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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0화 (1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0화

{제1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습니다!}

첫 스테이지를 마치고, 나는 두 가지 보상을 받았다.

{10레이드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우선 레이드 포인트.

이것은 레이드 보상을 얻기 위한 점수다.

최종 보스를 격파했을 때, 해당 스테이지에 도달한 참가자들은 보상을 나눠 갖는데.

이때 레이드 포인트가 가장 높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원하는 보상을 고를 수가 있다.

그러니 여기서 비싸고 좋은 물건을 얻어 가려면 최대한 레이드 포인트를 많이 쌓아야 하는 것이다.

{5,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골드.

나에겐 이미 익숙한, 바로 그 재화다.

“물건 보고 가세요! 쓸 만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각성자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 NPC가 보인다.

푸른 하늘. 부둣가에 정박되어 있는 배.

거리엔 마차가 지나다니고 붉은 벽돌집들이 길을 따라 죽 늘어서 있다.

첫 번째 스테이지를 마치고 넘어간 장소는, 다름 아닌 중세 유럽풍의 판타지 세계 도시였다.

“저희 여관에서 머무시면 단돈 50골드에 숙식을 모두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칼 갈아 드릴까? 새 걸로 가져가도 좋고.”

“마물 사냥하러 갈 때는 포션 챙기는 것 잊지 마세요.”

레이드에선 이렇게 중간에 정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사용되는 화폐가 바로 골드였다.

각성자들은 이 골드를 사용해 숙박을 하고, 음식을 사 먹고, 무기나 장비, 혹은 각종 도구를 구입한다.

외부와 단절된 채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레이드 던전 안에서 필연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재화인 것이다.

{보유 골드: 74,146,891}

그리고 난 그걸 시작부터 엄청나게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 많은 골드를 숙박비, 포션 값에 쓰려고 가져온 건 아니고, 사용처는 따로 있다.

“찾았다.”

그곳은 바로, 암시장이다.

[레이드 포인트가 부족해 좋은 최종 보상을 얻기 힘들 것 같다면, 골드를 모아 암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제로 레이드에 도전한 많은 각성자들이 스테이지를 진행시키지 않고 골드만 벌면서 암시장 물건을 노리기도 하죠.]

출발 전에 봐뒀던 인터넷 정보 글에 따르면, 레이드 참가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필요한 최소한의 골드만 벌어들이며 최종 스테이지 도달에 집중하느냐.

아니면 스테이지 클리어는 뒷전으로 하고 중간에 멈춰서 골드만 벌어들이느냐.

각자의 능력과 필요,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그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아니지.’

그러나 나에겐 현금으로 손쉽게 골드를 구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

이걸 통해 굳이 골드 벌이를 하지 않고도 원하는 걸 마음껏 살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난 최종 보상과 암시장 물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가능하다.

“필요한 게 있으신가?”

암시장에 들어서는 뒷골목 입구에 서 있던 노인이 말을 걸었다.

난 그자에게 아무런 대답 없이 손을 내밀었다.

{10,000골드를 상대방에게 넘기시겠습니까?}

암시장에 입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 골드.

여기서 벌써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해서 얻은 골드를 아득히 초과한 금액이 소모된다.

“호오. 눈치가 빨라서 좋군. 들어가시게.”

노인이 감탄하며 자리를 비켰고, 난 그 뒤의 골목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렇게 전진하다가 어느 한 지점에 도달하자, 철창들이 감옥처럼 양쪽으로 쭉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타났다.

그 철창들 너머엔 각종 물건을 쌓아놓은 암시장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살 테면 사고, 안 살 거면 가라는 식의 태도.

물론 난 거기서 내가 살 물건을 이미 정해 놓았기 때문에, 굳이 이들과 쓸데없는 상호작용을 할 필요는 없다.

“인벤토리.”

“오천만 골드.”

간결한 요구에 간결한 대답.

난 상인에게 손을 내밀어 아까처럼 골드를 건넸다.

그러자 상인은 철창 너머로 작은 동전 주머니 같은 것을 넘겨줬다.

그걸 받아 드는 순간.

파앗.

{인벤토리를 습득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내 손에 들어온 주머니가 사라졌다.

‘인벤토리.’

