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70화 (271/355)

제 50 장 천하제일고수 (3)

이거어검의 수법만으로도 놀라운 것이거늘, 그것을 정교하게 움직여 상대의 도격을 막는다는 것은 거의 신기에 가까운 실력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기에 천무성자로선 그가 인간인지 조차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무신(武神)이라 불러야 하는가..’

고금을 통틀어 무신이란 이름으로 불린 이는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였으니 자신의 초절의 무공을 지녔다고 해도 스스로 무신이라는 이름을 자칭한 이는 드물었다.

천하제일고수라 할지라도 무신이라는 이름은 그 만큼 무게를 지니고 있는 단어였으니 천무성자는 혈비도 무랑을 무신이라 부르고 싶은 심정이였다.

비도로 천무성자의 도를 밀어내 버린 무랑은 몸을 회전하며 그를 향해 일각을 내지르니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 천무성자는 그대로 가슴팍에 일각을 허용하고는 뒤로 피를 뿜으며 튕겨져 날아갔다.

“크윽!”

“맹주!”

천무성자가 피를 흘리며 나가떨어지자 신검진인은 크게 놀라서는 허공에 발을 튕겨 제운종을 다시 한번 시전해서는 몸을 날렸으니 허공답보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었다.

“태극혜검!”

신검진인은 제운종으로 무랑에게 쇄도해 들어가며 태극혜검을 시전했으니 그는 분명 무랑의 비도에 의해 검이 부서져 나갔을텐데 어떻게 태극혜검을 시전하는 것일까?

놀랍게도 그의 손에는 강한 기운이 일렁이니 무림에서 검으로 그 경지에 이른자가 드물다는 무형검을 시전했던 것이다.

무당에서도 소문이 무성했던 것이 바로 신검진인의 무형검의 경지였으니 어느 누구는 아직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하고 어느 이는 분명 무형검의 경지에 이르렀다 말하지만 신검진인은 단 한번도 자신의 경지를 밝히지 않았다.

하나 무랑이라는 절대고수를 상대로 신검진인은 드디어 소문만 무성했던 신검진인을 시전하니 무랑은 그의 무형검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신검진인이구려!”

하지만 초절의 경지인 무형검의 경지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그였으니 신검진인이 무형검의 경지를 보여준 것을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아무것도 들지 않은 좌수를 가볍게 쥐자 그의 손에도 작은 무형검이 형성됐다.

“설마!”

일검을 내지르며 태극혜검을 날리던 신검진인은 설마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현실로 드러났으니 무랑은 손에 들려 있는 무형검을 그대로 신검진인에게 날려 버린 것이다.

“무형비도!!”

무형도는 단순히 내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그 만큼의 내공과 함께 깨달음이 존재하며 그것을 견디기 위한 몸도 필요했다.

즉 공(功),각(覺),신(神) 이 세가지 모두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경지였으니 그 위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무형검 자체를 이루었다면 그 자는 즉시 검에 한해서는 최고에 이르렀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무형검은 손을 떠난 후에는 어쩔 수 없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으니 무인의 공력 또한 자연의 기운이였으니 인의적으로 그것을 하나로 뭉쳤다고는 하지만 허공에 닿으면 흩어지는 성질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신검진인 역시 무형검을 경지에 이르러 이것을 이기어검의 수법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하는 생각에 많은 노력을 해보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으니 손에 벗어남과 동시에 무형검이 흩어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무랑은 무형검의 경지에 이른 것도 모자라 그것을 비도의 수법으로 사용하니 신검진인으로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카가가광...쾅!]

무랑이 시전한 무형비도를 막기 위해 신검진인은 급히 태극혜검을 사용하여 그 검을 튕겨내려 했지만, 무랑의 무형검의 경지는 신검진인 보다 한 수위였는지 무형비도는 그의 무형검에 충돌하자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고음을 내는가 싶더니 뭉쳐진 무형검의 공력을 산산히 부서뜨려 버렸다.

“크윽!!”

하지만 무랑의 무형비도의 기운은 그대로 살아 있었는지 신검진인은 그의 무형비도에 어깨를 관통당하고는 피를 흘리며 나가떨어지니 잠시 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대지와 충돌하고 말았다.

천무성자와 신검진인 두 사람 모두 제대로 무랑과 대적하지도 못하고 부상을 입으며 땅에 쓰러지는 꼴이 되었으니 무랑은 공중에서 몸을 띄운채 두 사람을 보며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이런 이건 차라리 소림의 각무대사와 겨루었을 때가 더 어려웠던 느낌이로군.”

“크윽!!”

무랑의 말에 두 사람은 이를 갈 수 밖에 없었으니 내장에 찢겨지는 고통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호오! 놀라운 정신력입니다.”

두 사람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자 무랑은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처다보니 신검진인은 이대로는 무랑이란 자를 쓰러뜨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 수 밖에 없는가...’

신검진인 그는 과연 무엇을 결심한 것일까? 그의 두 눈에는 강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으니 무랑 역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설마?’

무랑 역시 신검진인의 비장한 모습에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으니 그와 같은 고수가 그 수법을 사용한다면 자신 역시 쉽게 막아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귀어진?(同歸於盡)”

천무성자는 그의 눈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으니 신검진인은 천무성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이곳으로 올 때부터 결심한 일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신검진인은 온 몸에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니 그것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였다.

신검진인의 내력을 아는 천무성자로선 그것이 십이성을 넘어선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운은 선천진기마저 격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처음 태어나 정순했던 선천진기는 세상의 기운을 흡수함으로써 탁하게 변하게 되니 단 한 순간의 머금었던 탁기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수년의 수행이 필요하다 할 정도로 다루기 힘든 기운이였다.

