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카데미의 노예가 살아남는 법-58화 (58/200)

58.

두두두두두두-

세모꼴의 자그마해 보이던 집 같은 것이 점점 커다래져 갔고.

그 밑으로 잡초 같아 보이던 건물들이 나의 눈에 뚜렷이 들어온다.

‘워우… 저 제일 큰 건물이 드워프의 거대 공방인가? 드워프들은 지하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공방도 밑에 있을 줄 알았는데. 저게 공방이 아닌가?’

내가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건조물을 바라보던 중.

어느덧 마차는 마을의 외곽에 자리한 드워프들의 경비소 앞에서 멈춰 선다.

“도착했다. 모두 내려!”

콘스 교수의 말이 끝나자.

“어우… 허리야…….”

“흑행은 좋은데 이 마차는 영 아니란 말이야.”

“사비로 유령마를 하나 장만하는 건 어때?”

학생들이 투덜거리며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흑카데미에서 오셨다고? 귀한 분들이 오셨구만. 편하게들 있다 가쇼.”

그사이, 경비를 서던 드워프와 이야기를 끝마친 콘스 교수.

“주목해.”

그녀는 우리에게 돌아와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제부터 너희가 이곳에서 뭘 하건 나는 관여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딱 한 가지는 지켜. 22시 이전에는 모두 숙소로 돌아올 것. 이해했나?”

“예!”

콘스 교수가 가 보라는 듯 손을 까딱거리자.

“어디부터 갈까? 바로 공방부터 갈래?”

“아니. 나는 제이미의 보석 상점부터 가려고. 듣자 하니 이번에 새로운 보석들을 많이 들였다고 하던데?”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 골목길을 타고 사라진다.

“우리도 갈까? 어디부터 갈래? 어차피 5일 동안 있을 거니까 다른 곳들부터 보러 갈래? 아니면 바로 거대 공방으로 갈까?”

어느새 다가온 레나가 내게 질문을 던져 온다.

“음… 일단 바로 거대 공방부터 가자. 그게 제일 궁금해.”

“좋아.”

이미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던 덕일까.

나는 레나의 인도를 따라 금방 드워프의 거대 공방을 눈앞에 둘 수 있었다.

‘워… 멀리서 볼 때는 잘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엄청 크긴 하네.’

커다란 백화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건물 안팎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고객이 흑마법사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네.”

“맞아. 검은 대륙에 사는 종족들 모두가 고객들이지. 우리도 들어가자, 얼른!”

‘평소보다 더 신이 난 것 같은데… 쇼핑 때문에 그런가?’

나는 어째선지 힘이 잔뜩 들어간 레나의 손길을 느끼며.

거대 공방 안으로 들어섰다.

‘오호… 경비들이 꽤나 많네.’

무장한 드워프들과 스켈레톤들이 공방 곳곳을 배회하는 모습이 보인다.

‘근데… 뭔가 좀 이상한데?’

드워프들은 천부적인 대장장이라고 알려져 있었고.

대장장이라 함은 뜨거운 불꽃을 앞에 두고 망치질을 하는 이들 아니던가?

‘거대한 대장간을 예상했는데… 이건 좀 의외네.’

내부는 작은 방 같은 것들이 칸칸이 있어.

정말 대장간이 아니라 백화점 안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했다.

“신기하네…….”

“그치? 나도 처음에 왔을 땐 깜짝 놀랐었어.”

“근데 공방이라더니 어째 일하는 드워프들은 보이지를 않는다? 가게 주인장들도 드워프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고.”

나의 말에 레나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맞아. 나도 그래서 처음에는 놀랐었어. 드워프들의 대장간은 지하 깊은 곳에 있다고 해. 여기는 완성한 장비들만 진열하는 진열대 같은 곳이고.”

‘아하… 그래서 건물 밖으로 연기가 흘러나오지 않았던 거였구나.’

“분업을 잘했네. 이해했어.”

“한번 둘러봐.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어.”

레나의 말대로 나는 천천히 진열대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천둥 망치의 재림… 붉은 수염의 아포… 가게 이름들 참 특이하네.’

