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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31화 (31/200)

< 나는 예정된 미래를 거부한다 2 >

제영 그룹의 정보실장과 각성자 관리실장은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두 사람 앞에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룹을 물려받기로 내정 되어 있는 조원영이 앉아 있었다.

“그냥 실패도 아니고 아주 폭삭 망했네요?”

두 사람은 죄송하다는 말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렸다.

조원영은 고개를 비스듬히 비틀어 관리실장을 쳐다봤다. 눈가와 입가에 비웃음과 불편함이 살짝 걸려 있었다.

“허수아비 세 부대를 못 쓰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유능한 각성자를 다섯이나 잃었는데, 변명이라도 한 마디 해 보시죠?”

“죄송합니다.”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시는 건가요?”

“상대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조원영의 입가가 조금 더 비틀렸다.

“오호. 과를 정보실로 넘기시는 건가요?”

그렇게 말한 조원영이 이번엔 고개를 반대로 비틀어 정보실장을 쳐다봤다.

“그동안 하부조직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썼는지 아시죠?”

정보실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당연히 안다.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해서 진행했으니까.

“그걸 싹 잘라 먹었으니, 이걸 어쩌죠? 그 특이 스킬을 가진 각성자는 어떻게 됐죠?”

“하부조직이 날아가는 바람에 추적이 막혔습니다.”

“하! 어이가 없네. 그럼 이제 변명 한 마디 해 보시죠? 저쪽은 과를 정보실로 넘기는데, 정보실에서는 할 말 없습니까?”

“상대의 역량 파악보다는 위치 파악에 너무 집착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실수 다시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조원영이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돌려 말하면 각성자들이 싸움을 제대로 못했다, 이거네요?”

노골적으로 두 사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었지만, 당하는 두 사람은 그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당한 건 너무나 뼈아팠다.

“안 그래도 요즘 각성자 관리청 쪽 분위기도 안 좋은 거 아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맞춘 듯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 문제는 심각했다. 각성자 관리청에서는 결국 암시장을 끌어들였다.

조원영은 분명히 각성자 관리청을 뒤에서 조종한 놈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일은 아무리 봐도 너무 과했다.

암시장에 던전을 맡기다니.

조원영은 일단 암시장에 대한 생각을 접고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봤다.

“자, 그럼 이제 뭘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말씀해 보세요.”

두 사람은 지금까지보다 더 긴장했다.

“먼저 우리 정보실장님 말씀부터 들어볼까요?”

“다시 하부조직을 만들겠습니다.”

그 말에 조원영이 피식 웃었다.

“무슨 돈으로요?”

“예?”

“하부조직 만들려면 돈 필요하잖아요. 자리를 잡으면 운영비 정도야 나온다지만 그때까지 들어갈 그 막대한 자금은 어디서 조달하시게요?”

정보실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조원영을 바라봤다.

자금을 어디서 조달하긴 어디서 조달한단 말인가. 당연히 제영 그룹에서 지원해 줘야지.

정보실 예산만으로 하부조직을 구성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니까.

“당분간 모든 자금은 포션 연구 쪽으로 돌릴 겁니다. 이건 할아버지 결정이니까 변경은 없어요.”

정보실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말은 정보실의 지위가 앞으로 크게 하락할 거라는 예고나 다름없었다.

조원영이 고개를 돌려 관리실장을 바라봤다. 이제 당신 차례라는 뜻이었다.

관리실장은 마른침을 꿀꺽 삼킨 다음 차분히 말했다.

“새 인재를 영입하고 허수아비를 보충하겠습니다.”

“그 다음에는요?”

“예?”

“그렇게 보충한 다음에는 어쩔 거냐고요. 그걸로 끝?”

“후, 훈련에 매진하겠습니다.”

“아하, 훈련. 훈련 중요하죠. 예. 그런데 제가 그 당연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는 거, 아시죠?”

관리실장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조원영은 관리실장과 정보실장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새끼 안 잡을 겁니까? 예? 그냥 이대로 덮어요?”

“아, 아닙니다.”

“그 새끼, 잡아다 내 앞에 무릎 꿇리세요. 그리고 특이스킬 가진 두 놈, 반드시 확보하세요. 아시겠습니까?”

두 사람은 그 말을 들으며 직감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정보실장과 관리실장이 밖으로 나가자, 조원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짜증이 확 나는군.”

갑자기 계획이 어그러졌다. 원래대로라면 슬슬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섰을 것이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골치 아파졌다.

“다른 건 몰라도 그 특이 각성자는 꼭 필요해.”

그 정보를 알아낸 건 우연과 노력이 겹친 결과였다.

원해서 얻은 정보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원영의 인생을, 아니 제영 그룹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한 정보였다.

지금까지 제영 그룹은 그 정보에 따라 움직였다.

정보실과 그 하부조직을 만들고 특수 스킬을 보유한 각성자들을 찾아 하부조직을 통해 키워내고, 마력 억제제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도 모두 그에 따른 일이었다.

또한 제영 그룹이 지금 포션 제조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었고.

“거기에 고 레벨 각성자 몇 명의 피가 들어갔는데, 절대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지.”

조원영은 섬뜩한 눈으로 어금니를 꽉 물었다.

* * *

강하진은 A-마켓으로부터 받은 강화석 연구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이건 강하진이 A-마켓과 레모노의 송곳니를 독점 거래하기로 하면서 제시한 조건 중 하나였다.

이번이 세 번째 보고서였다.

지난 보고서에 프로토 타입 강화석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한데 이번에는 그걸 몇 단계나 발전시킨 강화석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쓰여 있었다.

