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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15화 (215/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15화

쿠웅.

{전설급 정예 마수, <홍랑귀>가 쓰러졌습니다.}

{보상의 소유권은 최종 공격자에게 귀속됩니다.}

거대한 늑대가 쓰러짐과 동시에 생소한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보통은 시나리오나 퀘스트 상에서만 등장하는 ‘보상’이란 단어가 필드에서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일반 필드에서 나타나는 마물들 역시 보상이라고 할 만한 걸 주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물의 사체를 해체해서 얻는 부속물일 뿐.

따로 시스템에서 명명한 ‘보상’이라고 할 만한 건 원래는 없었다.

“잠시 실례.”

마지막에 홍랑귀의 관자놀이에 총알을 박아 넣은 드워프는 당당히 우리 일행 사이로 걸어들어와 홍랑귀의 사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복장이…… 특이하군.’

그런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등 뒤에는 카타나를 차고, 허벅지엔 권총집을 매단 모습.

거기에 마치 살아 있는 로봇이라도 된 듯, 온몸에 은빛 금속 재질의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아니, 다시 보니 갑옷이 아니라 몸 자체가 기계였다.

얼굴 부위를 제외하곤 육체가 전부 기계로 대체된 드워프였던 것이다.

“운이 좋았군.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을 줄이야.”

‘보상’을 얻은 듯한 그 드워프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는 홍랑귀의 사체에서 손을 떼며 중얼거렸다.

“덕분에 수월했소. 그쪽에겐 감사하오.”

이런 걸 흔히 ‘스틸’이라고 하던가.

마지막 한 방으로 보상의 소유권을 가져간 이 드워프는 뻔뻔하게도 내게 감사하다는 말만 하고는 자리를 뜨려 했다.

물론 저런 태도를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만만하게 볼 녀석이 아니야.’

지금 이자에게서 풍기는 투기는 보통이 아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과거의 진짜 불멸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의 무력을 가진 걸로 보인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나를 압살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요르문간드나 아몬, 거기에 근접한 실력자라는 것이다.

그러니 ‘억울하면 덤벼라’라는 태도로 이 앞에서도 저렇게 당당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사실 난 보상보다도, 그런 그에게 당장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음?”

“여긴…… 서 대륙인가?”

우리가 불시착한 이곳이 바로 내가 찾던 그곳인지 확인하는 것.

처음엔 아공간을 빠져나와 전혀 알지 못하는 엉뚱한 세계로 온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는 드워프가 있고, 그 드워프들의 신인 타카마가하라의 신을 수호령으로 삼은 각성자가 나타났다.

어쩌면 운이 좋게도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서 대륙?”

그런데 돌아온 드워프의 반응은 조금 애매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군. 우린 여길 아리아 대륙이라고 부르는데 말이오.”

“아리아 대륙?”

“혹시 그대는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이방인이오?”

“그건…….”

난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이 ‘타케미카즈치’라는 수호령의 각성자는 우리의 모습을 훑어보고는 적당히 알아챈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모양이군. 원한다면 이몸이 그대들을 이쪽 세계의 ‘왕’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 줄 수 있소만.”

그는 특이하게도, 우리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익숙한 듯이 행동했다.

마치 우리 같은 케이스가 이전에도 있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왕이라고?”

“그렇소. 보다시피, 이 바깥 환경은 아주 험악하기 짝이 없지.”

드워프는 쓰러진 홍랑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 그대들은 안전한 장소로 들어가 보호를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오. 이쪽 세상의 권력자에 의해 통치되는 견고한 성 같은 곳 말이오.”

‘역시 여기에도 성과 요새가 있는 거겠지.’

드워프는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가 말한 내용은 딱히 새로울 것도 없었다.

동 대륙 역시 바깥에 마물들이 돌아다니는 위험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성과 요새에 사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성을 장악하고 있는 클랜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말이다.

우릴 ‘왕’에게 데려다준다는 건 바로 그런 절차를 의미하는 것일 터였다.

“그쪽이 그렇게 해주겠다면야.”