그리고 마음속으로 명령어를 떠올리자, 눈앞에 텅 비어 있는 홀로그램 창 하나가 나타났다.

난 거기다 주머니에 있는 너클 두 개와 탈리스만을 집어넣었다.

물건들은 홀로그램 창에 닿자마자 형체가 사라지면서 인벤토리 목록에 나타났다.

───

<인벤토리> 보관량: 3.5 / 100

1. 로마노프 31년식 너클 D형 x2

2. 만능의 오크 워리어 탈리스만

───

{튜토리얼 메시지}

{탈리스만은 인벤토리 내에서도 소유자에게 효과가 적용됩니다.}

{인벤토리 내에 여러 개의 탈리스만이 있는 경우, 목록의 최상단에 있는 탈리스만의 효과가 활성화됩니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사용법 설명 메시지.

물론 난 이것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얻은 상태였기에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가방은 이제 필요 없어.’

등 뒤에 메고 있던 가방은 주변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로써 나는 몸에 여러 물건들을 번거롭게 이고 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필요한 물건은 언제든지 생각만으로 인벤토리에서 꺼낼 수 있고.

전리품이나 보상들도 자유롭게 수집하는 게 가능하다.

레이드 던전 내 암시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신비의 아공간 주머니.

수많은 각성자들이 최종 보상을 포기하고서 이것 하나 때문에 레이드에 도전할 정도로 가치 있는 아티팩트다.

난 그걸 들어오자마자 간단하게 획득한 것이다.

{보유 골드: 24,136,891}

그러고도 아직 이만큼이나 골드가 남았다.

이 외에 물건을 더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부터 마지막 스테이지까지의 정보 노트.”

“오백팔십만 골드.”

“가장 성능 좋은 너클은?”

“백만 골드.”

“그거 한 쌍이랑, 의지력이 가장 높게 붙은 탈리스만도 줘.”

“추가 삼백만 골드.”

“그리고 귀환 스크롤 같은 것도 있나?”

“하나당 만 골드.”

“열 개만 부탁한다.”

그래서 순식간에 천만 골드 어치의 물건들을 샀다.

그 전부를 챙겨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곧장 암시장을 빠져나왔다.

* * *

───

<아이나르의 세스터스 레플리카>

분류: 너클

속성: 무

물리 타격 DDD

마법 타격 DD

격투술 숙련도 성장 보정 + 30%

───

암시장에서 구입한 너클은 사람이 만드는 제조품과는 달리, 시스템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특수한 아이템이었다.

이런 종류의 물건들은 특수한 기능이 부여된 것이 특징.

저 ‘숙련도 성장 보정’ 옵션이 바로 그 특수 기능이다.

‘게다가 물리 타격, 마법 타격 둘 다 준수하고…….’

이전에 착용하고 있던 ‘너클 D형’은 말 그대로 타격력이 D등급이었다.

그것도 마법 타격력은 없는.

하지만 지금 내 손에 들어온 건 물리 타격이 두 등급 높아졌고, 마법 타격도 부여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업화의 구와 같은 마법 권능의 위력도 함께 증가한다.

‘레플리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아 진품이 따로 있는 모양이지만, 이 정도도 충분히 강력하다.

‘다음은 탈리스만.’

───

<마력의 바다뱀 탈리스만>

방어장 충전량: 139

의지력 + 5

마나 회복 +0.5 / 초

───

‘오.’

내가 원한 건 의지력이었고, 그게 꽤 나쁘지 않게 붙어 있긴 하나.

생각지도 못하게 그보다 더 좋은 다른 옵션까지 얻었다.

‘마나 회복.’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초당 0.5씩 마나를 회복하는 옵션.

악룡마공은 그보다 마나를 더 빠르게 소모하기에 소모량이 아예 상쇄되지는 않지만.

이 옵션이 있다면 전투 지속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중간에 멈춰서 마나 호흡을 써야 하는 빈도가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이 탈리스만은 마나 회복 옵션을 빼놓고 보아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의지력: 21 (+ 5)}

{마나: 156}

첫 번째 스테이지를 돌파하며 상승한 의지력 1에 이 탈리스만으로 인한 추가 의지력 5.