가게들의 입구에 걸려 있는 작은 팻말들에는 다소 기이한 이름들이 적혀 있었고.

나는 ‘검은 모루의 포효’라는 이름이 적힌 팻말을 보곤 생각했다.

‘설마 드워프들의 이름인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이.

레나가 슬며시 말한다.

“이 가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

“왜?”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거든. 가격에 비해 좋은 재료를 쓰는 것 같지도 않고. 저것 봐.”

레나가 지팡이 하나를 가리키자.

나는 지팡이 하단에 붙어 있는 양피지를 살펴봤다.

검은 모루: 검은 지팡이 시리즈 3번.

베어린의 뼈와 백년나무 그리고 자슬린 광물을 사용.

흑마력 전달이 뛰어난 지팡이로, 3서클, 4서클의 흑마법사들에게 적합한 지팡이다.

주인, 검은 모루의 추천작!

‘검은 모루의 추천작이라……. 진짜 드워프의 이름이었구나.’

“호오… 사용한 재료를 다 적어 놨네. 근데 확실히 자슬린이 비싼 광물은 아니지.”

“그렇지? 솔직히 이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워. 예전에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장비를 많이 제작했다고 했는데 그것도 다 옛말인 것 같아. 아무래도 돈맛을 보더니 변한 건지…….”

레나가 고개를 젓는 사이.

‘저건 또 뭐야?’

불현듯 옆 점포에 걸려 있는 기묘한 장비들이 나의 시선을 자극했다.

‘이건… 삽이잖아? 곡괭이에, 이건 또 뭐야? 얼씨구? 밧줄?’

공사 현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물건들이 떡하니 진열되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해 온다.

‘가격들 봐라. 무슨 놈의 삽이 3천 골드나 해? 어마어마하네. 가만… 미스릴에 그리핀의 등뼈? 다른 것도 아니고 삽에 무슨 이런 재료들을…….’

“여긴 도굴꾼들의 장비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인 것 같네.”

레나의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도굴꾼들 장비도 판다고? 그냥 막무가내로 무덤을 파는 게 아니었어?’

“도굴꾼들도 장비를 따지나?”

나의 물음에 레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당연하지. 어지간한 암살자들보다 더 장비를 따지는 사람들인데?”

“…그래?”

“사람을 죽이는 데야 날붙이 하나면 충분하지만 도굴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까. 막말로 기사나 마법사의 무덤 하나 파고 들어가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하지만 이런 삽이 하나 있으면 땅 파는 것도 순식간이니까.”

‘생각보다 도굴꾼에 대해서 잘 아네?’

“그럼 저 미스릴로 된 줄은?”

“저건 도굴을 끝내고 올라갈 때 사용하는 거야. 무덤에서 올라가다가 줄이 낡아서 끊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했어.”

“그래? 너… 도굴꾼에 대해서 잘 아는구나.”

‘혹시 소싯적에 도굴 좀 해 봤나?’

내가 속으로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 것과 달리.

레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촌 중에 도굴하시는 분이 있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오호… 그건 좀 의외네. 네 친인척들은 전부 흑마법사일 줄 알았는데.”

“같은 핏줄이라고 해도 전부 흑마법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지. 결국 흑마법도 재능의 영역이니까.’

레나의 사촌이라는 도굴꾼도 어떻게 보면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었다.

‘안 되는 걸 계속 붙잡고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먹고살 길을 찾으려고 한 거겠지.’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슬며시 레나를 바라봤다.

“그보다 네가 추천하는 가게는 없어?”

“내가 추천하는 가게? 있기는 해.”

“그럼 그곳으로 가자. 나는 봐도 잘 모르겠다.”

내 말에 레나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나를 2층의 한 가게로 인도했다.

“여기야. 여기 드워프분이 솜씨가 좋아. 우리 아버지도 이곳에서 지팡이를 바꾸시거든.”

“그래?”

[페이릴 산맥의 서리 망치와 서리 모루가 운영하는 80년 경력의 원조 드워프의 가게.]

