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99화 (300/355)

제 56 장 자연지도 (1)

객잔에서 간단히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기문숙이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탓에 일각도 되지 않아 길게 늘어서 있는 평원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인가조차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과연 이런 곳에서 기문숙이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한참을 길을 걷던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멈춘 곳은 길게 펼쳐져 있는 밭이였는데, 밭의 고랑에서 평범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천천히 땅을 살펴보던 장천은 이내 침음성을 흘리니, 단순히 밭을 일구기 위해서 괭이질을 했을 밭임에도 그 하나하나의 흐름에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고랑은 마치 자로 그려져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였고, 괭이질을 한 흙에는 작지만 자연의 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본시 괭이로 일구지 않은 흙과 일군 흙의 차이는 기의 흐름이 원활하게 흐르느냐 흐르지 않느냐에 한 해의 경작에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농부가 땀을 흘리며 정성스럽게 일군 밭은 그 하나하나에 기가 서려 있으며 작물의 뿌리가 마음껏 수분과 공기를 맡을 수 있는 일정한 틈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틈으로 지기(地氣)가 작물로 쉽게 흡수되어야만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니, 장천이 보고 있는 밭은 어디 하나 흠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비록 장천이 농사일을 배운 적이 없기는 하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밭은 풍요로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옥토였다.

밭이 아닌 한걸음 밖의 땅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장천의 생각에 더욱 굳히고 있었으니 하루하루 정성들여 일군 땅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솜씨는 한사람이 일굴 것으로 보이고 있었기에 장천은 더 놀라고 있었으니 길게 늘어서 있는 밭은 한 사람이 일구었다고 보기에는 넓은 땅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장천의 눈길을 끈 것은 이 밭에서 자신이 익숙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기인가...”

기문숙이 그에게 가르쳐 주었던 자연도(自然刀)의 기운이 흙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기사숙조님이 무공을 회복하신 것일까?’

이 정도의 기운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무공을 회복했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지만, 하노에게서 기문숙이 단전이 파괴되고 다리의 근맥이 잘려져 나갔다는 것을 들었기에 확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단전이 파괴되고 다리의 근맥이 잘려졌다면 다시 무공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주님 무슨 이상한 것이도 발견하신 건가요?”

“응? 아니다. 가자 민예.”

“예.”

민예의 말에 장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기문숙이 살고 있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실로 수년만에 보는 기문숙인지라 장천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그런 꼴이 된 것은 어쩌면 자신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기문숙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으나 그것을 모두 제쳐 놓고서라도 장천은 기문숙을 만나고 싶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문숙을 만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반시진 정도를 걸어가자 멀리서 한채의 민가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광활하기 까지 한 평원에 덩그라히 지어져 있는 초라한 집은 무림의 명문인 쌍도문의 기문숙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지라 장천으로선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숙조가 이러한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는데, 가까이로 가자 집 근처에서 한 사람이 장작을 패고 있는 것을 볼 수있었다.

“응?”

장천은 그 남자가 기문숙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칠척에 가까운 키와 커다란 덩치는 마치 외공을 익힌 것과 같은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장천은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으니 거한의 오른쪽 발은 허벅지에서 부터 잘려져 나갔는지 의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공을 행함에 한 쪽 다리가 없다는 것은 힘을 완전히 적에게 전달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외공을 익힌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장천과 민예가 다가오자 거한의 젊은이는 장작을 패던 것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리니, 그의 기도가 범상치 않은 것이 다리가 잘려져 나가기 전에는 상당한 명성을 지니고 있을 사람이라는 것을 예측 할 수 있었다.

“누구시요?”

그는 일행을 향해 툭 던지듯이 물었으니 장천은 공손히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감숙에서 온 장천이라 합니다. 이곳에서 기영 의원님이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오게 되었습니다.”

“감숙?”

감숙이라면 호북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인지라 거한은 영문을 알 수 없다 생각했으니 기영이 이곳에서 의원으로 이름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감숙까지 전해 질 정도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장천과 민예의 옆구리에 검이 차여 있는 것을 본 그는 혹시 이들이 자신이 모시고 있느 어르신을 해꼬지 하려 온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경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장천은 그의 눈초리에서 의중을 간파 할 수 있었으니 천천히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풀어서는 땅으로 내려 놓고는 말했다.

“단지 기영 어르신을 뵙기 위해 온 것입니다. 필요하시다면 저희들을 맥을 짚으셔도 무방합니다.”

“아! 문...아니 형님!!”

그 말에 민예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문주는 강남 일대를 다스리고 있다 할 수 있는 비도문의 문주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거한이 적이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니 민예가 놀라는 것은 당연하나 장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의 말은 이해하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르신을 뵙기 어렵지 않겠느냐.”

“하지만...”

“아우는 이 우형의 말을 따라주게.”

“...휴...”

