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03화 (304/355)

제 56 장 자연지도 (5)

자연지도의 주된 무리는 대자연의 움직임에 자신을 실어 그 흐름에 따라 무공을 시전한다는 것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무공 중 가장 자유스러운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장천이 홍련검법을 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초식은 과거에 홍련교에서 배웠던 초식과는 그 검로를 달리하고 있었으니 현재 그가 머물고 있는 자연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검로가 시전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장천의 홍련도법을 보며 오승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로선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경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반시진 정도의 홍련검법이 끝나자 장천은 기도를 갈무리 하고는 천천히 자세를 잡으니 기문숙은 크게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장천이 검을 집어넣고 자신에게 오자 기문숙은 크게 칭찬을 하며 말했다.

“너의 기도가 출중하니 사문을 대함에 이제 부끄러움마저 사라질 정도이구나.”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허허허허”

기문숙은 사문을 배반했다는 것에 큰 죄송스러움을 언제나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지만, 장천과 같은 이가 나타나 자신의 무공을 십성 발휘하니 크게 감격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천아 너는 풍수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풍수라 하면 지관들이 죽은 이의 묘를 쓸 때나 쓰는 것이 아닙니까?”

무인이라 할 수 있는 장천으로선 풍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었으니 그저 멀리 동이에서 많이 행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였다.

하지만 기문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 것은 음택풍수(陰宅風水)라는 것이네, 풍수에는 양택(陽宅)이런 것이 있으니 이것은 대 자연의 기를 찾아 살기 좋은 땅을 찾는 것도 있지.”

“그런데 풍수가 무공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천이였지만, 도대체 묘자리를 찾는 학문이 무공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었는데, 기문숙은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늙은이의 오행도는 이 풍수와 비슷한 맥락이라네/”

“예?”

그의 말에 장천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도대체 어떻게 오행도의 수법이 풍수와 관련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천이 풍수에 대해서는 그저 대략적인 지식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사술과도 같은 학문을 무공으로 잇는 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선조의 묫자리를 잘 골라 후대를 평온케 하는 풍수지리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이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지리서 중 하나인 탁옥부(琢玉斧)에서는 수많은 지리서의 음양의 기묘함을 꿰뚫어 알 때 사람 사이에 지선으로 행세하여도 부끄러움이 없다 하였네, 잘 생각해 보게나 사람의 몸에 음양과 오행이 존재함에 그것을 알고 있으면 만병의 근원을 꿰뚫을 수 있음이니 그 인간이 살고 있는 대지의 음양 오행을 안다면 더 큰 도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

“물론 도란 어는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이치를 꿰뚫는 것이 사람을 아는 것이라면 풍수의 학문이란 것은 자네가 익히 알고 있는 의학이나 무학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은 것이라네.”

“그렇군요.”

하지만 확실히 이해를 한 것은 아니였으니 그에게 풍수란 것은 너무나 낯설은 학문이였기 때문이다.

“오행도는 풍수의 학문을 따라 땅의 흐름을 잠시간 변화시키는 무공이라하네, 자네 이 아이와 무공을 겨루었을 때 기묘한 것을 느끼지 못했는가?”

“한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 그것을 암경의 일종이라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암경과는 다른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라네, 본시 사람이 사는 곳에는 자연의 기운이 흐르니, 인간의 몸은 그 기운에 따라 자신의 몸을 변화시키지만, 그 흐름중 음양오행의 기가 어느 한쪽이 가하다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기력이 쇄하게 되는 것이네.”

그 말과 함께 기문숙은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가볍게 손을 내저으니 한 순간 장천은 온 몸에 기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헉!”

“어떤가? 자네의 주위의 기운 중에 잠시간 양의 기운을 쇠약하게 만들었네.”

“...마치 무엇인가가 저의 온 몸을 붙잡는 듯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럴테지, 하지만 그렇게 잠시간 있어보게나.”

기문숙의 말에 장천은 잠시간 아무런 힘도 쓰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몸이 원상태로 회복됨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자네의 몸은 일순간 변화한 자연의 기운에 대하여 몸이 적응하는 것이라네, 하지만 이러한 기운을 오래 접하게 된다면 하나의 기운만이 강성해져 신체가 무너지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말지.”

“그렇군요.”

