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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19화 (11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19화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대는 내 장난감이었다.”

솔로몬은 적어도 지옥 안에서만큼은 신 중의 신이었다.

여기서 ‘문자의 권능’을 제한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신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그들을 영원히 봉인시킨 나조차도, 이 지옥 안에서만큼은 그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자기만의 세계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고대 예루살렘 제국의 황제.

그것이 악마왕 솔로몬이었다.

“대악마가 될 자질을 타고난 자여, 내게 복종하고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너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겠노라.”

그는 나를 강제로 무릎 꿇리고서 그 재수 없는 신들처럼 말했다.

자신이 뭐라도 된 양, 나에게 ‘주인’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나를 강압적으로 지배하려 들었다.

“나는…….”

하지만 난 이곳의 여느 악마들 따위와는 격이 다른 존재다.

불멸로 여겨지는 저 지상의 신들을 잡아먹고 영원히 봉인시킨 신의 살해자다.

언젠가 긴 시간이 흘러 나 또한 이 녀석처럼 쓰레기 신이 될지도 모르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그날이 오는 건 내가 이 녀석을 죽이고 이 엿같은 지옥을 탈출해 모든 신들에게 복수한 뒤일 것이다.

“……너 따위에게 지배당하지 않는다.”

콰지직. 으적.

존재조차 알 길이 없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짓누름으로부터 억지로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내 발밑의 땅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팔을 벌려 저 악마 녀석을 향해 손톱을 내질렀다.

느리고 단순하지만, 넘쳐흐르는 힘이 놈에게 쇄도했다.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도 저 공격에 직격당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흐흐흐.”

그러나 솔로몬은 그 폭력적인 기운이 쇄도해 옴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파사삭.

손톱에서 뿜어져 나간 파괴적인 기운이 그의 몸뚱이를 갈가리 찢었다.

한없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하급 악마, 또는 보통 필멸자의 몸을 분쇄해 버리는 것처럼 간단히 파괴해 버렸다.

그럼에도 솔로몬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런 죽음에의 공포도 내비치지 않은 것이다.

-자네는 내 몸에 절대로 손댈 수 없다네.

그건 당연히 내가 그를 해치지 못한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경기장으로 이동합니다.}

{설정: 1 대 1 데스매치}

솔로몬의 음성과 메시지가 나타나고, 어느새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형 경기장 중앙으로 들어와 있었다.

방금 전과는 전혀 환경.

아까 그 시시한 하급 악마들이 싸우던 곳과는 달리, 여긴 그 크기부터가 훨씬 더 거대했다.

{당신의 상대가 결정됩니다.}

이윽고 내 눈앞에 나와 싸울 상대가 나타났다.

{대악마 마르코시아스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르코시아스.

일전에 나를 잡아먹으려다 오히려 나에게 당했던 그 날개 달린 개 인간 형상의 악마였다.

-자, 이제 나를 즐겁게 해보거라. ‘시시한 싸움’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싸움을!

“…….”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날카로운 손톱 때문에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자각해야만 했다.

‘난 결국, 저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구나.’

이곳 지옥에서는 제아무리 신을 잡아먹을 수 있는 내 능력이라도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당신의 이름을 외치고, 결투의 시작을 알리십시오.}

이 세상의 규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내가 솔로몬의 지배하에 놓였음을 인정하고, 그가 만든 지옥의 룰을 따르는 것.

“……나는.”

그리고 그 룰 안에서.

“앙그라 마이뉴.”

룰을 빼앗는 것.

“저 더러운 개X끼를 죽이고 승자가 될 진짜 악마다.”

* * *

마르코시아스.

내게 한 번 살해당하고 잡아먹혔던, 자칭 ‘대악마’.

“듣도 보도 못한 천민 놈이 악마를 자칭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감히 나와 동등한 눈높이에서 대결을 벌인다고?”

그런데 저놈은 아직도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여전히 나를 깔보고 있는 것이다.

으득.

그래서 난 문답 무용으로 달려들어 내 힘을 보여주기로 했다.

