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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99화 (29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99화

그 거대한 식인 식물들의 줄기와 이파리는 불룩거리는 살점으로 이뤄져 있었다.

실로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진 와중에, 레아는 그 장소의 가운데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지, 집정관님.”

그곳을 관리하는 다크 엘프가 놀란 듯 하면서도 침착한 어투로 레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어깨 너머로, 트롤 인부들이 상자 안에서 시커먼 천으로 뒤덮인 길쭉한 ‘무언가’들을 식인식물의 주머니 안으로 옮기는 모습이 보인다.

그 ‘무언가’들은 마치 살아 있는 생선처럼 꿈틀거렸다.

“모두 멈춰.”

레아가 자신의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근엄한 어투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녀가 한 말이 말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귀에 닿는다.

그러자 분주하게 움직이던 트롤과 다크엘프들이 모두 제자리에서 정지하고는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두들 긴장한 기색이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건…… 그러니까…….”

관리자로 보이는 다크엘프는 우물쭈물하며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레아는 그런 그가 제대로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려는 듯, 얼굴을 계속 빤히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무슨 죄송할 짓을 한 거냐고.”

“보시는 대로…….”

관리자는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뒤에 나와 있는 광경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인간들을 이것들에게 먹이는 중입니…… 윽!”

콱.

레아는 뻔뻔하게도 그렇게 말하는 관리자의 멱살을 홱 낚아채듯 붙잡았다.

그녀의 강한 힘에, 다크엘프 관리자는 순식간에 이끌려갔다.

“왜?”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질문.

이런 기괴한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지만.

“…….”

관리자는 이에 대해 더 이상은 말할 것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좋아.”

레아 역시 더 이상 물어봤자 나올 게 없을 거란 걸 깨달았는지, 관리자의 멱살을 순순히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인벤토리에서 창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죄는 나중에 법정에서 밝혀주지.”

그녀는 창을 뒤로 젖히며 날 끝에 마력을 담았다.

‘아직 저 안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구해야 해.’

우선은 식인식물 안에서 천천히 녹아 죽어가고 있는 인간을 꺼내는 게 먼저.

증거 수집은 그 다음이다.

레아는 일격에 사람이 들어 있는 식인식물의 주머니들을 한꺼번에 베어낼 생각으로, 창을 크게 휘둘렀다.

턱.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녀는 창끝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미간을 좁히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아후라 마즈다가 자신의 창날을 집게손가락으로 붙들고 있었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지.”

“지금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레아는 자신을 방해한 것에 짜증이 났다가도, 그의 얼굴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자신과 같이 범죄 현장을 급습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그 난리를 쳤으니, 사람들에 의해 소문이 퍼졌을 테고 아후라 마즈다의 귀에 들어가는 것도 순식간이었을 터.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 현장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알아.”

“안다고? 그럼 얼른 날 돕지 않고…….”

“여긴 예전부터 있었거든. 네가 오기 전부터.”

“……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레아.

그녀는 창을 휘두르려던 자세를 풀고서 아후라 마즈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너…… 알고 있었어?”

“그래.”

“그럼 대체 왜……?”

그녀는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도 같은 인간이면서, 이런 끔찍한 일이 자행되는 공간을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있는지.

“여기가 바로 마병을 생산하는 곳이야.”

“……뭐라고?”

“저 바깥에서 접근하는 마물들을 차단하고 예루살렘을 지키는 마병들. 그들은 모두 여기서 태어났어.”

“맙소사……. 그게 전부 인간을 갈아 넣어서 인위적으로 만든 괴물이라고?”

“네가 그렇게 표현하겠다면.”

아후라 마즈다는 어깨를 으쓱하며 시인했다.

레아는 그런 그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창을 든 손의 반대쪽 손으로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진심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산 채로 붙잡아 저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다니.

게다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저들의 모습을 보면, 아무리 봐도 이건 자발적인 동의를 받은 일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납치였다.

당연히 레아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혐오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후라 마즈다는 도리어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레아가 더 이상하다는 듯 거꾸로 되물었다.

“너. 평화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나?”

“……지금 그게 여기서 나올 말이야?”

“물론이지. 난 어디까지나 네가 해온 일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그건 무슨 개소리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넌 예전부터 그런 선택을 수없이 반복해오지 않았나? 이것도 마찬가지야. 이 사람들은 그저 대의를 위해 희생되도록 선택된 운 없는 소수일 뿐.”

“닥쳐!”

콰당.

레아가 아후라 마즈다의 멱살을 잡은 상태에서 다리를 걸고 잡아당겨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러고는 손으로 목을 짓눌렀다.

“그게 진짜로 이런 식의 쓰레기 짓과 같은 거라 생각해?”

“그게 어디서 어떤 점이 다르지?”

“그건…….”

레아는 알고 있다.

아후라 마즈다가 궤변을 펼치고 있다는 걸.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많은 부분에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지금 이 순간엔 어떠한 말도 그녀의 목구멍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페이스에 휘말려 버린 것이다.

“……애초에 이건 소수도 아니잖아.”

생각 끝에 겨우 튀어나온 말도, 제대로 된 반박이 아니었다.

