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00화 (301/355)

제 56 장 자연지도 (2)

장인의 손을 거친 듯한 물건에는 하나 같이 자연지도가 흐르고 있는 것을 느낀 장천은 이것이 기문숙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하면 과연 이 정도의 자연지도를 발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지녔으니 이것이 단전을 파괴당한 사람이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자연지도라면 능히 보통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이치만을 알면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문숙이 그에게 가르쳐 준 자연지도는 오랜 시간에 자연에 접한 인간이라면 능히 펼칠 수 있었으니 나이든 농부가 어설픈 젊은이 보다 밭을 일구는 것에 능한 것 처럼 오랜 시간 자연을 접한 이들은 흙이나 나무등의 자연의 기운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자연지도의 하나가 몸에 배인 것 뿐이지 이치를 안다는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몸에 배이게 하는 것이 이치를 아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이였다.

잠시 후 밖에서 장작을 패는 소리가 그치니, 장천은 밖으로 나갔다.

오승은 단전히 파괴됬기는 했지만, 수십개의 장작을 옮기는 것에 땀 한방울 흘리지 않았으니 기문숙과 생활하며 자연히 익혀진 외공의 힘이였다.

현재 장천의 능력이라면 이 정도의 무게 정도는 그저 약간의 내력을 사용하여 허공섭물로 옮길 수도 있었지만, 장천은 내력을 사용하지 않고 나머지 장작을 들고 창고로 옮기기 시작했다.

웬지 이곳에서는 자신의 내력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정리가 끝나자 오승은 간단히 몸을 움직인 후 장천을 보며 말했다.

“당신이 어르신의 진전을 이어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한 수 겨루어 봅시다.”

“......”

오승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명실공히 강호의 천하제일고수라는 것을 알턱이 없었으니 그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어르신의 진전을 이어받은 자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했기에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장천으로선 자신에게 한 수 배워보겠다고 하는 오승을 잠시 처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력을 더해 싸운다면 오승 정도야 한 수에 끝날 상대이기는 하지만, 같은 자연지도를 익힌 사람으로선 자연도의 힘으로만 겨루어보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였다.

장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승은 미리 준비해 놓았던 목도 두 자루 중 한자루를 장천에게 건네주니 그것을 받아든 장천은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천의 목도를 들고 앞으로 서자 오승은 그를 보며 말했다.

“어르신은 당신에게 가르쳐주었을 때 자연도의 숙련의 경지에 따라 자연합일, 유기적신, 기유조종, 천지동아 이렇게 네단계라 하셨는데, 맞소이까?”

“그렇소.”

“자연지도의 사단에서 본다면 본인은 아직 유기적신의 단계에 밖에 미치지 못했지만, 몇 수를 나누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요.”

상대가 유기적신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세를 잡았는데, 문든 그가 한 말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에게 이야기 할 때 자연지도의 사단을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기문숙은 자연지도의 또 다른 이치를 발견 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앞에 있는 오승이라는 자가 익혔다는 것인데, 장천은 그것이 궁금하기도 한지라 새롭게 발전한 자연지도를 익힌 그와 한 수가 기대 될 수밖에 없었다.

“합!”

선공을 가한 이는 오승이였다. 자연도의 유기적신은 단계는 비로서 자연의 기에 몸을 실을 수 있는 단계이니, 도의 경지로 말한다면 신도합일의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두 사람 모두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지만, 자연도는 주위의 기운을 도에 실을 수 있기에 그 위력은 반갑자의 공력에 버금갈 정도의 위력이였다.

[슈아앙!!]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밀려드는 오승의 목도는 날카로운 철도와 비교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으니 내력을 더하지 않은 시점에서 함부로 상대의 도를 받을 수 없는 장천은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목도를 회전하여 그 위력을 땅으로 향하게 하였다.

[쿵!!]