구태여 말을 섞어 도발에 넘어가 줄 필요는 없다.

촤아아악!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 참격의 돌풍을 날렸다.

그 순간.

{대악마 마르코시아스에게 걸려 있던 금제가 풀립니다.}

다시 그 ‘문자의 권능’이 발동되어 메시지가 전해졌다.

그것도 놈의 힘이 해방되었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쐐애애애액!

쩌저정!

맹렬한 번개 소리와도 같은 파공음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큭!”

난 고개를 옆으로 꺾어 그 공격의 직격은 피했지만, 어깨를 얻어맞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쿵!

공격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대 개 마수 형상이 된 마르코시아시의 날개 내려치기 공격.

저 커다란 들개의 날갯죽지는 마치 촉수처럼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여 앞에 있는 나를 내리찍었다.

비유적 수사가 아니라 정말 번개와 같은 속도로 말이다.

저 천둥소리는 그 속도 때문에 굉음이 발생한 것이었다.

‘갑자기 세졌다……?’

당황스러웠다.

지난번 만났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만으로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약해빠졌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금제가 풀렸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수준이 급격하게 올라간 것이다.

“죽어라. 도룡뇽 자식.”

난 그놈에게 조롱을 되돌려 받으며,

푸확. 투콰콰콰콱.

마법진에서 발사된 무수한 마나 검들에 몸이 관통당해 산산이 부서져 죽음을 맞이했다.

‘이렇게…… 죽을 수는…….’

{당신은 대결에서 패배했습니다.}

{당신의 순위가 하락합니다.}

* * *

처음으로 겪어보는 죽음.

아무리 나라고 해도 닥쳐오는 삶의 종말에 마냥 초연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남겨 두고 있는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흐흐흐. 자네, 불멸자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죽음을 겪어보는 건가?

그런데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솔로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흥미롭군, 그래. 아직도 이런 생생한 감정을 가진 불멸자가 존재할 수 있다니.

불멸자? 첫 죽음?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난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이윽고 영혼계를 보는 눈을 개안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몸의 상태는 평소와는 달리 어떤 덩어리 형상이 되어 있었다.

검고 딱딱한 비늘로 뒤덮인 팔과 다리 대신, 한데 뭉쳐서 에테르 바다를 떠다니는 유체.

나는 영체 상태가 되어 살아남은 것이다.

‘내 몸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거기서 육체의 재구성에 관한 생각을 하자, 곧 물질계에서 작은 입자들이 뭉치기 시작.

스르르륵.

이윽고 그것은 완벽하게 되살아난 내 몸이 되었다.

그 껍데기 안에, 영체 상태인 나는 눈 깜짝할 사이 빨려 들어가듯 그 안에 안착한다.

그걸로 부활은 끝.

실로 쉽고 간단하기 짝이 없는 재생이었다.

이게 불멸자들이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나고 마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나 또한 앞으로 계속해서 겪을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뭐냐? 한 판 더 붙자고?”

다시 돌아오자마자 눈앞의 마르코시아스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덤벼들 준비를 했다.

제자리 부활을 해버린 탓에 원형 경기장에서 그를 또 만난 것이다.

“오냐, 그래! 덤벼라!”

‘그래, 이거라면…….’

나를 향해 맹렬히 덤벼 오는 마르코시아스를 마주하며, 나는 목적을 되새기고 다짐을 굳게 했다.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어.’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한이 있더라도 싸운다.

그건 비단 눈앞의 개를 사냥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 전체의 적에 대한 마음가짐이었다.

* * *

“제발 그만……. 그만 덤벼…….”

마르코시아스가 지쳤다는 듯 힘겹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난 또다시 부활해 놈에게 덤빈다.

“절대 그렇겐 못 하지.”

난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죽지도 않는다.

상대의 마음을 꺾을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한다.

내 안에 여전히 격렬히 타오르는 복수심의 불씨는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싸움으로 인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콰직. 촤아악!

