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뭐, 저 정도 반응이야 당연한 거겠지.’
이제껏 대륙에는 흑마법사들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기류가 만연했다.
그런데 언데드들이 자신이 살던 동네 한복판에 나타났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지극히 마땅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환대를 받기는 어렵겠네.”
“하하…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저는 예전에 비하면 지금의 반응은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이었다면 분명 횃불과 무기들로 우리를 환영했을 테니까요.”
“그렇기야 하지. 확실히 페른 쪽에서 이야기를 잘 전달한 모양이야.”
내가 칼손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중.
“헉, 헉…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한 배불뚝이 남자가 병사들의 두터운 호위를 받으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검은 대지에서 오신 분들이시지요?”
“그래. 랄프라고 한다.”
이번에는 단순한 방문이 아닌 지원군을 데리고 온 총사령관의 입장인 만큼.
나는 살짝 오만해 보일 정도로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랄프 님이셨군요! 잠깐… 그렇단 건……!”
나를 바라보던 배불뚝이 남자의 두 눈이 점차 휘둥그레진다.
“서, 설마… 흑남?!”
“그런 명칭으로도 불리고 있긴 하다만, 그냥 랄프라고 불러라.”
“아, 알겠습니다! 우리의 국왕이신 안드레이아 3세 님을 대신하여 저 올밀이 흑탑을 대표하는 여러분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올밀이 접히지 않는 허리를 힘겹게 접어 보이며 우리를 환대하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도 페른의 환대에 감사하는 바다. 다만 인사치레는 이 정도로 끝내고 바로 이동을 했으면 좋겠는데. 한시가 급한 상황이잖나?”
“그렇기야 합니다만… 저 언데드 병력들은 다 갈무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밀이 포털에서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언데드들을 조심스레 가리켜 보이자.
“제른!”
나는 고개를 돌려 제른을 보며 소리쳤다.
“예, 랄프 님.”
“넌 이곳에 남아서 언데드 병단을 갈무리해. 그리고 뒤이어 올 스켈레톤 수리병들한테도 확실히 전해. 적어도 동맹의 신분으로 온 만큼, 민간인들을 건드리면 내가 직접 처단하겠다고 말이야.”
“그리하겠습니다. 언데드들의 대열을 맞춰라! 대열을 맞춘 언데드들은 저기 보이는 공터로 이동시켜!”
내 명령을 받은 제른과 휘하 대장급 흑마법사들이 능숙하게 언데드들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괴, 굉장하군요. 저만한 숫자를 저리 유연히 관리하시다니…….”
올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 놀랄 것 없다. 흑마법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고 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이니까. 그보다 이제 좀 안심이 되나?”
“예? 아, 예! 랄프 님의 배려에 저 올밀!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다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저도 이곳을 관리할 사람들을 좀 남겨 놓겠습니다.”
현장을 관리하는 기사에게 헐레벌떡 달려가는 올밀.
헉, 헉-
금세 현장 지휘권을 인계한 것인지.
올밀은 헐레벌떡 내 앞으로 돌아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일단 마차에 오르시겠습니까? 곧바로 왕성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지.”
내가 올밀과 함께 화려한 마차에 탑승하자.
올밀은 슬며시 배를 내밀며 내게 질문을 던져 왔다.
“저…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흑마법사에게 명령을 내리실 때, 동맹의 신분으로 온 만큼 민간인들은 건들면 안 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말했었지. 발언에 문제가 될 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나의 물음에 올밀이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친다.
“어이쿠, 물론입니다! 다만 그저 한 가지 작은 호기심이 들어서 말입니다.”
“물어봐.”
“감사합니다. 그럼 만약 흑탑이 우리 페른과 동맹이 아니었다면 어떤 명령을 내리셨을지 문뜩 궁금증이 들어서 말이지요.”
연신 내 눈치를 살피며 말하는 올밀을 보며.
나는 픽 실소를 흘렸다.
“그게 그렇게 궁금했나?”
“예? 아, 예.”
