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19화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군.”
츠쿠요미조의 리더, 츠쿠요미는 회의를 마친 후 돌아와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고 불만을 표출했다.
“대체 왜 아마테라스 님께서는 그런 자를 그렇게까지 신뢰하는 거지?”
“분명 뭔가 목적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조장인 세이메이가 대답했다.
“목적이라면?”
“그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다, 종국에는 필요한 것들을 빼앗기 위한 계책 같은 것 말입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굳이 아마테라스 님이 그자를 상대로 그런 수고를? 빼앗으려면 당장 빼앗아도 족할 터인데.”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요인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자라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충분히 파악이 가능할 텐데도 아무런 경계도 없이 본사 깊숙이 들어간 걸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카드가 있을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세이메이의 통찰력은 꽤나 정확했다.
유신우가 아마테라스 앞에서 그녀의 경호원을 간단히 제압한 사건과 결부시켜.
그 정도면 위험을 감지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을 텐데도 당당하게 아마테라스 앞에 선 데에는 어떤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유신우는 멸절 파슈파타라는 자폭기를 감추고 있었고, 아마테라스 역시 그런 강력한 카드를 꿰뚫어 보았으니, 그의 그런 판단은 옳았다.
“카드? 그깟 인간 녀석이 카드를 가져봤자 얼마나 대단한 수라고. 이건 그분의 실수인 게 분명해.”
그러나 츠쿠요미는 그런 점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세이메이의 생각 역시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고, 명확한 근거라 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능력의 크기는 그 사람이 가진 힘에 비례한다.
그 당연한 논리에 따라, 아마테라스는커녕 자신보다도 약한 힘을 가진 유신우가 그리 대단한 수를 감추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 습격에서 녀석을 제거한다. 아마테라스 님의 판단력이 더 흐려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해.”
그래서 츠쿠요미는 유신우를 재빨리 없애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비약에 가까운 무리한 생각.
사실 이런 과격한 논리 전개는 현재 그가 가진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 크다.
“조장님, 아직도 우려하시고 계십니까?”
“뭘 우려한다는 말이냐?”
“스사노오 조장과의 서열 문제 말입니다.”
“…….”
A&A 내에서 가장 강력한 두 하부 조직으로 일컬어지는 스사노오조와 츠쿠요미조.
실제로 그 둘은 동등한 관계는 아니었고, 츠쿠요미가 서열 2위, 스사노오가 서열 3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스사노오조가 위세를 크게 확장하며 츠쿠요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유지해온 서열 2위의 권위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인 것이다.
한데 하필 이런 때에 아마테라스가 엉뚱한 이방인에게 관심까지 보이고 있으니, 츠쿠요미는 조급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저 역시 그자가 눈에 거슬리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아직 우린 그자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지 않습니까.”
다행히 그 옆에는 언제나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세이메이가 있었다.
츠쿠요미가 지금껏 2위의 서열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말이다.
“……알았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는 그 인간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야 할 겁니다.”
“어떻게 말이냐?”
“이번 습격 작전에서 그를 시험하는 겁니다. 투입 인원 중 한 명을 희생해 그자가 가진 것을 드러내게 만드십시오.”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 처리를 해내고야 만다는, 츠쿠요미의 냉혹한 이미지.
그건 다름 아닌 세이메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 * *
마나링크 공장 습격 작전의 실행일.
나는 클랜원들 중 최윤아를 비롯해 마나건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병사들을 이번 작전에 투입했다.
왜냐하면, 아마테라스가 지원하기로 한 무장의 대다수가 마나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를 인력으로 내세운 대신, 각종 장비를 지원함으로써 이번 작전을 실행하려고 했다.
“드워프들도 마나건을 사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심지어 우리가 쓰던 거랑 사용법도 거의 비슷해요. 성능은 이쪽이 위지만.”
최윤아가 지급받은 총기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말했다.
그 말대로, 아마테라스가 지원이랍시고 준 무기들은 전부 현대 지구의 인간들이 사용하던 기계식 총기류와 거의 비슷했다.
