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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2화 (32/325)
  • 32화. 삼대 조직 (2)

    “사장이 누구냐고, 묻잖아!”

    딱 봐도 깡패 새끼들이라는 건 알겠다. 황규혁이야 덩치는 있긴 하지만, 워낙 옷도 잘 차려입고 생긴 것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그래서 저렇게 황규혁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 같은데….

    이놈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감이 안 잡힌다.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보아, 이곳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놈들인가?

    “제, 제가 사장입니다만….”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여사장이 쭈뼛쭈뼛 나왔다. 그러자 덩치들은 험악하게 소리를 질렀다.

    “장사를 하려면, 꼬박꼬박 자릿세를 내야 할 거 아니야! 그것도 모르고 장사를 하면 어떡해!”

    “자, 자릿세요? 그거라면 벌써 냈는데….”

    “내긴 뭘 내? 엉뚱한 놈들에게 냈겠지. 그놈들은 벌써 우리가 정리했어. 그러니까 아줌마는 앞으로 우리한테 내라고. 저번에 그놈들한테 낸 돈, 두 배로 내도록 해.”

    “두, 두 배요? 아이고, 사장님. 한 번만 봐 주십시오. 그 정도로 많은 돈을 내라고 하시면 저희는 뭐 먹고 삽니까?”

    “아니, 이 아줌마가 돌았나. 내라고 하면 그냥 낼 것이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버럭 소리를 지르던 놈이 식당을 부수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놈들도 거들며 눈에 보이는 건 다 바닥에 집어 던졌다. 덕분에 식당에서 밥을 먹던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모두 밖으로 나갔다.

    자릿세를 덤터기 씌우고, 말을 듣지 않으면 일단 부수고 보는 전형적인 조폭들의 수법이다.

    “아니, 이 새끼들이.”

    보다 못한 황규혁이 나서려고 할 찰나였다.

    “이런 배워먹지 못한 새끼들아! 너희들은 애미, 애비도 없냐!”

    어머니가 겁도 없이 앞으로 나서서 덩치에게 욕을 퍼붓고 있는 게 아닌가? 저 어깨들도 당황했는지 주춤거렸다.

    “이놈들아! 남의 등골을 그렇게 빼 먹으니까, 기분이 좋더냐!”

    “아니, 이 아줌마는 또 뭐야!”

    어깨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아차!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머니가 저놈들 손에 맞기라도 한다면….

    콰직-!

    “컥-!”

    하지만 이번에는 태혁이의 손이 더 빨랐다. 정확하게 턱을 가격 당한 덩치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태혁이의 주먹에 맞았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이, 이 새끼가!”

    “태혁아!”

    뻐억-!

    어머니가 태혁이의 이름을 부르기 무섭게 녀석은 단숨에 나머지 두 놈도 쓰러뜨렸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나도 그리고 황규혁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뭐, 뭐야….”

    황규혁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고, 어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태혁이가 쓰러진 놈들의 멱살을 붙잡은 채 구타를 이어 가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태혁이를 붙잡고 소리쳤다.

    “아이고, 태혁아! 이제 그만해!”

    잠깐 이성을 놓았던 건지, 태혁이는 정신을 차리고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황규혁은 그런 태혁이를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바, 방금 뭐였냐?”

    “예?”

    “방금 말이야! 주먹 쓰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던데, 네 동생 도대체 뭐야? 어디서 저런 괴물이….”

    태혁이가 주먹 휘두르는 건 질리도록 봐왔던 터라, 난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저 어머니가 무사하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황규혁은 태혁이의 주먹을 오늘 처음 보는 것이 아니던가?

    말과는 다르게 태혁의 주먹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난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미래의 세계 챔피언입니다.”

    “뭐?”

    “미리 싸인이라도 받아 두셔야 할걸요?”

    황규혁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멍한 얼굴이었다. 그동안 난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다친 곳은 없으세요?”

    “나는 괜찮다. 그나저나 태혁이가….”

    “이 녀석은 괜찮을 거예요. 그렇지?”

    태혁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주먹을 보니, 찢어진 곳이 없었다. 그만큼 빠르게 펀치를 날려서 흡수하는 데미지를 줄였다는 건데, 참 이럴 때 보면 대단한 녀석이다.

    “괜찮으세요, 어머니?”

    황규혁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어머니를 살폈다. 그리고 태혁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괜찮니?”

    “예.”

    쫄기라도 한 건가. 아주 어렴풋이 두려움 섞인 눈빛이 황규혁에게 스쳐 지나갔다.

    덩치에 안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하긴, 황규혁도 싸움판에서 오랫동안 굴러온 사람이 아니던가?