나는 잠시 턱을 매만지다가 슬며시 입을 뗐다.
“글쎄, 그쪽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지.”
“아하…….”
* * *
두두두두두두-
마차 안에서 올밀과 대화를 나눈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이제 도착했습니다! 저기 왕궁이 보이십니까? 저곳이 바로 페른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그렌달 왕궁입니다!”
잠시 경비병을 상대하고자 마차에서 내렸던 올밀이 다시 마차에 오르며 으스대자.
나는 나무로 된 창을 젖히곤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호오… 으스댈 만하네.’
왕궁 안에 사계절이 공존한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던 건지.
화사한 꽃들이 가득한 정원 너머로 새하얀 눈이 쌓여 있는 눈밭이 보였다.
‘어떻게 이런 환경을 조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관리하기 까다롭겠어.’
“확실히 운치가 있군.”
“하하, 그렇지요? 이 정원은 우리 왕국의 자랑입니다. 랄프 님께서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원은 백탑에서 직접…….”
잠시간 정원에 대해 자랑스레 설명을 이어 가던 올밀이 갑자기 손을 들더니 제 이마를 쳐 보인다.
“아차차, 제가 그만 너무 신을 낸 나머지 중요 사항을 말씀드리는 걸 깜빡할 뻔했군요.”
“중요 사항?”
“예. 물론 랄프 님께서 그럴 일은 없으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왕궁 내에서 흑마법의 사용은 자제해 주시는 게…….”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나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페른에서 대우를 해 주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
“물론입니다! 우리 페른은 흑남께 최상의 대우를 해 드릴 것을 이 올밀이 약속드리겠습니다!”
내가 올밀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인지 마차가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자, 내리시지요.”
내가 몸을 숙이고 천천히 마차에서 내리자.
“그렌달 왕궁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해요!”
“흑남님! 어서 오세요!”
수십은 족히 돼 보이는 아리따운 여인들이 나의 머리 위로 꽃을 뿌려 주며 나를 반가이 맞이해 왔다.
‘이건 뭐… 공항에서 환대받는 것도 아니고. 근데 이 광경만 보면 전쟁 중인 나라라곤 상상도 못 하겠네.’
“환영식이 제법 거창하군.”
“거창하다니요?! 오히려 사안이 급박하여 흑남님을 제대로 대접해 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밀은 크게 송구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임무를 이행하고자 하는지.
왕궁을 가리키며 내게 손짓을 해 왔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나는 올밀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그렌달 왕궁 안으로 들어섰다.
저벅, 저벅-
좌우, 그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 널따란 현관을 지나 기다란 복도로 들어서자.
“저들은 킹스가드들입니다. 최후의 최후까지 국왕님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지요.”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킹스가드들이 내 쪽으로 날카로운 눈총을 보내왔다.
‘눈빛이 제법 매섭긴 하네.’
하나 난 대수롭지 않아 하며 올밀의 뒤를 걸었고.
마침내 페른의 절대 권력자가 자리하고 있을 알현실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흑탑의 흑남! 랄프 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시종으로 보이는 남자가 문 옆에서 크게 고함을 내지르자.
그그그그긍-
알현실 문이 서서히 좌우로 젖혀지고 내부의 정경이 나의 눈에 뚜렷이 들어왔다.
“…….”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명백한 적의.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이 공간 속에서 나의 시선은 오직 단 한 명의 인물에게로 향했다.
‘호오… 저 노인이 안드레이아 3센가?’
옥좌에 앉아 권태로이 나를 내려다보는 노인을 보며 난 생각을 이어 갔다.
‘그런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어째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이네.’
인생의 황혼기를 접하여 그런 것인지.
안드레이아 3세의 눈에서 생기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오오오… 흑남, 어서 오게.”
안드레이아 3세가 앉은 채로 나를 환영하자.
“반갑습니다. 흑남, 랄프입니다.”
나는 평소보다 목을 조금 더 빳빳하게 세우곤 그에게 인사했다.
