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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06화 (30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06화

펜리르는 아후라 마즈다를 믿고 따랐다.

그가 언젠가는 생의 대부분을 척박한 지옥 땅에서 살아온 악마들의 삶을 보상해 줄 거라 믿으며.

다시 한번 신들의 세대교체를 일으키고 자신들이 주류가 될 거란 기대감에, 그가 시키는 것을 전부 해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독단적으로 내부 세력 견제를 하는 것도 잊지 않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그자를 만난다면, 이 표식을 그려라.”

그런 그에게 아후라 마즈다가 당부했던 한 가지 명령이 있었다.

그건 바로 유신우를 만났을 때 사용할 표식 마법이었다.

“이 표식은 뭡니까?”

“그 앞에서 이걸 사용하면 내가 완전한 힘을 얻어 강림할 것이다. 현재로선 놈과의 정면대결이 불리하니, 이것으로 우세를 점할 수 있다.”

“정면대결이 불리하다니, 그 인간이 그렇게나 강하다는 말입니까?”

“앙그라 마이뉴는 끊임없이 강해진다. 그때 인드라닉스에서 충돌했을 때보다도 지금은 훨씬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펜리르는 이 정도의 단기간에 그렇게나 강해질 수 있다는 아후라 마즈다의 말이 믿기 힘들었지만, 그 명령만큼은 머릿속에 단단히 새겼다.

언젠가 유신우와 부딪힐 때 사용할 표식 마법을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예측은 곧 현실화가 되었다.

“아후라 마즈다 님!”

압도적인 유신우의 힘 앞에 이렇다 할 대항도 하지 못한 채 육신이 갈기갈기 찢긴 펜리르는.

그가 당부했던 대로 유신우가 방심한 사이 작게 표식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마음속으로, 혹은 언령으로 영창해 시전해 내는 마법과는 달리 표식을 그리는 마법.

사용하는 데에 조금 제약이 강하긴 했지만, 어쨌든 해냈으니 된 것이다.

{그 표식은 아무런 마법적 힘을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 아후라 마즈다가 말한 그대로 표식을 전부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펜리르가 남은 마력을 전부 그 표식에 쏟아붓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시스템 메시지마저 그것이 무의미한 표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 어째서……!”

서걱.

결국 펜리르는 그 수상한 행동을 막기 위해 재빠르게 파라슈를 휘두른 유신우에 의해 허무하게 영멸하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이 아후라 마즈다의 거짓말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영혼이 산산이 부서져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파라슈에 의해 오랫동안 역전되어 있던 엔트로피가 해방된 순간.

“수고했다. 늑대여.”

혼돈의 힘을 등에 업은 아후라 마즈다가 마침내 돌아왔다.

* * *

저 날개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묘했다.

마치 실사 영화 위에 조악한 애니메이션을 그려 연출한 옛날 영화 같다고 해야 할까.

저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비입체적 형상은 보는 사람을 정신이 몽롱해지게 만들었다.

아후라 마즈다는 그런 수상한 것을 등 뒤에 달고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위험하다.’

그리고 난 그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여기서 저자와 정면으로 맞붙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난 죽지 않기에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설령 제아무리 저 기묘한 존재에 의해 살해당한다 하더라도 몇 번이고 부활할 수 있다.

이 세상에 파라슈와 아지다하카 외에 불멸자를 없앨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또한 친나마스타로 각성한 레아의 능력 덕분에 내가 아닌 다른 자들을 지키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녀가 스스로를 찔러 피로써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고, 무한히 재생되는 나의 생명력을 전해 받으면 어떠한 페널티도 없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본능은 저것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내고 있었다.

‘모두들 여기서 이탈한다.’

‘왜죠? 지금이라면 저 녀석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안 돼. 그건 불가능하다. 저기에 맞설 생각은 절대 하지 마. 누구든 다.’

나는 아델과 레아, 유메미 세 사람에게 강한 경고를 보냈다.

그러고는 당장 이 전장에서 벗어나라는 지시를 내렸다.

‘레아. 이곳 사람들을 타카마 시티로 보낼 수 있겠지?’

‘응. 지금 할게.’

예루살렘 내부에 아직까지 공간 단절 보호막으로 보호된 채 살아 있는 민간인들도, 한꺼번에 이동시킬 작정이다.

이걸로 저 존재에게서 벗어나는 게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당장의 위험은 피한다는 판단 하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콰득.

레아가 다시 한번 자신의 손에 쥔 트리슈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거기서 흘러나온 피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붉은 결계로 보호받는 사람들 주변을 감쌌다.

{친나마스타의 권능이 발현된다}

{영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목표 지점으로 이동시킨다}

곧 사람들은 한꺼번에 모습을 감췄다.

그녀의 권능에 의해 모두 타카마 시티로 이동되었다.

{별의 불꽃을 친나마스타에게 공유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소모한 그녀의 생명력은, 내 별의 불꽃으로 채웠다.

이제 우리만 이곳에서 이탈하면 끝.

‘각자 다른 방향으로 활공한다. 저것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거야.’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다 같이 한 곳으로 도주하는 것보다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활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흑검익 아지다하카의 날개 덕분에 비행 속도는 충분하니, 이렇게 하면 한 사람에게 시선이 끌려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기이이잉.

곧, 모두들 펼친 날개에서 별의 불꽃을 모으더니.

