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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8화 (1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8화

{나베리우스의 미니언이 시스템에 침투한다.}

제3 스테이지의 최종보스를 업화의 구로 쓰러뜨린 직후에 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그것은 시스템을 교란해 새로 얻은 능력을 다시금 사용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권능이 사용자에 맞게 조정된다.}

{<가시창 게 볼그>가 악룡의 발톱 파생 권능, <게 볼그 난격>으로 변화한다.}

{<게 볼그 난격>에 파동축적기 속성이 추가된다.}

나에게 맞지 않던 권능이 나에게 맞게 변경되었다는 메시지.

───

<게 볼그 난격>(파동축적기)

-일순에 삼십 연격의 초고속 난타를 내지른다. 악룡의 발톱 투영 중에만 사용 가능하다. 사용 시 ‘강격파동’을 축적한다.

-소모 마나량: 100

───

30개의 가시를 뻗어내는 가시창 게 볼그는, 30번의 연격을 가하는 필살의 공격기술로 변화했다.

창 전용의 권능이, 내 주 무기인 너클에 맞게 수정된 것이다.

거기에 ‘파동축적기’라는 중급 격투술과 연계되는 속성까지 붙었다.

───

<중급 격투술>

-격투의 경지가 상승해 파동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파동’을 축적하고 발산할 수 있습니다. 격투 기술에 ‘파동축적기’와 ‘파동발산기’ 속성이 부여됩니다.

숙련도: 1/100

───

이건 저번에 하급 격투술 스킬이 중급 격투술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얻은 새로운 능력이다.

‘그런데…… 축적한 파동은 어디에 쓰는 거지?’

이 특성의 설명대로라면, 게 볼그 난격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파동은 ‘파동발산기’라는 또 다른 기술의 자원으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그에 상응할 만한 권능이 아무것도 없었다.

업화의 구에도 그런 설명은 없었다.

‘또 다른 권능을 얻어내야 하는 건가.’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저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또 다른 각성자의 수호령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힘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전설급 각성자들을 죽여야 한다…….’

솔직히 메리트는 아주 크다.

다른 전설 수호령의 권능을 가져와 내 것으로 만든다는 점도 그렇고.

그때 당시에 수호령 하나를 흡수한 것으로 무려 1.2%나 되는 동화율의 상승이 있었다.

이게 다른 전설 수호령을 흡수해도 똑같은 양만큼 상승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약 80명 정도의 수호령만 흡수해도 동화율 100%를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탯 상승이라는, 아주 직관적인 이득까지 존재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유가 충분할 정도.

‘그게 네 의도인가? 악마?’

난 다시 그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물었다.

놈은 내가 힘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살인귀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럼 그렇게 해줄게.’

물론 난 거부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남의 목숨도 빼앗을 수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온 내가, 이제 와 새삼스럽게 그걸 거북해하는 것도 이상한 일.

‘남을 죽이려고 하면 자신도 죽는다…… 그 말을 한 내가 죽게 생겼군.’

피식, 쓴웃음을 지었다.

* * *

“윤아 씨! 기관단총으로 표식 처리에 집중해 주세요!”

“네! 알겠어요!”

타타타타타탕!

촤악! 촤아악!

최윤아의 총탄과 내 용발톱이 넓은 동굴 내부를 종횡무진 휩쓸었다.

이진윤을 포함한 나머지 8명의 각성자들은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

제4 스테이지는 일직선 진행하는 10인 던전으로, 최윤아와 이진윤 외에 나머지 7명은 랜덤 매칭으로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그중 역사급 이상은 한 명도 없었다.

확률만 놓고 따져 봐도 그렇고, 더욱이 역사급 이상 각성자들은 대부분 자기 팀이 있기 때문에 랜덤매칭을 하지 않기 때문.

나와 이진윤, 최윤아가 특이케이스였다.

{제4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습니다.}

{50 레이드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조건에 따라 45 레이드 포인트가 추가 적립됩니다.}

이번 스테이지의 추가 레이드 포인트 획득 조건은 ‘최대한 많은 마물을 죽이는 것’.

그래서 오히려 약한 사람들이 매칭된 게 내겐 더 좋은 일이었다.

나 혼자서 포인트를 독식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1,000,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네 번째 스테이지는 아주 무난하게 넘어갔다.

“이제 마지막 스테이지만 남았네요.”

우린 마지막 스테이지에 곧바로 돌입하지 않고 도시에서 대기했다.

“이제부턴 아주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될 겁니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다른 아무런 기믹도 없는 순수한 보스전.

‘레이드 보스’라는 이름답게, 그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혼자서는 절대 쓰러뜨릴 수 없다.

전설급, 역사급 각성자를 포함한 백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달라붙어서 필사적으로 공격해야 겨우 쓰러질까 말까 한 강적이기 때문이다.

“눈치싸움이요? 그게 무슨 의미죠?”

최윤아가 물음에 내가 답했다.

“다수의 각성자들이 한 장소에 모여야 하는 구조다 보니, 고려해야 할 게 많거든요.”

“아, 지금 당장 마지막 스테이지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몇 명이나 있는지, 그 전력으로 레이드 보스를 잡을 수 있는 건지…… 뭐 그런 거요?”

“맞아요.”

1 스테이지를 제외한 모든 스테이지는 실패하면 재도전할 수 있다.

도시에 머물면서 정비를 해가며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재도전을 하는 데에 대기 시간이 있다는 점.

