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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74화 (7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74화

“으으…….”

치료소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코홀리테 요새의 치료소에는 부상당한 병사들이 침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의료 인력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부상자들을 돌보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다.

“쿨럭, 쿨럭.”

“치유사! 치유사!”

로브 위에 앞치마를 두른 간병인이 애타게 치유사를 불렀다.

하지만 그의 부름에 대답할 수 있는 치유사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마나가 폭주할 때까지 마법을 써대다 탈진해서 실려 나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치유사들이 환자보다 먼저 저승으로 가버릴 지경.

“치유 마법 사용할 수 있으신 분 없으십니까!”

간병인의 애타는 외침에, 최윤아가 앞으로 나섰다.

“저,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환자분께 치유 마법을 써주십시오!”

그녀는 간병인이 지목한 부상자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손바닥에서 하얀 신성 속성의 기운을 뿜어 환부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파아앗.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회복 마법.

당연히 회복 속도도 느리고 효율도 떨어지지만, 지금 그 환자에겐 당장의 상처 악화를 막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그런 기초적인 회복 마법조차 무척이나 귀중한 것이었다.

“후우…… 고맙습니다. 덕분에 당장 위험한 시기는 지났습니다.”

“하아…… 네…… 하아…….”

다만 최윤아는 그 한 번의 치유로 마나를 모두 소비하고 극도의 피로 상태가 되어버렸다.

애초에 속성도 맞지 않고 마법사형도 아닌 그녀가 치유 마법으로 누군가를 치료한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마셔.”

난 탈진 상태가 된 그녀에게 마나 포션을 건넸다.

백산 그룹의 로고가 박혀 있는 캔 음료였다.

“하아……. 고마워요.”

그녀는 곧장 포션을 들이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안색이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이건 그저 마나를 회복시킬 뿐인 물건.

탈진 상태는 몸에 맞지 않는 기술을 사용한 데서 오는 반동이었기 때문에, 마나의 소모와는 관계가 없었다.

다만 소모된 마나를 회복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를 아낄 수는 있다.

“치유사가 부족해요.”

최윤아는 자신의 몸이 그렇게 상하고서도 다친 사람들을 걱정했다.

“저 사람들…… 저대로 내버려 두면 죽을지도 몰라요.”

“환자는 얼마나 되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100명 조금 넘는다고 들었어요.”

“필요한 치유사의 숫자는?”

“음……. 넉넉히 1인당 10명씩 맡는다고 치면, 10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20명 데려오지.”

“네에?”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여기에 있는 부상병들은 다들, 염왕과 치열하게 싸우던 바로 그 병사들이다.

내가 이곳의 관리자가 되면, 누구보다도 강력한 내 호위병이 될 인재들이라는 뜻.

그러니 한 명이라도 더 살려놓아야 한다.

“그 많은 치유사들을 어디서 데려오시려구요?”

“클랜에서 데려오면 되지.”

“그 사람들이 이런 것까지 도움을 줄까요?”

“잘 설득하면 돼.”

난 염왕에게 직접 말할 생각이다.

지금 그와 나는 협력관계이기 때문에,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넌 그냥 내가 말했던 것만 잘해달라고.”

“……알겠어요.”

최윤아는 못내 마뜩잖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사람들을 돕는 게 내 순수한 선의인 줄 알았으나, 그 이면에 권력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 것 같았다.

‘사실 권력욕하고는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최윤아가 날 뭐라고 생각하는지는 중요치 않고-

그녀 입장에선 딱히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날 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 *

“그 NPC 놈들을 치료하기 위해 치유사들을 보내 달라고?”

염왕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

“미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것들 때문에 그 귀한 치유 각성자들을 20명씩이나 투입하라는 거냐? 진심으로?”

“진심이다.”

“왜, 차라리 저기 TV 속에 나오는 만화 캐릭터들 인권도 챙겨달라고 하지 그러냐?”

이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상당수의 각성자들은 NPC는 그냥 가상의 캐릭터 정도로만 받아들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랬고.

물론 그렇다고 염왕이나 예전 그 송형주의 똘마니처럼 막 죽이지는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 굳이 멀쩡한 만화 캐릭터를 잔인하게 죽는 모습을 즐기지 않는 게 정상이듯이 말이다.

아무튼 그런 하잘것없는 존재들 때문에 요새 관리에 차질을 빚는 것도 짜증 나는데-

그 NPC들의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한다고 하니 염왕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수밖에 없다.

“네가 그렇게 화내는 것도 이해는 가. 근데 어쩌겠어? 시스템이 그렇다는데. 이건 인도적인 차원 어쩌고가 아니라, 요새 공략의 일부분이라 생각해야 돼.”

“하아…….”

브랜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이미 민심은 회복할 대로 회복했고, 클랜은 얼마든지 당장에라도 코홀리테 요새를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목적은 단순히 이들의 말을 따르는 게 아니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그 부상자들도 결국 그곳 주민들의 가족이야. 그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면 이렇게 해야 해.”

“알겠어. 알겠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 치유 각성자 20명이면 되는 거지?”

“그래.”

결국 그는 내 요구를 들어줬다.

전화로 담당자에게 치유사 20명을 코홀리테 요새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곤 자리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뱃불은 저절로 붙었다.

“후우. ……그나저나.”

“음?”

“하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지금 비행기 타고 오고 있어. 아마 오늘 밤 9시쯤에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할 거야.”

