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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28화 (12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28화

난 다시 올림포스 신계로 돌아갔다.

아지다하카와 함께.

지상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은 교란 매개를 통해 겨우 나 혼자 이동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문자의 권능 사용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지옥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 건 아지다하카를 데리고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지옥의 모든 악마를 지상으로 데려오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이 막강한 힘 그 자체인 괴물 드래곤을 이용해 신계를 부수고 다닐 작정이다.

“네 힘을 마음껏 발산해라. 그걸로 올림포스를 완전히 파괴해라.”

난 아지다하카의 등 위에 올라탄 채로, 그것에게 자유롭게 날뛰라는 명령을 내렸다.

크르르.

그러자 그것은 종전과는 달리 포효가 아닌 그르렁대는 소리를 냈다.

물론 세 개의 머리가 제각각 그런 소리를 내니, 음파가 서로 맞물리며 더욱 묵직한 공명음이 되었다.

덕분에 정신없이 파괴를 일삼던 악마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어 아지다하카를 올려다보았다.

“저게 뭐야……?”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용의 등장에 다들 어리둥절했다.

물론 경계심을 보이는 자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그 자체로 악마들이 가진 속성을 진하게 표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과 동류이지만, 격 자체는 그보다 훨씬 높은.

그런 존재임을 본능적으로 인식한 것이다.

화르륵.

아지다하카의 몸에서 다시 검은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고통의 불꽃으로 몸을 두르는 권능, 업화의 구.

그 불꽃은 주변의 모든 것을 닿지 않았음에도 불태우고 녹여버릴 만큼 강렬했지만, 등에 올라타고 있는 나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내 힘을 더욱 끌어 올려주는 느낌이었다.

슈쾅. 콰쾅.

곧이어 주변에서 연쇄적인 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내 뺨을 강하게 두드리는 것 같은 그 파장들이 사방에서 연신 터져 나온다.

‘악의의 전당…….’

그건 내가 종종 사용하던 무구의 소나기였다.

아지다하카가 주변의 허공에서 백 수십 개의 무기들을 소환해 지상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원본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무구들의 크기가 월등히 크다.’

모든 칼과 창, 화살들이 엄청난 크기로 확대되어 있다는 점.

마치 거대한 악룡인 아지다하카의 몸집에 맞게끔, 크기도 그만큼 커진 듯한 느낌이다.

투콰콰콰콰쾅!

그리고 크기가 커진 만큼 위력도 비례해서 커졌다.

쿠구궁. 쿠궁.

올림포스 신계의 땅 위에 내리꽂힌 거대한 무기들은 지표면을 가르고 지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물론 땅에 충돌하는 순간 발생한 대폭발이 지상을 휩쓸어버린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화아아악!

그리고 땅속에 틀어박힌 백 수십 개의 거대 무구들로부터, 검은 화염이 치솟았다.

그로부터 채 수 초가 흐르기도 전에, 지상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곧 갈라진 틈 곳곳에서 용암이 흘러나오기 시작.

올림포스 신계 전체를 녹여 없애버릴 기세로 순식간에 지상을 뒤덮었다.

“으악!”

“뜨거워!”

그 때문에 파괴와 살육을 일삼던 내 휘하의 악마군들도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거치적거리는군.’

이렇게 되자 저것들이 방해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래서 문자의 권능을 사용해 그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지정 그룹 <제2 야전군>의 구성원들을 올림포스 신계 밖으로 이동시킨다.}

이제 난 이곳에 홀로 남았다.

혹시라도 아군이 당할까 조심할 필요 없이, 최대한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스트라페 장전.’

나는 내 본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화력의 무기인 제우스의 번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 힘을 나와 업화의 구로 연결된 아지다하카에게 공유했다.

‘뇌격 방출.’

그 상태로 지상을 향해 벼락을 발산.

치지직.

츄콰아아앙!

일순간 귀를 멎게 할 것 같은 거대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나 혼자서 사용하던 때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로.

내가 올라타고 있는 아지다하카의 몸체로부터.

초대형 뇌격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콰앙!

그 맹렬한 격류는 이미 여기저기 쩍쩍 갈라져 마그마를 뿜어내는 땅속으로 흘러 들어갔고.

곧이어 올림포스 신계의 땅을 완전히 박살 내기에 이르렀다.

지각이 달걀 껍데기처럼 뜯겨 나가 하늘로 떠올랐으며.

그 밑에서 흐르는 뜨거운 용암이 호수에 돌을 던진 듯 거대한 파도가 되어 출렁거린다.

이곳은 더 이상 신조차 살 수 없는, 지옥보다도 더 지옥 같은 폐허가 된 것이다.

‘탈출해야 한다.’

여기서 더 있다간 위험해질 것 같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난 곧장 올림포스 신계 밖으로 순간 이동했다.

{너를 올림포스 신계 바깥으로 이동시킨다.}

* * *

그렇게 올림포스 신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후, 난 곧장 발할라 신계로 진격하기 위해 모든 악마들을 한 곳에 불러 모았다.

문자의 권능으로 지상에서도 자유롭게 군단 전체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게 된 이상.

전선을 형성하고 자시고 하는 고전적 전술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앙그라 마이뉴, 당신이 대악마들을 영구 봉인시켰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그런데 그렇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지옥의 2인자인 바알이 내게 반항 조의 어투로 마르코시아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뭔가 문제라도 있나?”

“당신이 군주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무력으로 하급자들을 다루는 건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는 내가 주먹으로 대악마들을 단순히 처벌을 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물리적 위협을 가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들은 신들과 마찬가지로 불멸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구적인 봉인은 말이 다르지.”

