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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67화 (26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67화

두 사람의 일격이 서로 부딪히는 순간, 무력에서 한 수 위였던 라르스의 도끼가 먼저 라이진의 몸을 갈랐다.

그렇게 빈사 상태에 빠진 라이진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던 라르스는.

눈앞에 나타난 유신우를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얼어붙어야만 했다.

그건 갑작스레 나타난 그를 보고 당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무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위압감에 의한 것이 더 컸다.

‘이자가…… 이만큼이나 강했었나?’

라르스는 자신의 몸이 보이는 반응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지난번에 마주쳤던 당시에도 유신우는 충분히 강했다.

어쩌면 곤륜 최강이라는 그조차 일 대 일로 맞붙었을 때 승산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무력 차는 주변 상황과 컨디션 등의 온갖 변수에 의해 충분히 좁혀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라르스의 특기는 마물과의 전투가 아니라 인간형 적과의 전투.

새파랗게 어린 유신우에 비해 경험 많은 그라면 순수한 무력 차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건……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 눈앞의 유신우에게선 그때 느꼈던 힘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애초에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그것.

그건 유신우의 몸에 흐르는 별의 불꽃이었다.

스윽.

그 앞에서 유신우는 말없이 라이진에게 다가가 그의 몸에 손을 올렸다.

라이진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그 대신 안쪽의 기계부품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자 의안의 전원이 꺼지면서 이질감을 없애기 위한 홀로그램 망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흐……으…….”

그러나 다행히도 숨까지 멎은 것은 아니었다.

라이진은 몸의 대부분이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움직이며 작게 신음을 뱉어냈다.

보통의 생명체였다면 심장이 날아가서 이미 죽어야 정상이겠지만, 그는 전신이 사이버웨어로 이루어진 사이보그였기 때문에 당장 사망하지는 않았다.

그의 뇌에 장착된 전뇌 OS가 위험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가사(假死)상태에 빠지게 하는 비상 생명 유지 모드를 작동시킨 덕분이었다.

그로 인해 라이진은 자아의 중심이자 몸에서 유일한 순수 장기인 뇌의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공명기 <빙정술식> 발동}

쩌저적.

유신우는 자신의 손에서 얼음 결정들을 뿜어 라이진의 잘려나간 신체의 단면부를 뒤덮었다.

그러고는 그 주변으로 커다란 빙벽을 만들어 라이진의 몸 전체를 감쌌다.

마치 그를 보호하는 하나의 보호막을 만든 것 같았다.

“…….”

그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르스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는 유신우.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그의 행동에 라르스는 스스로를 얼어붙게 만든 공포감을 이겨내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너…… 나를…… 무시하는 거냐?”

라르스는 목소리의 떨림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이를 악물어가며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신우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러자 라르스는 도낏자루를 더 세게 틀어쥐었다.

자신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여기서 결판을 내야 해.’

그 순간,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른다.

눈앞에 있는 유신우를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는 판단이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이길 수 없는 최악의 강적을 눈앞에 두고서, 도망을 친다거나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의 판단일 텐데.

어째선지 라르스는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유신우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어쩌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비극의 미래를 예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으아아아!”

라르스는 과하게 큰 동작에 함성을 섞으며 어설픈 몸짓으로 유신우에게 덤벼들었다.

위압감 때문에 움츠러든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한 허술한 동작이었다.

부웅.

당연하게도 그런 휘두름은 유신우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유신우는 그저 그 자리에서 슬쩍 몸을 옆으로 트는 것으로 피했다.

‘됐다! 컨디션이 돌아온다!’

그러나 라르스는 그 덕분에 몸에 열이 올랐는지 온몸의 근육들이 이완되며 긴장이 풀려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일격을 먹이려, 도끼를 가로로 붙잡고 빠른 횡베기를 내질렀다.

이번의 공격은 방금 전과는 다르게 매우 예리한 일격이었다.

촤악! 퍼퍼퍼펑!

라르스의 거친 마력이 육중한 도끼날로부터 부채꼴 모양으로 쏟아져 나가며 전방을 뒤덮었다.

