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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41화 (41/200)

< 각성자를 위한 던전 >

황수영이 밖으로 나가서 본 광경은 강하진이 또 던전들 사이에 있는 뜬금없는 던전 앞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엔 그 던전에 들어가시겠다고요?”

강하진은 대답 대신 던전에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김지혜와 이지영도 따라 들어갔다.

“같이 가요!”

황수영이 기겁을 하며 강하진이 들어간 던전으로 달려가 몸을 날렸다.

어쩌면 이 던전도 그런 던전일 가능성이 있는데, 자기만 힘을 못 받는 건 너무나 억울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곳 역시 거대한 석실로 이루어진 던전이었다.

“설마 이런 던전을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우연입니다.”

황수영이 또 입술을 삐죽였다.

“알려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세요.”

“오늘 처음 본 던전인데 알고 말고 할 거나 있습니까? 그냥 운에 맡긴 겁니다.”

듣고 보니 또 그럴 듯했다. 하지만 황수영은 왠지 강하진이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 비밀이 많은 분이시네요.”

황수영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석벽에 있던 글자와 그림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빛으로 변한 글자와 그림들이 허공에 튀어나왔다.

저것이 곧 스킬을 선물할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다들 한껏 긴장했다.

이번에 빛이 향한 사람은 김지혜였다.

황수영은 김지혜가 빛을 흡수하자마자 재촉했다.

“얼른 나가서 다음 던전으로 가죠!”

아까는 누구보다 늦게까지 던전에서 뭉개던 사람이 이번엔 제일 먼저 던전에서 나갔다.

하지만 다들 황수영을 이해했다. 아마 자신이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던전에 남은 세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그 던전도 사라져 버렸다.

강하진은 옆에서 한껏 기대감을 담고 눈을 반짝이는 황수영의 시선을 받으며 다음 던전을 찾아 나섰다.

여기에 있는 던전은 스무 개가 좀 넘었고, 그 중에서 특별한 던전을 찾아내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강하진은 금세 다른 던전을 하나 또 찾았다.

두 번의 던전을 겪으면서 익숙해져서일까? 이번에는 이 던전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이건 황수영 거로군.’

강하진이 황수영을 쳐다보자, 황수영이 반색했다.

“이번엔 이 던전인가요? 저부터 들어가도 되죠?”

강하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수영이 신 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황수영의 던전이라고 거의 확신했지만 그래도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확인해야만 한다. 만에 하나 예측이 틀렸다면 자신의 몫을 황수영이 가져갈 수도 있었으니까.

‘뭐,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아마 다른 각성자가 들어가면 던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강하진과 김지혜, 이지영이 던전에 들어갔다.

석실 한가운데 황수영이 서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왠지 웃음이 났다.

강하진이 피식 웃자, 황수영이 실눈을 뜨고 강하진을 확인했다.

“웃으려면 웃어요. 난 그래도 진지하고 절박하니까.”

강함에 대한 황수영의 열망은 정말 대단했다.

석실에 빛이 떠올랐고, 강하진의 예상대로 그 빛은 황수영이 가져갔다.

[전사의 힘(P)]

[레벨이 오를 때마다 근력이 1 추가로 오른다.]

반사적으로 황수영의 스킬을 확인한 강하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지영의 것보다는 못하지만 이것도 사기다. 만일 앞으로 100레벨을 더 올리면 근력이 100 늘어난다는 뜻이다.

게다가 황수영은 근접 전투를 한다. 그것도 강력한 일격을 먹이는 딜러다.

근력은 공격력을 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능력치였다. 그러니 황수영과 궁합이 정말 잘 맞는 스킬이었다.

‘그 사람을 위해 준비된 던전이니까.’

그저 들어가는 것만으로 저런 스킬을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이제 내 던전만 남았네.’

공교롭게도 다른 사람의 던전을 모두 찾아준 셈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강하진의 것, 하나뿐이었다.

참고로 김지혜는 이지영과 똑같이 성장 스킬을 얻었다.

강하진은 던전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자신의 던전을 찾는 일이니까 조금 더 신경을 썼다.

한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모든 던전을 다 확인했는데 강하진의 던전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이번엔 못 찾았나요?”

황수영의 물음에 강하진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던전을 확인했다.

그런 강하진에게 황수영이 말했다.

“못 찾겠으면 빨리 나머지 던전을 싹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 중 하나는 강하진 씨 것 같은데, 아닌가요?”

강하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아직 튜토리얼도 다 안 끝났다. 레벨도 아직 300이 안 된다.

한데 힘을 얻으면 얼마나 얻었고,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러고 있단 말인가.

“아까 하던 거, 마저 합시다. 일단 이 던전부터.”

강하진이 먼저 던전에 들어가 버리자, 황수영이 씨익 웃었다.

“역시 그러셔야지. 이제야 좀 강하진 씨 같네.”

밖에 남았던 세 여자가 일제히 강하진이 들어간 던전에 들어갔다.

네 사람의 치열한 던전 정복이 시작되었다.

* * *

“······끝났네요.”

황수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은 던전을 전부 정리했는데 결국 강하진의 던전은 없었으니까.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모든 각성자에게 던전을 하나씩 배정해 주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이제 어쩌죠?”

황수영은 물론이고 김지혜와 이지영 역시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하진은 그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

“여기 던전 다 털었으면 다른 데 가야죠. 아마 제대로 해결한 사람들 많지 않을 겁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다들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럼 그럴까요?”

강하진이 먼저 움직였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다른 사람들이 더 신경 쓸 테니까.

그리고 아마 조만간 난리가 날 것이다.

모든 각성자들이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처럼 강하지는 않다.

