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42화 (42/200)

< 두 번째 각성 던전 >

사령전사가 가진 죽음의 일격 스킬은 거의 무한하게 쓸 수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저기 한 방 맞으면 그냥 죽을 것 같은데?’

도저히 같은 레벨의 상대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강력한 괴물이었다.

‘설마 레벨만 어거지로 끌어내려서 맞춘 거 아냐?’

그 설마가 맞는 거 같았다.

레벨이라는 건 격을 의미한다. 아무리 강제로 격을 맞췄다고 하지만 원래 가졌던 능력이나 위세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그러니 강하진과 같은 레벨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레벨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사실 그건 강하진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바로 이번 시험을 통과할 열쇠였다.

강하진이 지금은 282레벨이지만, 죽기 전에는 479레벨이었다.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갈수록 레벨을 올리기 어렵고, 레벨 당 느껴지는 격의 차이가 커진다는 걸 고려하면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강하진에게는 오랫동안 치열하게 싸워왔던 경험이 있었다. 그저 레벨과 능력치, 스킬로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격을 갖춘 존재가 바로 강하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저 사령전사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계속해서 피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꽈앙! 꽈앙! 꽈앙!

연달아 해머가 떨어졌고, 강하진은 그걸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수십 차례가 넘는 공격을 피하는 동안 강하진은 사령전사의 빈틈을 탐색했다.

지금까지 발견한 빈틈은 딱 하나, 해머가 바닥에 꽂히는 순간이었다.

충격으로 잠깐 몸이 경직되는데,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인지라 딱히 약점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걸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치료스킬을 써보기도 했는데, 사령전사는 보기와 달리 언데드가 아닌 모양이었는지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걸 해내라는 뜻이로군.’

강하진은 이 상황이 시험이라는 점을 확실히 깨달았다.

해머를 내리친 그 순간의 빈틈을 찔러야만 하는 것이다.

‘이걸 깨라고 만들어 놓은 건가?’

만일 강하진이 회귀자가 아니었다면 약점을 찾을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강하진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러는 동안에도 사령전사의 해머는 끊임없이 강하진을 노리고 벼락처럼 떨어졌다.

꽈앙! 꽈앙! 꽈앙!

강하진은 그걸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해내면서도 마음을 명경지수처럼 차분하게 다스렸다.

당연히 처음에는 잘 안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이 가라앉더니, 나중에는 평정심을 유지한 채 사령전사의 해머를 피할 수 있었다.

사령전사는 오직 내리치는 공격 하나만을 했다.

하지만 그걸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했다. 각도를 살짝 비틀거나 타이밍을 어긋나게 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빈틈을 파악하는 것이 더 어려웠지만 강하진은 어느 순간부터 완벽하게 빈틈을 포착할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던 빈틈이 점점 확대되었다.

진짜 빈틈이 커진 게 아니라 강하진이 인식하는 빈틈이 넓어진 것이다.

그때까지도 강하진은 계속 사령전사의 해머를 피하기만 할 뿐, 한 번도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빈틈이 크게 확대된 순간, 빠르게 검을 내질렀다.

찰나의 순간을 끊어 쳤기에 검이 순식간에 빈틈을 파고들었다가 빠져나왔다.

푸화학!

꽈앙!

강하진의 검에 꿰뚫린 사령전사의 목에서 시커먼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사령전사의 해머가 바닥을 내리쳤다.

사령전사는 해머를 바닥에 박은 채 가만히 서서 시커먼 기운만 울컥울컥 쏟아냈다.

시커먼 기운이 쏟아져 나올수록 사령전사의 몸이 점차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빛을 둘러싸고 있던 껍데기가 시커먼 기운이 되어 흩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내 사령전사가 빛 덩어리로 변했다. 그리고 그 빛 덩어리가 강하진에게 고스란히 쏟아졌다.

‘스킬이 생겼어!’

스킬을 선물해주던 바로 그 빛이었다. 그리고 얻은 스킬은 [전사의 몸놀림]이었다. 황수영이 얻은 스킬과 같은데, 근력이 아닌 민첩을 올려주는 스킬이었다.

강하진은 잠시 서서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하고는 정면에 뚫려 있는 통로로 걸어갔다.