“저, 저 무례한 놈이!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감히 고개를 꼿꼿이 세우는 게냐?! 당장 왕 앞에 무릎을 꿇지 못할까?!”
꼬장꼬장해 보이는 늙은 대신이 내게 삿대질을 하며 역정을 내자.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 흑탑을 대신하여, 탑주님을 대신하여 지금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한데 그런 저보고 일국의 왕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겁니까?”
“뭐, 뭐라고?!”
“저 오만방자한 놈이 감히!”
일순간 알현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가운데.
‘어디… 저놈은 뒤통수를 칠 관상은 아닌 것 같고. 저놈은… 음, 좀 애매한데.’
나는 신하들의 얼굴을 면밀히 살폈다.
“됐네. 거기까지들 하게.”
“하지만 왕이시여!”
“이 좋은 날에 인사 정도로 얼굴 붉힐 일을 만들어서야 되겠나? 쿨럭, 쿨럭…….”
안드레이아 3세가 잔기침을 하며 날 내려다본다.
“일단 이 그렌달 왕궁까지 오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았네.”
“감사합니다.”
“물론… 트리미나스에 그런 포털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지만 말일세.”
‘뭐? 그러니까 지금 비밀 지부를 갖고 따지려고 하는 건가? 이거 완전 웃긴 양반이네? 애당초 지부의 포털이 없었으면 지금의 계획도 없었는데?’
어딘가 추궁하는 것 같은 안드레이아 3세의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페른은 우리가 설치했던 포털에 감사하셔야 할 겁니다. 만약 포털이 없었다면 이곳까지 오는 데 몇 배는 더 시간이 걸렸을 테니 말이죠.”
“저, 저 극악한 놈이!”
내 발언에 늙은 대신이 또 언성을 높인다.
“그럼 우리 페른의 허락도 없이 몰래 포털을 설치한 게 잘한 일이란 겐가?! 이제껏 그 포털을 이용해서 우리 백성들을 노예로 잡아갔을 것 아닌가!
“그래서요?”
내가 심드렁하게 묻자.
늙은 대신의 얼굴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 갔다.
“…뭐라고? 그래서라니?!”
“거기 계신… 이름을 모르니 편의상 어르신이라고 하죠. 거기 계신 어르신께선 아무래도 연합군이 아니라 우리 흑탑과 싸우려고 작정을 하신 모양입니다? 굉장히 불쾌하군요. 만약 저기에 있는 어르신의 뜻이 곧 페른의 뜻이라고 한다면…….”
나는 알현실 안에 있는 대신들의 눈을 쓱 훑으며 계속 말했다.
“저는 병력들과 함께 검은 대지로 돌아가겠습니다.”
으름장에 가까운 나의 선포가 알현실 안을 울리자.
안드레이아 3세가 얼른 나를 만류해 왔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나 보군. 페른은 흑탑의 강단 있는 결정에 큰 감사를 하고 있네. 흑탑이 지원을 결정해 준 덕분에 이쪽에서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으니 말일세. 그렇잖나, 데르콘?”
안드레이아 3세가 눈을 부릅뜬 채 늙은 대신을 노려보자.
“그, 그렇습니다.”
늙은 대신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이 양반아, 점수 딸 곳, 안 딸 곳을 가려서 언행을 해야지.’
난 늙은 대신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차곤 다시 고개를 돌려 안드레이아 3세를 응시했다.
“화제를 좀 바꿔 보죠. 전황은 좀 어떻습니까?”
“도미닉과 페이크 왕국과는 이미 전투를 치르는 중이네만, 다행히 서부 사령관과 북부 사령관이 훌륭히 방어해 내고 있지. 하지만…….”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가는 안드레이아 3세.
“가장 큰 문제는 레바논에서 올 병력들이 될 걸세.”
“확실히 제대로 된 연합군이 전장에 합류하면 그땐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내 말에 안드레이아 3세가 고개를 끄덕인다.
“첩자의 말에 따르면 이미 연합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더군.”
