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카데미의 노예가 살아남는 법-1화 (1/200)

흑카데미의 노예가 살아남는 법 (연재)

지은이 │ 갯장어

프롤로그

평범한 회사원.

그게 나의 삶이었고 인생이었다.

쾅-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진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다.

‘설마 다른 사람으로 환생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비록 아카데미의 하인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었다.

“랄프! 랄프! 수업 끝났으니까 여기 시체들 전부 치워라!”

“랄프! 여기 피 묻은 거 안 보여?! 깨끗이 닦아!”

‘이 미친 학원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만 빼면 축복이었을 텐데.’

그렇게 내가 흑마법사 아카데미의 하인으로 생활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1.

“자, 오늘 실습은 여기까지. 내일은 부패의 저주에 대해 강습할 거니 미리 연습을 해 올 수 있도록. 이상.”

드르륵-

나무 문이 열리고 검은 로브를 두른 젊은 여인이 밖으로 나오자.

“고생하셨습니다, 콘스 교수님.”

난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정중히 인사를 해 보였다.

“핏자국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정리해. 또 실습실이 더러우면 그땐 널 재료로 쓸 거야.”

“물론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녀가 별말도 없이 복도 너머로 사라지자.

난 비로소 허리를 펴고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노려봤다.

‘저 정신 나간 년이… 대체 얼마나 깨끗이 해야 만족할 건데?’

분명 전날 광택이 날 정도로 걸레로 바닥을 박박 닦지 않았던가?

그러나 저년은 그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성격이 저따위니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네.’

애당초 이 빌어먹을 학원에 마음에 드는 놈도 별로 없었지만.

콘스 교수는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은 저주의 역사와 이론 시간이지?”

“난 흑마력 운용법을 들어야 돼.”

“내일은 1학년이 들어오잖아? 이번에는 좀 능력 있는 놈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내가 속으로 욕을 뱉던 사이 교실에 있던 2학년들이 교실에서 우르르 나오자.

나는 다시 허리를 숙여 보였다.

‘이 예비 쓰레기들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가 좋을 건 없으니까.’

말이 학생이지, 놈들은 전국의 음지에서 몰려든 쓰레기들이자.

예비 흑마법사들이었다.

‘정상적인 놈들이 있을 리가 없지.’

학생들이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난 한숨을 내쉬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교실의 강단 위에는 부패하여 썩은 내를 풍기는 시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패를 시키려면 살점들이 완전히 녹아내릴 정도로 좀 제대로 부패시키든가 하지. 어우…….’

난 가져온 두꺼운 천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은 뒤.

부패한 시체를 커다란 천에 포장하기 시작했다.

‘진짜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걸 했었는지 모르겠네.’

부패한 시체를 몇 겹의 천으로 감싼 뒤에야.

난 걸레를 들어 교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뒤에 시체를 쓰는 시간은 없으니까, 시체는 소각소에 가서 태우고, 그 뒤에는…….’

창문을 열어 교실을 환기하고, 핏자국을 모두 닦아 낸 뒤.

난 양잿물에 손을 씻어 냈다.

‘밥만 주면 되겠지.’

교수들이 납치해 온 실험체들이 먹을 밥만 주거든.

오늘 할 일은 얼추 끝난 셈이었다.

‘아… 아니지. 입학식 준비도 해야 되는구나. 하 씨…….’

내일은 또 이 빌어먹을 아카데미에 새로운 쓰레기들이 들어오는 날이다.

‘그냥 대충 입학 처리 하면 될 걸, 뭔 입학식은 얼어 죽을 입학식이야?’

“하아…….”

난 시체가 담긴 자루와 양동이를 챙겨 교실을 나갔다.

“이봐. 야, 거기 너!”

그러던 그때.

2학년으로 보이는 학생이 내게 손짓을 해 온다.

“절 부르신 겁니까?”

“그래, 너. 잠깐 와 봐.”

“어쩐 용무로 부르신 건지…….”

그러자 학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병 하나를 꺼내어 내게 내민다.

“내일 이걸 식사에 섞어.”

“이건 뭡니까?”

“그걸 네가 알아서 뭐 하게?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알아들었어?”

‘보아하니 독약 아니면 저주가 걸린 시약이겠지.’

매년 이런 놈들이 있다.

‘갑자기 이러는 걸 보면 내일 들어올 1학년에 가문의 경쟁자가 있거나, 아니면 원수라도 껴 있는 모양이네. 어떻게 매년 바뀌지를 않냐.’

이해관계가 얽힌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하인인 나에게 일종의 로비를 하는 것이었다.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놈들. 지겹다, 지겨워…….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는 줄 알지, 아주 그냥.’