    태혁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러니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아이고, 감사합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잠시 몸이 굳어 있던 사장도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 여사장한테는 휙휙 바람이 몇 번 불다 상황이 끝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태혁이는 어머니 잘 모시고 있어. 태산이는 잠깐 따라와.”

    황규혁은 나와 사장을 먼저 식당 밖으로 내보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경찰에게 하는 것 같진 않고, 저 쓰레기들을 처리할 똘마니들을 부르는 것 같았다.

    “저놈들이 어디에서 나온 놈들인지 아십니까?”

    통화를 마치고 온 황규혁의 물음에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쪽을 관리하던 놈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도끼파였나? 아무튼, 깡패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요즈음 갑자기 새로운 놈들이 와서는 저렇게 난동을 부리는 게 많아졌지 뭡니까?”

    도끼파라면 이번 마약 소탕 작전에 걸려 완전히 분해가 된 놈들이다.

    “정확하게 저놈들이 어디서 온 놈들인지는 모르시겠군요.”

    “그건 저도 잘….”

    “알겠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저놈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해요.”

    “아닙니다. 대신, 다음에 서비스나 좀 주세요. 하하, 그리고 태산이 어머님도 잘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이죠, 사장님.”

    여사장은 몇 번이나 허리를 굽히며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황규혁은 여사장이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웃고 있던 얼굴을 굳혔다.

    “아무래도 대룡인 거 같다.”

    “대룡이요?”

    “그래. 도끼파가 분해되고 나서부터 날뛰기 시작한 놈들이 바로 대룡이야. 저놈들도 그쪽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내 생각도 황규혁과 다르지 않았다. 하필이면 대룡파가 목동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니.

    이건 과연 내게 기회일까?

    “그렇군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어쩌긴. 제대로 한 판 붙어야지.”

    전쟁을 생각하는 건가. 대룡파는 대조직이다. 물론, 이번 마약 사건으로 인해 힘이 약해져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삼대 조직 안에 드는 곳이 아니던가?

    하지만 군부 앞에서는 벌레보다 못한 놈들로 전락한다. 대룡파가 곧 군부 손에 갈가리 찢어진다는 걸 난 알고 있다.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어차피 우리가 여기 구역을 먹으려고 했던 거니까. 그리고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대룡파에서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그전에 싹을 잘라야 해.”

    여기서 황규혁이 괜히 나서게 된다면 일을 그르칠지도 모른다. 일단 이 양반이 흥분하지 않게 진정을 시켜야겠는데….

    “아까 애들 다 불러 놨다. 지금이라도 다 엎어 버리려고.”

    아까 전화를 한 건 그거 때문이었나?

    뜻은 좋다만, 너무 서두르고 있다.

    “아, 형님. 잠시 만요.”

    “응?”

    “일단, 저 쓰레기들만 치우고 애들은 잠시 물러 주십시오.”

    “아까 못 들었어? 이대로 놔두면 네 어머니는 물론이고 동생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걱정하시는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일 말씀드릴 게요. 오늘 대룡파를 치는 건, 너무 성급한 거 같습니다. 아직 위에다가 보고도 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괜찮아. 큰 형님께서는 결과만 좋으면, 후 보고를 해도 그냥 넘어가 주셔.”

    “오늘 하루만 참아 주십시오. 내일 속 시원하게 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끈질긴 만류에, 황규혁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또 무슨 꿍꿍이인지…. 알겠다. 오늘은 너 봐서 참고 넘어간다. 내일 아침에 와서 뭔 일인지 말해.”

    “감사합니다, 형님.”

    “일단, 어머니 먼저 모시고 집에 들어가.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예, 형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내가 너한테 진 빚이 많아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참 사람이 좋긴 한데, 왜 깡패가 되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난 황규혁의 말에 따라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돌아갔다. 많이 놀라셨을 테니, 오늘은 푹 쉬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 물론, 워낙 강심장이시라 그런지 다행히 괜찮은 것 같아 보였다.

    “대룡파라-.”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부글부글 끓는 속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오늘 나와 태혁이가 식당에 가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대룡파, 그놈들을 잘게 부셔놔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 * *

    “자. 이제 속 시원히 말해 봐.”

    “물 한 잔도 주지 않으십니까? 섭섭하게….”

    “그건 네 나와바리 가서 마셔. 새끼가 빠져가지고.”

    황규혁은 낄낄 웃으며 음료수가 담긴 잔 하나를 가져와 내 앞에 두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미리 준비를 했나 보다.

    “됐냐? 이게 아주 형을 부려 먹어요.”

