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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74화 (17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74화

“이봐! 도대체 무슨 짓이야? 먼저 가서 그놈들을 들쑤셔 놓다니!”

듀엔데에게 돌아갔을 때, 그는 나를 보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오크들에 대해 선제공격을 행한 것에 대해 화가 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워낙 큰 충돌이었다 보니 당연히 엘프들에게도 관측이 될 수밖에 없었을 터.

듀엔데는 그 보고를 받고 그저 ‘버티기만 해달라’는 요구를 무시한 채 선공을 퍼부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다간 놈들이 더 강하게 마음을 먹고 역으로…….”

툭.

난 그런 그의 발 앞에 조용히 물건 하나를 던졌다.

그건 오크의 머리통이었다.

“이건……?”

“확인해 봐. 너희 기술력이라면 식별할 수 있겠지?”

듀엔데가 팔뚝에 있는 기계 장치로 그 머리를 스캔하더니, 그가 곧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오딘?”

해당 오크 각성자의 본명인 ‘에길’이 아니라 오딘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그들 역시 인격이 바뀐 걸 알고 있었다.

하긴, 오히려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

“이 위험한 놈을…… 잡은 건가?”

“그래.”

“허.”

듀엔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골치 아프기 그지없었던 목표물을 이렇게 뚝딱 잡아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레아를 잃기는 했지만.

“정말 대단하군. 문제의 근원을 제거해서 위협을 없애버리는 건가?”

“이 정도면 증명이 됐겠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거.”

“……그래, 이렇게까지 한다면…….”

“그러면 얼른 그 동력원을 줘.”

난 그에게 당당하게 내 권리를 요구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게 결코 마음이 편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상, 레아의 목숨값으로 기술을 내놓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아. 그러도록 하지.”

듀엔데는 흔쾌히 내 요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전부는 아니야. 아직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뭐?”

“그건 동력원 기술의 일부.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너에게 넘길 거야.”

“잠깐만, 이건 말이 다르잖아.”

“어째서지?”

그의 말대로, 우리는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동안 보상은 조금씩 나눠서 받기로 했다.

어느 한 쪽이 중간에 먹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나눠 받기로 한 보상의 목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처음 지급하는 보상은 거신 동력원의 완제품이 아니었나? 이제 와서 갑자기 기술 일부라니?”

내가 원한 것은 거신 동력원의 기술적 원리와 제조 방법.

그걸 알면 자체적인 생산과 개량으로 내가 원하는 걸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조각조각 ‘나눠서’ 받게 된다면, 그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력원 완제품을 먼저 받고, 그것의 제조법은 나중에 받기로 한 것이다.

“음……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그 동력원의 완제품을 받으면 너희가 역으로 분석해 내서 기술을 알아낼 수도 있잖나?”

그 순간, 혹시 듀엔데가 내가 한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지팡이와 갑옷을 훔쳐가서 분해해 신형 마나건으로 재설계해 냈던 일.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뭔가를 아는 건 아니고, 단지 나름대로 그럴듯한 추측을 한 것 같았다.

“……그럴 리가. 너희 같은 고차원적인 문명의 기술력을 우리가 자체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다고? 말도 안 되지, 그건.”

그래서 난 적당히 상대를 띄워주며 설득하려고 했다.

사실 그건 어느 정도 진심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지팡이 같은 경우엔 그나마 대량 양산품이라 그 원리가 간단했지만.

거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원은 그 정도로 간단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 엘프들이 입는 갑옷조차 완벽하게 재현해 내지 못해서 열화판을 만들어내는 판국이니, 우리가 그 물건을 얻는다 한들 듀엔데의 말대로 역설계를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글쎄, 그건 모르는 일이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엔데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네 말이 사실인지 아닐지 알 게 뭐야? 아니, 네가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너희 세계에 그걸 분석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여기까지 말을 듣고 보니 알 것 같다.

듀엔데 이 자식,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었다.

놈의 표정에선 교활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만약 너희가 싫다면, 우리의 약속은 없었던 걸로 하지. 지금 즉시 철수해도 상관은 없어.”

이 녀석이 이렇게나 자신감 넘치는 건, ‘이젠 좀 할 만해졌다’는 뜻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바벨탑에서 엘프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 중 하나가 오딘이었으니까.

렙틸리언들 중에서는 아직 신격이 각성한 신화급 각성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크들 중에서는 그나마 오딘에 맞먹는 힘을 가진 라르스가 있기는 한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두 거대한 위협 중 하나를 없앴으니 라르스를 상대로는 지금 이곳에 있는 엘프들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하아…….”

레아까지 잃는 사고를 겪으면서 이 일을 했는데, 돌아오는 대우가 이런 거라니.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 상황에서, 이 녀석까지 이렇게 나오니 더욱 화가 치밀었다.

“넌 이 결정을 후회할 거다.”

난 그에게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듀엔데는 내 눈을 보고서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허, 허튼짓했다간 엘프 족 전체를 적으로 돌릴 거다.”

내가 하는 말이 뭘 의미하는 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계약 파기가 아니라,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엘프들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경고.

그래서 저런 식으로 날 협박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건 불꽃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듀엔데를 공격해서 엘프와 적대를 하게 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거다.

인류는 저 강대한 문명의 종족 앞에서 전멸의 위기에 처하겠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런 섣부른 행동을 해선 안 되겠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과격한 카드를 내밀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 엘프 족과 싸우면 우린 질 거야. 근데 너도 망하겠지.”