그러나 내가 그것들을 완전히 현실에서 퇴출시킨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건 본보기로서 별로 좋은 예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리어 우리들 대악마들에게 불안감만 높이는 일일 뿐.”

“불안감?”

“그렇다. 죽음은 일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영원한 죽음은 우리에겐 있어선 안 되는 부조리한…….”

그러나 나에겐 그게 신들이 가진 특권과 오만함에서 나오는 헛소리와 똑같은 말로 들릴 뿐.

결국 죽을 걱정 없이 살던 놈들이, 나에 의해 봉인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불만이 생긴 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

제우스가 말했던, ‘잠재적 위협 인자’ 같은 헛소리나 다를 바가 없다.

“전쟁 중인 군대에서 반역을 저지르는 건 안 부조리하고?”

“……음.”

“그리고 여기 있는 저 많은 하위 악마들도 싸우는 도중에 죽는다. 그리고 다시는 되살아날 수 없지. 다들 그 ‘영원한 죽음’을 각오하고 이 전쟁에 뛰어드는 거야.”

물론 그것들에게 누군가를 구원한다거나 하는 숭고한 의지 같은 게 있을 리는 없다.

그저 파괴와 살육의 본능을 해소하기 위해 뛰어드는 것일 뿐.

그럼에도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조건을 감수하고서 싸운다는 것은 여전하다.

동기가 어찌 되었든, 자신의 선택을 위해 정당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대악마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행하면서도 어떠한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

패배하면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는 걸로 끝.

그러니 자존심이나 내세우며 군주인 나에게 덤비려는 것이다.

“우리와 하급 악마는 다르다. 우린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죽으면 남겨진 피지배 계급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불멸자로서 선택받은 것이다.”

그러나 바알은 끝까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 혐오스러운 신들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논조까지 펼치면서 말이다.

난 그런 그가 매우 한심해 보였다.

지금껏 나름대로 원조 악마 서열 1위인 그를 존중했건만, 이번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불멸자란 것들은 어째, 신이든 악마든 하나같이 개소리를 하는 것 같군.”

“지금 우리를 그놈들과 똑같이 보는 건가?”

바알은 내 발언에 발끈하며 주먹을 쥐었다.

물론 내겐 그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내 뒤에는 아지다하카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악마를 업화의 구로 불태워 버릴 수 있는 그 거대한 용이 말이다.

“그래. 맞아. 난 솔직히 너희나 신이나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봐, 앙그라 마이뉴…….”

“날 때부터 영원한 삶이라는, 황금보다 더 값비싼 보물을 공짜로 가지고 태어나, 자기 목숨은 그렇게나 아까워하면서 남의 목숨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들.”

바알이 움켜쥔 두 주먹을 떨었다.

이 자리에 모인 다른 대악마들도 내 말을 듣고 동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아하니 애초에 그가 이런 얘길 나에게 꺼낸 것도 다 다른 대악마들의 불만 사항을 대표자로서 총대를 멨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정 그게 그렇게 아까우면, 적어도 생사여탈권을 지닌 나에게 잘 보일 생각이라도 해야지.”

“우린 당신에게 충분히 충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 마르코시아스와 바포메트, 바르바토스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고.”

“…….”

바알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불만이 있음에도, 더는 항변하지 못했다.

어차피 덤벼봤자 이길 리도 만무하고, 괜히 솔로몬의 마도서에 봉인되는, 비참한 결과만 맞이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너희도 꼴 보기가 싫군.”

이쯤 되니, 내 눈엔 이 악마라는 것들도 똑같은 놈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처음부터 무슨 동료 의식 같은 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복수를 위해 지옥을 탈출하는 김에 같이 데려온 덤 같은 놈들이었다.

물론 그 덤의 덕을 좀 많이 보긴 했지만.

어쨌든 아지다하카를 얻은 이제 와서는 이 녀석들의 유용성조차 그리 쓸모가 없게 된 것이다.

“……그건 무슨 뜻이지?”

내 선언에 바알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의 경계심이 급격히 상승하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가 자신들을 당장 죽이려 하는 것이라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꺼지라는 뜻이야.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든, 이 땅에 정착하든지 간에.”

“……우릴 놓아주는 건가?”

“그래. 이제부터 난 혼자 움직인다. 악마군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그러니 내 눈앞에서 꺼져.”

토사구팽이라면 토사구팽이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적어도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보기 싫어서 갈라서는 마당에, 굳이 죽이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좋아. 그럼 우린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그렇게 나와 악마군은 깔끔하게 헤어졌다.

* * *

혼자가 된 나는 훨씬 더 자유롭게 신계를 파괴하러 다녔다.

병력의 이동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움직일 때마다 문자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대악마들 중에서도 나를 붙잡은 녀석들이 있기는 했다.

이를테면 푸르푸르나 아몬과 같이, 나와 함께 나름의 생사고락을 겪었던 녀석들은 내 발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따르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난 그들마저도 버렸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 어떤 존재도 내게 대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기도 하거니와.

이제 불멸자라는 존재 그 자체에 신물이 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부 끝내버리겠어. 이 엿 같은 굴레를.’

나는 모든 신계를 붕괴시키고.

모든 신들을 죽인 다음.

‘불멸’과 ‘영원’이라는 개념을 없애버릴 작정이다.

그렇게 이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 사라지도록, 순리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걸로 사라지는 게 설령 나 자신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놈은 혼자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발할라의 붕괴만은 막아라!”

그때를 위해, 지금 나는 눈앞의 오크 신들을 찢어발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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