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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68화 (26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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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퀘스트: 헤게모니 장악>

-내용: 바리공주를 살해하고 모든 상황을 원 상태로 되돌려 놓으십시오.

-현재목표: 바리공주 살해(살해 외의 모든 우회수단 금지)

-보상: 곤륜공사 지하의 고대 유적 접근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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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종막에 이르러, 짤막한 목표만을 제시한 채 유신우로 하여금 유메미를 살해하도록 종용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헤게모니 장악’이라는, 이 퀘스트의 제목이기도 한 당초의 목적은 온데간데없다.

그저 유신우를 절망케 하려는 노골적인 의도만이 남아 있을 뿐.

“……자, 잠깐만!”

자신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마저 잃고, 지상에 추락한 바리공주는 천천히 다가오는 유신우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정말로…… 날 죽일 거야? 나, 난…… 난 네 친구라고!”

바리공주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신우의 마지막 약점을 언급하며 그의 접근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신우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으며 멈추지 않고 가까이 다가올 뿐이었다.

‘눈빛이 다르다! 저 녀석 진짜로 날 죽일 셈이야!’

그제야 바리공주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챘다.

자신이 유메미의 몸속에 들어와 있는 이상, 유신우는 절대 건드리지 못할 거란 확신이 틀렸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이제 와서는 시스템의 관리자가 막아줄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이 역시 시스템의 의도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유신우로 하여금 자신의 손으로 동료를 죽이게 해 인간성을 잃고 여느 불멸자들과 다름없는 존재로 격하시키는 것.

시스템의 관리자는 처음부터 그런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 돼……. 죽으면 진짜로 끝이다!’

혹여 여기서 죽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영혼은 그대로 앙그라 마이뉴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걸로 그녀는 후일을 다짐할 기회조차 없이 영멸.

결국 벼랑 끝에 몰린 바리공주는 마지막 발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이잇!”

쩌적.

그녀는 가지고 있는 귀력을 모두 소모해 강제로 차원의 균열을 일으켰다.

그 균열 안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억지로 끄집어냈다.

“끄아아악!”

깨진 유리창에 팔을 들이민 것과 같이, 차원 균열의 날카로운 틈에 베여 팔에선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단순히 베인 것을 넘어, 피와 살이 모조리 뜯겨 나갔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극심한 상처가 그녀의 팔을 휘감았다.

바리공주는 거의 뼈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오른팔을 억지로 꺼내며, 차원 균열 속에서 강제로 집어 온 ‘물건’을 유신우의 앞에 내보였다.

{경고! 인가되지 않은 차원 간 접촉이 감지되었습니다!}

{경고! <수라멸망악심꽃>의 원본이 외부세계에 유출됩니다!}

{권능 사용에 영구적인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바리공주가 그런 부상을 무릅쓰면서까지 가지고 나온 것은 바로, 피를 뒤집어 쓴 검은 꽃, 서천꽃밭의 최종 병기인 <수라멸망악심꽃>의 원본이었다.

“이젠 필요 없어……. 저놈을 이길 수만 있다면……!”

유메미가 권능으로서 사용했던, 그저 마력으로 재현하는 것에 불과한 모조품이 아니라.

서천꽃밭에 남아 있는 진짜 꽃.

그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낸 것이었다.

콰우우우.

그 검은 꽃에서 넘쳐 흐르는 파괴의 기운은, 그 자체만으로 주변 공간을 비틀고 왜곡시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바리공주를 중심으로 한 주위의 넓은 지역에, 지진과 마그마 분출을 비롯한 수많은 알 수 없는 재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도 같이 죽으면…… 난 다시 살아날 수 있어!’

유메미의 육신은 이 꽃의 사용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

수라멸망악심꽃을 휘두르는 순간, 자신 역시 죽는 것이다.

바리공주는 그걸 알면서도 이 위험한 공격을 행하려 했다.

만약 여기서 유신우 역시 죽는다면, 자신의 육신이 파괴되더라도 언젠가 다른 각성자에 의해 수호령으로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걸 노렸기 때문이다.

즉, 이 자리에서 유신우와 동귀어진하려는 속셈이었다.

“으아아!”

