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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73화 (73/200)

< 충룡의 알 3 >

강하진이 한창 충룡의 알로 유충을 몰아 던전을 휘젓고 있을 때, 그림자, 최영진은 최대길을 만나러 갔다.

최대길의 위치는 이미 파악해둔 지 오래였다.

사실 운이 많이 작용했다. 최대길이 얼마나 가짜를 잘 만들었는지, 그림자도 그걸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했을 정도니까.

우연이든 어쨌든 그림자는 최대길을 찾아냈고, 그에게 언제든 식별할 수 있는 자신만의 표시를 해두었다.

아마 최대길은 자신의 몸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절대 모를 것이다.

그렇게 최대길을 특정한 후부터 그를 만날 준비를 했다. 아주 철저히.

최대길은 자신이 주도해서 그림자를 찾아낸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최대길이 자신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미리 설계를 했다.

원래라면 이런 사실을 드러내지 않겠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었다.

이번 일만 해결하고 나면 어떻게든 관계 설정을 다시 할 것이다.

최영진의 목표는 지창기의 복수였고, 그 이후 전원으로 내려가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었다.

원래는 복수가 끝이었는데, 복수를 준비하면서 차츰차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여유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으니, 죽기 전에 그런 걸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물론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안 맞는 옷을 입거나 작은 신발을 신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아무튼 그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분신체를 되찾아야 한다.

‘괴물 같은 놈.’

최영진은 강하진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솔직히 다음에 또 만나더라도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이번에 당한 것도 방심하다가 그런 게 아니라 바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붙잡힌 거였다.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그림자로 변하지도 못하고 붙잡혔으니까.

다음에는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조용히 관찰만 할 것이다. 접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최영진은 한강 던전으로 들어갔다.

최근 최대길은 한강 던전 내부에서 지냈다.

그렇다고 암시장에서 지내는 건 아니었고, 던전 내부에 상가 몇 개를 분양 받아서 그곳에 은신처를 만들었다.

던전에 내부에 있는 상가를 분양받는 건 그저 돈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걸 보면 확실히 대단하긴 했다.

돈도 많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꾸준히 로비도 하는 것이 분명했다.

한강 던전 안에는 각종 편의시설과 다양한 먹거리 상점, 그리고 기념품 상점이 쭉 늘어서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당연히 A-마켓이었고.

최영진의 목적지는 그 A-마켓과 마주보고 있는 작은 기념품 가게였다.

한강 던전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였다.

판매하는 물건도 흔한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손님이 굳이 많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곳은 최대길의 은신처 중 하나였다.

최대길은 그 특유의 조심성을 발휘해 한강 던전 안에도 은신처를 하나만 만들지 않고 무려 세 개나 만들었다.

최영진이 판단하기에는 낭비도 그런 낭비가 없었지만, 최대길은 절대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상점 안으로 불쑥 들어간 최영진은 점원이 고개를 들어 확인하는 그 찰나의 순간 그림자로 들어갔다.

“응? 방금 분명히 누가 들어 왔는데?”

점원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문이 열렸다가 닫혔는데, 아무도 없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점원이 슬그머니 진열대 옆에 붙어 있는 버튼을 꾹 눌렀다.

가게 내부를 마력이 한 차례 휘저었다.

혹시 누군가 숨어 있다면 바로 반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장치였다.

설치하는 데 수십억은 줘야 하는 비싼 장치였다. 그나마도 이 작은 가게 안에서 간신히 작동하는 정도였고.

하지만 어쨌든 효과는 확실했다. 그걸 겪은 각성자는 마치 공격스킬에 당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니까.

일반인이라면 충격에 그냥 기절해 버리고.

한데 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점원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버튼을 눌렀다.

한 번 작동하는 데에도 돈이 들어가는 비싼 장치였기에 이러면 안 되지만 미심쩍으면 얼마든지 써도 좋다는 허락이 있었기에 그냥 또 눌렀다.

