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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77화 (27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77화

에린의 동경을 획득한 나는 곧장 타카마 시티로 되돌아 왔다.

“신우 씨,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다행이에요.”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한 사람은 안대로 눈을 가린 유메미.

그녀는 여전히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였지만, 마력 감응으로 주변을 감지하는 능력 덕분에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그녀 특유의 감지 능력은 그사이에 더 발달되었는지, 내가 돌아옴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뭘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거울…… 찾으셨죠?”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안 거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보였어요.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느껴져요.”

“예지력이라도 생긴 건가?”

“그럴지도요.”

유메미는 빙긋 웃었다.

안대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전과 다름없이 밝았다.

아무리 마력 감지 능력이 있다고 해도,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꽤 큰일.

상실감에 좌절할 법도 한데, 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눈은 못 고치는 거야? 여기의 기술력이라면 전자 의안 같은 걸로 대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난 라이진을 떠올리며 말했다.

라이진은 뇌에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부분을 제외한 모든 몸이 기계인 사이보그다.

당연히 눈 역시 마찬가지.

그러니 유메미의 안구가 재생 마법으로도 고쳐지지 않는 상태라면, 아예 라이진처럼 새로운 눈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메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제가 원하지 않아요.”

“왜지?”

“눈이 보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생겼거든요. 전 그걸 잃고 싶지 않아요.”

“……그런가.”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그녀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애초에 신체를 사이버웨어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특히나 영적인 교감을 중요시하는 그녀라면 더더욱 몸을 기계로 바꾸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아무튼, 이제 그 거울을 찾으셨으니 원하시던 대로 봉인만 해제하면 되겠네요.”

“……맞아.”

“그럼 지금 바로 고든 씨를 불러서…….”

“잠깐만.”

일종의 예지 능력으로 대략의 상황을 알고 있는 유메미는 곧바로 일을 진행시키려 했지만, 난 그녀를 막았다.

“왜 그러시죠? 뭔가 문제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야.”

“네? 어째서죠?”

“아이를 봉인에서 꺼내주는 건 나중으로 미루려고.”

“그러니까 대체 왜……?”

“그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거든.”

내 앞에는 온갖 문제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쌓여 있다.

그것도 하나하나가 전부 크고 중대한 것들로만 말이다.

‘클랜원들에게 이 땅의 진실을 밝히면, 당분간은 혼란에 빠지겠지.’

우선 첫 번째는 현재 우리가 와 있는 이 세상이 서 대륙이 아닌 동 대륙의 300년 후 미래라는 것을 밝히는 문제다.

아델, 레아, 최윤아, 유메미, 로마노프를 비롯해 여러 일반 클랜원들.

이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가족과 연인, 친구들을 놔두고서 나 하나만을 바라보며 이곳까지 건너온 사람들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미래를 위해 서 대륙에 선제 진출한다는 대의도 있었지만, 결국 내 개인적인 용무가 아니었다면 이런 원정대가 꾸려지지도 않았을 터다.

만약 그 차원 도약을 하는 사이 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려, 소중한 이들이 벌써 과거의 화석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충성심은 더 이상 나를 향하지 않을 수도 있다.

큰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상황인 것이다.

이는 내 리더십에 큰 결함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래도…… 마냥 미루거나 숨길 수만은 없어.’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계속 감추고 있을 수만도 없다.

레아가 주장했고 나 역시 수긍했듯이, 지금 우리에겐 가능하면 빨리 여기서 철수하고 동 대륙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기존 인식대로라면 에린의 동경은 동 대륙에 있기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에린의 동경이 이곳에 있었고, 내가 이미 그걸 찾았다면 목적이 달성되었기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

거짓말을 하든, 진실을 얘기하든, 내 입장에서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서 대륙 진출을 통한 미래 도모라는 대의’ 측면에서도 클랜원들을 붙잡아 둘 명목은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 급격한 마물 창궐 현상이 혹여 동 대륙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닐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클 테니까.

결국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난 클랜원들에게 당장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인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발생할 혼란…… 심하면 내분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그 뒤엔 아후라 마즈다와의 필연적인 일전도 기다리고 있다.

전 인류, 아니, 어쩌면 모든 아인종들이 단결해서 맞서야 할 거대한 적과의 대전쟁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드가르를 봉인 거울에서 꺼내 현실 세계로 데려온다?

그건 정말 자폭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야드가르의 존재 자체가 내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또다시 그런 비극을 겪고 싶진 않아.’

무엇보다도 난 이미 타라를 잃은 전례가 있다.

그녀를 너무 일찍 살린 대가로, 원치 않는 일에 휘말리게 해버렸으니까.

물론 지금은 바리공주가 사라져 버려서 지금까지 그녀를 되살리지 않았다면 그 잠깐의 재회라도 불가능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

어쨌든 적어도 야드가르에 한해서는 내가 원하는 시점에 봉인을 풀 수 있다는 자유로운 선택지가 있다.

그렇다면 굳이 그걸 지금처럼 위험한 시기에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날 도와줘, 유메미.”

“……알겠어요.”

유메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는 어쩐지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지금 그 말…… 사실이야?”

정적 속에서 가장 먼저 되물은 것은 레아였다.