그녀는 손에 쥔 검은 꽃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마력을 주입했다.

어느 한쪽 방향으로 방사하는 지향성 공격이 아닌.

자신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게 하는 전방위 공격.

지향성 공격을 했다가 유신우가 피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개죽음이기 때문에 선택한 공격 방식이었다.

이거라면 자신이 살아남지 못하는 건 더더욱 기정사실이 되겠지만,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똑같다.

유신우를 맞출 확률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우우웅.

기묘한 소리와 함께 꽃잎으로부터 검보랏빛의 귀기 담긴 입자들이 사방으로 빼곡히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암흑 속성의 마력이 아니라, 바리공주가 구사하는 원귀들이 가진 것과 같이 에테르 손상을 발생시키는 위험한 에너지였다.

그런 걸 현실마저 붕괴시킬 정도로 많은 양을 뿜어댔으니,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영혼을 가진 생명체를 몰살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어쩌면 그 거대한 곤륜공사 전체가 통째로 소멸될지도 모르는, 바리공주의 최후의 일격.

스윽.

그 앞에서 유신우는, 코트 품속에 걸어두었던 막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태공망이 사용하던 철편.

타신편이었다.

{<타신편>을 본래 형태로 복구한다.}

그 안에 유신우가 별불꽃을 흘려넣자, 타신편에서 빛이 나며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시바와 태공망의 계약이 종료된다.}

이윽고 그것은 원래 내재하고 있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 * *

몇 시간 전.

“나와 대자재천은 친우였다.”

테무르, 아니, 태공망은 내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자는 다른 의지가 정해놓은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을 혐오했다. 나도 거기에 동의했었지.”

“정작 자신도 신이었으면서 말입니까?”

“그래. 하지만 우린 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의 수레바퀴에 갇혀 살아가는 신세였다. 다름 아닌 ‘혼돈’에 의해.”

“그래서 전쟁을 일으켰습니까?”

태공망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과 세상의 법칙을 창조한 혼돈.

그리고 그를 따르는 신들.

그에 반대하는 신들.

이 두 세력이 부딪혀 일어난 전쟁의 결과로, 전자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후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신들의 세대 교체였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내가 부딪혀 온 그 수많은 신들은 모두 교체된 이후, 그러니까 신세대의 불멸자들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정작 바뀐 세상이라고 해서 달라진 건 없군요. 혼돈이라는 존재가 행했던 것과 똑같은 짓거리를 새로운 세상의 신들이 대신 저지르고 있으니.”

“…….”

태공망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옛날 신화시대부터,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유지한 채로 지금까지 살아온 그라면, 여태껏 세상에서 벌어져온 일들을 가감 없이 목격해왔을 터였다.

그리고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겠지.

과거 신화시대에도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서 조용히 지냈던 건, 동료 신들의 그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네가 태어난 걸지도 모르고.”

내 말에 동의한 그는 나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타신편을 건네주었다.

“받아라. 이건 대자재천의 것이다.”

“이건……?”

“네가 정말로 그 녀석의 화신이라면, 분명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겠지.”

나는 자연스럽게 내미는 그의 철편을 덥석 받아 들었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곤봉 형태의 철 막대.

{<별의 불꽃>을 수복한다.}

“……윽!”

그 안에는 도무지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멸절 파슈파타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그것과 같은 종류의 기운.

불과 얼음, 파괴와 창조의 힘이 서로 뒤섞이며 일으키는 연쇄 폭발의 향연.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격렬한 그 현상이 타신편을 받아 든 내 몸 안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대자재천이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영혼의 조각이다. 그동안 별 볼 일 없는 막대기로 바꾸어 숨겨 두고 있었으나, 이제 제 주인을 찾아가야 할 때가 온 모양이구나.”

태공망은 괴로워하는 내 모습을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물론 그 몸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게다. 본래 필멸자가 사용하도록 만든 것이 아닐 테니. 아마도 길어야 채 6개월을 버티지 못하겠지.”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다.

“앞으로 너는 몸과 영혼이 모두 별의 불꽃에 의해 조금씩 잠식당하는 신세가 될 게다. 너의 존재와 흔적 모두가 한꺼번에 지워진다는 뜻이다.”