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불쑥 나타나서 멋대로 보상을 훔쳐간 것도 모자라, 보자마자 어딘가로 데려가겠다는 둥 지극히 수상하기 짝이 없는 자였지만.

어찌됐든 지금의 난 이쪽 세상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우호적으로든 적대적으로든 접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만 정보를 얻고 내가 원하는 목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런 지리적 배경지식도 가지지 않은 채 무작정 이 근방을 헤맬 수도 없고.’

게다가 방금 전 정예 마물 때와 같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 야생에 얼마나 많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어려운 전투를 반복해야 한다면, 체력과 시간을 모두 낭비하는 일일 것이다.

최소 동선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옹구스를 찾아낸 다음, 다시 동 대륙으로 복귀하는 게 지금 내겐 최선이었다.

“아아,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한데 그 드워프는 손을 저으며 자신의 호의에 뭔가 조건을 붙였다.

“당연히 공짜로 해주겠다는 건 아니오.”

“원하는 게 있나?”

“돈.”

그는 대놓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

왜냐하면 이곳 세상에서의 화폐는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드워프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는 안심이 되었다.

“20억 골드면 되오.”

“…….”

“왜? 너무 비싼 것 같소? 그렇다면 물건으로 대신 줘도 되오만.”

그는 프리드웬을 가리키며 말했다.

“20억 골드가 없다면, 저 배를 대신 받을 수도…….”

{2,000,000,000골드를 상대방에게 넘겼습니다.}

“이거면 됐지?”

“어…….”

쿨하기 짝이 없는 거래에 드워프는 오히려 당황했다.

당황한 걸 넘어서 표정이 구겨졌다.

원래 처음부터 그가 원했던 건 돈이 아니라 프리드웬이었을 것이다.

홍랑귀의 공격을 그렇게나 얻어맞고도 튼튼한 선체가 탐이 났겠지.

하지만 난 무한에 가까운 골드를 소유한 자.

군말없이 그가 처음에 제시한 금액을 덜컥 건네버리니, 협상이건 뭐건 할 여지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겨우 길안내로 이런 터무니없는 금액을 달라는 게 말이 되니, 어쩌니, 하면서 실랑이를 하며 점점 더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려던 생각이었겠지만.

내가 그 모든 가능성을 단박에 차단해버렸다.

“가자고. 당신이 말한 그 ‘왕’이 있는 곳으로.”

“……알겠소.”

결국 드워프는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보상 스틸에, 겨우 길 안내에 대한 대가치고는 무지막지한 금액까지 받았으니 손해는 아닐 것이다.

도리어 이렇게 했음에도 손해는 내 쪽이라고 해야 할까.

‘저거라도 얻어가야지.’

그래서 난 방금의 그 난적을 상대한 데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든 받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악룡 포식> 발동}

그건 물론 그 강력한 마수의 힘과 능력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콰드득. 콰득.

{<홍랑귀>의 마력탄 구사 능력을 흡수했다.}

{공명기 <악룡마술>의 파생형 ‘환영마검’의 변형식을 정립했다.}

왼손에서 뻗어 나온 아지다하카의 머리가 쓰러져 있는 홍랑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후, 난 이 녀석의 힘을 획득하게 되었다.

얻어낸 힘은 무난하게 사용하기 좋은 원거리 공격 수단인 환영마검의 강화기.

“마수를 먹어치운다고……?”

그 모습을 본 드워프는 상당히 충격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 같은 능력을 가진 자는 이쪽 세계에도 흔치 않은 모양이었다.

“하.”

그러고는 한숨을 쉬더니 내게 손을 내밀며 통성명을 했다.

“라이진.”

“유신우.”

“……가까이 지내길 바라오. 친구.”

어느새 그는 나를 친구라 부르고 있었다.

* * *

밖에서 만난 드워프와 함께 클랜원들을 데리고 간 곳은, 그가 말했던 대로 ‘안전지대’였다.

“와…….”

레아의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눈 앞에 펼쳐진 별천지에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 도시가 조성되어 있다니.’

라이진은 ‘성’, ‘왕’, 같은 표현을 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방인인 우리를 먼 과거 시대에서 온 존재로나 인식해서 한 말일 뿐.