투화악!

에너지를 한꺼번에 분사해 튕겨 나가듯이 날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십수 킬로미터를 주파하는,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했다.

‘도망칠 수…… 없다.’

하지만 난 그 순간 깨달았다.

여기서 아후라 마즈다의 손길로부터 벗어나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스륵.

눈앞의 공간이 흐물거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현실과 동떨어진 기묘한 형태의 이미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엔 어떠한 징조도 없었다.

에너지의 이동을 동반하는 순간이동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을 뿐.

{달 그림자 검식 파생형 ‘용격 현월’ 21연}

쉬쉬쉬쉭!

난 그 기이한 이미지를 상대로 한계까지 돌파해 가며 현월을 연달아 날려 보냈다.

하지만.

스륵.

현월은 마치 신기루처럼 날아가던 도중에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뭔가를 행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닿기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된 것이다.

‘안 돼. 이건 도망치는 걸로 벗어날 수 없어!’

이제 나는 여기서 행하는 모든 선택지가 이 앞의 적에게 전혀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압도적.

그 단어 하나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

태공망이 내게 보여줬던 그 우주적 공포는, 별의 불꽃 같이 그저 강한 힘 같은 게 아니었다.

그건 모든 시공간의 법칙 자체를 무시하고 그 위의 차원에서 움직이는, 미지의 존재가 내뿜는 위압감이었던 것이다.

‘모두 죽는다…….’

지금 이것은 나의 시간과 공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아델과 레아, 유메미.

그리고 다른 수많은 이 세계의 미래는 물론이고 심지어 과거의 존재들까지, 모두 동시에 이 녀석에게 영향 받을 수 있다.

즉, 적극적인 방법으로 소멸시키지 않는 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시바…… 당신이라면…….’

이 순간, 과거 혼돈과 맞서서 타 차원계로 쫓아 보내는 데 성공한 파괴신 시바가 떠올랐다.

나에겐 그가 휘둘렀던 무기들과 힘의 원천이 있다.

그가 혼돈과 대적할 수 있었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은 없지만, 그리해야 한다고 믿었다.

척.

{멸절 파슈파타 전개}

기이잉.

손에 쥐고 있던 파슈파타를 들어 올려 별의 불꽃을 주입하고 모든 힘을 방출하게 했다.

아지다하카로 이미르의 힘까지 잡아먹은 상태에서 그것을 꺼내 들자, 여기서는 실로 세상 전체를 무로 되돌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파괴에 극한까지 치중된 힘.

잘못 사용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전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현실 붕괴를 일으킬 혼돈에 대적하려면,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프랄라야 파슈파타스트라.”

꽈악.

멸절의 개방 주문을 읊고,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난 그 상태에서 칼을 뒤로 젖혀 베는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그저 단순히 힘을 방출하는 형태가 아닌, 검기 형태로 날려 보낼 생각이었다.

적어도 무분별하게 모든 걸 파괴하는 방식보다는, 통제된 발출의 형태로 목표한 적만을 타격하는 지향성 공격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화아아악!

그게 정말로 가능할 것인지,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 의도는 맞아떨어졌다.

멸절 파슈파타의 강한 힘이, 현월과 비슷한 형태로 쏘아 보내져 그 기묘한 이미지를 향해 날아든 것이다.

피잉!

검기는 목표에게 정면으로 충돌했고.

세상이 까맣게 뒤덮이는가 싶더니.

찰나의 순간에, 내 기억은 끊어지고 말았다.

* * *

눈을 뜬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새까만 밤하늘.

“……큽.”

땅은 척박한 노란 빛이었고,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분명 밤인데도 주위가 이상할 정도로 밝다는 것이었다.

‘여긴……?’

다시 보니, 밤이 아니었다.

하늘에는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밝은 하얀 별, 아니, 태양이 떠 있었다.

저것 때문에 주변이 밝았던 것이다.

‘뭐지? 우주인 건가?’

난 아무래도 원래 살던 행성 바깥의 다른 어딘가로 떨어진 것 같다.

이곳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 만한 별로는 보이지 않았다.

“일어났군.”

그때,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잿빛 피부에 귀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다크엘프였다.

“……누구냐?”

숨은 쉴 수 없지만 말을 할 수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난 공기가 없는데도 멀쩡히 움직이며 말도 할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일이지만 당장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았기에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네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시바?”

“맞았어.”

난 곧 그가 누구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 내가 ‘잘 아는’ 남자 다크엘프라면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미량의 별 불꽃도 힌트가 되어주었고 말이다.

“그걸 어떻게 믿지?”

물론 그걸 확신해서는 안 된다.

이전의 그 시체 덩어리 일도 있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것,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그 혼돈이라는 녀석의 기만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받아라.”

그런데 그는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가지고 있는 것을 내게 넘김으로써 자신의 정체를 증명해 냈다.

그가 내민 것은 흑청염으로 둘러싸인 빛 덩어리였다.

덥석.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러자 빛은 곧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마궁의 시위를 습득했다.}

{마궁 피나카의 프라나가 파슈파타에 각인된다.}

펜리르를 죽여 버려서 끝내 얻지 못한 마지막 시바의 무구.

피나카의 반쪽이 이 다크엘프가 건넨 조각 하나로 완성된 것이다.

“이 정도면 됐나?”

그러니 더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이자가 바로 진짜 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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