‘가게 이름 참 길게도 지었다. 그래도 부탑주가 단골 고객인 가게이니 실력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는 거겠지.’

확실히 단골들이 많은 탓인지는 몰라도.

이미 가게 안은 꽤나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실력이 있으니 손님들도 많은 거겠지.’

나는 진열대에 전시된 장비들을 살펴봤다.

‘확실히 장비의 질들이 예사롭진 않긴 하네. 지팡이도 가볍고. 어디 보자…….’

서리 망치, 서리 모루: 설원 시리즈 10번.

서리망령의 파편과 500년 된 한기의 나무, 설원의 군주 데어린의 녹지 않는 로브 일부를 사용.

서리망령과 500년 된 한기의 나무를 사용하여 저주의 효과를 극대화했고.

영원히 녹지 않는다는 설원의 군주의 신체 일부를 사용함으로써 지팡이의 내구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주인, 서리 망치와 서리 모루는 저주에 통달한 흑마법사 외에는 구매할 것을 권하지 않는다.

‘저주에 통달한 흑마법사? 저주학파의 흑마법사들 전용으로 만든 모양이네. 근데 가격이… 5만 골드? 허…….’

무슨 놈의 지팡이가 집보다 비싸단 말인가?

‘드워프 놈이 미쳐서 가격을 잘못 측정했나?’

내가 속으로 혀를 내두르던 중.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가게의 종업원이 살갑게 말을 건네 온다.

“이건 왜 이렇게 비싼 거죠?”

“아아, 설원 시리즈 10번은 설원 군주 데어린의 로브가 들어가서 그래요. 데어린의 로브 자락 자른다고 용병들 4천 정도가 죽었거든요. 목숨값이죠.”

“아하…….”

나는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내려놓고는.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질문을 던졌다.

“혹시 중고도 매입해 주나요?”

“그럼요, 손님. 사용하시던 지팡이가 있으신가요?”

‘사용하던 건 아니지만 하나 있긴 하지.’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더스틴의 지팡이를 꺼내어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이겁니다. 아, 사용하지는 마세요. 저주가 걸려 있는 거라.”

“…예?!”

나의 말에 흠칫 놀라 얼른 지팡이에서 손을 떼는 종업원.

“죄송합니다, 손님. 저주가 걸린 물건은 저희 가게에서 취급하기가 좀…….”

“지팡이를 사용하지만 않으면 문제될 건 없습니다. 그리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감정만 해 주시죠.”

‘저번에 저주술사가 감정을 하긴 했지만 그놈은 저주술사지 감정사는 아니었잖아?’

기왕 거대 공방에 온 김에 보다 확실한 감정사에게 감정을 받는 것이 좋을 터.

“그게… 손님, 죄송하지만 사장님들께서는 꽤 바쁘셔서, 1층에 가시면 감정사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한테 가셔서 감정을 받아 오시면…….”

“제가 부탁해도 안 될까요?”

레나가 묻자.

종업원의 표정이 뜨악해진다.

“아아… 레나 님의 동행이셨군요. 그렇다면야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금방 사장님을 모셔 올게요!”

얼마나 기다렸을까.

“바빠 죽겠는데 왜 날 부르고 지랄이야, 지랄은?”

“아니, 단골손님이 오셨다니까요? 그것도 부탑주님의 따님이 오셨는데 어떡하라고요?”

“따님이 감정을 의뢰한 게 아니라 동행인이 의뢰한 거라며?! 감정사들한테 보냈어야지!”

머리와 수염이 흰 눈처럼 새하얀 드워프가 종업원과 함께 내 앞으로 걸어온다.

“어이구, 레나 님 오셨습니까!”

“오랜만이에요, 서리 망치 아저씨.”

“으허허허허, 부탑주님께서는 안녕하시지요?”

드워프는 레나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는.

내게 다가와 퉁명스럽게 묻는다.

“형씨가 감정을 의뢰했수?”

“네, 이 지팡이를 감정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내 물음에 작달막한 드워프가 코를 훔치며 말한다.

“원래 이런 건 내가 직접 안 하는데… 부탑주님의 따님께서 오셨으니 이번에만 특별히 감정을 해 주겠수다. 줘 보쇼.”