난 놈의 명찰을 흘낏 살피곤 나지막이 질문을 던졌다.

“하돌프 님께서 시키신 대로 하면, 전 뭘 얻을 수 있습니까?”

“…뭘 얻을 수 있냐고? 나 참… 어이가 없네. 죽기 싫으면 넌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알아들었어?”

하돌프가 위협하듯 지팡이를 들자.

난 병을 받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겠습니다.”

“만약 내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네 목도 성치는 않을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하돌프가 입꼬리를 올린 채로 자리를 뜨자.

‘고작 2학년인 새끼가 염병을 하네.’

난 실소를 참지 못했다.

‘배운 마법이라고 해 봐야 어쭙잖은 저주가 전부인 놈이 뭘 믿고 이러는 건지……. 가문도 도굴과 도둑질로 부를 챙긴 가문이잖아?’

뒷배도 그리 대단하지 않는 놈이 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걸까?

‘일단 할 일부터 끝내 볼까.’

양잿물을 버리고, 시체를 태운 뒤.

[콘스]

난 콘스 교수의 이름이 걸린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그러자.

쩌적-

문에 걸려 있던 사람의 얼굴이 돌연 눈을 뜨더니.

데구르르 눈을 굴리다가.

홱-

돌연 나를 내려다본다.

“용무는?”

사람의 얼굴에서 콘스 교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난 약병을 보이며 조용히 말했다.

“잠시 보여 드릴 게 있어서 부득이 실례를 하게 됐습니다.”

“들어와.”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진득한 약초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어우… 좀 향 좋은 약초를 쓰든가 하지. 대체 지우개 냄새 나는 걸 왜 쓰는 거야?’

작은 초롱불들 사이로 일자로 깔끔히 전시된 스켈레톤들을 지나.

난 책상에 앉아 있는 콘스 교수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건 뭐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줘 봐.”

콘스 교수의 손에 병을 넘기자.

콘스 교수는 병의 마개를 열어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아 본다.

“이건… 어디서 났지?”

콘스 교수의 물음에 난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 학생이 제게 조용히 넘겼습니다. 내일 입학식에 쓸 식사에 몰래 약을 타라고 시키더군요.”

“하…….”

내 말에 콘스 교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안경을 벗으며 내게 질문을 던진다.

“이게 무슨 약인지 알아?”

“저 같은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궁금하지 않아?”

콘스 교수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그저 교수님께서 그 학생에게 어떤 처우를 내리실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바질리스크의 저주가 걸린 약이야. 먹으면 꼼짝없이 돌이 되겠지. 당연히 퇴학감이야.”

“하돌프 학생의 작품입니다.”

나의 말에 콘스 교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하돌프라… 하돌프…….”

“파멸학파의 2학년, 하돌프가 맞습니다.”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녀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이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몇 분 뒤.

스륵-

곧 콘스 교수의 의자 옆으로.

“교, 교수님!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돌프, 앉아라.”

하돌프의 멱살을 쥔 콘스 교수가 그림자 사이로 나타났다.

“대체 왜 저한테…….”

씩씩거리며 콘스 교수에게 항변하던 하돌프의 눈이 데구르르 돌더니.

의자에 앉은 나를 보곤 크게 떨리기 시작한다.

“교수님! 저 하인 새끼한테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해예요!”

“오해?”

콘스 교수가 약병을 보이며 묻는다.

“석화 저주가 걸린 약이야. 떠오르는 게 없니?”

“석화 저주요? 그런 약을 왜 저한테 보여 주시는 거죠?”

“그래?”

콘스 교수의 눈가가 가라앉자.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콘스 교수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인데 저 새낀 아주 좆됐네.’

콘스 교수가 파멸학파의 지도자이자.

부패 저주의 대가인 것도 사실이었으나.

여러 해 그녀를 보며 내가 느낀 점은, 그녀가 다방면으로 유능하다는 것이었다.

“저주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 부패, 망각, 혼란. 그리고 개중에는 이런 것도 있단다.”

확-

돌연 하돌프의 이마를 잡은 콘스 교수가 지팡이를 든 채 술식을 외우기 시작했고.

“으으으… 교… 교수님… 그… 그만… 그…….”

발버둥 치던 하돌프의 몸이 축 늘어지고.

동공에 힘이 풀린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마인드 브레이컨가……. 제대로 먹혀들었네…….’

상대에게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저주.

고위 흑마법사들만이 쓴다는 저주를 쉽사리 구사하는 콘스 교수를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 석화 저주의 물약, 네가 건넨 거니?”

“…네. 제가… 건넸어요.”