결국 듀엔데가 원하는 건 바벨탑에서 발생한 문제를 스스로 처리해 의회에 인정을 받는 것이다.

오딘이 죽은 지금, 그 문제의 역할을 바로 내가 한다면 전부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이 녀석을 지금 죽여버릴 수도 있고, 적어도 후퇴시켜서 평판을 추락시켜버릴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종족 전체로 보면 인간의 손해지만, 개인적으로는 결코 듀엔데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까지 무모한 짓을 하겠다고? 나 하나를 망하게 만들려고 종족 전체의 명운을 거는 건가?”

“난 원래 앞뒤 안 가리는 미친놈이야.”

그와 동시에 오른쪽 눈의 악의를 개방해 심연을 보여주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공포와 광기.

그건 꼭 과거 나에게 당했던 신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두려워할 만한 감정이다.

그것이 내 위협의 말과 합쳐지자, 듀엔데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 알았다.”

결국 그는 나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했다.

“네가 원하는 것. ……여기.”

그리고는 상자에서 조그만 물건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투명한 정육면체 안에 녹색빛을 내뿜는 구슬이 중앙에 떠 있는 것 같은 형태의 물건.

강대한 마나가 그 안에서 극한으로 응축되어 곧 터질 것 같았지만 기묘하게도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바로 거신의 동력원이었다.

“뭐야, 준비해 놓고 있었잖아.”

“…….”

“즉흥적으로 떠올린 개수작이었나 보군.”

난 그 동력원을 오른손으로 낚아채며 말했다.

“할 거면 치밀하게 하라고. 그렇게 허술한 허세 부리지 말고.”

듀엔데는 아까와는 달리 도리어 매우 불안한 눈빛이 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약속을 어기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모양이었다.

“이후에도…… 나를 도와줄 거지?”

“당연하지. 너도 약속을 제대로 지킨다면야.”

물론 그것도 진심이었다.

내가 필요한 건 이 동력원의 완제품이 아니라, 대량생산하는 원천기술이었으니까.

나 또한 그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지. 일전의 내 무례는 사과하마.”

“나도 과격하게 말한 건 미안해.”

이 신뢰 관계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레아를 위해서라도.

* * *

“동력원?”

난 바로 그걸 로마노프에게 가져갔다.

이걸 이용해서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래. 엘프들의 물건이야. 이걸로 혹시 새로운 걸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새로운 거라…….”

로마노프는 그 큐브를 찬찬히 살펴봤다.

직접 손을 대보기도 하고,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대장장이 수호령 고브뉴의 권능으로 물건의 본질과 원리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지난번 지팡이를 가져왔을 때와는 달리, 그의 표정은 탐구 권능을 쓰면서도 계속 어두웠다.

“이건 정말…… 난해하군. 갑옷보다도 더.”

예상했던 반응.

당연히 그 거신 같은 엄청난 병기를 움직이게 만든 동력원이었으니, 제아무리 인류 최고의 대장장이인 그라도 쉽게 파악할 수는 없다.

역시나 원천기술 자체는 듀엔데로부터 직접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한테 이걸 해부해내길 바라는 게 아니야. 그저 이 녀석을 응용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거나 강화시키는 정도라면 충분해.”

그와는 별개로 내가 로마노프에게 바라는 건, 지금 가지고 온 동력원을 다른 방식으로 응용하는 것에 있다.

사격무기인 지팡이, 신체 강화 갑옷도 해석해 낸 상황이니 그쪽과 결합하는 게 어떨까 싶었던 것이다.

“음…….”

로마노프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하더니.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군.”

뭔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겼다.

“에테르 웨폰.”

“……음?”

“내가 사실 요즘 그 신형 마나건의 메커니즘을 에테르 웨폰에 적용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었거든. 에테르 웨폰은 그 자체로 마나를 흡수하고 변환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근데 오히려 이 동력원을 이용하면, 그걸 더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신의 동력원과…… 에테르 웨폰을?”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었다.

엘프의 도구로는 엘프식으로 모방하거나 개량한 도구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전혀 뜬금없는 에테르 웨폰이라니.

“네 에테르 웨폰, 이리 줘봐.”

로마노프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그에게 에테르 큐브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건넸다.

“네가 사용하는 이거…… 여러 가지 무기로 변화하는 방식이지?”

“맞아.”

“여기다 보조 장치가 달리면 어떨 것 같아?”

그가 에테르 큐브를 든 채로 동력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그건 상관없어. 어차피 이건 투영 매개체니까 형태가 어떻게 되든…….”

“그럼 됐네. 지금 당장 만들어 주도록 하지.”

그런데 난 로마노프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의문이 생겼다.

“잠깐, 그런데…….”

“응?”

“저 동력원은 크기가 이만한데, 그걸 어떻게 이 조그만 큐브에 붙인다는 거지?”

정육면체 모양의 동력원은 말하자면 크기가 한 뼘은 넘는 물건이었다.

그에 비해 에테르 큐브는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

그래서 이 두 물건을 붙인다는 게, 너무 언밸런스하게 느껴진 것이다.

“하핫, 이걸 그대로 갖다 붙일 리가 있나?”

“그럼?”

“여기에 맞게 새로 만들어야지.”

“새로 만든다고? ……잠깐.”

난 순간 목 뒤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이 물건의 원리를 이해해 낸 거야?”

“당연하지. 날 뭘로 보고. 좀 난해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비슷한 걸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아니, 이런 거라면 그때 그 지팡이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개조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로마노프를 너무 과소평가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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