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7화
레아와는 SNS 연락처를 주고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프랑스에서 수십만의 팔로워를 가진 유명인이었다.
물론 외모도 화려한 데다 돈도 많은 걸 보니, 나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연락처를 주고받았다지만 사실상 수십만의 팔로워 중 한 사람이 되었을 뿐.
나한테 총질을 해댄 그 러시아 녀석들은 저런 여자가 자기들에게 관심이 있을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망상을 한 모양이다.
괜히 나한테 시비 걸어서 얻어맞기나 하고.
황당한 일을 겪긴 했지만, 어쨌든 난 별 탈 없이 한국으로 무사 귀국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하나만 더.’
그렇게 악룡마공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마나 호흡 스킬을 얻었고.
여기에 한 가지 요소만 더하면 완전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
───
<미습득 무구 투영 권능>
잠금 해제 하려면 다음 과제를 완료하십시오.
반수형 마물 처치 0 / 5,000
───
그 요소는 바로 무구 투영 권능이다.
등급과 상관없이 모든 수호령이 가진.
모든 각성자의 기본기와 같은 권능.
이걸 사용해야 비로소 수호령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이다.
원래는 제일 먼저 잠금 해제 했어야 하는 권능이었지만, 일부러 마나 호흡을 먼저 얻었다.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마나 호흡 없이 뛰어들었다면, 5천 마리의 마물을 잡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지 모른다.
사냥을 하다 마나가 소진되면 멈추고. 한참을 기다려 채운 후 다시 조금 사냥하다 멈추고.
그런 식으로 엄청난 시간을 소비했어야 할 것이다.
지난번에 말했듯 포션을 사용하는 것에도 제한이 있고.
하지만 마나 호흡 스킬을 먼저 얻음으로써 이 과정을 엄청나게 축약하는 게 가능하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순서를 뒤바꾼 것이다.
‘이걸로 최대한 빨리 무구 투영 권능을 얻는다.’
난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그 날짜’에 시간을 맞추려면 촉박한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한다.
* *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멀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호텔 로비에서 나를 맞이했다.
내 짐은 다른 직원들이 모두 받아서 숙소로 옮겼고, 난 그 양복 입은 남자와 따로 마련된 방에서 대면했다.
이곳은 백산그룹의 가온호텔.
자사에서 관리하는 던전 바로 옆에 지어진 5성급 호텔이다.
당연히 각성자들이 주 고객층.
던전 이용자들에겐 숙박이 무료로 제공된다.
그만큼 던전 이용료 자체가 엄청나게 비싼 곳이다.
“던전 이용료 지불 방식을 수익 분배 방식으로 하셨군요.”
“네.”
다만 당장 그 돈을 낼 수 없다면, 던전 안에서 직접 얻는 전리품으로 후지불을 할 수 있다.
내가 얻은 전리품을 이자들이 대신 팔아주고 그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
대출받은 돈을 거의 다 써버리기도 했고, 어차피 여기엔 돈을 벌러 온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시면…… 안에서 얻는 전리품 수익의 대략 5% 정도를 가져가시게 됩니다. 여기에 자세히 쓰여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죠.”
그가 나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복잡한 계산식이 쓰여 있었다.
호텔 숙박료로 고정비 얼마, 던전 이용료로 고정비 얼마, 전리품 운송비, 보관비, 판매비로는 변동비 몇 퍼센트 등등…….
그렇게 차감할 것들을 다 차감하고 나에게 돌아올 기대 수익이 약 5%라는 것이다.
‘구르는 건 난데 5%라니…….’
거의 횡포에 가까운 수준의 마진.
이건 사실상 공짜로 각성자를 부려 먹으며 돈을 버는 사업이나 다름없다.
비싼 이용료를 받는 대신, 무료입장이라는 조건으로 각성자들을 유혹하고.
그렇게 최대한 사람을 끌어모은 다음, 전리품이라는 더 큰 수익을 자신들이 챙기는 것이다.
‘던전계의 부분유료화…… 뭐 그런 건가.’
어쨌든 돈이 다 떨어진 난 구를 수밖에 없는 입장.
게다가 아까도 말했듯 애초에 여긴 돈을 목적으로 온 곳이 아니다.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기반 마련.