“왜 그런 짓을 했지?”

“내일… 입학식… 에 동생… 이… 오거든요……. 놈을… 죽여야… 제가 가문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요…….”

형제간의 이권 다툼 혹은 차기 가주가 되기 위한 사전 작업.

아카데미에서 볼 수 있는 뻔한 이야기다.

“그래, 알겠다.”

콘스 교수는 더 볼 것 없다는 듯.

하돌프의 이마를 놓고는 석화 저주의 시약이 담긴 병을 열었다.

“아카데미 안에서 누군가를 죽이려 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는 알지?”

“똑… 같은… 벌을… 받게… 돼요.”

“잘 알고 있구나.”

콘스 교수는 그 말을 끝으로.

병에 담긴 시약 일부를 하돌프에게 흩뿌렸고.

콰드드드드드득-

“으으으으…….”

하반신을 시작으로 하돌프의 몸은 삽시간에 돌처럼 변해 버렸다.

‘워우… 진짜 가차 없네.’

비록 예상한 일이라곤 하나.

망설임 없는 콘스 교수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성격이 개같긴 해도 저런 결단력은 좀 보고 배워야지.’

“이건 치울까요?”

내가 돌이 된 하돌프를 보며 나지막이 묻자.

콘스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놔둬. 그건 내일 입학식에서 본보기로 쓸 거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더 하실 말이 없으시면 전 가 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거든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

그녀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자.

나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제 심장이 아카데미에 묶여 있는 한 계속 그래야죠.”

“그래, 수고했어. 나가 봐.”

‘이년이 웬일로 칭찬을 다 한대?’

하지만 그리 기쁘지는 않았다.

‘한번 칭찬했다고 없던 싸가지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정중히 인사하곤.

조심스럽게 그녀의 연구실을 나갔다.

‘석화 저주라……. 만약 이걸 정말 내가 가마솥에 뿌렸다면 학생들이 전부 돌이 됐을 수도 있었겠는데?’

만약 내가 하돌프의 로비를 받아 정말 식사에 약을 탔다면.

학생들이 모두 밥을 먹다가 굳어 버리는 절경을 목격했을지도 몰랐다.

‘그건 꽤나 절경이겠다만… 뭐, 그 빌어먹을 악마 새끼가 식당에서 쫓겨나지 않는 이상, 그러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엄청난 후각을 가진 아카데미의 요리장이 건재한 이상.

식사에 독을 푸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그러한 사실을 아는 건 나를 비롯해 아카데미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하돌프 같은 놈들이 식사에 독을 풀려는 병신 같은 시도를 하진 않았겠지. 후… 어쨌건 이제 이 일은 콘스 교수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성격이 싸가지 없고 냉정하긴 해도.

콘스 교수는 어느 파벌에도 속해 있지 않은.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교수였다.

‘거기다가 파멸학파에서 어느 정도 입지도 있으니까 이번 일도 조용히 처리해 줄 거고.’

콘스 교수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일 처리 방식만큼은 나 또한 인정하는 바였다.

‘성깔만 좀 죽이면 꽤나 인기가 많아질 것 같기도 한데… 어림도 없겠지. 애당초 성격이 좋은 흑마법사가 존재하긴 할까?’

나는 한숨을 내쉬곤.

아카데미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샹들리에들이 가득한 천장 아래로.

몇백 명이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기다란 식탁 네 줄이 자리했고.

그 위로는 빈 그릇들이 균일하게 놓여 있었다.

‘학생들이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야지.’

곧 저녁 시간이다.

조금 있으면 세 학파의 학생들로 식당이 붐빌 터.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그래도 수백 명이 먹을 걸 만드는 것보단 시체를 처리하는 게… 하… 둘 다 개같은 일이네.’

똑같이 개같은 일에 등급을 매기는 건 어려운 일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젓곤 서둘러 식당 뒤편의 조리실로 들어갔다.

“실례합…….”

킁킁-

그러자 세 개의 개 대가리가 동시에 홱 돌더니.

나의 방향으로 코를 킁킁거린다.

[냄새가 난다. 썩은 시체 냄새가 난다.]

[저주야… 바질리스크의 냄새……. 석화 저주군.]

[엘라힌 냄새도 나.]

‘이놈의 개새끼들은 진짜 후각 하나만큼은 귀신같네.’

조리장, 케르베로스.

아카데미의 모든 음식의 관리는 눈앞의 작은 개가 주관하고 있었으며.

[휘저어! 휘젓자!]

[만들어!]

케르베로스의 관리하에 있는 임프들이 바삐 조리실을 돌아다닌다.

‘역시 지옥의 수문장이란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겠지.’