지치지 않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저 마르코시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마법을 시전하며 내 몸을 분쇄하는 걸 보면, 마력조차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이 꺾이는 것만은 막을 수 없는 법.

어느 틈엔가 날아오는 공격의 사이에, 빈틈의 간격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걱!

“크헉!”

손톱을 휘둘러 마르코시아스의 목덜미를 베어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돌진해 추격타를 연달아 먹였다.

콱! 콰악! 촤아악!

이미 전의를 상실했는지, 상대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놈도 부활하면 그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죽여라.”

결국,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한 도전 끝에, 겨우 딱 한 번.

그 신들보다도 더욱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대악마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당신의 순위가 상승합니다.}

-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솔로몬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려 퍼졌다.

-즐겁군. 오랜만에 아주 즐거운 볼거리였어! 불멸자끼리의 싸움이 이렇게나 처절할 줄이야!

그는 내가 보여준 싸움에 상당히 만족한 듯했다.

-좋아. 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무슨 제안?”

-나에게 계속 그런 싸움을 보여다오. 그 비장함과 처절함을 멈추지 않고 보여다오.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래! 그렇게만 한다면, 나도 너에게 보상을 주도록 하지!

“그만큼 내게 값진 보상이어야 할 텐데.”

내가 조소하며 말하자 솔로몬은 내가 그토록 듣고 싶어 하던 말을 해 줬다.

-물론! 당연히 그렇고말고! 만약 자네가 이 지옥의 모든 대악마들과 싸워 서열 1위가 된다면, 자네를 다시 지상계로 보내주도록 하겠네!

지옥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어차피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없이 많았고, 대악마들이 아무리 강한 적이라고 한들 방금 마르코시아스처럼 어떻게든 상대의 마음을 꺾어 이기면 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난 지금부터 그놈들의 ‘금제’를 모두 풀어버릴 테니 말일세! 하하하하!

그게 설령, 저놈이 말한 것처럼 힘의 제약에서 해방된 악마라 할지라도 말이다.

분명 언젠가는 모든 대악마들과 싸워 이기는 날이 내게도 찾아올 테고, 솔로몬이 약속만 지켜준다면 지상으로 올라가는 건 문제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 다시금 복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어떤가? 내게 즐거움을 줄 텐가?

하지만.

“아니, 거절한다.”

난 그놈의 말을 순순히 따라줄 생각이 없었다.

-호오? 그럼 영원히 이 지옥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거냐?

그 대신, 그놈의 옆으로 갈 생각이었다.

“마음이 바뀌었어. 지옥 밖으로 나가기 싫어졌다. 오히려 서열 1위의 대악마 앙그라 마이뉴로서 당신과 함께 지옥을 다스리는 권력자가 되고 싶군.”

내 대답을 들은 솔로몬이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곧 정적을 깨고서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다.

“하…… 하하……. 크하하하하하!”

그는 어느새 이전에 보여준 인간 남성의 모습을 한 채로 내 뒤에 나타나 있었다.

“권력욕……. 지배자가 되고 싶은 욕구……. 그래,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그토록 쉽고 간단하게 호승심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그러고는 이 지옥 전체를 상대로 선언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

“좋다! 네 창의적인 제안을 받아들이지! 지금부터 모든 대악마는 서열에 따라 상호 지배관계가 된다. 승자가 되어 더 높은 순위를 가진 자는 그 아래 순위의 악마들을 마음껏 노예처럼 부릴 수 있지! 대신 상급자는 언제든 하급자의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지옥의 대전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어떤가? 내가 고안한 새로운 지옥의 규칙이? 자네도 마음에 드는가?”

“아주 마음에 드는군.”

그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그건 다름 아닌 솔로몬의 영혼이었다.

‘놈은 대악마들과 다르다. 저 위의 신들과 같은 존재……. 그러니 어떻게든 잡아먹을 기회만 찾아온다면…….’

나는 그가 가진 ‘문자의 권능’을 빼앗을 작정이다.

그 힘을 가지고 직접 지옥의 문을 열어 지상계와 신계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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