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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70화 (17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70화

포격이 거점 안쪽으로 떨어진다.

마력탄이 일으키는 폭발에 의해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았다.

“아직. 모두 기다려.”

물론 그건 진짜 공격 시작 신호가 아니다.

난 아군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도록 전음으로 다시 한번 기다려야 한다는 걸 상기시켜 줬다.

콰콰쾅!

이어서 다시 한번 다리우스의 포격이 거점 안으로 쏟아졌다.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기세의 강렬한 포화가 연이어 작렬했다.

저 포탄이 유도된 곳은 물론 텔레포테이션 비컨이 있는 곳을 포함하고 있다.

즉, 공간 이동을 통한 퇴로는 차단되었고, 거점 밖으로 뛰쳐 나오지 않으면 그 안에서 폭사하는 길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걸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기다리고 있는 건 레아가 이끄는 사자 기병대 돌격.

적들도 그런 걸 예상하고 있는지, 섣불리 바깥으로 뛰쳐나오지 않고 신중히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계속 쏟아지는 포격에 피해가 누적될 뿐이겠지만 말이다.

‘어디 한번 버텨보시지. 그대로 화마에 휩쓸려 죽고 싶다면.’

저 오크들이 깜짝 놀라 섣불리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그래 봐야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어느 쪽이 덜 손해인지를 고를 수 있을 뿐.

저 녀석들도 언제까지고 심사숙고하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크 놈들이 은신 탐지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 브로.

“보그단, 너는 거기서 빠져. 다리우스는 계속 같은 궤적으로 포격을 쏴.”

당연한 얘기겠지만 저들도 인디렉트 파이어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포격이 정확한 위치에 떨어지는 걸 보고서, 은신한 보병대가 목책 안쪽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그단이 빠진다고 해도 다리우스는 이미 사격 좌표를 따 놓았기 때문에 계속 같은 지점을 때리기만 하면 그만이다.

저들의 대응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끼이익. 덜컹.

결국 거점의 문이 열리고, 포격을 견디지 못한 적들은 허겁지겁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지금! 공격해!”

-간다!

그 순간 레아의 사자 기병대가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

새하얀 갈기를 가진 백사자의 등 위에, 제각기 검을 쥔 기사들이 올라타 고삐를 잡고서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자체 스펙만으로는 지상 마수 중에서 용종을 제외하고서 최강급의 반열에 드는 백색의 마수 사자.

힘과 스피드로 밀어붙이는 레아의 전투 방식에 매우 적합한 종이었다.

화악!

그와 동시에 나 역시 날개를 펼치고 용기사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포격이 가해지는 가운데, 전면에서 레아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동안 나는 제공권을 장악하고 적의 상면에 포화를 쏟아붓는다.

측면이 아닌 상면을 치는 망치가 되는 것이다.

그 사이로 새어 나간 적이 다리우스에게 접근한다면, 더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최윤아에 의해 처리된다.

그로써 상대를 완전하게 궁지에 몰아넣어 압박하는 공격전술이 완성.

오딘은 오늘, 여기서 나에게 죽는다.

-지금 함정 발동한다, 브로!

제대로 된 무장도 갖추지 못한 채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온 오크 병사들이 길을 따라 언덕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은 아까 전 보그단이 함정을 가득히 설치해 둔 함정 구역.

휘리릭!

보그단의 신호와 동시에 수백 개에 달하는 원반들이 지면 곳곳에서 치솟았다.

파지직!

그러고는 한꺼번에 폭발하며 주변에 전기장을 내뿜었다.

함정의 정체는 바로 범위 안에 들어온 모든 생물들을 일순간 마비시키는 마비 함정.

마치 날벼락처럼 터지는 공격에 오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거기에 당하고 말았다.

투두두두!

그 뒤로 레아의 사자 기병대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크들은 무방비 상태로 레아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면, 나의 완벽한 승리.

모든 상황이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간다.

아주 순조롭게.

‘그런데 뭐지? 이 위화감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뭔가 놓친 것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우웅.

그 순간, 밑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 파장이 발생하는 게 느껴졌다.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라,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의 거대한 힘.

빛이 굴절되어 주변 공간이 왜곡되어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가 한 곳에 응집되는…….

그런 힘이.

다수의 오크들이 모여 있는 거점 바깥쪽이 아니라, 포격이 떨어지는 안쪽에서 느껴진 것이다.

‘……설마!’

곧, 격렬한 돌풍이 레아의 기병대 쪽으로 불어닥쳤다.

인간과 오크가 뒤섞여서 분투하고 있는 저 길 위에.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막대한 위력의 광역 마법이 쏟아졌다.

* * *

내가 너무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신들과 싸우려면 그런 사고방식을 버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군의 목숨을 미끼로 소모해서 적 주력부대에게 타격을 입힌다……. 그런 짓을 정말로 할 줄은.’

오딘은 비처럼 쏟아지는 포격을 견디지 못하고 거점 밖으로 뛰쳐나가면, 우리의 주력부대가 기다렸다는 듯 몰아칠 것을 알고 있었다.

보통의 지휘관들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하겠지만.

저 녀석은 그게 아니라 오크 병사들 일부를 바깥으로 내보내 우리의 공격을 유도한 다음, 권능을 퍼부어 미끼가 된 아군과 함께 처리한다는 정신 나간 전술을 펼친 것이다.

게다가 그걸 성공시키기 위해 거점 안에 침투해 있던 보그단을 바깥으로 내쫓았다.

그걸로 우리의 시야를 차단해 안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들키지 않으려 한 것이다.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작정하고 저런 짓을 하려고 했다는 뜻이다.

‘젠장……. 자살 공격이라니.’