지팡이를 이리저리 살피는 서리 망치.

“음… 흐음… 음? 이런 미친……!”

어째선지 지팡이를 잡고 있는 서리 망치의 두터운 손이 점점 사시나무 떨리듯.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혀, 형씨… 혹시 이 지팡이… 어디 가게에서 샀는지 기억하나? 아니면 만든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다든가…….”

‘어디 가게에서 사긴? 주운 건데.’

“그건 잘 기억이 안 나서요.”

“허어…….”

너무 아쉬웠던 건지 크게 탄식하는 서리 망치.

하나 그는 곧 연신 코를 훔치며 나를 바라본다.

“혹시 말이네……. 자네… 이 지팡이를 내게 팔 생각은 없나?”

“저주 걸린 건데요?”

“괜찮네! 저주가 걸렸으면 어떤가?!”

‘감정을 해 달라고 했더니 멋대로 중고 거래를 하려고 해?’

나는 드워프의 손에 들려 있던 지팡이를 낚아채곤 무심히 대답했다.

“됐어요. 괜찮아요.”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보게! 그럼 그 지팡이를 조금만 살펴보겠네. 설마 그것도 안 되나?!”

“네, 안 돼요. 레나! 가자.”

내가 레나와 함께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기, 기다리게!”

서리 망치가 나의 무릎에 매달린 채 소리친다.

“잠깐이면 되네! 3분… 아니! 1분……!”

“아씨… 이것 좀 놔요. 어린애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에요, 이게!”

내가 서리 망치와 지팡이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던 그때.

“서리 망치…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맥주를 꽤나 잘 비우게 생긴 푸짐한 드워프가 넌지시 말을 건네 온다.

“뭘 하고 있긴! 보면 몰라?! 지팡이 감정을… 허억… 고, 공방장님?! 공방장님께서 여긴 왜……?”

“귀하신 분께서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흑카데미 측에서 연락이 왔었네.”

“귀, 귀하신 분이시라면……?”

그에 푸짐한 드워프가 눈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나지막이 말한다.

“자네가 그토록 열심히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계신 분이네.”

“…….”

공방장의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리 망치가 슬며시 나의 다리를 놓곤.

넙죽 바닥에 엎드린다.

“죄송합니다……. 제가 귀하신 분을 못 알아뵙고 그만…….”

“후… 괜찮습니다. 대신 다음부터 이런 강요는 자제하시죠. 가게 평가만 떨어질 겁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서리 망치가 연신 고개를 숙이고 슬며시 자리를 벗어나자.

공방장이라 불렸던 드워프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저희 직원이 흑남께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서리 망치를 대신해 이 고산의 방패가 사과드리겠습니다.”

‘고산의 방패라……. 이름 참… 유별나네.’

“괜찮습니다. 드워프들이 좋은 장비를 보면 눈이 뒤집힌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제 지팡이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이지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서리 망치는 제가 단단히 교육을 하겠습니다.”

고산의 방패는 거듭 내게 사과를 한 뒤에야.

슬며시 대화의 화제를 돌린다.

“그보다… 흑남께서 방문하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어떤 식으로 환대를 해 드려야 할지 감이 잘 오질 않더군요. 오히려 모자란 놈이 폐를 끼치기나 하고…….”

“하하, 환대라뇨? 괜찮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혹시 흑남께서 괜찮으시다면 지하의 대장간을 관람시켜 드리려 하는데 흑남께선 어떠십니까?”

고산의 방패의 물음에 어째선지 레나가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대장간 관람을 시켜 주신다고요? 드워프들 말고는 못 들어가는 곳 아니었나요?”

“그렇긴 합니다만 정말 귀하신 손님들은 예외입니다.”

고산의 방패가 콧김을 훅 뿜으며 답하자.

“저번에 나는 안 된다고 했었는데…….”

레나가 홀로 중얼거리다가 힐끔 나를 바라본다.

“가는 게 어때?”

“대장간에 가자고?”