클랜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진실을 밝힌 자리.

예상했던 대로, 이들의 반응은 절망 일색이었다.

“300년, 그러니까…… 지금 여기가 원래 우리가 살던 곳이라고?”

“믿기 힘들겠지만.”

“그게 전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는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그럼 여기에 살던 이들은 전부…… 죽은 거네.”

그러다 마침내, 그녀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말까지 꺼내기에 이르렀다.

진실이 어떻게 되었든,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 간에, 당연하게도 누구에게든지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 부분,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였으니 말이다.

“그래. ……물론 다들 불행하게 살지는 않았을 거야.”

난 거기에 변명하듯 그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떠난 뒤 최소한 백 년간은 큰 사건 없이 계속 인류의 부흥이 지속되었으니까. 그 기간 동안 기술도 크게 발전했고.”

우리가 떠나던 시점에는 엘프들의 마법 문명에서 빼앗아 온 기술로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게 긴 시간 동안 발전해 지금의 이곳 사람들이 누리는 수준이 된 것이다.

그사이에 큰 재난이 발생해 상당 부분 소실된 것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 이전 과거에는 훨씬 더 풍족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다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그런데 레아는 그런 사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결국 지금은 모두 죽었다는 거잖아? 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건……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게 다 무의미해진 거잖아. 지금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레아에겐 현재가 중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삶을 지탱해오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류를 위한 대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그 지켜야 할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으니, 그녀로서는 자신의 존재 의미마저 사라졌다고 느낄 것이다.

“썅, 여길 오는 게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 클랜원들 사이에서 작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굳이 청각에 집중하지 않아도 들릴 정도의 크기.

나더러 대놓고 들으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미안하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뒤숭숭해진 분위기의 클랜원들 앞에서 내가 할 말은 그것뿐이었다.

“다들 왜 그러는 거죠?”

그런데 그때, 최윤아가 목소리를 냈다.

“누구도 여기 오라고 강요한 적 없어요. 다들 자원해서 온 거잖아요. 그걸 이제 와서 신우 오빠한테 책임을 전가한다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녜요?”

모두의 시선이 그녀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 반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논리적으로는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역시 다들 나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어쨌든 내가 아니었으면, 프리드웬이 없었다면 이곳에 올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윤아 씨 말이 맞아요. 게다가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잖아요. 지금은 앞을 봐야 할 때라구요.”

거기에 유메미도 거들었다.

그녀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다.

“나는 잘 모르겠군. 그동안 내가 해 오던 일이 전부 물거품이 된 기분이야.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무기를 만들었는지…… 이제 와선 다 무의미해졌군.”

반대로 로마노프는 레아의 의견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듀엔데와 아델은 침묵.

다른 클랜원들도 이들과 같이 의견이 나뉘는 양상이다.

예상했던 대로, 결속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난 여길 나가겠어.”

결국 레아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최윤아가 그녀를 붙잡았다.

“어딜 가시겠다는 거죠? 지금 우리에게 다른 갈 곳이 어디에 있다고…….”

“그건 내 마음이야.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그럼에도 결국 그녀는 떠나고 말았다.

“나도 더 이상 들을 말은 없는 것 같군. 이젠 각자 행동할 때가 온 모양이야.”

로마노프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클랜의 중요 인물 두 사람이 떠나가자, 줄줄이 뒤따르는 행렬이 이어졌다.

“이런 시기에 모두들…….”

최윤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곳에 남은 클랜원은 원래의 절반뿐이었다.

진실이 밝혀진 것만으로 클랜이 반 토막 나버린 것이다.

“……이젠 어떡하죠?”

최윤아가 허탈한 표정으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이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다시 되돌려야지.”

당연하게도 그건 나도 마찬가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등을 돌린 클랜원들의 마음을 다시 이끌어 오는 것.

나는 유메미를 쳐다봤다.

그녀는 눈을 가린 상태지만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철퍽.

산처럼 쌓인 마물들의 시체 꼭대기에서 사람의 손이 치솟아 올라왔다.

피와 진물들이 사방으로 튀고, 경사를 따라 줄줄 흘러내렸다.

콰직. 으드득.

그렇게 흘러내리는 피의 양은 점점 더 많아졌다.

솟아 오른 손의 주인이 시체들을 헤집고 몸을 바깥으로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욱더.

마치 혈관이 가득 모여 있는 신체 부위의 상처를 도려내고 내부의 이물질을 꺼내는 듯한 모양새.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인간, 아후라 마즈다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얀 늑대 펜리르가 그 옆에서 그의 귀환을 맞이했다.

“……후.”

“성과는…… 있으셨습니까?”

펜리르가 그리 묻자, 아후라 마즈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별로 만족스럽지는 않군.”

“설마…… 접촉에 실패하신…….”

“그건 아니다. 그곳에 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응답한 신이 우라노스뿐이라는 게 문제지.”

“우라노스…….”

펜리르는 그 빌어먹을 거인 신의 이름을 곱씹으며 분노를 집어삼켰다.

자신이 살던 아스가르드와는 동떨어진, 올림포스의 신이긴 했으나,

우라노스 역시 구세대의 신이었으니, 한때 치열하게 싸운 적이었음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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