자신의 기운이 상대의 수법에 의해 대지와 충돌하자 오승은 수법을 달리하여 빠른 쾌도술로 그를 밀어 붙이기 시작하니, 장천의 눈에는 그의 신형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내력을 더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쾌검을 시전한다는 것은 그의 덩치를 본다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였다.

쾌검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렵하게 하여야 하니, 외공을 익혀 덩치를 키운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날렵함을 보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천의 앞에 서 있는 오승은 전혀 달랐으니 문득 그의 보법을 살펴보자 한발 한발의 움직임이 거침이 없고, 밟지 않은 곳을 밟은 적이 없으니 이미 몸에 이러한 이치가 배여 있는 상태인 것이다.

물론 장천 역시 그러한 경지를 넘어선 것은 오래인지라 능숙하게 검을 회전하여 오승의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하지만 오승 역시 그러한 것을 계속 보고 있지만은 않았으니 한 순간 쾌검의 유연하게 그 움직임을 달리하니 장천을 감싸고 있는 목도를 마치 뱀과 같이 변하며 그를 향해 밀려 들어왔다.

이대로 방어만 하고 있다면 언제 상대의 공세의 뚫릴지 모르는 상태인지라 장천은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천천히 검을 내뻗었으니 그 순간 오승은 크게 놀라 뒤로 다섯걸음이나 물러서고 말았다.

한 순간이지만, 장천은 검 끝이 거대해지며 그의 눈을 가리웠기 때문이다.

세상이란 그 끝이 없을지 모르지만, 한낱 인간의 손에서 나오는 검이란 그 끝이 존재 할 수 밖에 없다.

검을 시전함에 자신의 몸과 검의 끝에 이르는 것은 한 사람이 행할 수 있는 무공의 거리라고 한다면 장천은 자신의 검을 앞으로 내지르며 그 거리를 자신의 것으로 했기에 오승은 감히 도를 시전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선 것이다.

이 한수의 공격으로 오승은 장천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으니 이미 상대는 유기적신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유조종의 단계인가...’

만약 사단의 세번째 단계인 기유조종의 단계라면 자신이 상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는 오승은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나 목숨을 걸고 하는 싸움이 아니라면 한번 붙어봐도 무방하다 생각한 그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는 도를 세우니, 방금 전의 기세와는 또 사뭇 다른 점이 보이고 있었다.

그가 행하고자 하는 도법은 기문숙이 이곳에서 은거를 하며 새롭게 적립한 무공의 하나였으니 이름을 짓지는 않았지만, 오승은 이 도를 오행도라 부르고 있었다.

물론 거창한 이름도 많기는 했지만, 오승으로선 이것을 오행도 이상이라 이름짓지 못했으니 도의 흐름 하나하나가 오행의 이치를 벗어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만물이 이루어짐에 태극과 오행의 도를 벗어난 것은 없었으니 기문숙은 이러한 이치를 생각하며 도법을 만든 것이였고, 오승은 그것을 배운 것이다.

“음...”

오승의 기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 장천이였으니 한 순간 강한 파공음이 그를 향해 밀려 들어왔다.

또 다시 오승의 쾌도 공격이 시작된 것이였으니 장천은 그의 쾌도를 처내며 공격을 막아내었으니 몇초식이 오갔을까 손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자신이 팔이 무거워지는 이유를 알 수없었지만, 오승이 무엇인가를 노리고 있음은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공격을 허용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몸이 피로함은 느낀다는 것은 이상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인가 강하게 자신을 누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으니 장천은 일단 도를 휘둘러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청풍도법을 사용하여 오승을 향해 도를 휘둘러 그가 공격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밀어 붙였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몸은 천근같이 무거워지니 이상하다는 생각에 뒤로 물러서서는 내력을 돌려 자신의 몸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장천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 그의 오장육부에 어떠한 충격인지 내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상?”

하지만 상대는 단 한번도 내력을 돋구지 않았고, 그것은 그 자신도 느끼고 있었으니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였다.