“그 소수의 기준이 뭔데? 10명? 20명? 아니면 전체 숫자의 몇 퍼센트? 그렇게 계산한 비율로 백 명까지가 소수라고 한다면, 백한 명은 소수가 아니게 되는 건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거지?”

“으…….”

“심지어 너도 지구에서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숫자의 인간을 죽인 적 있지. 전 인류에게 경각심을 주겠다고 모스크바를 한꺼번에 날려 버린 사건.”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눈앞의 남자, 아후라 마즈다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벨그레이브의 일원인 백선율이었기 때문에 그 일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레아는 괴로움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만…….”

“네 동료들을 버리고 여기까지 온 것도 마찬가지야. 계산을 해보니 여기에서라면 훨씬 더 많은 인간을 구할 수 있어서였지. 그 대가가 바로 이거고.”

“그만.”

“넌 나와 동류의 인간이야.”

“그만!”

펑!

레아가 소리 지르며 손에서 강한 마력을 방출했다.

그러자 그 손에 붙잡혀 있던 아후라 마즈다의 머리가 터지며 산산 조각났고,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몸밖에 남지 않은 아후라 마즈다의 시체 위에서, 레아는 피 묻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아…….”

털썩.

곧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서 바닥에 쓰러졌다.

옆으로 누우면서 뒷목을 덮은 단발의 머리카락이 들춰지자, 거기서 조그만 기하학 문양이 나타났다.

치이익.

이어서 문양으로부터 빛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살이 타는 냄새도 함께 올라왔다.

“후우.”

현장에서 둘의 언쟁을 지켜보던 관리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익숙한 듯이 트롤 인부에게 손짓해 기절한 레아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게 했다.

저벅. 저벅.

그녀를 둘러업은 채 바깥으로 나가는 트롤을 지나쳐, 한 남자가 걸어왔다.

그는 또 다른 아후라 마즈다였다.

“이번에도 실패입니다.”

다크 엘프 관리자가 다가오는 그에게 말했다.

“실패가 아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지 않습니까?”

“네 눈엔 보이지 않겠지만, 내겐 보였다.”

“무슨?”

“혼돈.”

관리자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그녀의 정신 속에서 자라난 혼돈이 진짜 모습을 드러낼 거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이 벌써 여덟 번째인데.”

그동안 이들은 이와 같은 일들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 끝은 항상 아후라 마즈다의 죽음과 레아의 기절이었고 말이다.

이다음은 여기서 있었던 일들에 관한 모든 기억을 잃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내게 된다.

이런 반복이 오늘로써 여덟 번째였던 것이다.

“딱 열 번만 채우자꾸나.”

“알겠습니다.”

아후라 마즈다는 고개를 숙이는 관리자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손가락으로 쓰러져 있는 자신의 시체와 식인식물을 번갈아 가리켰다.

“저것도 재료로 쓰도록.”

“예?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상관없어. 이건 내 일부가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개체니까.”

“……알겠습니다.”

“그걸로 가이아의 축복은 더 강해질 거다.”

불룩. 불룩.

고대신의 이름이 아후라 마즈다의 입 밖으로 튀어나오자, 식인식물들은 더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 그 자체에 담긴 신명의 힘에 아후라 마즈다의 마력이 더해져 그것들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관리자 다크 엘프는 그런 가운데서 널브러져 있는 아후라 마즈다의 시신을 안아 들고, 묵묵히 식인식물 중 하나를 향해 걸어갔다.

* * *

이미르를 먹어치운 후에는, 더 이상 뜸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이대로 직접 내 손으로 예루살렘을 무너뜨리기만 하면 끝.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로 놈들을 찍어 누르면 된다.

지금이라면 설령 지옥의 대악마들 전부가 달려든다 하더라도 혼자 힘만으로 이길 자신이 있었다.

……라고는 하나, 사실 예루살렘과의 대적이 그리 쉽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고려해야 할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레아 씨를 데리고 와야죠.”

첫 번째는 저쪽으로 넘어가 있는 레아를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

유메미가 본 예지몽에 따르면, 그녀는 지금 모종의 저주에 의해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그녀를 몇 가지 마법과 계략을 사용해 다시 데리고 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 ……그리고 동시에 거기에 있는 사람들도 되도록이면 다 구해내야지.”

게다가 구해야 하는 건 레아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른 채 악마들에게 충성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필멸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적의 손아귀에 다수의 인질이 들어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물론 고려해야 하는 건 꼭 그런 인도적인 부분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 걸 다 무시하고 그 정도의 인명피해 정도는 감수한다는 마인드로 밀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또 다른 이유로 인해 완전한 승리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니플헤임의 두 악마…… 펜리르와 헬은 자기 의지대로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걸로 보여요. 인페르노의 악마들을 데리고 온 것도 그 둘 중 하나의 역할이었던 것 같고.”

“끝까지 몰아붙인다 해도 치명상을 입히기 전에 도망칠 수 있다는 거군.”

“바로 그거예요.”

“그럼 결국 방법은 대대적인 전면전이 아니라 잠입뿐이라는 건가.”

“전면전은 그런 위험 요소들을 전부 제거한 후에 해야죠.”

“그래야겠네.”

따라서 지금은 소수의 인원만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가장 믿을 수 있는 두 사람.

아델과 유메미만을 대동한 채, 나는 하멜 평원의 제도 예루살렘 내부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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