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4화
부대 시스템에서, 클래스는 기본적으로 5개의 대분류로 나뉜다.
보병, 포병, 기병, 비병, 수병.
그중 보병을 제외한 나머지 네 병과는 모두 마수에 탑승이 가능한 병과로.
이번 부대 시스템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마수 조련’의 혜택을 받는 클래스들이다.
이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왔던, 마수를 가축화시키는 일이 드디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이거 진짜 안전한 거 맞지?”
“만져봐.”
“신우 브로가 데리고 왔으니까 안전할 거다, 맨.”
잡혀 온 와이번을 보고 두려워하고 있는 다리우스와 그 괴물에게 용감하게 다가서는 보그단.
커헝!
“우와아아앗!”
물론 그 알파 퓨리 와이번이 손쉽게 자신의 머리를 내줄 리가 없다.
보그단이 다가서자마자 위협적인 이빨을 드러내며 그를 쫓아보냈다.
“보그단! 괘, 괜찮아?”
“으, 으어…….”
그는 바닥에 나자빠진 채 잔뜩 겁먹은 표정을 취했다.
확실히 저 와이번 개체 하나는 보그단과 다리우스가 둘이 힘을 합쳐도 싸워 이기는 게 불가능할 만큼 강하기 때문에, 그런 위협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들이 그동안 나와 함께 있으면서 옛날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그래도 엄연한 지구 최강의 마물을 나처럼 손쉽게 다루지는 못하는 것이다.
“신우, 저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괜찮은 거 맞다니까. 그냥 위협만 하고 공격하지는 않잖아.”
지금 이 와이번은 나에게 길들여진 상태라 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다.
뭐, 워낙 종 자체가 포악한 것들이라 순하게 구는 거랑은 좀 거리가 멀긴 하지만 말이다.
덜컹, 덜컹.
그때 멀리서 마차 바퀴가 석재 도로 위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말들이 이끄는 수레.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거대한 생고기들이 잔뜩 실려 있었다.
그런 수레가 거의 수십 대에 달하는 행렬을 지어 먼 곳에서부터 다가왔다.
“저건 또 뭐야?”
“먹이.”
“이 녀석이 저걸 다 먹는다고?”
“응.”
“아니, 덩치가 그렇게 커 보이지도 않는데…….”
다리우스의 말대로 알파 퓨리 와이번은 몸집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사람이 올라타는 걸 가정했을 때, 날개를 접은 채 지상에 앉아 있으면 평범한 말이 두 배 정도 커진 크기라고 할까.
기본적으로 마수들은 보통의 동물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크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알파 퓨리 와이번은 평범한 마수들보다도 유독 작은 개체에 속하는 것이다.
특히나 괴물 같은 몸집을 자랑하는 용종 마수들과 비교하면 더더욱 작은 편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알파 퓨리들은 그 같은 용종들마저 압도하는 수준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굉장히 위험한 개체였다.
그만큼 사용하는 에너지도 많고 소화능력도 대단히 뛰어나니, 음식의 섭취량도 초대형 마수 못지않은 수준일 수밖에 없다.
“지금 네가 잡아 온 녀석은 이놈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니지 않아?”
“그렇지. 총 아홉 마리를 잡아 왔으니까.”
“이 한 마리에 이 정도 먹이가 들어가는데, 이걸 아홉 마리나 기른다고?”
“그만큼 쓸 만하니까.”
“돈이 장난 아니게 들겠는데?”
다리우스는 그걸 보자마자 돈 걱정을 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알포드 성에서 음식은 100% 골드 구매를 통해 수급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거나 먹기 위해 가축을 기르는 대신, 성 내의 모든 역량을 다른 필요한 곳에 투입하고 골드로 식량을 수급하는 시스템.
돈을 내기만 하면 시스템의 마법을 통해 먹을 것이 짠하고 나타난다.
와이번의 먹이도 바로 그런 식으로 골드를 지불해서 구입하는 것이다.
물론 이건 매우 편리하지만 그만큼 낭비도 심한 방식이긴 하다.
하지만 나한테 그 단점은 해당 사항이 없다.
나에게는 무려 ‘100자’에 달하는 골드 보유고가 있기 때문에.
‘골드만 많은 게 아니지.’