이미 무너져 버린 건물 잔해마저 산산이 조각내 한 줌 먼지 더미로 만드는 위력의 일참.

그 범위 안에는 얼음 속에 갇힌 라이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신우와 라이진을 동시에 죽이려는 의도였다.

화르륵.

그러나 그 공격은 유신우에게 닿지도 못했다.

그가 피한 것이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마력이 가만히 서 있는 유신우를 피해 가듯, 양쪽으로 갈라져 나아간 것이다.

그의 등에서 뻗어 나온 흑청색의 기묘한 불꽃 날개가, 라르스의 공격 궤도를 왜곡시킨 결과였다.

“아…….”

그걸 본 라르스는 결국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길 수 없다.

털끝 하나조차 건드릴 수 없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에겐 아예 손조차 뻗지 못한다.

그런 생각들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당장 유신우는커녕, 그가 라이진을 보호하기 위해 뒤덮어 놓은 얼음조차 깨지 못했으니,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유메미는 내가 처리하겠다.”

스륵.

모습을 드러낸 후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유신우가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곤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그 위에서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불씨는 바람에 날리듯 천천히 어딘가로 날아가더니.

투쾅!

건물 잔햇더미 한가운데에 떨어져 거대한 흑청색 화구(火球)를 자아냈다.

그곳은 이들이 가지고 온 레일건이 파묻힌 위치였다.

“안 돼!”

라르스는 얼어붙은 상태에서도 그것만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지금 그에게는 유신우의 의도가 트롤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면서 유메미를 감싸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놈!”

분노한 그는 승산이 없음을 알면서도 다시 한번 도끼를 쥐고 유신우에게 뛰어들었다.

펑!

라르스의 도끼가 땅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그가 노렸던 원래 목표인 유신우는 어느새 그 자리에서 사라져 하늘 위로 떠오른 지 오래.

흘끗.

그는 하늘에서 라르스를 슬쩍 내려다보는가 싶더니.

피웅!

순식간에 저 멀리 유메미가 위치해 있을 곳을 향하는 비행 궤적만 남기고서 사라졌다.

도저히 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말이다.

“젠장…… 으아아!”

눈앞에서 최악의 적이 된 남자를 놓친 라르스는, 소리를 지르며 얼음 속에 갇힌 라이진을 향해 도끼를 마구 내리찍었다.

카앙! 캉!

퍼져 나오는 충격파는 주변에 흙먼지를 자욱하게 띄울 정도로 강렬했지만, 정작 도끼날이 향하고 있는 얼음 결정에는 아주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헉……허억……. 라르스 님…… 이럴 때가 아닙…….”

“으아아아!”

카앙!

숨이 멎을 듯한 압박감에서 간신히 벗어난 담딘이 옆에서 그를 만류했지만, 그는 정신을 놓은 광인처럼 분노 가득 담긴 도끼질을 할 뿐이었다.

* * *

슈하아악!

바리공주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던 유신우의 주변에, 거의 공중을 가득 뒤덮다시피 할 정도의 화염 망령들이 나타났다.

그가 다시 접근해 옴을 알아챈 바리공주가 미리 진로를 막기 위해 깔아두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영혼계에 잠복해 있던 원귀들이, 유신우가 접근하자마자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 화염을 두르고 날아들었다.

전에 그의 에테르를 손상시킨 바로 그 까다로운 기술.

바리공주는 그사이 자신의 권능을 더 개량해, 유메미의 메타 캐스팅 능력까지 섞어서 함정처럼 활용했다.

피할 곳조차 없어 보일 만큼 빼곡하게 많은 수의 망령들이 유신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화륵!

그 공격을 마주한 유신우는 몸이 화염으로 변하더니, 망령들 사이의 아주 작은 틈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손쉽게 대응했다.

그 상태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흑청색 불꽃의 날개를 펼쳐 곧장 바리공주의 코앞까지 날아들었다.

쐐액!

“너, 넌 대체……!”

그를 마주한 바리공주의 반응은 라르스와 똑같았다.

당황, 공포심, 긴장.