민예로선 문주의 말을 거역 할 수 없는지라 할 수 없이 검을 풀어서는 땅으로 내려 놓으니 거한은 그제서야 이들이 나쁜 마음으로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인은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오승이라 하오. 지금 어르신께서는 여기서 백여리 떨어진 환자를 돌보러 가셨소이다.”

“음...”

그 말에 장천으로선 침음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으니 백여리라면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분이 오실 때 까지 이곳에서 기다리면 안되겠습니까?”

“...남는 방이 하나 있으니 그곳에서 기거 하시도록 하시요. 한 삼일 정도후면 돌아 오실 것 같으니 말이요.”

“감사합니다.”

오승의 말에 장천은 포권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리니, 그는 땅에 놓여져 있는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들은 내가 맡고 있겠소. 어르신 께서는 그런 흉찍한 물건을 싫어하시니 말이요.”

“예. 그러도록 하십시요.”

그 말에 장천은 공손히 답하고는 민예에게 검을 그에게 건네 주라 명했다. 투덜거리던 민예는 할 수 없는지 검을 들어서는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녀가 건네 준 검을 받아 든 오승의 눈은 이채가 서려 있었다.

‘상당한 보검이로군. 이런 검을 지니고 있다면 보통 사람이 아닐텐데..’

두 사람 모두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보검을 지니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무인의 기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미루어 본다면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두 사람 모두 반박귀진의 경지에 달한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오승, 그는 바로 한 때 공공문의 정명을 대형으로 모시고 강호를 누비던 하오문의 소문주의 신분이였다.

정명에게 공공문의 무공을 얻어 같은 나이의 젊은이들 중에서도 수위에 올랐던 그는 비도문의 손에 잡혔다가 단전을 파해 당한 후 오른쪽 다리가 썩어 들어가 불구의 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 하오문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기문숙과 함께 이곳에 은거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와 함께 농사일에 주력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외공이란 것을 익히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어느정도 내공을 찾고 있었다.

다행히 비도문에서 실수로 자신의 단전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오승이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내공이 살아 난 것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기문숙과 같이 살면서 진정한 자연의 기운을 습득했고, 그것은 완전히 무인의 틀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경지에 들게 한 것이다.

지금에 그 자신이라면 웬만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자라 할지라도 파악할 수 있는 경지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두사람의 무공을 알아 볼 수 없는 것은 이 두사람이 오승 보다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오승은 이들의 무공을 잠시 시험해 볼 생각으로 들고 있던 도끼를 장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잠시 일이 있으니 장작을 패주시겠소?”

손님에게 이러한 일을 시킨다는 것은 예에 벗어나는 일이지만, 장천은 언찮게 생각하지 않고 그가 건네준 도끼를 받아 들었다.

과거 기문숙과 같이 살며 자연도를 배울 때 이러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조금이나마 기문숙을 도울 수 있다면 더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은 생각도 있는 장천이였다.

오승이 건네 준 도끼는 오랫동안 날을 갈지 않았는지 군데군데 이가 빠져 어느정도 숙련되지 않은 이라면 나무를 자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듯 보였다.

하지만 명실공히 천하제일 고수라 할 수 있는 장천에게는 도끼가 아니라 평범한 나뭇가지로도 쇠를 자를 수 있는 경지에 들어섰기 때문에 가볍게 통나무 하나를 세워서는 도끼를 내려쳤다.

[쓰악!!]

그리고 다음 순간 통나무는 마치 날이 잘 서 있는 검에 잘리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잘려져 나가니 그것을 지켜보던 오승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쉽게 통나무를 자를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이미 검신합일의 경지에 들어섰음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승은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통나무를 들어 올려 그 잘려진 면을 살펴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매끈하게 자른 것이 지금껏 자신이 자른 장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그가 모스고 있는 어르신이 자른 것과 같은 모습이였기에 장천을 보는 그의 눈빛은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였다.

한참을 장작을 들여다 보던 오승은 문득 과거에 기문숙이 이야기 해주었던 것이 생각이 났으니 장천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 어르신에게 자연도를 배웠다던 쌍도문의 소주로군.”

“그렇습니다.”

오승의 말에 장천은 부정하지 않고 대답하니, 그는 어르신이 가르친 유일한 제자라면 이 정도의 실력은 당연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장천이라면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오승은 말 없이 그가 들고 있는 도끼를 다시 돌려 받고는 말했다.

“어르신은 내일 쯤이면 돌아오실 것이요.”

“응?”

그의 말에 민예는 다시 말을 번복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으니 일단은 그가 자신들을 신용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가 삼일 후에 기문숙이 돌아온다고 한 것은 때를 틈타 그에게 경고를 보내려 했던 의도가 다분히 보였기 때문이다.

오두막의 방으로 안내 받아 들어간 두 사람은 간단히 들고 있던 짐을 정리하니, 장천은 옷을 갈아입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안 여기저기에는 여러가지 손으로 만들 물품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엉성한 물품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군데군데 장인의 손으로 만든 것과 같은 물품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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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이 넘 많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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