“중원의 각 지역마다 풍토병이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그 땅에 흐르는 기운 중 어느 한가지가 다른 곳에 비해 강성하여 몸은 그것에 적응하려 하지만, 허약한 이에게는 그것을 견디어 낼 기가 없어 풍토병이 생기는 것이네. 이러한 풍토병을 걸린 사람을 다른 지역으로 데리고 가 넘치는 기와 없애고 부족한 기를 채우면 다시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

장천은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에 점점 귀를 기울이게 되니, 하찮은 학문이라 생각했던 풍수에 이런 기묘한 이치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탓이였다.

물론 무공을 익히는 사람이니 이러한 학문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지만, 기문숙은 자연지도를 익히며 땅의 흐름을 이해하고 드디어 무공에 까지 잇게 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도가에서 말한다면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었지만, 장천은 자신의 사숙조가 마치 신선같이 느껴질 따름이였다.

“오행이란 것은 세상 만물을 이루는 요소이니, 인체 역시 오장육부에 이러한 오행의 이치가 숨어 있다네, 그 땅의 흐름을 알아 오행의 이치를 행하는 것이 오행도의 무리이니, 자네는 자연지도를 행함에 이 오행에 이치를 항시 염두에 두고 있겠나.”

“명심하겠습니다.”

기문숙의 말에 장천은 마치 새로운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연과 하나의 몸이 되어 행하는 것이 자연지도의 끝이라 생각했으니 이제 또 하나의 경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아침나절 기문숙에게 그가 행하는 자연지도의 오행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던 장천은 크게 흡족함을 느끼며 길을 떠날 수 있었다.

물론 사숙조의 생활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였지만, 그 자신이 이제 무학의 길을 떠나 자연과 하나 됨의 길을 걷고 있었으니 도가의 도사들이 도를 이루어 신선의 경지에 들어서려 하는 것처럼, 기문숙 역시 자연의 도를 이루어 이제 득도의 경지에 이르려 함을 알고 있었기에 어떠한 것도 해주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기문숙의 오두막을 떠나 민예와 함께 한참을 길을 가던 장천은 문득 뒤에서 누군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보니, 거한의 장정 한 사람이 보따리를 들고 그의 뒤를 황급히 따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문주님 저 사람은 어르신과 함께 있던 오승이란 자가 아닙니까?”

“그렇구나.”

장천으로선 오승이 자시의 뒤를 쫓아오자 일단 말을 멈추고는 기다리니, 장천일행들이 멈추어서자 그는 더욱 더 걸음을 재촉하여서는 그들에게 도착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어르신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아닙니다. 어르신께서는 저에게 사형의 뒤를 따르라 하셨습니다.”

이제 장천에게 어느정도 승복한 오승은 그를 사형이라 부르며 존대를 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는데, 장천은 그것 보다는 그가 자신이 뒤를 따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나의 뒤를 따르다니 무슨 말인가?”

“어르신께선 저에게 아직 세상을 벗어날 때가 아니라 하시며 사형의 뒤를 따라 도를 깨우치라 말씀하셨습니다. 저로서는 연로한 어르신을 보필하고 싶었지만, 그 분의 뜻을 꺽기 어려운지라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

그 말에 장천은 기문숙에 대한 걱정이 밀려 왔으니 자신 역시 그의 뜻을 꺽을 수가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감사합니다. 사형.”

이렇게 해서 장천은 오행도의 무공을 이룬 오승과 동행하게 되었으니 한편으로서는 자신의 사제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자신과 길을 같이 한다는 생각에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장천이 비도문이 장악하고 있는 강남을 벗어나 강북까지 온 것은 기문숙에 대한 소식을 알았음도 있지만, 다른 일도 있었다.

바로 쌍도문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였으니 현재 구궁이 쌍도문의 문주가 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과연 자신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의 손에 사라진 두 사람 바로 능예와 그의 아들인 소천이의 소재를 알아보기 위함도 있었다.

구궁에 의해 사라진 이후 비도문과 하오문등과 같은 광대한 정보망을 가진 문파들이 그 옷자락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장천 역시 아내와 자식이 걱정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호북을 나온 장천은 그 방향을 틀어 서쪽으로 향했다. 수로를 택하는 것이 훨씬 더 빨리 감숙으로 갈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수로채가 비도문과 적이 된 입장에서 그들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는지라 할 수 없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안전한 육로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육로라고 해서 그리 안전한 것만은 아니였지만, 수로에 비해서는 운신의 폭이 훨씬 넓은 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그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였으니 구파일방 중 하나인 개방의 눈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였다.