게다가 더 중요한 건, 난 그 많은 골드를 100대 1의 비율로 다이아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 역시 와이번을 운용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
와이번이 잡아먹는 것은 골드뿐만 아니라 다이아 역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 다이아는 이 와이번을 병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드래곤 나이트’ 클래스를 유지하기 위함이지만.
{비용: 100,000,000 다이아}
{비용 지불 시 24시간 충전}
이 클래스를 유지하려면 24시간마다 1억 다이아를 소모해야 한다.
예전 벨그레이브의 다이아 경매 낙찰가를 생각해 보면, 세계 최대의 기업집단들이 모두 모여 수많은 자금과 인력을 동원해 1년간 퀘스트 계약으로 모을 수 있는 양이 겨우 20억 다이아 정도였다.
지금처럼 분열되고 단절된 세상에서는 그 10분의 1도 벌어들이기 힘들겠지.
그러니까 원래 시스템의 의도대로라면 이 드래곤 나이트라는 클래스는.
평상시에 다이아를 모으고 모아놓았다가 아주 특별한 때에 겨우 하루 이틀 정도 쓰고 버리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종족 간 구도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대량의 다이아를 사용해서 역전을 끌어내기 위한 용도로 말이다.
‘그걸 난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시스템의 의도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존재다.
내게는 100자에 달하는 골드가 있고, 이걸 전부 다이아로 변환하면 1자 개의 다이아가 된다.
클래스를 유지하는 데 하루에 1억 다이아가 드니, 이걸 계산해 보면 이론상 27조 년간 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건 이론상 수치일 뿐이고 현실적으로는 다른 곳에 드는 골드와 다이아도 많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이 부대 시스템의 혜택을 누구보다도 적나라하게 누릴 수 있는 건 전 차원을 통틀어 오직 나뿐이라는 점이다.
“돈 걱정은 하지 마, 다리우스. 나한텐 남는 게 돈이니까.”
“……하, 정말 세상에서 제일 든든해지는 말이로군.”
“신우, 우린 영원히 브로다.”
방금 전까지 와이번에 겁먹고 나자빠졌던 보그단이, 자리에서 일어나 매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 *
“아델.”
“네, 마스터.”
“타라는…… 상태가 어때?”
“차도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남자들을 보면 겁을 먹고 있습니다만, 여자 클랜원들에게는 어느 정도 마음을 연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건가?”
아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타라는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가…….”
사실 그 긴 공백의 시간을 넘어 이 현실에 다시 부활한 것만으로도 자신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건 정신이 멀쩡한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터.
설상가상으로 타라는 죽기 직전에 아주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니 더더욱 적응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아델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 충직한 부하였던 모나의 환생.
그녀가 타라를 돌본다.
왜인지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아주 잠깐이나마 들었다.
“그래, 고맙다.”
난 지금까지도 나를 위해 아무런 불만 없이 수많은 일들을 도맡아 하는 아델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아델 님! 아, 마스터님!”
그때, 기사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뭐지?”
“적의 공격입니다!”
“적의 공격이라니? 누가?”
“염왕으로 추정되는 자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알포드 성으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염왕 브랜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금 바로 수성을 준비해.”
“예!”
난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 기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랜만에 치르는 공성전.
지금은 시스템에 의해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이종족과 공성전을 치르는 게 보통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같은 인간 클랜끼리 공성전을 치르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같은 인간계에 존재하는 클랜들은 언제든 타인 소유의 영지에 포탈을 타고 침입할 수 있고, 언제든 전쟁을 벌여 땅을 빼앗을 수 있다.
공공의 적을 앞에 두고 이런 짓을 하는 건 참으로 한심한 짓이나, 각자의 이익과 자존심을 위해 서로 손해 보는 걸 알면서도 싸우는 게 인간.
결국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을 뿐인 것이다.
“염왕……. 괜찮겠습니까?”
“괜찮고말고. 우린 굳이 병력을 이끌고 여길 공격해온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가르쳐 주기만 하면 돼.”
“……알겠습니다.”
난 물론 이 정면 대결에 자신이 있었다.
엄청난 골드와 다이아를 쏟아부어 강화한 알포드 성의 수비.
그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강해진 내 일신의 무력.
그리고 드래곤 나이트라는 클래스.
지금 염왕 같은 놈들을 이길 수 있는 요소를 세자면 한도 끝도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붙잡혀서 아후라 마즈다와 야드가르에 관한 정보를 주러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니, 내겐 그의 등장이 환영할 일이었다.
