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176화 (176/325)
  • 176화. 오랑캐는 오랑캐로 (1)

    1998년 현재 중국을 다스리고 있는 국가 주석이자 최고 권력자는 바로 장쩌민이다.

    그는 중국 제5대 주석이며 제7대 중앙 위원회 서기, 제6대 중앙 군사 위원회의 주석이기도 하다. 즉, 군사, 정치, 경제 모든 것을 총괄하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장쩌민 2003년까지, 무려 10년간 중국을 다스리게 되는데, 차기 주석인 후진타오마저 뒤에서 권력을 조종하며 허수아비처럼 부리게 된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장쩌민을 핍박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정말 중국으로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천안문 사태가 벌어진 지 몇 년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중국은 좀 위험하지 않을지…….”

    천안문 사건은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비교적 평화롭게 끝난 1차 시위와는 달리 2차 시위 때는 중국 정부가 탱크와 전차, 인민군을 이용해 강제 진압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5.18이라는 민주 항쟁과 더불어 정부의 총탄 진압이 있었지만, 천안문은 그보다 몇 배는 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전차와 탱크에 깔려 죽은 학생들과 빗발치는 기관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은 차마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아직도 중국 정부에서 총 사망자 수가 몇 명인지 밝히지 않아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적어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중국 공산당은 물러가라는 성난 국민들의 외침이 결국 탱크와 전차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중국은 앞으로도 영원히 공산당원들에게 지배를 받게 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중국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쉬쉬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메데인 카르텔의 지부까지 습격하는 놈들을 가만히 놔둘 순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굳이 그 짐을 미스터 김에게 맡기자니 너무 걱정되는군요.”

    나 말고 차라리 대리인을 보내서 해결을 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대리인을 보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메데인 카르텔이 삼합회에게 당했다. 그 문제로 일전에 로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땐 워낙 일이 많이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로이도 중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만 하는 것 같아 직접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저도 대리인을 보내 일을 맡기고 싶지만…….”

    “직접 가지 않으면 적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미스터 김을 꽤 오랫동안 보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직접 가지 않으면 적성이 풀리지 않는다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중국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북한과는 다르게 완전 폐쇄를 하진 않았으니까요. 경제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공산당으로 국가를 통제하고 있는 중국이 그나마 잘한 행동은 바로 경제 개발이다.

    소련처럼, 북한처럼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전체가 피폐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던 중국 수뇌부는 경제 개발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생긴 수많은 비리와 부조리한 노동 착취가 생겼지만, 그들은 그걸 묵살하면서까지 개발을 이뤄가고 있다.

    “인건비도 싸고 공장을 지을 부지도 아주 넘쳐나죠. 계속해서 중국이 발전을 거듭해 나간다면 조만간 미국을 뛰어넘을 거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어요.”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는다?

    이런 미신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하지만 중국은 폭풍 성장을 하는 것 같더니 어느새 제자리에 머물며 하향세를 탄다. 마구잡이식으로 밀어붙이는 방식과 공산당이라는 체제가 가져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넓고 낯선 나라이기는 하나, 침투하기 쉬운 나라이기도 합니다. 골든 연합에서 인원만 보충해 준다면 메데인 카르텔을 건드린 삼합회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음, 제가 듣기로는 메데인을 짓밟은 삼합회가 중국에서는 꽤 영향력이 크다고 들었는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단순하게 힘으로 끝장낼 수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정권 유착이 심한 곳이지 않습니까?”

    일본도 일본이지만, 중국도 정권 유착이 굉장히 심하다.

    삼합회를 이용해 정치계 거물들을 암살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일인데, 대만과 홍콩 그리고 미국까지 삼합회의 영향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물론, 2000년도부터 다른 나라와 같이 삼합회를 탄압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그들도 점점 땅에 묻히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들이 건재하다는 건 부정 못 할 사실이다.

    “이번에 메데인과 마찰이 생긴 곳이 바로 천지회라는 곳입니다. 중국에서는 2~3번째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죠.”

    “천지회라…….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마약도 마약이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노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는 곳이 아닙니까?”

    중국은 마약, 무기, 매춘부터 노예 거래까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하는 놈들이다.

    저번에 강철중을 시켜 중국 쪽에다 히트맨들을 깔아놓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들 조직이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고, 숫자도 많아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즉, 인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제든 말씀을 해주십시오. 저도 중국에는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삼합회 놈들이 워낙 견제를 해대니 진출을 하지 못했을 뿐이죠.”

    골든 연합이 중국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골든 마피아도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벌어들이는 것도 많을 테니, 다니엘 로페즈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곳일 터.

    “알겠습니다, 미스터 로페즈. 준비가 되는 대로 언질을 드리겠습니다.”

    “하하. 그렇게 하십시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다니엘 로페즈와는 이야기가 끝났다.

    그는 내가 연락을 주는 대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다.

    중국 삼합회와 본격적인 화력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 * *

    “정말 팬입니다.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구…….”

    “아! 기억 안 나시나요? 저는 워커의 아주 친한 친구입니다. 같이 사업을 하기도 하고요. 전 로이 루스테라고 합니다. 앞으로 꼭 기억해 주십시오.”

    “아… 예, 그러셨구나. 반갑습니다.”

    로페즈와 얘기를 끝내고 태혁이의 대기실로 가보니, 로이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태혁이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고 있었다.

    “로이?”

    “오, 워커. 마이 베스트 프렌드! 왔구나!”

    로이는 오늘따라 과하게 나를 반겼다. 일부러 태혁이에게 과시라도 할 모양이다.

    나는 그와 불편한 포옹을 한 뒤 억지로 그를 떼어냈다.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왜긴. 여기 계시는 슈퍼스타를 만나 뵈러 왔지.”