레이드 보스전의 경우, 한 번 도전하고 실패하면 2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그사이에 후발그룹이 보스를 쓰러뜨려 버리면 모든 게 다 허사가 된다.

아무리 레이드 포인트를 많이 쌓아놓은 사람도, 그렇게 되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끝나버리는 것이다.

“인원이 많은 그룹 같은 경우엔, 고의적으로 선발대에 끼어들어 보스전 공략을 실패하게 만든 뒤,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진입하게 해서 보스를 잡아버릴 수도 있죠.”

“에엑? 그건 너무 치사한 수법이네요.”

“뭐, 여기서 누가 그걸 비난하겠습니까. 비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겠지만.”

“으휴.”

최윤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녀 역시 생애 처음으로 레이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와봤다고 한다.

그렇게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거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그런 거면…… 저흰 아무래도 가망이 없겠죠? 수가 적으니까요.”

확실히 우리 같은 소수 인원들은 그런 대규모 그룹이 계략을 부리면 당할 수밖에 없다.

이건 개별 각성자의 무력으로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나도 아예 대책이 없는 건 아니다.

“……방법이 있는 건가요?”

“사람을 모으면 되죠.”

비책이 없을 땐 정석 돌파를 하는 수밖에.

더군다나 지금 난 사람들 사이에 눈도장이 찍힌 인물이다.

견제하려는 인물도 많지만, 그만큼 내게서 이득을 보려는 인물도 많다.

난 그걸 이용할 것이다.

“저기요.”

“예?”

곧장 근처에 있는 상인을 붙잡아 1,000골드를 건넸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저 아시죠?”

“그럼요! 알다마다요! 그때 주점에서 그 불한당 놈들을 물리치신 영웅님 아니십니까?”

내 유명세는 각성자들이 아닌 도시민들에게도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하기야 엔피씨는 사람도 아니라면서 마구 죽여 대는 놈의 패거리를 쓸어버렸으니, 이들 입장에선 나에게 더 호감을 느낄 수밖에.

“제가 레이드 보스전을 하러 갈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문을 내주세요.”

“어…… 그냥 그렇게 소문만 내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어유, 그거야 별거 아니죠! 그런 거라면 골드는 안 받아도 됩니다. 여기 다시 가져가십쇼!”

“그건 수고비니까 그냥 가지세요.”

“에이,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상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렸다.

그의 입가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

“그, 그럼…… 지금 바로 소문내고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더니 곧바로 자기 가게를 비워놓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거예요?”

내 행동을 지켜보던 최윤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너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행동인 것 같은데…….”

그녀의 걱정은 확실히 일리 있는 것이었다.

이건 말 그대로 ‘나 보스전 갈 테니까 방해하러 오세요’라고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타이밍을 알려주는 셈.

하지만.

“그만큼 불안감을 조장하는 효과도 있죠.”

“불안감?”

혹시라도 먼저 간 사람들이 보스를 잡아버리기라도 한다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

이렇게 아예 대놓고 사람을 모은다고 한다면, 내 힘에 기대어 최종 보상을 조금이라도 얻어보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생긴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통제 불가능한 변수도 늘어나는 법.

그럼 대규모 그룹들도 괜히 수작 부리려다 아무것도 못 얻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선발대에 1군을 보낸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들이 그럴 거라 예측하는 또 다른 대형 그룹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모두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선발대에 모든 전력을 투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결국 계략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셈이다.

* * *

“실례합니다. 당신이 신우 유, 맞습니까?”

내 예측이 적중한 것일까.

채 몇 시간도 지나기 전에 대형 그룹으로부터 나를 만나겠다고 찾아왔다.

그런데 그 그룹은 내게 아주 익숙한 이름을 가진 곳이었다.

[NL corp.]

‘뭐야, 여기 외국계 기업이었어?’

난 그 회사가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인 줄 알았는데, 지금 날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백인들이었다.

내가 알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NL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날 찾아온 것이다.

“제 이름은 볼코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에게 말을 건 남자는 러시아식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매우 정중한 어투의 영어로 말을 했다.

“우연하게도, 귀하께서 저희 회사와 함께 일했던 기록이 있더군요.”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난 그런 그들에게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가감 없이 내뱉었다.

어차피 부탁을 요청하러 온 쪽은 저쪽.

우월한 지위를 가진 내가 저자세로 나갈 이유가 없다.

“한국 지사의 부적절한 운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계시다면, 제가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쪽은 나에게 생각 외로 더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해당 지사의 관련자는 내규에 근거해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냥 우호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뭐지?’

그의 언행은 단순히 ‘같이 레이드 보스전 하러 가자’는 정도의 부탁을 하러 온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무거운, 그런 제안을 내밀기 위해 다가왔다고 해야 하나.

난 그런 분위기를 읽고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용건이 뭐야? 돌려서 말하지 말고 핵심만 말하지. 어려운 영어는 못 알아들으니까.”

그러자 그가 “알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빙긋 웃었다.

그러곤 지금까지와는 달리 쉬운 어투의 영어로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저희와 다시 같이 일하시지 않겠습니까?”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그 얘길 들은 난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복직 권유라니.

내 입에선 대번에 거절 의사부터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싫다면?”

물론 당연하게도 그건 그가 바라는 대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길 바랐습니다만.”

무덤덤하면서도 싸늘한 목소리.

지금 이 순간, 무수한 숫자의 ‘전설’과 ‘역사’라는 단어들이 살벌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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