특히나 라르스보다 영적인 감응력이 훨씬 더 뛰어난 바리공주에게는 유신우의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수준으로 강해진 그의 영혼을 말이다.

“어떻게 한 거지……? 그, 그런 건…… 있을 수 없어!”

겁에 질린 바리공주는 급기야 현실마저 부정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유메미의 육신을 빼앗은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아니 애초에 먼 옛날 고위급 신으로서 세상을 호령하던 그때의 자신보다도 더 강한 힘을.

겨우 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가지고 나타난 유신우다.

그런 그의 변화를 일반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이건 말이 안 돼……. 이런 불공평한 일은 있을 수 없어!”

바리공주는 유신우 앞에서 강한 박탈감을 느꼈다.

아득할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무조신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낸 자신의 권위를 보잘것없게 느껴지게 만드는 자가 한낱 필멸자 인간이라니.

물론 그보다 더 오래전엔 자신 역시 필멸자에 불과한 존재였지만, 유신우, 아니, 앙그라 마이뉴는 그와는 사정이 다르다.

더 이상의 불멸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신들 간에 규약 맺은 세상에서 법칙을 어기고 태어난, 이질적 존재였으니 말이다.

“저런 건…… 애초부터 있어선 안 됐어.”

그런 자가 온 신계를 파괴하고 다닌 것도 모자라 새롭게 재구축한 세상에서마저 그런 말도 안 되는 권위를 얻게 되다니.

바리공주는 유신우를 인정할 수 없었다.

“이봐…… 어떻게 좀 해봐. 저…… 쓰레기를 좀 없애보라고!”

그녀는 불꽃 날개를 두른 채 천천히 다가오는 유신우 앞에서 광인처럼 허공을 향해 말을 걸어대기 시작했다.

그건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시스템을 향해 말을 건 것이다.

“저놈이 날 죽이기라도 하면 너도……!”

{퀘스트 일지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요청에 응답이라도 한 듯,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 메시지는 원래는 유신우에게만 보여야 할 메시지였지만.

관리자도 급했던 것인지, 바리공주에게도 함께 그 메시지가 나타났다.

물론 그 ‘갱신된 내용’을 볼 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바리공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주어졌다는 것.

쿠루루룩.

그녀가 서 있던 건물 전체가 검고 끈적한 액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리공주를 따르던 이 근방에 나타난 수많은 원귀들이 그 액체에 한꺼번에 흡수되었다.

융합된 원귀는 상호 작용하며 시너지를 일으켰고, 그 힘은 배로 증폭되었다.

“그…… 그래! 이렇게 해야지!”

바리공주는 자신의 발밑에 있는 거대한 건물이 막대한 에테르를 머금은 강력한 망령의 집합체로 변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여유를 되찾았다.

{퀘스트 보스 <사령결집파동융합거체(死靈結集波動融合巨體)>가 강림합니다.}

이윽고 집합체는 전고 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은 마물로 변화했다.

마치 검치호를 연상케 하는 듯한, 거대한 앞발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으면서, 표피는 용의 비늘로 감싸져 있는 듯한 흉악한 마물.

바리공주는 그것의 등 위에서, 자신을 공격하려다 멈춘 유신우를 보며 한껏 비웃음을 날렸다.

“그래, 시스템은 내 편이야! 넌 절대 날 죽이지 못해!”

콰우우!

압도적인 귀기를 내뿜는 거대한 마물이, 마치 바리공주의 명령에 따르는 듯 유신우를 향해 거대한 발톱을 휘둘렀다.

거기엔 닿으면 순식간에 에테르를 태워 없애버리는 사령의 불꽃이 둘려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신우는.

화륵.

{검은 혜성을 쏘아낸다.}

손끝에서 흑청색의 불덩어리를 발사했다.

그 순간 자신의 몸체만 한 두께의 광선이 쏘아지듯, ‘검은 혜성’은 빠른 속도로 원귀의 거체를 통과.

{퀘스트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그걸로 바리공주를 지켜줄 최후의 무기는 순식간에 소멸했다.

“……아?”

바리공주는 어느새 허공에서 추락하고 있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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