“작업은 확실한 거겠지? 부활 지점 알아내는 거.”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내 대답을 들은 브랜든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콱.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멱살을 잡았다.

“그건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닌데.”

최선이라는 말이 듣기 거슬렸던 모양이다.

“난 최대한 솔직하게 말한 거야.”

“그따위로…….”

“세상일을 어떻게 장담하나? 당장 내일 내가 길 가다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그 녀석의 심리를 주무르는 건 더욱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겠지.”

“아니, 넌 내일 길 가다가 죽지 않는다. 왜냐면 넌 내가 일주일 뒤에 죽일 거거든. 하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말이지. 그건 100% 장담할 수 있어.”

“오, 그럼 그때까지는 네가 날 지켜준다는 건가?”

그의 서슬 퍼런 협박에도 난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자신감이 넘쳤다.

“이거 아주 든든한걸. 염왕이 목숨을 보장하는 인간이라니. 기간이 7일뿐이긴 하지만.”

“너 이 새끼……. 일주일 뒤에도 그 입 나불거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

툭.

그가 날 밀쳐내고 손에 쥔 담배를 힘껏 빨아들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는 걸로 받아쳤다.

“아 참, 하비가 오면 너무 으르렁대지 마. 무서워서 도망갈라.”

“저리 꺼져, 씨X아.”

“예압.”

덜컥.

난 그대로 브랜든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곤 곧장 전화를 걸었다.

[발신 중: 이진윤]

* * *

{당신은 <코홀리테 요새>의 관리 권한을 얻었습니다.}

{클랜 마스터 <검제>의 대리 자격으로 본 요새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난 결국 이곳의 관리자가 되었다.

부상병 치료를 포함해 온갖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요새 내의 모든 주민들이 나를 관리자로 요구한 덕분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최윤아가 내 부탁에 따라서 소문을 내준 영향도 있었다.

한편, 관리 자격은 클랜의 챕터 마스터인 염왕이 부여했는데, 의외로 그는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그리 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넌 하비 일 처리하는 거나 집중해. 요새 관리는 부관리자에게 맡기고.

지금 당장 그에게는 하비 일이 더 시급한 문제이기도 했고, 또 부관리자를 임명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임명 자체는 내 권한이긴 했지만, 어쨌든 난 클랜에서 요구하는 인물을 임명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클랜이 직접 이 요새를 관리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난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어쨌든 시스템상으로는 내가 상급자이기 때문에, 난 부관리자가 모르게 부관리자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

“다 모인 건가?”

“예, 관리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가족이 없고 관리자님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자들만을 모았습니다.”

“이들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병사나 주민들은 모르고 있겠지?”

“모릅니다. 이 집합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코홀리테 요새 수비군의 현 최선임자인 기사 막시모가 대답했다.

그 역시 가족이 없는 병사였다.

“잘했어.”

끼이익.

난 그와 함께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공간인 지하 수로에 입장했다.

이곳은 그 안에서도 첫 번째 숨겨진 보상이 들어 있던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관리자님……!”

“쉿.”

내가 입장하자마자, 총 47명의 수비병들이 나에게 경례하려고 했다.

난 그들에게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소란스럽게 하면 안 돼. 오늘 모임은 아무에게도 알려지면 안 되니까. 대답은 하지 말고 고개만 끄덕여.”

그들은 내 명령대로 고개만 위아래로 흔들었다.

한껏 충성심이 드높아진 병사들은 머리를 끄덕이는 것조차 일사불란했다.

“모두들 이런 어둡고 축축한 곳에 모이느라 고생했다.”

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오늘 너희들을 이곳에 부른 이유는,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비병들은 눈을 부릅뜨고 투지를 불태웠다.

당장에라도 나에게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뭐든지 할 것 같은 기세.

이들은 모두 내 덕분에 치료받았던 부상병들이었다.

당연히 나에 대한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 병력을 통솔할 권한이 있는 관리자라 시스템의 효과까지 더해졌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너희들은 나를 전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겠나?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누구도 약간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나에겐 강한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염왕 때문에 가족을 잃어 벨그레이브에겐 적대감을 가진 병사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야.’

“좋아. 그러면 나 또한 너희들에게 그만큼의 보답을 해주겠다.”

난 그때부터 한 명씩, 이곳에 있는 모든 수비병들을 최대치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막시모>의 스탯을 최대로 강화하시겠습니까?}

{소모 다이아: 2,623,000개}

{<막시모>가 습득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습득하게 하시겠습니까?}

{소모 다이아: 4,216,000개}

…….

그렇게 소모한 다이아의 양은 총 3억 다이아.

내 계좌에 남은 돈 40여억 원 중 어림잡아 15억을 여기에 사용했다.

실제로는 그의 1만 배인 15조 원의 돈이 드는 작업.

보통은 일개 점령지 NPC 병사에게 그만큼의 돈을 들이기가 어렵겠지만, 여유가 충분한 내게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가능을 넘어서서 하지 않으면 손해일 정도로 효율적인 일이었다.

{수비병 <막시모>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막시모>의 스테이터스를 불러옵니다.}

───

<병종 스테이터스>

이름: 막시모

코홀리테 경보병(1급)

생명력: 23,745 / 23,745

마나: 4,395 / 4,395

근력: 7,578

활력: 7,915

반사 신경: 6,943

집중력: 832

의지력: 1,465

───

왜냐하면 이건 적어도 염왕에게 맞설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최상위급 점령지의 부하 47명을 확보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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