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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34화 (34/200)

< 가디언스 1 >

윤경민이 작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길드가 뚝딱 만들어졌다.

일단 종로에 10층짜리 빌딩을 매입했다. 그리고 바로 건물에 얽힌 계약들을 종료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길드 설립에 관한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신고했다.

건물 리모델링이 끝나기도 전에 길드 설립이 끝났다.

새 길드가 생기는 일은 사실 별 거 아니었다. 관심을 끌 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길드를 설립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15억이 있어야만 길드를 세울 수 있는데도 그랬다.

길드라는 것이 잘 운영하기만 하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조직이었다.

단, 적당한 영업망이 확보되어 있어야만 한다.

마석이든 쓸모 있는 괴물의 부산물이든 각성자 관리청이 헐값에 가져가 버리니 돈을 벌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자체적으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길드나 대기업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암시장이나 사채시장을 이용해 영업망을 구축했다.

그래서 길드를 설립하는 자들은 음지와 관계된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각성자들을 착취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대접해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했다. 각성자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거기에 대기업이나 거대 길드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작은 길드를 설립하곤 했다.

사실 길드라는 것이 각성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사업체이기 때문에 관련법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그 구멍을 이용하기 위해 길드를 설립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니 길드가 하나 생긴다고 해서 주목 받을 일은 없었다. 오히려 각성자 한 명이 새로 등록할 때 훨씬 많은 관심을 받는다.

가디언스라는 길드의 설립 역시 마찬가지였다.

별 잡음 없이 빠르게 서류가 처리되었고, 길드가 등록되었다.

길드 하나가 생길 때마다 각성자 관리청에 15억이나 되는 돈이 생기는데, 굳이 절차나 서류를 빡빡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었다.

각성자 관리청에서는 언제나 길드 설립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었다.

다만, 그렇게 설립하고 난 다음에는 그 정보를 사방에 보냈다. 길드를 설립할 때, 관리청과 관계가 밀접한 거대 길드나 대기업의 언질이 따로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가디언스의 길드 설립에 대한 모든 과정을 함께 한 관리청 직원은 살짝 고민에 빠져 있었다.

“A-마켓은 어떻게 해야 하지?”

A-마켓은 당연히 각성자 관리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다른 대기업이나 거대 길드와는 좀 달랐다.

다른 대기업들은 각성자 관리청의 고위직들과 서로 이득을 주고받는 관계였다.

당연히 훨씬 많은 편의를 봐주고 원하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해 주었다.

반면 A-마켓은 관리청이 적극 협조를 약속한 관계였다. 정부에서 나서서 끌어들인 기업이기 때문에 관리청이 많은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한국의 던전 사업을 세계로 이어주는 고리 같은 역할을 A-마켓이 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 관계였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이 정보를 싹 돌려야 할지, 아니면 그냥 묻어둬야 할지.

만일 직원이 좀 더 직위가 높았거나 경험이 많았다면 당연히 정보를 쫙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직원은 그렇게 하기엔 경험도 직위도 약간 모자랐다.

“에이, 모르겠다.”

직원은 결국 관련 서류를 산더미 같이 쌓인 다른 서류들 틈에 끼워 넣어 버렸다.

이럴 때는 그냥 모른 척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설픈 직원 덕분에 가디언스는 조용히 기초를 다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 * *

“와, 이렇게 그럴듯할 줄은 몰랐어요.”

김지혜가 빌딩 로비로 들어서며 그렇게 말했다. 다들 거기에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길드 로비는 거대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층과 2층을 통째로 터서 로비로 만들었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심지어 원래 1층과 2층은 다른 층에 비해 층고가 높았다.

로비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었다.

누구든 여기 들어오면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강하진도 로비에 들어오자마자 깜짝 놀랐다. 윤경민에게 모든 걸 맡겨뒀기에 길드 건물을 확인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애초에 주차에 신경을 많이 쓴 건물이라서 리모델링이 좀 편했습니다. 아니었으면 옆에 주차 빌딩을 새로 세울까 했는데, 다행히 추가 지출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윤경민의 말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흠칫 했다.

종로 한복판에 10층짜리 건물을 산 것도 모자라 주차 빌딩까지 세우려고 했다니.

‘대체 돈이 얼마나 든 거야?’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경민의 말이 이어졌다.

“가장 시급한 건 각성자 모집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빌딩을 소유한 길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최소 100명 이상의 각성자가 필요합니다.”

“각성자는 천천히 모으는 걸로 하죠. 그냥 아무나 막 들일 생각은 없으니까요.”

“음······ 마스터가 생각하시는 기준이 따로 있습니까? 미리 언질을 주시면 제가 적당한 각성자를 찾아보겠습니다.”

“인성이요.”

“예?”

“인성이라고요. 왜요? 이상합니까?”

“아니, 이상하다기보다는 다른 길드에서는 보통 생각하지 않는 기준이라서요. 뭐,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기준을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괜히 혼자 고생하지 마시고 직원은 마음껏 뽑으세요. 필요하면 직원 전용 빌딩을 매입해도 됩니다.”

윤경민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 나중에 필요한 시기가 오면, 그때는 우리 길드의 재정 상황도 그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윤경민의 자신만만한 말에 다들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강하진은 마치 예전의 윤경민을 보는 듯해서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물론 기분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를 100% 믿는다는 뜻은 아니다.