상대가 눈치도 채지 못하게 장기를 공격해 들어오는 것이라면 암경의 종류외에는 찾아 볼 수 없었는데, 그것도 상대에게 공격이 적중했을 때나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효과거 없음은 당연한 일이였다.

도대체 오승이 사용하는 도법이 무엇인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그였으니 이런 장천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이 오승은 또 다시 도를 휘두르며 그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다시 그의 공격을 막으며 장천은 전과는 달리 정신을 집중하고 주위에 흐르는 기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오승과 장천의 무공은 크게 차이가 나는 시점, 초식의 운용에서도 오승은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상대를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장천이였지만, 기문숙의 무공이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에 어느정도 호각지세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방심이 오승의 공격에 대해 주의를 흐트렸고, 적의 공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내상을 확인한 지금 과연 오승이 어떠한 수법으로 자신의 장기에 내상을 입혔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위에 움직이는 기를 읽기 시작했고, 그것은 다음 순간 놀라운 사실을 그에게 알려 주었다.

오승이 도를 휘두를 때 마다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은은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흡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도에서 흐르는 기운은 장천이 흡기를 할 때 마다 몸으로 흡수되며 장기를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릇 오행이란 것은 인간의 신체와도 관련이 있으니 오장육부 역시 이러한 오행의 이치로 나뉠 수 있었다.

이러한 신체의 오장육부는 주위의 기운이나 먹는 음식등에 따라서 영향을 받게 되니 오행상극의 이치에 따른 것이다.

오승이 도를 시전하면서 은은하게 흐르는 기운은 마치 암경과도 같이 장천의 몸 속으로 파고 들며 강하지는 않지만, 천천히 생극의 원리에 따라 장기에 충격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약한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장천은 어느사이엔가 오장육부에 내상을 입고 말았으니 생각지도 못한 오승의 무공에 장천은 크게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에는 오행에 관련된 심법이나 무공이 없는 것은 아니고, 그것 하나하나의 심법이 적을 상대함에 특정된 장기를 크게 손상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이렇게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게 적을 공격하는 수법은 찾아 볼 수 없었으니 그 충격의 진척은 느리지만, 싸움이 길어진다면 확실하게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였다.

만약 이것을 내력과 함께 사용한다면 어떠한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자 장천은 긴장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어르신의 무공인가?”

“..그렇소. 어르신께서는 이름을 짓지는 않았지만, 본인은 이것을 오행도법이라 부르고 있소.”

“오행도법이라...과연 어르신이시군.”

장천이 자신의 무공을 눈치챈 것을 안 오승은 그 무공에 대해서 말해주니 장천은 크게 탐복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단전이 파괴되어 무공이 사라진 시점에서도 기문숙은 놀라운 무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연도만 해도 대문파의 대종사라 할지라도 만들어내기 어려운 무공인데, 오행도법은 자연도와는 또 다른 흐름을 타고 있는 무공이였다.

“어르신께서는 근래에 깨달음을 얻으시고 기유조종의 단계를 거지지 않고 천지동아의 경지에 오르셨소.”

“그런!”

“예. 불가능하다 생각하실 수 있을 것이요. 당신이 익히고 있는 자연지도의 사단의 이치에서는 말이요.”

“그럼...자연도의 사단의 이치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글쎼 어르신께 가르침을 사사 받기는 했지만,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린 것인가는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소.”

그의 말에 장천은 당장이라도 기문숙을 만나 그 의문점을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뚤 같았지만, 자신이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지라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단은 오승과 도를 나누어 보아 그 이치에 조금이나마 접근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자 장천은 그를 보며 말했다.

“내공을 가지고 있는가?”

“하단전이 파괴되기는 했지만, 어르신의 가르침으로 중단전에 약간이나마 내력을 모을 수 있었소.”

“그렇다면 내력을 사용하여 겨루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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