무림의 명문 사람들은 이러한 선천진기를 정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바로 심법을 수련하게 하는 것이니 선천진기가 깨끗하면 내력의 습득 역시 빨라지는 것이니 선천진기는 공력이라 보기 보다는 신(身)의 그릇에 가까운 기운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림의 기술 중에서는 이러한 선천진기를 격발하여 한 순간 자신의 힘을 수배 이상으로 만드는 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선천진기를 격발하게 되면 자신의 생명의 기운을 태우는 것과 같으니 그것은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음은 당연했으니 무당의 신검진인은 바로 이 선천진기를 격발한 것이다.

물론 이 수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야 함에 가능한 일이였기에 이것을 시전하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 할 수 있었으니 혈비도 무랑 역시 선천진기를 격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였다.

이런 이유로 과연 그 위력이 얼마나 될까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였으니 무림의 전설에 따르면 세외의 적을 상대로 당시 무림 제일 고수라는 이가 단 한번 선천진기를 격발하여 동귀어진 했다는 말은 있었지만, 그 위력에 대해선 아무도 기술하지 않았으니 어떤 이도 그 위력을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혈비도 무랑으로선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 그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니 신검진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감히 발을 앞으로 내디딜 수가 없었다.

“선천개문(先天開門) 천기발현(天氣發現)”

선천진기를 격발한 신검진인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치니 그의 몸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 폭풍우 치듯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랑조차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기운이였으니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은 그의 옷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합!”

잠시의 정적이였을까? 그것이 계속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였을 때 신검진인은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고 혈비도 무랑 역시 손에 들어온 탈혼섬광구비도를 잡아서는 그를 향해 집어 던졌다.

“섬광비도(閃光飛刀) 불광멸악(佛光滅惡)!”

그가 자신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는 것을 보며 무랑은 지금까지 장천 이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초식을 시전하니 비로 섬광비도 불광멸악이였다.

무링의 사문인 비도문의 무학 중에서 하나의 초식으로는 그 위력이 가장 높다 할 수 있는 불광멸악은 과거 장천에게 보여 주었던 위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찬란한 황금빛이 태양의 빛마저 압도하듯 일대를 뒤덮어가며 시간은 마치 멈추어진 듯한 착각마저 일으켰으니 불광멸악의 초식으로 시전된 비도는 지겨울 정도의 느린 속도로 천천히 신검진인을 향해 밀려들어갔다.

너무나 느린 속도에 비도가 공중에서 멈춘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이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천무성자로선 온 몸에서 소름이 돋고 있었다.

무신과 무신의 대결이라고 할까? 선천진기를 격발한 신검진인의 모습은 자신의 무신이라 생각했던 무랑과 아니 기운으로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불광멸악의 초식으로 신검진인의 몸 역시 멈추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천무성자의 눈에는 그의 뒤로 수많은 잔상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빠른 속도로 움직였을 때 눈이 그것을 따르지 못하고 잔상이 만들어지는 것이였으니 멈추어진 듯한 느린 모습임에도 실제로는 그것이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빠른 속도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혈비도 무랑의 불광멸악의 초식은 실제로 시간을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였다.

불광멸악의 초식에서 비도가 황금빛을 발휘하게 되니, 그것은 마치 섭혼공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신을 현혹하게 하는 것이다.

지극히 빠른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비도는 마치 멈추어진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니, 상대는 느릿하게 날아오는 비도를 보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것은 불광멸악의 빛에 의한 머릿속의 착각일 뿐이기에 실제로 빠른 속도로 움직였음에도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은 착각을 일으키고 이것으로 인해 당황하여 심신이 흐트러져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도문의 수많은 역사상 이 섬광비도 불광멸악의 초식을 피한 이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비도문에서는 상대해내지 못할 적을 만났거나 다음 대 문주에게 전수를 할 때는 제외하고는 불광멸악의 사용을 극히 제한하고 있었다.

실제로 불광멸악의 비도의 속도는 비도술 중 가장 빠르다는 섬광비도술의 초식 중에서 가장 쾌속한 것으로 만근의 쇳덩어리도 쉽게 뚫어 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천무성자로서는 마치 수시진이 지난 것만 같았을 때 비도는 드디어 무랑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는 신검진인을 향해 밀려들어갔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임에도 신검진인은 이미 손으로 무형검을 만들어서는 비도를 향해 뻗고 있었으니 무랑의 비도는 천천히 그의 무형검과 충돌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천무성자는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으니 낮은 저음이 들려오며 강렬하게 고막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히 내력을 끌어 올려 몸을 보호하기는 했으나 이미 그 소리는 천무성자의 귀를 찢어버린 후였으니 그의 귀에선 서서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검진인의 무형검은 무랑이 시전한 불광멸악의 비도를 내찔렀으니 그것은 강렬한 빛을 만들어내며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만들었으나, 무랑이 던진 비도는 탈혼섬광구비도 십대신병의 첫째의 좌를 차지하고 있는 신병이였으니 다른 비도였다면 산산조각이 났을 것임에도 그것을 단순히 방향을 바꾸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천무성자는 느리게만 보였던 두 사람의 싸움이 섬광과 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으니 비도의 신검진인이 충돌하기까지의 시간이 수시진이 넘게 느껴졌다면 무형검과 탈혼섬광구비도가 충돌한 후에 움직임은 마치 찰나와 같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었으니 천무성자는 그제서야 자신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실로 인간의 싸움이란 말인가...’

도저히 말문이 열리지 않는 천무성자였으니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의 싸움은 끝나 있었다.

신검진인과 무랑은 서로를 봐라보며 동작이 멈추어져 있었으니 잠시 후 신검진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병이 아니였다면...이 일검은 성공했을 것임을...이것이 하늘의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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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자는 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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