강하진은 회귀 이후, 기본적으로 누구든 자신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렸으니까.

‘방심하다 당하는 것보다는 미리 조심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훨씬 낫지.’

윤경민은 빌딩 곳곳을 안내했다.

일반 직원이 쓸 사무실이 상당히 많았다. 길드 운영에는 생각보다 일반 직원이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상층에 길드 마스터인 강하진의 업무를 위한 집무실과 숙식을 위한 펜트하우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도 놀라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른 길드 역시 길드 마스터는 다들 그렇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건 이제 와서 굉장히 보편화 된 상식이었다.

“제가 판단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설은 전부 위로 올렸습니다.”

8층에 유동훈을 위한 작업실이 있었고, 9층에 앞으로 진행할 사업을 위해 필요한 연구 시설이 있었다.

6층과 7층은 각성자를 위한 시설이 모여 있었다. 훈련실이나 간이 숙소, 휴게실 같은 것들 말이다.

리모델링한 빌딩은 굉장히 훌륭했다. 효율적이고 세련되고 깔끔했다.

다들 앞으로 이런 건물에서 지낸다고 생각하니 들뜬 모양이었다.

“집이 필요하신 분들이 있다고 해서 근처 빌라를 매입해뒀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리모델링 진행 중이니 공사가 끝나는 대로 입주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유동훈의 눈이 커다래졌다. 안 그래도 마음에 걸리던 부분이었는데, 설마 거기까지 신경을 써 줬을 줄은 몰랐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집까지 해결해 주신다니······ 정말 행복한 일이로군요.”

유동훈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윤경민이 싱긋 웃었다.

“저도 원 없이 돈 쓸 수 있어서 아주 행복했습니다.”

* * *

가디언스의 소회의실, 세 사람이 원탁에 둘러 앉아 있었다.

가디언스의 마스터인 강하진, 그리고 길드의 운영을 담당하는 윤경민, 마지막으로 A-마켓에서 가디언스를 담당하기로 한 정아연이었다.

“정말 빠르시네요. 솔직히 몇 달은 더 걸리실 줄 알았어요.”

강하진이 윤경민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이 분 능력이 대단하시거든요.”

정아연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윤경민을 바라봤다.

“이 분께서 모든 일을 처리하신 거로군요.”

“자금이 풍부해서 편하게 일을 했습니다.”

윤경민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정아연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일처리가 정말 깔끔하시던데요? 나중에 여기 나오시게 되면 꼭 연락 주세요. A-마켓에서는 항상 인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강하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윤경민을 쳐다봤다.

“그렇죠?”

윤경민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전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 한 군데 자리 잡으면 엉덩이에 물집 잡히도록 앉아있는 타입이라서요.”

“자, 이제 본격적인 얘기를 해보죠. 슬슬 A-마켓 쪽도 경쟁자들이 고개를 들 것 같은데, 아닙니까?”

“경쟁자야 언제나 있어왔죠.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아무도 우릴 넘어서지 못할 거예요.”

“지금 당장이야 그렇겠죠. 하지만 방심하면 조만간 상황이 좀 달라질 겁니다.”

정아연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

“뭔가 알고 계신 정보가 있는 거로군요.”

강하진이 잠시 뜸을 들이며 정아연과 윤경민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난리가 날 겁니다.”

“난리요? 어떤······! 설마 테러가 발생하는 건가요?”

강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테러는 아닙니다.”

강하진은 긴장감을 살짝 끌어올린 다음 말을 이었다.

“테러보다 훨씬 지독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테러보다 지독한 일······ 그게 뭔가요? 설마 자연재해를 예상하시는 건 아닐 테고······.”

“던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던전이요? 갑자기 던전은 왜······! 설마 던전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 건가요?”

지금까지 던전은 들어가면 위험하지만 내버려두면 괜찮다는 인식이 강했다.

아예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별 일 없었으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세상에는 방치된 던전이 굉장히 많습니다. 알고 있습니까?”

“물론이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던전도 많을 테고, 수익성이 낮은 던전은 아무도 안 건드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위험한 던전도 그렇고요.”

“그렇게 방치된 던전은 결국 터질 겁니다.”

“터진다고요? 그게······.”

“이번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진행속도가 훨씬 빠르더군요.”

정아연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렇다는 건 오래전부터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계속 지켜보면서 확인해 왔다는 뜻 아닌가.

“던전 속 괴물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아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말······ 난리가 나겠군요.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

그녀는 그제야 아까 강하진이 말했던,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명확히 파악했다.

“그럼 이제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아연은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강하진에게 물었다. 그런 상황을 예견했다면 대책도 마련했을 테니까.

“던전이 터지는 건 안에 있는 괴물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던전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면 되겠군요.”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터집니다. 그러니 사냥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던전을 아예 없애 버려야합니다.”

정아연의 표정이 굳었다. 저 주장을 공론화 했을 때 부딪히게 될 반발이 얼마나 거셀지 알기 때문이었다.

“만만치 않겠네요.”

“그래도 해야 합니다. 때가 되면 아마 그들도 어떻게 하지 못할 겁니다. 지금의 몇 배나 되는 던전이 한순간에 나타날 테니까요.”

정아연이 아연한 얼굴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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