이로써 마나량은 156이 되었다.

레이드 참가 직전보다, 무려 올스탯이 30이나 올라간 것이다.

‘그나저나, 그 특성은.’

그렇게 모든 정비를 마치고 나자, 내 머릿속엔 첫 스테이지에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악의의 오른쪽 눈}

{타인의 수호령을 관찰한다.}

갑자기 얻게 된 특성.

이런 건 나도 들어본 적이 없다.

타인의 수호령을 멋대로 관찰한다?

이건 그야말로 엄청난 능력이다.

기본적으로 그 수호령이 어떤 종류인지만 알아도 그것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가진 전력을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행위.

이런 게 특성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의 규칙을 거스르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그건 마치 시스템을 외부의 존재가 개입해 강제로 조정하는 느낌이었어.’

오류가 발생했다며 수정하겠다던 시스템.

갑자기 바포메트의 미니언이 침투한다던 메시지.

이후 디버그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나타났지만.

이 세 번째 특성은 여전히 나에게 존재한다.

‘해킹…… 같은 건가.’

뭐가 어찌 됐든 하나는 확실했다.

그 기묘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

동화율이 바로 그 증거다.

{동화율: 1.03%}

처음 오크 네 마리를 잡았을 때 0.5%가 오른 후, 워로드 처치 후에 다시 똑같이 0.5%가 올랐다.

난 그게 오크를 잡는 행위 자체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동화율이 증가하는 조건은 ‘악의가 만족했다’는 메시지를 보는 것이었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 말이 들어간 메시지가 나타날 때마다 0.5%의 동화율이 올랐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동화율을 높이려면 그때와 같은 현상들이 계속 나타나게 해야 한다.

{매칭 중…… 99/100}

{매칭 중…… 100/100}

{도전자 매칭이 완료되었습니다! 곧 제2 스테이지에 입장합니다.}

‘시작한다.’

그리고 때마침 제2 스테이지에 참가하기 위한 인원수가 모두 맞춰졌다.

제2 스테이지는 총 100명의 인원이 한 공간에 들어가는 대규모 스테이지.

난 지금까지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 매칭을 기다리고 있었다.

‘악마. 다시 내 앞에 나타나라.’

그곳에서 또다시 그 존재의 부름에 응하리라 다짐하며.

레이드의 두 번째 스테이지에 입장했다.

* * *

{제2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클리어 목표: 일주일간 생존하십시오.}

{남은 시간: 6일 23시간 59분 38초}

제2 스테이지의 공간은 산과 들판이 펼쳐져 있는 드넓은 섬이었다.

이곳에 총 100명의 각성자가 섬 내 무작위 장소에 소환되었고.

이 100명은 지금부터 7일간 생존해야 한다.

서로 죽고 죽여서 최후의 1인이 되는 배틀로얄 서바이벌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조건.

당연히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100명이 다 같이 힘을 합쳐 살아남는 것이다.

위협 요소는 곳곳에 소환되어 각성자들을 찾아다니며 죽이려 드는 여러 마물들과 일부의 환경적 요인들뿐.

100명이 힘을 합쳐 마물을 막아내며 생존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도전자 모두가 한꺼번에 스테이지를 통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될 리가 없지.’

탁.

난 공책을 덮었다.

이건 아까 암시장에서 구입했던, 매년 레이드 때마다 바뀌는 스테이지 클리어 조건과 환경을 미리 숙지하기 위한 정보 노트다.

‘실력 자체가 부족한 부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싸움을 걸고 다니는 부류, 남을 이용하고 뒤통수나 치려는 부류. 100명이나 되는 인원 중에 그런 인간들이 한둘일까.’

이 수상한 생존 게임은 너무나 속 편한 룰을 제시해 놓고서,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상호작용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만약 비극이 벌어진다면 그건 이 던전 때문이 아니라, 너희 인간 스스로의 불온한 마음 때문이다.

라고 말하려 하는 것 같다.

‘그러니 난 혼자 살아남는다.’

나에겐 굳이 그런 타인이라는 변수 요소를 품고 갈 필요가 없다.

정보 노트를 이용해 모든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 같은 건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간다.’

난 미리 봐두었던, 가장 숨기 적당한 은신처를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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