“언제쯤 국경에 도착할 것 같습니까?”
“우리는 약 2주 정도 뒤로 보고 있네.”
‘음… 2주라……. 그럼 2주 뒤부터 본격적으로 포교를 시작하면 되는 건가.’
본격적인 전쟁으로 페른에 혼란이 가중되는 그때야말로 포교를 하기 딱 좋은 시기이리라.
“일단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흑탑 말고 페른을 도울 동맹 세력은 없는 겁니까?”
나의 물음에 안드레이아 3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이미 대륙 전역에 페른이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다는 말이 파다하게 돌았는데 누가 우리를 도와주려 하겠나?”
‘그럼 더 이상의 동맹은 없다고 봐야겠네.’
“그렇군요. 그리고…….”
나는 그 외에도 페른 왕국의 병력 상황과 배치도 그리고 전략적 요충지들을 상세하게 물어봤다.
‘일단 정보들을 좀 더 확실하게 수집해야겠어. 그래야 나중에 제른이 위기에 처할 일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나한테 불만 보였던 놈들… 얼굴 다 기억해 놨다.’
내가 내게 불만과 적의를 보였던 대신들의 얼굴들을 하나씩 훑어보던 중.
피로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안드레이아 3세가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으며 입을 뗐다.
“후우… 이렇게 잡아 둘 의도는 없었네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군. 자네도 먼 길을 와 피로할 터인데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고 쉬는 게 어떻겠나?”
“그러지요.”
“올밀, 자네가 손님을 별관으로 안내하게.”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탓일까.
화들짝 놀란 올밀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하겠습니다! 랄프 님!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 * *
몇십 분 뒤.
나는 올밀의 안내를 받아 그렌달 왕궁 뒤에 위치한 별관으로 이동했다.
“꽤나 깔끔하네. 무엇보다 사계를 이 안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운치가 있어.”
내가 널따란 창밖을 보며 나지막이 감탄하자.
올밀이 기쁨의 미소를 짓는다.
“하하, 그게 또 이 별관의 자랑거리지요! 페른에 머무르시는 동안에는 이곳을 편히 이용하시면 됩니다. 또한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이곳에 있는 집사나 시녀에게 말씀하시면 그들이 불편 사항을 해결해 드릴 겁니다.”
“그러지.”
“그럼 쉬시지요.”
간단한 설명을 끝마친 올밀이 꾸벅 인사하곤 별관을 뜨자.
나는 거실에 놓여 있던 푹신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첫날 일정은 이걸로 끝난 건가. 음… 여유가 되면 성내도 좀 둘러보고 싶었는데.’
성내를 둘러보며 사람들이 아직도 레바논을 믿는지 확인을 해 보고 싶었으나.
시간상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였다.
‘아마 한동안은 페른의 귀족들이랑 연일 회의나 하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이기는 하는데. 씁… 밤에 슬쩍 몰래 나가 볼까? 아냐, 다 잠들었을 텐데 밤에 나가서 뭐 해?’
내가 천장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 가던 그때.
“피곤해 보이시는데 차를 좀 내어 드릴까요?”
어느새 다가온 시녀가 찻주전자를 들어 보이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시녀치고 제법 걸음걸이가 조용하네.’
“그래라.”
쪼르르륵-
비어 있던 찻잔에 황갈색의 액체가 넘실거리자.
“그럼…….”
시녀는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이곤 자리를 떠났다.
‘그래. 차라도 마시다 보면 뭔가 생각이 정리될지도 모르지.’
내가 손잡이 부분을 잡고 찻잔을 들어 올리려던 그때.
툭-
무언가가 찻잔에서 떨어져 내린다.
‘이건… 쪽지잖아? 이걸 왜…….’
나는 다시 시녀를 부르고자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시녀는 자리를 떠난 뒤였다.
‘씁… 할 수 없나. 일단 무슨 쪽지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어.’
나는 반듯이 접혀 있는 쪽지를 천천히 펼쳤다.
‘이건…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