“그래! 거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공방장의 허락이 떨어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호오… 그렇게나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어?’

레나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어차피 5일이나 남았으니 쇼핑하는 데 지장은 없을 거고, 한번 가 봐?’

“좋습니다. 초청을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가 보겠습니다. 다만 제 지인도 함께 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으허허허허, 흑남님께서 원하신다면 얼마든지요. 자, 그럼 가실까요?”

* * *

우리는 고산의 방패의 안내를 받아 공방의 지하로 내려갔다.

‘후우… 지상에 있을 때랑 다르게 확실히 뭔가 좀 덥네.’

내가 후끈한 열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땀을 닦고 있던 그때.

끼이이이이익, 쿵-

우리를 태우고 지하로 내려가던 승강기가 바닥에 닿자 움직임을 멈춘다.

‘미노타우로스들로 움직이는 승강기라……. 이것도 신기하긴 하네.’

내가 슬쩍 승강기를 바라보던 사이.

“자,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지요. 이곳이 거대 공방의 심장입니다!”

고산의 방패가 자랑스럽게 팔을 쫙 펴며 정면을 가리킨다.

‘오오…….’

지하의 커다란 동공 안.

그 중심으로 길고 거대한 호리병 같은 게 보인다.

‘워… 엄청 뜨거워 보이네.’

호리병 주변으로 흔들거리는 아지랑이들을 보건대.

저걸 만졌다간 손이 녹을 것만 같았다.

“저건 뭡니까?”

“저곳이 공동 화덕입니다. 저 안의 불을 이용해 쇠를 녹이고 장비들을 만드는 것이지요.”

“오호… 근데 연기가 엄청 피어올라야 정상 아닙니까? 연기는 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나의 물음에 고산의 방패가 씨익 웃으며 바닥을 가리킨다.

“지하의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갑니다.”

“아하…….”

그 외에도 나는 고산의 방패를 따라다니며.

드워프들이 작업하는 걸 구경하면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치이이이익-

‘워우… 저 뜨거운 걸 그냥 거침없이 물속에 집어넣네. 튀면 어쩌려고…….’

어떤 드워프는 벌겋게 익은 쇠붙이들을 물에 넣고 담금질을 하고 있고.

또 다른 드워프는 이미 완성된 삽을 가공해 나간다.

“…굉장하네요.”

“역시 그렇게 보이십니까?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장비들의 숫자만 수백 개가 됩니다. 크하하하하하!”

거대 대장간을 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고산의 방패.

‘내 생각 이상이네. 가만… 그럼 혹시 그것도 가능할까?’

순간, 나는 한 가지 호기심이 생겨 그를 바라봤다.

“장비들을 만들려면 광물을 캐러 광산에 가야 하잖습니까?”

“맞습니다. 그러잖아도 거대 공방을 이곳에 설치한 이유도 주변에 광산들이 많아서였습니다.”

“그러면 혹시 광산 안에 광산 열차도 깔아 둡니까?”

나의 물음에 고산의 방패의 얼굴에 물음표가 걸린다.

“광산… 열차가 뭡니까?”

“음… 그러니까…….”

나는 대답 대신 얼른 바닥을 구르던 석탄 같은 것을 주워다가.

양피지에 조잡하게나마 그림을 그려서 그에게 내밀었다.

“약간 그런 겁니다. 마차의 바퀴 같은 게 달린 차인데, 이게 이제 깔린 길을 따라 쭉 이동하는 거죠.”

“깔린 철길을 따라 쭉 이동하는 마차라……. 오오오… 이건 좀… 생소하군요……. 하지만 참 기발한 생각입니다! 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고산의 방패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자.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돌렸다.

“그보다 가능할 것 같습니까?”

“크흠…….”

나의 물음에 생각에 잠기는 고산의 방패.

“만들어진 철길을 따라 이동하는 차라……. 아주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철로를 까는 것이야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차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건… 마법의 도움을 받는다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오오, 그래요?”

예상외로 고산의 방패의 입에서 긍정적인 답이 나오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레논 부탑주에게 우스갯소리로 했던 흑마랜드의 건설도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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