그 결과 상황은 놈의 의도대로 되었다.

오크 쪽은 머릿수 자체는 더 많은 수가 죽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잡졸에 불과했고.

우리 쪽은 고급 병종인 백사자 기사들 상당수가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교환비로 따지면 오크 쪽이 엄청난 이득을 본 것이다.

병사 한 명당의 전투력으로 목숨의 가치를 매겨서 계산하자면 말이다.

실로 잔인한 발상이 아닐 수가 없다.

“레아! 괜찮나?”

전황이 어찌 됐든 난 일단 레아의 안위부터 챙겼다.

살아남은 자들이라도 어떻게든 살려서 데려가기 위해, 용기사들과 함께 지상으로 급강하를 했다.

이제 와서는 제공권 장악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난…… 괜찮아.

“전혀 괜찮은 목소리가 아니잖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구하러 간다!”

그녀 역시 꽤나 큰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마나난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후로 거의 각성한 신들과 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내던 그녀였지만.

바로 그 신의 권능을 최대의 위력으로 정면에서 얻어맞았으니 멀쩡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나마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

콰우우우!

아래로 내려가려던 도중, 자욱한 흙먼지를 헤치고 이쪽으로 돌풍이 접근해 오는 게 보였다.

이번엔 오딘이 나를 노린 것 같았다.

‘산개!’

나는 용기사들이 거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속으로 산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나 역시 돌풍의 궤적 바깥으로 벗어났다.

‘유도탄?’

하지만 그건 직선형 공격이 아니었다.

돌풍은 내 움직임에 따라, 조금의 지체도 없이 궤적을 급격하게 꺾으며 나를 바짝 쫓아왔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건, 거의 완벽한 각도로 궤도를 수정하며 거리를 계속 좁혀 오는 것이다.

이것은 피한다는 결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기적의 실현.

‘……궁니르!’

그 돌풍의 한가운데엔 창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파카카카카캉!

날카로운 바람 칼날이 내가 전개한 성주신의 보호막을 연달아 베어냈다.

난 거기에 품고 있는 모든 마력을 퍼부어 수십 겹의 보호막을 중첩 전개하며 맞섰다.

“후우우우.”

동시에 마나 호흡으로 소모와 생성의 균형을 유지.

나는 온 힘을 다해 이 공격을 막아냈다.

‘방어에 이 정도로 힘을 준 적이 있었던가.’

이전까지는 스피드로 공격을 피하거나 힘으로 받아치는 걸로 해결해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죽거나, 막아내거나.

인과 자체를 뒤틀어 오직 ‘명중한다’는 개념밖에 존재하지 않는 신의 기적.

저 궁니르에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이런 정직한 공방뿐인 것이다.

휘우우.

돌풍 칼바람이 잦아들고 궁니르가 다시 오딘의 손으로 되돌아간다.

‘자색파동발산기.’

그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역습을 가할 준비를 했다.

‘악룡 제5격.’

저승을 관장하는 신, 염라를 죽이고서 얻은 권능.

‘금강진혜권법륜인(金剛眞慧拳法輪印).’

리스크 때문에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을, 이 전장에서 꺼낸다.

두 손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인을 맺자, 에테르 큐브가 내 등 뒤에서 거대한 하나의 차륜으로 변했다.

그러자 내 양손에서 보랏빛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염라의 주 무기는 주먹.

그로부터 얻은 권능 역시, 주먹을 사용해 초 근접전을 강화하는 권능이었다.

에테르 큐브가 차륜으로 변화해 있는 동안은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지지만.

그동안 격투 능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버프 형식의 권능인 것이다.

‘오랜만의 감각.’

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격투술은 그저 상대를 기만하거나 디스펠 영역 안에서 급하게 사용하는 임시방편 정도에 불과했다.

그 어떤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내게는 그보다 더 강력한 무구 권능이 있었으니까.

광범위한 영역에, 원거리에, 충분할 만큼 강하고 빠른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다른 무기가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적에게 가까이 접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과를 비틀어 반드시 적중하는 투창, 궁니르에 대적하려면 초근접전을 펼치는 게 최선이다.

투쾅!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쳐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오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쿵! 쿵! 쿠쿵!

이어서 사방에서 유성비가 떨어지기라도 하는 듯 연달아 폭발이 발생했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로, 와이번에 타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들의 등 뒤에도 나와 같은 차륜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권능으로 근접전 능력이 극대화된 상태인 것이다.

츄학! 촤아악!

용기사들이 탑승한 와이번들은 곧 날카로운 이빨과 앞발로 주변의 적들을 무참히 갈라버리기 시작했다.

‘비병이 지상에서 근접전을 행하는 건 비효율적인 짓이지만…… 용종 마수라면 해볼 만하다.’

길들일 수 있는 용종 마수 중 최강자인 알파 퓨리 와이번.

그것들은 지상에서 기병들을 도륙할 정도로 강한 힘을 과시했다.

병과 간의 상성과 특징마저 초월해버리는, 드래곤 나이트 클래스의 특권.

물론 여기엔 권능의 영향력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아무튼 그들이 활약을 해주고 있는 덕분에, 내게는 시간이 생겼다.

“오딘. 시구르드로 현신한 발할라의 주신.”

바로 신과 독대할 수 있는 시간이.

“너…… 뭐냐?”

그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응시했다.

현세의 필멸자가 어렴풋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신화만으로 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수상한 말을 하는 나를 보면서 말이다.

“어디서 그런 소릴…….”

난 그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당당하게 되물었다.

“영멸이 두려운가?”

내 오른쪽 눈에 담겨 있는 수많은 신들의 곡성이 바깥으로 터져 나온다.

오딘의 눈동자는 진심 어린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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