이 또한 내 계획의 초기 부분, 투자 단계인 것이다.
“확인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난 그 자에게 몇 가지 설명을 더 들은 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곧장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팟.
포탈을 타고 넘어간 장소는 바로, 늑대인간의 소굴.
늑대인간은 반수형 마물 중에서 가장 약한 축에 속한다.
그래서 ‘5천 마리 사냥’이라는 임무에 가장 적합한 대상인 셈이다.
물론 반수형 마물 자체가 굉장히 강한 종류라 방심해서는 안 된다.
‘과제 달성에만 집중하자.’
난 소굴 안을 돌아다니며, 늑대인간이 몰려 있는 장소를 찾아냈다.
그것들은 나름대로 원시적인 집기와 생활 도구를 갖추고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내 눈엔 그냥 5천이라는 숫자에 채워 넣을 1로 보일 뿐이지만.
‘악룡마공.’
곧바로 힘을 끌어 올렸다.
그러곤 주변 지형을 둘러보았다.
‘좁은 길목. 저기다.’
이것들은 한 마리씩 유인해 와 잡는 게 불가능하다.
무리를 이룬 마물들은 한 마리가 전투에 돌입하는 순간, 무조건 다 같이 달려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대한 지형지물을 활용해야 한다.
스윽.
파악을 끝낸 후, 양쪽 주머니에서 너클을 꺼내 손에 끼웠다.
그리고 무리에서 가장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개체를 포착.
타타타탓!
그 녀석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몰래 접근하는 건 백 퍼센트 걸린다.
저것들은 후각으로 근처의 적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 곳에서 단숨에 접근해 기습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툭, 툭.
지근거리에 도달하자마자 오른쪽으로 스텝 후, 다시 왼쪽으로 스텝.
두 번의 중심이동을 하는 것으로, 체중을 극한까지 편중시킨다.
그 모든 힘을 오른손 너클에 담아.
늑대인간의 머리통을 낚아채듯, 큰 동작의 훅을 날린다.
콰앙!
{반수형 마물 처치 1/5,000}
아무것도 모르고 무방비하게 서 있던 그것은,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숫자 1이 되었다.
크르?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동료의 죽음.
늑대인간들은 아주 잠깐 동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놀란 것 같았다.
‘이때다.’
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장 미리 봐둔 장소를 향해 뛰어갔다.
기습 공격으로 한 마리를 죽인 후, 나머지 개체들을 좁은 통로로 유인해 한 마리씩 각개격파하는 전술.
무리 행동을 하는 마물들을 근접 무기로 상대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아우우우우-!
하울링이 시작됐다.
날 잡아 죽이겠다는, 강렬한 적의가 벌레처럼 온몸을 기어 다녔다.
“와라.”
난 길목에 서서 그 늑대인간들과 맞섰다.
* * *
그로부터 정확히 열흘이 흘렀다.
콰직!
{반수형 마물 처치 4,999/5,000}
터엉!
{반수형 마물 처치 5,000/5,000}
늑대인간 5천 마리를 사냥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루에 거의 500마리씩 잡은 셈이다.
그리고.
{과제 달성! 무구 투영 권능 <악룡의 발톱>이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나는 드디어 무구 투영 권능을 습득했다.
───
<무구 투영 -악룡의 발톱>
아지다하카의 발톱을 착용 중인 무기에 투영한다.
피해종류: 물리, 암흑
적용무기: 너클
영향을 받는 스탯: 의지력
───
‘무구 투영.’
그 즉시 권능을 발동했고, 난 양손에 힘이 모여드는 걸 느꼈다.
곧이어 양손에 낀 너클이 파랗게 빛났다.
아지다하카의 폭력적인 에너지가 그 안에 담겨 있다.
크르르!
내 앞에선 아직 살아 있는 늑대인간들이 달려들고 있는 상황.
난 그것들을 향해,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흡!”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라이트 훅.
콰아아!
그러자 너클에서 예의 푸른 기운이 뻗어 나와 용의 앞발을 형성했고.
라이트 훅의 궤적을 더 넓은 반경으로 확장시킨 듯, 그것은 내 앞 전방을 휩쓸었다.
콰드드득! 콰직!
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찢어지는 살벌한 소리.
그대로 세 마리의 늑대인간이 한꺼번에 죽어 나갔다.