달리 설명할 것도 없이, 여긴 그냥 도심 한가운데였다.

현대적인, 아니, 그보다 좀 더 미래 시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크고 복잡한 번화가가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드워프도…… 마나건 같은 걸 사용하는 데다 몸을 기계로 대체하고 있었지.’

이제 와서 보니 그의 외모는 이곳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외모였다.

고층빌딩과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빛나는 도심.

번쩍거리는 크롬으로 몸을 덮은 사이보그들이 길거리에 가득한 곳.

이게 바로 서 대륙의 모습이었다.

‘확실해. 여긴…… 서 대륙이다.’

내가 이 동네를 보고 이곳이 서 대륙임을 확신한 이유는, 다름 아닌 길을 지나다니는 행인들 때문이었다.

2미터를 훌쩍 넘는 큰 키에 초록 피부를 가진 근육질 몸의 종족.

언뜻 보면 오크와 비슷하지만, 그들보다 더 크고 둔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그들은, 다름 아닌 ‘트롤’이었다.

{수호령: 접화천군 유환(전설)}

들어본 적은 없지만 이름의 형식으로 보아 신계 곤륜(崑崙)의 일원으로 보이는 수호령도 보인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자들은 영락없는 서 대륙의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는 것이었다.

‘이쪽은 뭔가…… 시간대가 다르게 작용한 건가?’

다만 그와는 별개로 의문이 든 것은, 이곳 세상 사람들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이쪽 대륙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화려한 도심 사이에 종종 보이는 낡은 건물들이나, 굉장히 오래되어 부식된 구조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거대한 도심이 처음부터 이 땅에 지어져 있던 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드워프나 트롤 등의 이주민이 이곳에 온 후에 도심을 건설한 거라면.

여긴 적어도 수십 년, 혹은 백 년도 더 전에 이종족들이 이주해 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동 대륙의 구성원들이 이제 막 본세계에 도착해 살림을 꾸려나가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이건 굉장히 큰 격차였다.

아니, 애초에 지구에서 각성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조차도 그보다는 훨씬 최근이었다.

‘도대체 시스템이란 건…… 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거지?’

엘프들도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종족별로 그렇게 큰 격차가 나도록 내버려 둔 게 이상했지만, 그건 그들이 스스로 이룩한 문명이라 그렇다 치고.

이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동 대륙과 서 대륙 사이에 격차가 나도록 차이를 벌려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이곳의 각성자들의 평균 능력치는 우리를 훨씬 상회한다……. 야생에서 떠돌아다니는 마수들이 그렇게나 강했던 것도, 각성자와 마수가 서로 생존 경쟁을 하며 능력이 상향 평준화된 결과겠지.’

이러면 혹시라도 나중에 동 대륙과 서 대륙 사이에 연결 통로가 생기는 일이 있을 때.

동 대륙의 구성원들은 서 대륙에 의해 휘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불균형한 상태를 구축해 놓은 시스템의 의도가 뭔지, 상당히 궁금할 따름.

“이쪽으로.”

아무튼 그런 의문은 뒤로하고, 라이진을 따라간 끝에, 난 어느새 어떤 커다란 빌딩 앞에 도착했다.

그 빌딩은 마천루가 가득한 이곳 도시 안에서도 유독 눈에 띄게 크고 거대한 건물이었다.

“우선 동료들은 바깥에서 대기해야 할 것 같소. 리더인 그대만 혼자서 들어왔으면 좋겠소만.”

“아니, 그건…….”

라이진이 날 혼자 안으로 데려가려 하자, 레아와 아델이 동시에 반발하려 했다.

하지만 난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을 진정시켰다.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설령 무슨 일이 있다고 한들, 아무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난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일 수 있는, ‘멸절 파슈파타’라는 최후의 카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 해치려면 자신의 목숨도 걸어야 할 거다.’

그러니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대화로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클랜 마스터를 뵙고자 하오.”

잠시 후, 빌딩 안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들어간 나는, 라이진이 말한 ‘왕’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왕’이라고 해야 할까.

{수호령: 아마테라스(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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