* * *
‘개자식……. 최대한 고통스럽게 쳐 죽여 주마.’
브랜든은 주먹을 움켜쥐며 강한 원한을 내뿜었다.
하비와의 형제 관계를 파탄 내고, 어떻게 한 건지 그 녀석에게 자신의 비밀을 전부 넘긴 것도 모자라.
그걸 모조리 유출해서 벨그레이브 전체를 풍비박산 낸 장본인.
자신에게서 모든 걸 빼앗고 뒤통수를 친 후 잠적해 버린, 유신우를 향해 말이다.
‘그동안 내가 겪은 수모를 생각하면…….’
그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세상이 무너진 지금에 와서야 기업이라는 게 무의미해졌지만.
그때는 단순히 무력뿐만이 아니라 회사를 주무르는 권력 또한 각성자로서 매우 중요한 힘이었다.
그런데 브랜든은 하비의 폭로로 인해 그 중요한 힘을 거의 전부 잃고 가진 게 무력밖에 없는 무능한 존재가 될 뻔했던 것이다.
‘이젠 그놈을 철저히 박살 낸다.’
그렇게 겨우 상황을 수습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간신히 복구해 낸 것이 바로 지금.
그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수많은 병력의 행렬을 쳐다보면서, 벌써부터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패치노트를 가져서 부대 시스템에 대해 먼저 알았다고 자만하고 있겠지. 하지만 먼저 아는 게 다가 아니야. 그 조건을 갖추는 게 중요한 거지.’
브랜든은 자신이 ‘부대 시스템’에 있어서는 유신우보다 훨씬 더 우월한 조건을 갖췄음을 자신했다.
‘이 부대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각성자들의 숫자.’
그의 생각은 이러했다.
부대 시스템으로 동원 가능한 병력의 숫자는 클랜에 소속된 각성자의 숫자에 좌지우지된다.
왜냐하면, 각 각성자들에게는 할당된 ‘코스트’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코스트는 보병 기준으로 각성자 하나당 최대 1만 명.
코스트가 2인 병사를 사용하면 최대 5천 명을 동원하는 게 가능하고, 코스트가 10인 병사를 사용하면 최대 1천 명인 셈이다.
병종에 따라 규모가 이렇게 천차만별로 달라지긴 하지만.
어찌 됐든 간에 요점은 각성자 하나가 운용할 수 있는 병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클랜의 규모를 키워서 각성자를 여럿 데리고 있으면, 그만큼 많은 양의 ‘부대’를 움직일 수 있고.
굉장한 머릿수의 이점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신우, 그놈은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소수 정예를 유지해왔지.’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종합한 결과, 브랜든은 유신우가 알포드 성이라는 영지 하나만 가지고 있으며, 소속된 각성자도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게 약한 병사를 다수 운용하는 게 무의미했던 예전이라면 몰라도.
부대 시스템 덕분에 병사 하나하나가 각성자의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현재는 그에게 분명 불리한 점으로 작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그와 동맹인 검제와 마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타이밍을 노리고 급습을 했다.
이로써 브랜든은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발 죽여달라고 무릎 꿇고 빌게 만들어주마.’
그는 머릿속으로 온갖 잔혹한 상상을 떠올렸다.
“염왕님!”
“음?”
“적이 포탈 밖으로 나왔습니다!”
“뭐?”
그런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상대가 성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먼저 포탈 밖으로 나왔다는 급보.
수성의 이점을 버리고 정면 대결을 하겠다는, 참으로 멍청한 선택을 한 것이다.
“어이가 없군……. 지금 감히 날 무시하는 건가?”
브랜든은 그런 유신우의 선택이 가소로우면서도, 동시에 화가 치밀었다.
“좋아……. 그래. 어디 한번 해봐.”
그는 이 도발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생각했다.
“그, 그런데…….”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그가 생각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다.
“상대 쪽에서 운용하는 병력이 좀…… 이상합니다.”
“병력이 이상하다니?”
“그게…….”
슈하아아악!
콰콰콰콰쾅!
“뭐, 뭐야?”
“드래곤입니다! 적은…… 드래곤을 타고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어엉?”
그건 바로 유신우가 운용하는 ‘소수 정예’가, 완전한 규격 외라는 점이었다.
브랜든의 눈동자에, 여덟 마리의 용을 탄 인간들과 그들을 이끄는 용 날개를 펼친 인간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