 있는 건 다 뜯어가게 해.”

    “예, 큰 형님.”

    “사, 살려주십시오, 큰 형님! 사, 살려주십시오!!”

    “큰 형님! 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제, 제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걸하는 놈들을 나는 경멸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살려줘?”

    “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안 돼. 너희들을 이렇게 죽여놔야 다른 놈들이 안 그러지. 그리고 정식아. 이 새끼들 장기 빼는 놈들한테 전해. 마취 같은 건 절대로 하지 말라고. 그냥 묶어놓고 꼭 생으로 다 뜯어놓으라고. 이놈들이 멀쩡한 정신으로 모든 고통을 느낄 수 있게.”

    “…예, 큰 형님. 모두 가자!”

    “예!”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세요!!”

    나는 깔끔하게 저놈들 말을 무시한 채 정식이에게 얼른 가라고 손짓했다.

    정식이는 조직원들과 함께 놈들을 강제로 끌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명령했던 것처럼 저들은 생으로 몸이 뜯겨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즐거워야 할 연회장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 조직원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안 저럴 거지?”

    “예, 큰 형님!”

    “괜찮아. 해도 돼.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이 있는 사람이면 그게 노숙자든 다 죽어가는 노인이든 절대 건들지 마라. 차라리 겁도 없이 마음대로 우리나라 땅을 밟는 불법 체류자나 외국인들이면 상관 안 해. 와서 깡패 짓 하는 조선족 새끼들도 알아서 잡아가. 그 새끼들 장기를 뜯는 게 훨씬 돈이 될 거야. 알겠어?”

    “예, 큰 형님!!”

    내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대한민국 국적이 있다면 외국에 나가 귀족처럼 행세를 할 수가 있을 정도로 강대한 나라. 그것이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 첫 단계가 바로 썩은 물부터 바꾸는 일이 될 터.

    “아까 끌려간 놈들 말고도 뒤에서 구린 짓 하는 새끼가 있다면 지금 자수해라. 지금이라도 자수하면 목숨은 살려줄 거니까. 그런데 나중에 걸리면 어떻게 될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마지막으로 노예 시장도 전부 철폐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건들지 마. 그 외의 사람들은 살리든 죽이든 내 알 바 아니니까.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큰 형님!”

    “그래, 모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부디 방금 끌려 나간 저 새끼들처럼 날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예, 큰 형님!!”

    이제 할 말은 모두 다했다.

    세세한 작업은 성일환과 정식이와 상의를 하면 된다.

    이들을 여기까지 모이게 한 이유는 나의 길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오늘부로 누구도 감히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시민을 건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이면 외노자들이 사라지거나, 불법 체류자들이 갑자기 실종되는 일이 많이 발생하게 될 터. 하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사람이라고 해도 수십만 명의 목숨이라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이 모든 건 내가 진정한 지배자가 되기 위함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이것만큼 개소리가 없겠지만, 이것만큼 진실된 뜻을 가진 명언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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