크…… 크헝?
그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또 다른 늑대인간들.
그것들은 방금 전까지 나를 죽이려고 한껏 살기를 내뿜었지만, 용의 발톱을 보자마자 금세 꼬리를 내린 강아지가 되었다.
끼잉! 낑!
그러곤 당장에라도 죽을세라,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하, 이거 완전…… 미쳤는데?”
난 새로 얻은 권능에 감탄을 하느라 도주하는 늑대인간들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전설 수호령이구나.”
무구 투영(Weapon projection).
사용자의 무기에 수호령의 무구를 에너지 형태로 덧씌워 구현하는 권능.
이 권능은 마나 소모도 없고, 지정된 종류의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외엔 다른 제약도 없다.
즉, 기본 공격 같은 거다.
각자가 가진 수호령의 힘을 사용하는 가장 기초적인 능력.
이런 수준의 기술이 겨우 그 정도의 위상밖에 가지지 않은 권능이라는 것이다.
‘이것보다 상위의 권능을 얻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다른 권능들을 잠금 해제하고, 또 업그레이드하면 얼마나 강력해질지.
물론 그러려면 먼저 수호령과의 동화율부터 높여야 한다.
{아지다하카와의 동화율: 0.03%}
하지만 동화율의 증가는 아직도 요원하다.
열흘간 그렇게나 많은 늑대인간들을 잡았는데도, 겨우 0.03%.
오히려 고블린 100마리 정도를 처치해서 0.02%를 찍었을 때보다도 더 느린 것 같다.
‘대체 이건 어떻게 올려야 하는 거야……?’
그동안 정말 저것 빼고는 다 올랐다.
{<하급 격투술> 숙련도: 21/100}
{<마나 호흡> 숙련도: 13/100}
{의지력: 20 (+ 1)}
{마나: 126}
하급 격투술의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싸움에 대한 이해가 성장했고.
마나 호흡은 지금, 초당 2.09%의 회복률로 처음 얻었을 때의 2배가 되었다.
의지력도 2 증가하면서 마나량도 132가 되었다.
겨우 열흘 동안 모든 스탯을 무려 12씩 증가시킨 것이다.
그런데도 동화율만 저 모양이다.
“하, 모르겠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란 막연한 상상외엔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목표를 이뤘으니, 사냥은 여기까지.
난 눈앞에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들의 사체를 갈무리해 심장에서 작은 구슬들을 빼냈다.
마물의 핵석.
각종 무기와 탈리스만 제작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로, 수입이 되는 전리품은 바로 이걸 말한 것이다.
그것들을 배낭에 가득 담은 채, 이 던전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지긋지긋한 던전도 이제 안녕이다.
* * *
나는 거기서 열흘의 폐관수련을 마치고 하산했다.
사실 폐관수련이라 하기에도 좀 뭐하긴 하다.
5성급 호텔에 숙박하면서 사냥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으니.
21세기의 선진화 된 폐관수련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거기서 많은 것들을 얻어 나왔다.
약간의 돈도 생겼다.
5%라는, 알량한 수익률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떨어지는 게 있긴 있으니.
그렇게 해서 번 돈은 약 700만 원 정도.
난 그걸 전부 베트남 동으로 환전한 다음, 골드와 다이아로 반씩 나눴다.
{보유 골드: 74,141,891}
{보유 다이아: 741,418}
이 재화들은 쓸 데가 따로 있다.
마나 호흡과 무구 투영.
그 두 능력 또한 그곳에서 쓰기 위해 얻은 것이었다.
“최종 목적지가 시리아네요. 여권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요.”
난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서’가 부착되어 있는 사증란을 펼쳐 출국심사관에게 보여주었다.
여행금지구역에 출입하기 위한 서류.
거기엔 방문목적이 ‘비즈니스’라 적혀 있었다.
“네. 가시면 됩니다.”
출국심사관은 여권을 확인한 후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통과시켰다.
그렇게 면세구역에 진입한 후, 마실 것을 사기 위해 들어간 편의점의 TV에서, 지금 내가 가는 곳에 관련된 뉴스가 흘러나왔다.
-또다시 세계 각지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격하게 고조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된 ‘레이드 퀘스트’ 때문입니다.
정규 레이드 시즌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