    요즘 들어 이 양반이 형님 보다는 형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형님 소리보다는 형 소리가 듣고 싶다는 건가?

    “대룡파 일은 아직 작업 전이시죠?”

    “그래. 네가 그렇게 말을 해서 일단은 놔뒀어.”

    “위에는 보고 하셨습니까?”

    “아직. 너 이야기 하는 거 들어보고 올려야지.”

    성미가 그렇게 급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저 얼굴을 보니, 당장이라도 대룡파를 치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대룡파는 알아서 무너질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여유롭게 기다리면서 그놈들이 두드려 맞고 있는 걸 구경하면 됩니다.”

    “대룡파가 알아서 무너져?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대룡파가 저렇게 날뛰고 있으니, 정부에서 알아서 처리해 준다는 겁니다.”

    “야 인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정부에서 왜 대룡파를 건드려?”

    여기서 앵무새처럼 했던 말을 또 해야 하나. 이런 과정은 언제 해도 참 귀찮다. 난 간략하게 저번 날 권용일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황규혁에게 전했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회의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해외 업무를 네가 다 맡는다고?!”

    “예. 그렇게 됐습니다. 일찍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기회가 생기질 않아서요.”

    황규혁은 적잖게 놀란 모습이었다.

    “역시, 큰 형님 화끈하신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을 해외에 보낸다고 공표하셨으니….”

    “그러게요. 저도 걱정이 됩니다.”

    “엄살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가 걱정을 해? 웃기는 소리 하지 마. 해외 쪽 일은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황규혁의 어투에서 질투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는 걸 전혀 경계하지 않는 건가?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주변 꼰대들이란 말이지. 그 양반들이 널 귀엽게 보지만은 않을 텐데….”

    “예. 그게 좀 걱정이긴 합니다. 특히 이진용 형님께는 협박도 듣고 왔습니다.”

    이진용이란 이름이 나오자, 황규혁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래? 뭐라고 하셨는데?”

    “라인을 갈아타랍니다.”

    “라인?”

    “성일환 형님이 아닌, 자기에게 오라는 거죠.”

    속이 탔는지, 황규혁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알고 있었냐?”

    “어떤걸요?”

    “파벌이 나뉘어져 있다는 거.”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

    권용일이 죽기 전까지 화진파, 아니 화진 그룹에는 두 개의 파벌이 존재했다. 하나는 이진용 라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일환의 라인이었다. 결국, 승자는 이진용이 된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누구보다도 조심해야 할 사람은 바로 그 형님이야. 알겠지?”

    “라인이라도 갈아타라는 말씀이세요?”

    “글쎄다. 네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나도 성일환 형님이 좋긴 하지만, 과연 이진용 형님의 상대가 될지는 미지수다.”

    내가 알기로, 성일환이 숙청을 당한 뒤 황규혁은 여전히 부사장 직함을 유지하게 된다. 성일환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황규혁이 이진용에게 항복이라도 했다고 봐야 하는 걸까?

    그래서 저런 말을 나한테 하는 것일까?

    “아무튼, 그냥 몸조심하라는 이야기니까 앞으로도 각별히 주의해.”

    “예, 형님.”

    “그나저나 확실한 거야? 대룡파 놈들이 정부 손에 아작 나는 게?”

    “이미 보시지 않았어요? 그놈들 아편굴 다 잃고 지금 발악하는 겁니다. 가뜩이나 경찰들이 애들 잡겠다고 난리인데, 깡패까지 날뛰면 경찰들은 바로 군부에게 손을 벌릴 겁니다.”

    황규혁은 아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군부가 그렇게 쉽게 움직이겠냐는 건데, 나도 이해한다. 솔직히 나라도 미래를 몰랐다면 군부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 정부의 생각은 확고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미 다 짜놓은 상태다. 불순물들이 주변을 더럽히기 전에 완전히 걸러내는 게 현 정부의 방침이다.

    “그게 언제쯤인데? 이러다가 네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에 뭔 일이라도 생기면….”

    “괜찮습니다. 지금쯤이면 군부가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대룡파 놈들도 슬슬 똥줄이 타고 있을걸요? 그때 그 새끼들을 짓밟으러 직접 가 주시면 됩니다.”

    “땅개에 두드려 맞은 놈들을 우리가 쓸어 담자?”

    “탐나지 않으세요? 대룡파가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삼대 조직 중 하나 아닙니까?”

    내 말에 황규혁은 벌써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대룡파를 접수할 수 있다. 그건 곧 화진파가 대한민국 삼대 조직 중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나도 이번만큼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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