중원의 어느곳을 가도 거지가 없는 곳은 없었으니 역용술을 하지 않고 길을 가는 장천의 모습은 당연히 그들의 눈에 포착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질적인 강남의 패주라 할 수 있는 비도문의 수장 정도의 인물이라면 당연히 개방의 전 문도들에게 그 모습을 그린 그림이 퍼져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낙양의 개방 총단에서는 쉴새없이 들어오는 정보로 정신을 차릴 틈새가 없었으니 언제 비도문과 충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이런 이유로 개방의 팔장로들은 근 오년동안 총단 밖을 나간 적이 없었으니 지극히 자유스러운 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고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중 한명 만은 이런 업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청개 곽무성이였다.

장천의 양부인 장춘삼의 의형제이기도 한 그는 장천이 비도문의 문주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당혹스러움을 면치 못했음은 당연한 일이였다.

장춘삼과 함께 혈비도 무랑으로 몰린 장천을 구한 사람 중의 한사람인 그로서는 어쩌면 황당하다고 까지 할 수 있었으니 비도문의 치밀한 암계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구궁에게서 장천이 무림에 잠입하여 쌍도문의 소주의 행세를 한 것이 대법을 완성하기 위해서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미심쩍은 것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구궁 자신 역시 비도문의 한 사람이였으니, 그것을 감추고 있는 한 어느정도의 헛점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청개 곽무성은 이러한 헛점을 집요하게 파해치고 있었으니 다른 이와는 달리 그는 구궁을 무림의 구성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

청개 곽무성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역시 꽤 많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십대신병을 내놓을 정도이니, 대 놓고 그러한 것을 파해치지 못함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심쩍은 일을 그냥 보아 넘길 인물은 아닌지라 장춘삼의 다른 의형제들인 패도 유웅과 무당의 비학선인 정우, 그리고 만박광인이라 불리는 오경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구궁의 비밀을 파해치고 있었다.

그러나 구궁은 이미 수많은 무공비서를 통해서 비밀리에 각파의 중요인물들을 포섭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개방의 장로의 신분을 지니고 있는 그였지만, 그의 비밀을 파해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이 날 역시 청개 곽무성은 중원 각지에서 들어온 개방 방도들이 보내온 정보를 찾아보며 구궁과 관련된 것을 찾고 있었지만, 새벽 부터 시작된 그의 일은 저녁이 되어도 평소와 같이 아무런 소득없이 끝나고 있었다.

“휴우...”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곽무성은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그저 옆에 놓은 곰방대를 빨며 답답함을 달래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방으로 개방도 한명이 황급한 표정으로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곽장로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비도문의 처들어 오기라도 했단 말이냐?”

“그것이! 호북에 비도문의 문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비도문의 문주? 소혈비도(小血飛刀) 장천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의 말에 곽무성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소혈비도라는 호는 혈비도 무랑에 뒤를 이어 비도문의 문주에 오른 장천을 부르는 말이였으니 그가 강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것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강남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무리의 수장이 강북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으니 곽무성은 마음을 정리하고는 그에게 물었다.

“그래 어느정도의 숫자를 대동하고 왔는가?”

“그것이 보고에 따르면 그를 따르고 있는 이는 단 두사람 뿐이라 합니다.”

“두 사람?”

“예. 한명은 약관 정도의 젊은 미공자라 하며 또 다른 한 사람은 칠척에 달하는 거구의 무인이라 합니다.”

“음....”

그 말에 곽무성은 미간을 찌프릴 수밖에 없었으니 때가 어느 때인데 단 두 사람의 부하만을 대동하고 강북에 나타났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였다.

솔직히 지금은 적이라고는 하나 의형제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아직 장천에 대해서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어 그가 무림의 혈성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는 이러한 걱정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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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에 대해서는 공부 했는데도 막상 쓰려고 하니 힘드네염. ^^

출판본에서는 좀더 자세하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워낙 게을러서리...흐흐흐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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