왠지 이 각성 던전이 어떤 식으로 구성된 건지 알 것 같았다.

* * *

강하진은 두 번째 석실에 들어서기 직전 생각을 좀 정리했다.

통로에서 보이는 두 번째 석실 역시 첫 번째와 똑같았다.

이곳 역시 스킬을 보관했다가 내려주는 장소였다.

‘시험도 같이 준비한 게 문제지.’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문제라기보다는 기회였다.

성장의 기회 말이다.

첫 번째 석실에서 사령전사를 상대하면서 강하진은 빈틈을 찾아내는 훈련과 빠르고 강력한 공격을 피하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빈틈을 찌르는 법까지 익혔다.

아직 빈틈 찌르기는 완벽하게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몇 번 더 시도하다 보면 스킬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마 이 각성 던전은 그런 식으로 각성자를 훈련시키고 그걸 완벽하게 마무리하면 스킬을 전수해 주는 듯했다.

아니, 확실하다.

강하진은 석실로 발을 들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훈련도 시켜주고 스킬도 전수해 주는데 감사할 일 아닌가.

벽에 새겨진 그림과 글이 빛나기 시작했고, 이내 하나로 모여 괴물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역시 사령전사였다.

모든 능력치가 같은데, 들고 있는 장비와 스킬만 달랐다.

“방패?”

이번 사령전사는 거대한 사각방패를 들고 있었다.

[죽음의 방벽, 죽음의 힘]

죽음의 방벽은 사령전사의 방패술이었다. 방패에 마력을 보내 강력한 충격을 뿜어내는 스킬이었다.

죽음의 힘은 마찬가지로 마력을 보충하는 스킬이었고.

사령전사는 나타나자마자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했다.

콰콰콰콰콰!

강하진은 그걸 보고 옆으로 피하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방패가 확 넓어졌다.

양 옆으로 쫙 벌어지는 바람에 강하진이 피할 틈이 없었다.

강하진은 이를 악물고 어깨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냥 충돌하면 끝장이다.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충돌 순간 몸을 비틀어 충격을 조금이라도 흘려내야만 한다.

꽈앙!

입과 코에서 피가 확 튀었다.

분명히 비틀었는데, 힘을 거의 흘려내지 못했다. 사령전사가 충돌 순간 방패를 살짝 비틀어 강하진이 대비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엄청난 충격이 온몸을 뒤덮었다.

쿠당탕탕!

강하진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바로 일어나 사령전사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같은 공격을 또 했다. 방패를 앞세우고 달려든 것이다.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강하진은 이를 악물고 또 어깨에 마력을 둘렀다.

‘이번에는!’

끝까지 방패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설픈 방어는 통하지 않는다. 집중해서 확실히 막아내야만 한다.

꽈앙!

이번엔 성공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강하진은 또 뒤로 날아갔다.

사령전사는 강하진이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정신을 놓는 순간 죽는다. 강하진은 칼날 위에 올라탄 것 처럼 정신을 벼리고 또 벼렸다.

꽈앙!

제대로 흘려냈다. 하지만 역시 완벽하진 않았다. 뒤로 나동그라진 건 아니었지만 충격이 몸속으로 쫙 스며들었다.

방패를 사이에 두고 서로 가까이 붙은 상태가 되었다.

사령전사는 그 짧은 간격을 이용해 방패를 끊어치듯 밀었다.

꽈앙! 꽈앙! 꽈앙!

강하진은 이를 악물고 온몸으로 방패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방패와 충돌할 때마다 마력을 집중했다.

타점을 비틀랴, 마력을 집중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강하진은 해냈다.

점점 방패를 흘려내는 일이 익숙해졌다. 아니, 마력을 이용해 죽음의 방벽 자체를 비틀어 타점을 흘려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에 오는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 빈틈을 찾을 차례였다. 언제까지 이대로 있으면 마력이 바닥나서 죽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

텅! 텅! 텅! 텅!

언젠가부터 방패와 강하진이 부딪치는 소리가 달라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강하진의 표정이 훨씬 편해졌다. 마음이 명경지수처럼 차분히 가라앉았다.