“수렴진화 같은 거겠지.”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문명이나 이쪽의 드워프 문명이나 무기류의 발달 과정에서 최대한의 효율과 성능을 찾다 보니 결국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뜻이야.”
실제로 지금껏 만났던 무기들 중에서 분류만 놓고 따지자면 총기류만큼 직관적이고 효율 좋은 무기는 없었다.
엘프들 역시 고도로 발달한 마법 지식으로 결국 그와 비슷한 형식의 ‘지팡이’를 만들어 사용했고.
인간 또한 마나건이라는 새로 창조된 분류의 무구를 널리 썼다.
다만 개별 무기마다 신화나 전설이 부여된 것들이 존재하는 냉병기에 비하면, 잠재력이 명확하다는 한계가 있을 뿐.
그럼에도 우리는 물론이고 이쪽 세상의 드워프들마저 마나건을 이렇게 많이 만들어 사용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범용성 때문일 것이다.
“성능도 좋고, 직관적이고, 사용자의 능력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만큼 좋은 무기가 어디 있겠어? 그러니 드워프들도 이런 걸 만들어낸 거지.”
“맞아요. 창, 칼, 활은 쓰는 사람에 따라 위력의 편차가 너무 심하지만, 총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우리에겐 이 물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최윤아가 있으니, 마침 잘된 셈이다.
아마테라스는 이 장비들을 지원할 당시에 ‘이런 것도 쓸 줄 아냐’는 식의 의문을 표했지만, 우린 이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이곳 문명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당신들은 총기를 쓰지 않는 것이오?”
한편, 이 습격엔 당연히 우리만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쪽 세상으로 넘어온 후 처음으로 만났던 드워프.
전신을 기계 신체로 대체한, 라이진도 함께였다.
그가 지급된 장비에 손도 대지 않는 나와 아델을 향해 물었다.
“난 별로.”
“자신의 순수한 능력만으로 커버하는 남녀라. 꽤나 로맨틱하군. 갑옷도 러블리하고.”
라이진은 용비늘 갑주를 일컬어 말했다.
“그쪽 갑옷은 프리티하군.”
그래서 나 역시 그의 기계 신체를 가리키며 맞받아쳐 줬다.
“하하! 처음엔 힘만 센 줄 알았건만, 꽤나 안목 있는 남자가 아닌가. 진가를 몰라뵈어 미안하오.”
“잔말 말고 빨리 시작이나 하지. 괜히 시간 늦어졌다가 실패하는 건 원치 않으니까.”
“알겠소. 그럼 지금 바로 습격을 시작하겠소.”
철컥철컥.
라이진은 손에 쥐고 있는 권총의 슬라이드를 두 번 후퇴 전진 시키는, 괜히 내장된 마력만 낭비하는 무의미한 행동을 한 후 전면에 앞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내 징크스요. 원래 싸우기 전에는 이렇게 슬라이드를 당겨야 싸움이 잘 풀리거든.”
몇 발자국 걸어가던 그가 갑자기 뒤돌아서서 최윤아를 쳐다보며 묻지도 않은 말을 내뱉었다.
“아…… 예.”
최윤아는 거기에 ‘어쩌라는 거지?’라는 투로 대답했다.
‘전신을 기계로 떡칠해 놓고는 기껏 하는 말이 징크스라니……. 정말 이상한 놈이군.’
첫 만남에서 내가 마수를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고는 친구라 호칭하더니, 정말 그럴 작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수상할 정도로 우리에게 살갑게 굴었다.
‘어느 조에도 소속되지 않고 아마테라스에게 직접 명령만을 받는 녀석. 당연히 우릴 감시하는 역할도 부여받았겠지.’
물론 난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저 뒤엔 반드시 목적이 숨어 있게 마련이니까.
“그럼, 어디 선취점을 얻어볼까.”
지잉. 철컥.