“역시 A-마켓이 답이었어.”

레모노의 송곳니를 꽉 틀어쥐고 독점 공급을 하니, 강화석 개발 속도가 회귀 전과는 아예 달랐다.

게다가 강화석의 성능도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회귀 전에 최종적으로 판매 되었던 강화석은 다섯 번 정도 중복 적용이 가능했고, 그걸 모두 하면 기본 능력치의 10% 정도가 성장했다.

그것만으로도 놀랄 만한 일인데, 이번에는 그걸 조만간 이뤄낼 것 같았다.

‘아마 다음 보고서를 받을 때쯤이면 그걸 넘어서겠는데?’

회귀 전에는 더 발전의 여지가 있었는데 레모노의 송곳니를 구할 수가 없어서 연구의 한계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A-마켓은 강화석의 가치를 다시 매기고 있었다. 아마 얼마 후에는 송곳니를 독점하고 있는 강하진의 가치도 확 달라질 것이다.

강하진은 그 달라진 가치를 이용해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원래는 좀 더 나중에 선택할 일이었는데, 강화석의 가치가 한껏 높아졌으니 굳이 미룰 이유가 없었다.

아마 A-마켓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회귀 전의 A-마켓은 성세를 누리다가 두 번째 재앙 이후 급격히 몰락했다.

첫 번째 재앙 이후 정체되기 시작했는데, 강하진을 중심으로 하는 팀이 결성된 이후 급격한 하향세를 탔다.

거기에는 DM이라는 기업이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DM은 강하진의 팀원 중 하나인 스펜서의 가문이 운영하는 회사였다.

한 마디로 강하진의 팀은 세계 이권의 중심에 있었다.

“그때는 그랬는지 몰라도, 이젠 아니야.”

강하진은 보고서를 모두 읽은 후, 손에 불을 만들어내 태워 버렸다.

조만간 정아연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잘한 일 몇 가지를 더 마무리 한 강하진은 이번엔 명인혁, 명인수 형제를 만나러 갔다.

유동훈은 지금 새 장비를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지난 번 제영 그룹 정보실 하부 조직을 싹 날려버릴 수 있게 해준 위치 추적기를 만든 이후, 막혀 있던 벽 하나를 부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제작한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장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니 유동훈은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김지혜 일행도 이제 자기들끼리 짝을 맞춰서 인기 없는 던전 위주로 열심히 사냥을 다니고 있었다.

여전히 암시장을 통해 사냥을 하긴 하지만, 그거야 이제 조만간 별로 상관없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이면 재앙이 일어나기 전까지 다들 제몫을 할 수 있는 각성자로 성장할 수 있을 듯했다.

상대적으로 명인혁과 명인수는 상당히 위축된 상태였다.

모두 뭔가 성과도 내고 할 일도 많아 바쁜데, 자기들은 그저 밥만 축내고 있었으니까.

다들 마주칠 때마다 걱정하지 말라고, 나중에 지금의 한가함을 그리워할 날이 꼭 올 거라고 했지만, 사실 별로 와 닿지가 않아 큰 위로가 되진 않았다.

강하진은 명인수에게 다가가며 엿보기 스킬을 썼다. 병이 다 나았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름 : 명인수]

[레벨 : 1]

[근력 : 4, 민첩 : 3, 체력 : 4, 정신력 : 13, 마력 : 2]

[정보갈취(A)]

마력이 2인 걸 보니 이제 심각한 상황은 이겨냈고, 회복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몸은 좀 어때?”

강하진의 물음에 명인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괜찮습니다.”

명인수는 머뭇머뭇하다가 강하진에게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한 명인수는 또 머뭇거렸다. 그리고 뭔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가진 스킬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명인수의 말에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정보갈취라는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강하진이 명인수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절대 쓰지도 마. 오케이?”

“예?”

명인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스킬이니까 절대 쓰지 말라고.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한 스킬이야. 알았지?”

“어······ 네. 알겠습니다.”

명인수는 멍하니 강하진을 바라봤다. 설마 저런 얘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왜 아팠는지 잘 생각해 봐.”

명인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사실 어렴풋이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하긴 했다.

“아직 회복 중이야. 마력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면 나한테 알려줘. 그때부터 차근차근 레벨을 올려야 하니까.”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명인수의 시선이 왠지 살짝 뜨거웠다.

“인혁이는?”

“혼자서 운동하고 있어요.”

명인혁은 강하진에게 도움이 되려면 지금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사실 답은 레벨을 올리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건이 안 되니 다른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단순한 육체적 훈련이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어쨌든 꾸준히 훈련을 하면 능력치가 상승하고, 능력치에 나오지 않는 육체의 다른 성능이 올라가니까.

그건 스킬을 쓸 때 차이가 나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벌어진다.

아마 지금은 좀 답답해도 전화위복이 되리라.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해. 커다란 일은 다 끝났고, 이제 자잘한 일 몇 가지만 더 처리하면 되니까.”

그 말에 명인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럼······ 우리 이제 안전해지는 건가요?”

“이미 안전해. 다만 확실히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아······!”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회복에만 전념해. 너도 조만간 바빠질 테니까.”

정말 바빠질 것이다. 앞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강한 놈들과 경쟁하고 싸워야 하니까.

강하진이 그리는 미래에는 더 이상 제영 그룹의 포션 독점도, DM의 마력 물품 독점도 없다.

또한 지창기의 힘이 되어준 태산의 약진도 없다.

회귀 전에 겪었던 것들, 어쩌면 앞으로 오게 될 미래는 이제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돌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예정된 미래를 부수기 위해 움직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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