빈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아까 해머를 든 사령전사를 상대하지 않고 이놈을 먼저 만났으면 절대 빈틈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분히 빈틈 찾는 훈련을 마친 직후였기에 빈틈을 찾을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빈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패와 강하진의 어깨가 충돌하는 순간, 사령전사의 마력이 흔들렸다.

그냥 흔들리는 게 아니라 그곳으로 날카로운 마력을 침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흔들렸다.

아니, 흔들린다기보다는 마력이 흩어져 구멍이 생긴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리라.

텅! 텅! 텅! 텅!

몇 번 충돌을 반복하면서 빈틈을 정확히 확인하고 타이밍을 쟀다.

방패전사 역시 똑같이 반복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방패를 강하게 밀어 공격하는 것뿐인데 그 안에 변화가 상당히 많았다.

텅! 텅! 텅! 텅!

강하진은 그 모든 걸 다 고려했다. 어느 순간 마력의 구멍이 수박만 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무심하게 그 안에 마력을 푹 찔러 넣었다.

텅!

꽈득!

거의 동시에 두 개의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사령전사의 목에서 검은 기운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공격에 성공한 것이다.

강하진은 한 발 물러나서 사령전사가 빛으로 변해 자신에게 올 때까지 기다렸다.

두 번째 스킬을 얻었다.

[전사의 힘]이었다. 황수영이 얻은 스킬과 똑같은 스킬이었다.

* * *

강하진은 그 이후로 맨손의 사령전사를 만나 [전사의 인내]라는 체력을 성장시키는 스킬을 얻었다.

그리고 힘과 민첩, 체력에 마력을 섞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마력을 이용해 능력치 자체를 순간적으로 올리는 훈련이었다.

그 다음 석실에서는 활을 든 사령전사를 만났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쐈는데, 상대의 마력을 중화시키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거의 죽을 뻔했지만, 굉장히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사의 근원]이라는 마력 성장 스킬을 얻었다.

다음 석실에서는 유령이 나타났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사령전사가 나타나 강하진의 몸을 빼앗으려고 했다.

지금까지와 달리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강하진은 다른 능력치에 비해 정신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했으니까.

거기서 [전사의 정신]이라는 정신력 성장 스킬을 얻었다.

그리고 그 다음 석실에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고 그냥 순순히 스킬을 전해 주었다.

거기서 얻은 것이 [성장]이었다. 김지혜, 이지영이 얻은 것과 같은 스킬이었다.

그 다음이 마지막 석실이었다.

강하진은 들어가자마자 황당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다섯 사령전사가 전부 나타났으니까.

이건 뭘 얻고 말고 하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저 치열한 투쟁이 전부였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웠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싸움이었다. 사령전사들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레벨은 여전히 강제로 강하진과 맞춰진 상태였지만, 아까처럼 정해진 공격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각자 다른 무기를 가진 다섯 사령전사와 싸운 것이다.

사령전사들은 빠르고 강했다. 또한 싸움 자체를 잘했다.

강하진은 자신이 가진 모든 스킬을 다 동원해서 싸웠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령전사들의 몸에도 하나둘 상처가 생겨나고 검은 기운을 뿜어내 몸이 약해졌다.

하지만 강하진의 상태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강하진은 체력과 마력이 점점 바닥나는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싸움을 이어갔다.

꾸준히 사령전사들에게 데미지를 입혔고,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의 공격도 했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치명적인 일격을 성공시켰다.

그래도 이대로는 필패였다.

사령전사들 역시 최소 팔다리가 하나 이상씩은 날아갔고, 검은 기운이 많이 빠져나가 힘이 약해졌지만, 이대로가면 죽음밖에 없었다.

강하진은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다가 천사의 반지를 썼다.

순식간에 모든 상처가 사라졌고, 마력과 체력이 가득 차올랐다.

강하진은 처음 이 사령전사들과 싸우기 전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가 되었다.

그때부터 싸움의 양상이 180도 달라졌다.

강하진은 약하고 상처 입은 사령전사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사령전사들이 하나씩 쓰러졌고, 이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다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다섯 사령전사들의 몸이 빛으로 변했고, 그 빛이 한데 뭉치더니 강하진에게 쏟아졌다.

강하진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자신의 몸에 들어오는 청량한 힘을 만끽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