하지만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잠시 후, 뒷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버튼을 누르면 안쪽으로 신호가 가게 되어 있었고, 안에서 대기하던 최대길의 호위 각성자 하나가 확인 차 나온 것이다.

점원은 방금 자신이 겪은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괜히 버튼을 눌러 장비에 들어가는 마석만 날려먹었다면 여러모로 곤란하니까.

설명을 모두 들은 각성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안쪽을 한 번 살펴보지.”

다행히 각성자는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점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제 남은 건 오지 않는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 * *

강하진은 길드 본부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길드 본부에는 강하진만을 위한 시설이 하나씩 있었다.

강하진 전용 수련실, 강하진 전용 연구실, 강하진 전용 장비 제작실 등등.

강하진은 일단 연구실로 들어가 충룡의 알을 하나 꺼냈다.

시간을 좀 투자해 충분한 연구 자료를 뽑아내고 싶었다.

회귀 전에도 이런 식으로 연구해서 얻어낸 성과들이 제법 많았다.

아공간 역시 그런 결과물 중 하나였고.

일단 충분한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강하진은 시스템의 정보부터 확보했다.

[충룡의 알]

[암흑 파리가 용종이 되어 낳은 알. 어둠을 접하고 있을 때만 부화가 진행된다. 맹독과 바람의 숨결이 자라고 있다.]

충룡의 유충을 이용할 때부터 확인한 정보였다. 하지만 강하진이 원하는 건 이보다 더 깊은 지식과 정보였다.

강하진은 더 집중했다. 요즘 엿보기를 자주 썼더니 집중력도 높아졌고, 더욱 빠르게 집중해서 더 깊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슬슬 [당당하게 엿보기]의 숙련도가 오르고 있는 듯했다.

아무튼 집중해서 더 시스템 깊은 곳까지 파고드니 역시나 새로운 정보를 토해냈다.

[충룡이 자신의 격을 파편으로 나누어 부여했다. 섭취 시 충룡의 격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이제야 좀 이해가 됐다.

충룡의 유충은 특별한 힘을 얻은 게 아니라 격을 엿본 것이다.

충룡의 유충은 어차피 자신이 되어야 할 존재의 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알을 여러 개 먹으면 좀 더 완성도가 높은 격을 볼 수 있으니 더 제대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고.

아마 아까 강하진이 죽인 충룡도 그냥 내버려 뒀으면 계속 성장해 결국 완전한 충룡이 되었을 것이다.

막혔던 것 하나가 풀려 나갔다. 그럼 이제는 새로운 걸 찾아낼 차례였다.

강하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중을 풀지 않고 시스템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해 봤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강하진은 그래도 더 버텼다.

집중력이 한계에 도달해 풀리기 전까지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한계에 도달해 그걸 넘어선 것 같은데도 시스템은 더 이상의 정보를 주지 않았다.

원래라면 이쯤에서 그만 뒀어야 한다.

한데 갑자기 묘한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더 버텼다.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정보가 떠올랐다.

[용의 근원 정보가 담겨 있다.]

그 정보를 얻고 나니 거짓말처럼 집중이 풀려 버렸다.

강하진은 직감적으로 [당당하게 엿보기]의 숙련도가 대폭 올랐다는 걸 깨달았다.

얻은 정보는 역시나 모호했지만, 그래도 엿보기의 숙련도가 이렇게나 많이 올랐으니 충분히 많은 걸 얻었다.

강하진은 잠시 쉬면서 정신을 추슬렀다. 그리고 마지막에 얻은 정보를 곱씹어봤다.

‘근원 정보······ 알이라서 그런 건가? 한데 충룡도 아니고 용의 정보라고?’

그러니까 알이 깨어날 때, 용의 근원 정보를 토대로 유충이 만들어진다는 뜻이었다.

다른 용종 역시 알을 낳으니 그 알에 근원 정보가 담겨 있을 것이고.