“으으…… 으…….”

“그러니 너는 새 존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태공망은 간신히 서서 버티고 있는 나에게, 자신의 품에서 꺼낸 작은 두루마리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불멸의 육신을 갖거라. 그러면 다시 너는 신이 되어 세상의 순리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내게 선택을 제시했다.

이대로 짧은 생을 살다 죽든지, 아니면 불멸자가 되든지.

물론 지금의 나에게 6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기에, 이건 선택의 여지조차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증오하는 자들을 죽이려면 내가 증오하는 자들과 같아져야 하는 건가.’

수라를 베려면 수라의 길로.

타오르는 별의 불꽃을 바라보며.

나는 태공망이 내민 두루마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 * *

바리공주가 펼친 대규모의 파괴 권능.

저건 맞받아치는 것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 봐야 화력 투사의 방향을 바꾸는 것에 불과할 뿐이고.

시전자인 바리공주, 그러니까 그녀의 육체인 유메미가 죽는 건 막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격 자체를 완전히 없던 것으로 되돌려야 한다.

스윽.

나는 코트 안쪽 주머니에 매달아 두었던 타신편을 꺼냈다.

내게 별의 불꽃을 부여한 도구.

시바의 영혼 조각이라던 바로 그것을, 다시 그의 화신인 나의 것으로 바꾼다.

{<타신편>을 본래 형태로 복구한다.}

흑청색으로 타오르는 별불꽃이 그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애초에 타신편이 머금고 있던 별불꽃을 다시 제 위치에 되돌려 놓는 것뿐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아까 이 안에 들어 있던 것과 지금 다시 집어넣는 불꽃은 확연히 성질이 달랐다.

왜냐하면 이 별불꽃은 내 몸 안에 있는 격멸의 업화와 환란의 빙정이 뒤섞인, 완전한 나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시바와 태공망의 계약이 종료된다.}

그리고 그에 반응한 타신편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두 친우가 맺었던 약속이 끝이 나면서, 원래 그것이 가지고 있었던 온전한 힘을 끌어냈다.

파아앗.

별의 불꽃과 같은 색깔의 빛으로 둘러싸인 철편은, 그와 비슷한 사이즈의 조그만 손도끼 형상으로 변화하더니.

{<유결부(有結斧) 파라슈>를 습득했다.}

내 몸 안으로 흘러들어 와 심장에 자리 잡았다.

{마검 파슈파타를 수복한다.}

그리고 태공망에 의해 파손되었던 파슈파타가 그 도끼를 기반으로 재구축되었다.

잃었던 것을 완전히 되돌린 것이다.

‘신을 죽이는 번뇌의 도끼……. 바리공주의 공격을 완벽하게 무효화할 수 있다.’

{<유결부 파라슈>를 소환한다.}

난 곧장 그것을 손에 쥐고 퍼져 나오는 검은 입자들을 향해 휘둘렀다.

파스스슷.

그러자, 사방으로 뻗어 나가던 귀기 담긴 에너지가 한꺼번에 도끼날 쪽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업화나 빙정을 사용한 것도, 별불꽃을 방출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 도끼에는 어떠한 힘도 담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수라멸망꽃의 공격을 빨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엇?”

파삭.

순식간에 그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멸되고, 바리공주가 손에 쥔 검은 꽃은 힘이 다해 삭아버렸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인지, 그녀는 순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잠시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다.

“어…… 어떻게?”

난 그런 그녀에게 순식간에 다가갔다.

“잠깐, 잠깐만! 너 정말로 이 아이를 죽일……!”

끝끝내 유메미의 목숨을 가지고 추잡한 협박을 내미는 바리공주에게.

촤악.

{바리공주에게 심판을 내린다.}

나는 영혼을 베는 도끼날을 선사해 주었다.

유메미의 육신을 통과한 파라슈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신, 바리공주의 영혼만을 깔끔하게 소멸시켰다.

시스템이 말한 그대로, 나는 ‘바리공주를 살해’한 것이다.

{퀘스트 완…….}

{완……%[email protected]$t23Tgacx&**}

나는 관리자와의 내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퀘스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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