라이진의 등 뒤 배터리 팩처럼 보이는 파츠가 전개되더니, 안쪽에 온갖 종류의 특수탄과 폭탄들이 노출되었다.
그중 하나, 타원형의 수류탄같이 생긴 폭탄 하나가 가방에서 튀어나온 기계 팔에 의해 집혀, 그의 손으로 옮겨졌다.
그는 곧장 그것을 자신의 권총 총구에 결합했다.
“파티 시작.”
텅!
방아쇠를 당기자, 총구에 결합되었던 폭탄이 일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것이 목표한 공장 건물의 한쪽 면에 닿는 순간.
투쾅!
굉음을 울리며 화염을 내뿜었다.
화염과 함께 퍼져 나온 연기가 버섯구름 형상을 만들었다.
“버섯구름……? 뭘 쏜 거야……?”
“미니 누크. 그대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계에선 핵폭탄이라 부르는 물건이오.”
“미친…….”
나와 최윤아는 초장부터 저런 걸 날리는 라이진을 보며 경악했다.
물론 시작부터 화력을 아끼지 않고 최강 무기를 퍼부어 빠르게 적을 섬멸하면 그게 바로 베스트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섬멸 작전이 아니라 탈취 작전이다.
“라이진!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아니나 다를까, 우리와 동행한 다섯 명의 츠쿠요미 측 공작원 중 하나가 그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렇게 하다가 부품 설계도까지 전부 날려버리기라도 하면……!”
“워워. 눈을 똑바로 뜨고 보시오. 서버실이 위치한 지점은 서쪽 건물. 지금 저기 무너져 내리는 곳은 동쪽 건물. 그러니 저곳은 얼마든지 포격해도 상관없다는 뜻 아니겠소?”
“사전 정보엔 그렇게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변수조차 고려하지 않는 겁니까?”
“하? 정말 그렇다면 츠쿠요미조의 정보력에 실망이오.”
라이진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항의를 맞받아쳤다.
실제로 이번 습격 작전을 입안한 자는 아마테라스이지만, 정보의 대부분은 츠쿠요미조가 가져온 것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바로 이 자리에 사보타주 및 정보 탈취를 위해 와 있는 해커들이 말이다.
“뭐라고!”
당연히 그들은 라이진의 언사에 직접적인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엉망진창이군.’
난 이 오합지졸 같은 조직력을 보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다른 조직도 이런 분위기면 헤집어놓기도 좋겠는데.’
그리곤 속으로 스사노오조도 이런 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렇게 싸울 때가 아닌데. 저 앞에서 난리 난 거 안 보이나?”
“아……!”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 대처하는 게 우선이다.
난 앞에서 우릴 발견하고 공격 태세를 취하는 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지난번 홍랑귀를 포식하고서 얻은 기술을 발현시켰다.
{공명기 <악룡마술> 파생형 ‘환영마검 폭풍’ 전개}
촤아아악!
환영마검의 변형식.
닿으면 폭발하는 불의 검을 한 발씩 쏘는 대신, 위력을 분산시켜 넓은 지역에 수백 발의 마검을 쏘아 탄막을 형성하는 기술이었다.
이쪽을 향해 사격하려 머리를 내민 적들은 그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가자!”
그 덕분에 화력 공백이 생긴 찰나, 우린 곧바로 공장 안쪽으로 진입했다.
시야가 탁 트여 장애물이랄 만한 게 없는 이곳에서는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공장 안쪽에서는 저쪽도 아무렇게나 함부로 공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응이 쉬워진다.
사람 목숨보다 돈과 재산이 더 중요한 이곳에서, 저들이 자기 공장 설비의 파괴를 무릅쓰면서까지 우릴 축출해내려 하지는 못할 거란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델, 라이진. 그리고 당신들. 전부 날 따라와. 1층에서의 교전은 내 병력이 맡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실내에서 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탈취조는 서버실에 우회해 들어가 필요한 것을 얻어 나온다.
증원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은 5분.
그 안에 할 일을 마치고 여기서 이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