    로이도 태혁이의 팬이었나.

    사람들은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가 미식축구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복싱이 1위다.

    앞으로도 복싱이 1위라는 건 변함이 없을 터. 그 이유로는 도박꾼들의 영향이 가장 컸다.

    당연히 현재 3체급을 제패한 태혁이에게 미국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

    “형, 정말 아는 사람이야?”

    “왜?”

    “아니, 뭔가 좀 이상하달까.”

    “하하. 저래 봬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야. 무시하지 마.”

    “그래?”

    태혁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겉모습만 보면 누가 저 사람이 메데인 카르텔의 수장이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한번 무서워지면 굉장히 무서워지는 사람이지 않던가.

    “오늘 경기 잘 봤다. 착실하게 올라가고 있네. 솔직히 오늘 경기는 형도 보면서 많이 떨렸어.”

    “맞아. 로이 존스 주니어, 그 사람 진짜 잘하더라. 원래 2라운드면 대부분 타이밍을 익히게 되는데, 그 사람은 5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타이밍을 잡지 못하게 하더라고.”

    태혁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하는 중이지만, 내게는 이놈이 더 대단하게 보였다. 그야말로 괴물 중의 괴물이 아닌가.

    5체급 제패는 솔직히 꿈인 줄 알았는데, 정말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음 경기에도 꼭 올게.”

    “바쁘면 안 와도 돼. 오늘도 무리해서 온 거 같은데……. 요즘 한국이 시끄럽다며.”

    “곧 다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너만 쳐다보고 있는 거 아냐? 네 경기 시작하면 모두 TV 앞에 앉아서 너만 응원하고 있어. 그러니까 열심히 해.”

    “알지. 그렇다고 너무 부담 주지는 마.”

    부담을 가져도 어차피 똑같이 잘할 놈이다.

    “알겠어. 아무튼, 형 이제 간다. 내일 저녁이나 같이 먹자. 병원 가서 꼭 체크 받고.”

    “그래, 조심히 들어가.”

    나는 태혁이의 대기실 밖을 나서면서 로이도 함께 끌고 갔다.

    “자, 잠깐. 워커. 벌써 가는 거야?”

    “할 일이 많아요. 여기서 뭐 하시려고요?”

    “아니. 그야 나는 우리 슈퍼스타와 함께 조금만 더 있으려고 했… 악……!”

    나는 억지로 로이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차에 올라타지도 않고 있었다.

    “얼른 타세요.”

    “워커, 오늘 동생분이랑 같이 저녁이라도…….”

    “타라고요.”

    “…….”

    로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차에 올라탔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푹 쉰 다음 말했다.

    “내일 태혁이와 저녁 식사를 할 겁니다. 그때 같이 오시던가요.”

    “오! 정말? 진짜 그렇게 해도 돼?”

    “예, 그러니까 일단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을 합시다.”

    “그래, 뭐든지 말해. 뭘 해줄까?”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다.

    “중국이요.”

    “아……. 그거.”

    중국이란 말에 로이의 표정이 다시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던 게 분명하다.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야…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무작정 돌파를 해보자니 우리만 피해 보고 끝날 거 같고.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은 없어.”

    내 예상대로다.

    로이는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럴 줄 알고 제가 여기까지 날아온 겁니다.”

    “워커가 중국 쪽에 사람들을 풀어놓았다며. 거기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거야?”

    “저는 로이가 하는 걸 보고 움직이려 했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줄은……. 아무리 제가 한국 일 때문에 바쁘다고 해도 뭔가는 했었어야죠.”

    “끙, 미안해. 그런데 도저히 틈이 안 보이더라고.”

    폐쇄적인 국가 중국.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삼합회, 천지회.

    이이제이라고 하지 않던가.

    오랑캐를 잡으려면 오랑캐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제게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나의 말에 로이는 어두웠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래, 바로 이런 걸 기다리던 거였어. 어떤 생각인데?”

    “돈이 꽤 많이 들 거예요.”

    “어, 얼마나?”

    “로이가 가지고 있는 전부를 내놓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로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대답했다.

    “괜찮아. 중국 쪽만 접수할 수 있다면 지금 가진 거 다 탕진해도 다시 벌어들일 수 있어.”

    계산은 빠른 사람이다.

    “좋습니다. 그럼, 조만간 저랑 같이 중국으로 넘어가시죠.”

    “워커랑 나랑?”

    “예, 여기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될 것도 안 돼요. 저랑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음…….”

    직접 중국으로 갈 줄은 몰랐는지 로이는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미국과는 다른 곳이지 않은가.

    언제 삼합회의 공격에 당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서 중국을 먹을 순 없다.

    “뭐, 좋아. 워커가 간다면야 나도 따라가야지.”

    이윽고 로이는 흔쾌히 허락했다.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나와 같이 가서 지휘를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 준비를 해주세요. 대동할 사람들도 미리 결정을 하시고요. 어차피 쓸 무기는 거기 가서 구해도 늦지 않습니다. 실력 좋은 사람들을 뽑아 오세요.”

    “그래야지. 아무래도 위험한 곳이니까, 좀 많이 데려가려고. 그런데 워커.”

    “예, 로이.”

    “정말 내일 우리 슈퍼스타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거지?”

    아직도 그 생각인가.

    이 사람은 중국을 통째로 삼키는 것보다 태혁이와의 식사 자리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하하, 좋아. 난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으니까, 우리 챔피언님께서 드시고 싶으신 걸로 결정하자고.”

    “그러세요, 그럼.”

    로이는 호레이를 외치며 두손을 번쩍 들었다.

    태혁이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내일은 꽤 피곤한 저녁 식사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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