충룡이 비록 다른 용에 비해 많이 약한 벌레 같은 존재지만 그래도 용은 용이었다.

그러니 용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서 아예 말이 안 될 건 없었다.

문제는 이 근원 정보라는 걸 어떻게 뽑아내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느냐다.

오랜만에 강하진의 연구혼이 불타올랐다.

해볼 만한 시도는 전부 다 해볼 생각이었다.

이런 쪽의 직관력은 회귀 전부터 아주 뛰어났다. 아마 각성을 하지 못했다면 분명히 연구자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하건대, 틀림없이 크게 성공했을 것이다.

강하진은 그 뒤로 한동안 연구실에 틀어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남은 세 개의 뉴타입 던전을 정복했다는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 * *

“진짜 보통이 아니시네요.”

황수영은 강하진의 집무실 소파에 앉아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마치 자신의 길드, 자신의 방에 있는 것처럼 당당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앉은 정아연은 그걸 지적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정도 집중력이 있으니 그런 대단한 포션을 개발하신 거죠.”

강하진이 제공한 두 번째 시료를 통해 새로운 포션 제작에 성공한 A-마켓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시장에 뛰어든 추격자들을 가볍게 따돌릴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싸움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DM의 추격은 무시무시했다.

그래서 강하진의 존재가 더더욱 A-마켓에 중요해졌다.

이렇게 수시로 정아연이 찾아와 언제쯤 연구실에서 나올지 확인할 정도로,

“이번엔 또 뭘 만들어 나오실지 기대가 되네요. 제가 알기로 포션을 만들 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는데.”

열심히 강하진을 칭찬하는 정아연의 모습을, 눈을 가느다랗게 뜬 황수영이 바라봤다.

“그런데 안 바쁘세요?”

“이것도 업무의 연장인데요? 저 지금 바쁘게 일하고 있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한가해 보이는데······.”

“그러시는 던전 브레이커 길드 마스터께서는 안 바쁘신가요? 오늘 제법 큰 던전을 닫아야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황수영이 피식 웃으며 손을 휙 내저었다.

“에이, 그런 건 밑에 애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죠. 전 불과 며칠 전에 뉴타입 던전 빡세게 돌았잖아요. 중간에 이렇게 쉬어줘야 다음에 또 힘내죠.”

“그나저나 이번에 굉장한 활약을 하셨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정아연이 순수하게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하자, 황수영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 부풀려진 거예요. 사실 진짜 활약은 가디언스에서 했는데.”

“네? 던전 코어를 찾아서 부순 사람이 황수영 씨라고 들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요?”

“맞아요. 제가 찾아서 부쉈죠. 하지만 그걸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전부 가디언스 덕분이었어요.”

정아연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집중했다.

“뉴타입 던전에는 코어가 여러 개 존재해요. 사실 아무도 그런 정보조차 없었죠. 한데 가디언스가 전부 해결했어요.”

“가디언스가 정보를 제공했군요.”

황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한테만요.”

그 정보를 토대로 던전 브레이커가 다른 각성자들을 지휘해 코어를 하나하나 부숴 나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가디언스가 따로 움직여 다른 곳에 있던 코어를 정리했고.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가 함께 들어간 던전을 가장 빨리 닫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다른 던전도 다 무사히 닫히긴 했다. 하지만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와 함께 한 각성자들은 굉장한 이득을 봤다.

기간이 단축된 만큼 포션 등의 소모품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장비도 많이 안 상했고.

더구나 빨리 끝내고 나와 충분히 쉰 다음 일반 던전 공략까지 진행했으니 그들이 얻은 이익은 정말 대단했다.

다른 던전보다 무려 보름이나 빨리 닫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 이면에 가디언스가 있었다는 건 정말 의외였다.

그리고 가디언스가 가진 정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너무나 뻔했다.

“두 분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 정보를 줬음이 분명한 존재, 강하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정아연과 황수영은 강하진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봤다.

오늘 왠지 할 말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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