처음 케르베로스를 맞닥뜨렸을 땐 그 위압감에 짓눌려 숨이 막힌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지옥의 수문장? 지금은 조리실의 수문장이지.’

저 개가 지옥의 수문을 담당하는 악마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식당에 들어올 땐 냄새를 빼고 와야 한다.]

[분명 말했던 것 같은데?]

[말했었어.]

세 개의 개 대가리가 나를 보며 으르렁거리자.

나는 얼른 웃으며 그들을 달랬다.

“하하… 조리장님, 오늘은 콘스 교수의 일을 돕느라 옷에 냄새가 좀 많이 배었습니다. 석화 저주의 냄새도 그 일 때문입니다.”

[흠… 알았다.]

[조리실에는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야?]

‘후… 역시 음식만 안 건들면 냄새가 좀 나는 것 정도야 괜찮지.’

내가 음식에 개수작만 부리지 않는다면.

케르베로스가 나를 직접적으로 건들 일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노예들의 식사를 받으러 왔습니다.”

[저기에 놔뒀다. 챙겨 가라. 그리고 다음부터 냄새는 빼고 올 수 있도록 해라.]

[…….]

[잘 챙겨 가.]

“감사합니다.”

조리장, 케르베로스에게 난 허리를 숙여 보이곤.

빵이 가득한 바구니를 챙겨 식당을 나갔다.

‘이것만 끝내면 오늘 일과도 끝이다.’

나는 곧장 빵들을 챙겨 아카데미의 지하 삼 층으로 이동했다.

[크케케케케케켁!]

음습한 공기 사이로 묘한 유황 냄새가 번져 나왔고.

병기를 두른 임프 한 놈이 헤프게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홀쭉이구나! 여긴 무슨 일로 온 거냐?!]

“실험체들에게 식사를 주려고 합니다.”

[그래애애? 들어가라! 들어가!]

몇 년간 안면을 튼 덕인지.

경계를 서고 있던 임프들이 쉽사리 길을 터 줬다.

‘감옥도 뭐 이리 쓸데없이 크게 만들어 놓은 건지. 쯧…….’

얼마나 계단을 타고 내려갔을까.

곧 커다란 지하 감옥의 내부가 나의 눈에 들어온다.

툭-

‘방 하나당, 빵 두 개.’

내가 감옥의 틈새 사이로 빵을 밀어 넣자.

덥썩-

순간, 때가 덕지덕지 묻은 손이 삽시간에 빵을 낚아채 갔고.

“나도 줘! 나도!”

“여기서 내보내 줘! 제발…….”

“나가고 싶어……. 이런 곳에서 죽기 싫다고…….”

흑흑흑-

감옥 틈 사이로 납치된 사람들의 절규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시체를 정리하는 것보다 이게 더 고역이네…….’

이미 죽은 사람의 몸을 처리하는 건.

역겹긴 했어도 마음의 가책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달랐다.

‘이 실험체들도 다 어디선가 멀쩡히 살다가 잡혀 온 거겠지.’

그리 생각하면 입맛이 쓴 것도 사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내가 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툭-

고작 선심 쓰듯 빵 몇 개를 더 감옥 안에 밀어 넣어 주는 것뿐.

“내보내 달라고!”

“네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냐!”

‘날 원망해 봐야 소용없어. 나도 너희랑 크게 다를 바가 없거든.’

“후…….”

내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빵을 밀어 넣던 그때.

“이봐, 이봐! 나랑 잠깐 이야기 좀 나누는 게 어떤가?”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이봐요, 할배. 백날 나한테 말해 봤자 소용없다니까? 난 힘이 없어. 못 내보내 준다고!”

“으허허허허허, 여기서 나가는 건 이미 포기했네. 그보다 나와 잠시만 이야기나 나누지. 자네에게도 손해될 이야기는 아니잖나?”

감옥 안에 갇힌 실험체들의 말을 들어서 좋을 건 없다.

저들은 어떻게든 감옥을 나가길 원하고.

만약 탈옥한 자가 나온다면 내가 그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 늙다리 마법사 양반이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뭐, 나름 꽤 유익한 이야기긴 하다만…….’

아카데미를 벗어나지 못하는 내게.

늙다리 마법사가 들려주는 대륙의 이야기는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긴 했다.

“어차피 늙은 내가 살아 봐야 얼마나 더 살까. 아직까지는 여기서 연명하고 있다지만 언제 실험용으로 끌려갈지 모르는…….”

“짧게 이야기하세요, 짧게.”

“자네, 심장이 없지? 만약 날 풀어 준다면 내가 새로운 심장을 만들어 주겠네.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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