레벨만 높고 전투에 약한 각성자도 수두룩하고 좋은 스킬을 갖고서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각성자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자들이 갑자기 우수수 쏟아진 던전을 제대로 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마 십중팔구는 던전을 반도 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이 던전들은 기존의 다른 던전과는 다르다.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아도 터진다.

그렇게 막 몇 걸음 걸었을 때, 강하진의 눈에 묘한 것이 보였다.

강하진은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세요?”

황수영의 물음에 강하진이 잠시 고민하더니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세 분 먼저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강하진 씨는요?”

“전 따로 할 일이 생겼습니다.”

“할 일이요?”

황수영은 그게 뭔지 굉장히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왠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얻은 스킬을 생각하면 강하진이 지금 얼마나 속이 쓰리고 억울할지 알 수 있었으니까.

입장 바꿔서 만일 자신이 저 상황이라면 절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알았어요. 제가 강하진 씨 몫까지 다 해결할게요.”

황수영이 팔뚝 자랑을 하듯 손을 들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리고 서둘러 김지혜와 이지영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강하진은 황수영이 몰아치듯 두 사람을 데려간 덕분에 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 던전들이 우수수 나왔던 바로 그 자리, 중앙에 묘한 느낌을 풍기는 아지랑이가 있었다.

강하진이 왜 그걸 이상하게 여겼느냐 하면, 마력이 아닌 그 묘한 힘이 거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리가 좀 있어서 원래라면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계속 미련이 남아서 그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강하진은 혼자 남게 되자마자 그곳으로 갔다.

“확실히······ 맞네.”

그리고 그 느낌이 아까 그 각성자를 위한 던전과 상당히 비슷했다.

강하진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공간에 손을 뻗었다.

그 기묘한 느낌이 손을 타고 흘렀다.

잠시 감각을 집중해서 그 느낌을 확실히 잡아보려고 애썼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 감각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왠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 하나가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하진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모든 신경을 손에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아지랑이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강해졌다.

강하진은 눈을 감고 있다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 순간, 눈앞에서 벼락이 쳤다.

꽈르릉!

쩌저적!

아니, 벼락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세상이 벼락과 함께 쩍 갈라지면서 포탈이 열렸다.

던전이었다.

강하진은 멍하니 던전 입구를 쳐다봤다.

이와 똑같은 광경을 두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번은 죽기 전, 그러니까 회귀하기 전이고, 나머지 한 번은 회귀 후였다.

“각성 던전······!”

각성 던전이 열릴 때와 똑같은 광경이었다. 다만 예전에는 절벽에 열렸는데, 이번에는 허공에 열린 것만 달랐다.

강하진은 홀린 듯이 던전에 들어갔다.

* * *

각성 던전을 두 번이나 겪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솔직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강하진이 아는 한도 내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회귀 전에 모든 각성자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영향력이 크고 강한 각성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꿰고 있었다.

적어도 그 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최초인가?”

사실 두 번도 아니다. 무려 세 번이다. 그 중 두 번은 회귀 때문에 중복되었으니 하나로 쳐야 하겠지만.

강하진이 들어온 던전은 거대한 석실이었다. 구조는 아까 봤던 다른 각성자들의 던전과 똑같았다.

정면에 다른 석실로 갈 수 있는 통로가 뚫려 있는 것만 빼면.

또한 벽돌에는 그림과 글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걸 보니 좀 혼란스러웠다.

아까 들어오기 전에는 분명히 여기가 각성 던전이라고 믿었다.

한데 막상 들어와 보니 각성 던전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성 던전은 기본적으로 시험 후에 힘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걸 토대로 나중에 각성을 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미 각성을 하건 말건 상관없다는 건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벽돌에 새겨진 그림과 글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아까 세 번이나 봤던 광경과 아주 똑같았다.

“각성 던전인데 시험도 없이 그냥 힘을 준다고? 정말 끝내주는데?”

한데 좀 이상했다. 벽에서 튀어나온 빛이 허공에 뭉치더니 석실 한가운데에 내리 꽂힌 것이다.

강하진은 자신에게 와야 할 빛이 엉뚱한 데로 향하자, 말은 모든 화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석실 중앙에 모인 빛이 쭉쭉 자라나더니 형상을 갖췄다.

그리고 이내 괴물이 되었다.

“크워어어어어!”

키가 3미터는 될 법한 인간형 괴물이었다. 온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괴물이었는데, 급소를 잘 가리는 강철 갑옷을 입고, 손에는 거대한 해머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해골이었다.

[사령전사]

[레벨 : 282]

[체력 : 120000, 마력 : 15000]

[죽음의 일격, 죽음의 힘]

반사적으로 확인한 상태창이 정말 대단했다. 레벨은 강하진과 똑같았다. 아무래도 각성 던전의 시스템으로 레벨을 강제 조정한 듯했다.

“사기네.”

사령전사가 가진 두 가지 스킬 모두 사기였다.

죽음의 일격은 자신이 가진 모든 마력을 저 해머에 담아 내리치는 스킬이었다.

문제는 거기 담긴 능력이었다.

‘5% 확률이지만 반드시 죽는다는 게 말이 돼?’

20대 맞으면 한 번 죽는다는 뜻 아닌가. 그러니 절대 맞으면 안 된다.

죽음의 힘은 더 사기였다.

자신이 죽어서 지낸 세월동안 꾸준히 흡수한 죽음의 기운을 단숨에 마력으로 치환하는 스킬이었다.

척 봐도 죽은 지 수천 년은 지났을 거 같은데, 대체 마력을 몇 번이나 채울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사령전사가 달려들었다.

강하진이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했다.

꽈앙!

방금 강하진이 서 있던 자리에 해머가 떨어졌다. 바닥이 부서져 폭발하듯 돌조각이 비산했다.

강하진은 간신히 피하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돌조각들을 쳐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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