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33화 (234/355)

제 42 장 경천동지 (6)

"암영만방퇴!"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무사들을 보며 우경은 침착하게 암영만방퇴의 초식을 시전하니 일대는 그가 내지른 발로 뒤

덮였다.

그 탓에 무사들은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경은 몸을 날려서는 도주하기 시작했

다.

아무리 마교 삼대 고수 중의 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리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우경을 보내 줄 멸천문이 아니었으니 그가 도주하는 방향으로 또 다른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어서

는 일 순간에 그를 원형으로 감싸버렸다.

"크윽.."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자 우경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뒷 쪽에서 한 청년의 기합이 들려오며

멸천문의 무사들을 베어 넘겼다.

"넌..."

자신을 도와준 이의 얼굴을 확인한 우경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는 장춘삼과 함께 천마를 만나기 위해 왔

었던 서역 무사 데비드였다.

"어서 피하시오! 일단 교에 불괴대제의 배신을 알려야 할 것이 아닙니까!"

"왜 나를 도와주는 것인가?"

"지금은 쌍도문의 몸을 의탁하고 있지만, 저 역시 홍련교의 교도이니 당연하지 않습니까?"

"아!"

그제서야 우경은 그가 자신과 같은 홍련교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잠시 후 동방명언과 함께 장천이 병

기를 들고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랜만입니다."

"장천..."

"일단 몸을 피하도록 하십시오. 이들은 저희가 맡도록 할 테니 말입니다."

"...어쩔 수 없군."

우경으로선 그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싫었지만, 일단 교의 일이 중요한지라 급히 경공을 사용하여 그들의 뒤로 몸

을 피했다.

우경이 사라지자 동방명언은 장천을 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맙다."

"뭐가?"

"솔직히 너의 입장으로 멸천문과 싸우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잖아."

"무슨 소리를 아버지도 싸우라고 했으니 상관없다고."

그렇다 장천이 우경을 도와준 것은 동방명언 때문이었으니 구시독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천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

던 동방명언은 일순간에 이루어진 불괴대제의 배신행위를 모두 보고 말았으니 이대로 불괴대제의 손에 우경이 죽는

다면 교가 무너질 것은 뻔한 일인지라 장천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장천으로선 혈비도 무랑과 인연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이러한 것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이제 비도문과 관계

없다고 말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망설이지 않고 그를 도와준 것인데, 그 와 함께 혈비도 무랑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서 고심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멸천문의 무리들과 싸우는 것이 중요했기에 고개를 내저으며 싸움에 열중하니 멀리서 곽무진의  전

음이 들려왔다.

[천아! 난 요 사숙과 함께 문주님을 모시고 이곳을 벗어날 테니 일을 끝내고 쌍도문으로 돌아오도록 해라.]

그의 전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장천은 멸천문의 무리들을 상대했는데,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들임에도 허리

에 차고 있던 화룡신도와 냉혈검을 뽑지 않았다.

적이 되는 입장이었지만, 혈비도 무랑에게 무공을 전수 받았기 때문에 이곳에서만큼은 두개의 신병을 사용하지 않

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을 사용하는 그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사들은 없었으니 순식간에 그의 손에 의해 십

여 명의 무사들이 쓰러져나갔다.

데비드와 동방명언은 혈비도 무랑에게 수업을 받은 후 장천의 무공이 크게 상승된 것을 보며 크게 놀랄 수밖에 없

었다.

몇 번 은원방의 일로 손을 맞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한다면 두 배 이상 무공이  늘어났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천마의 경지는 이미 넘어섰다고 할 수 있었으니 동방명언으로선 장천이란 존재에 대해서 두려움이 밀

려왔다.

물론 의형제로 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가 혹시나 혈비도 무랑과 손을 잡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혈비도 무랑조차도 장천의 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로 그의 무공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었으니

동방명언으로선 과거 그가 자신과 비슷한 실력이었던 것조차 믿어지지 않고 있었다.

멸천문의 무사들을 처리하는 동안 불괴대제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으니 멸천문 내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같은 문파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어느 누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사형제일 때도 있었고, 믿었던 사부마저 문파의 배신자였기에 많은 이들은  혼란 속에서 죽음을 당할 수밖

에 없었으니 살아남기 위해 아군과 적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처절한 싸움 덕에 순식간에 이곳에 모였던 반 이상의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으니 장천으로선 멸천문의 암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무림 사상 이렇듯 많은 문파에 배신자를 심어둔 문파가  있었던가? 수십 년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당분간 무림이 멸천문의 주도하에 움직일 것을 예지 알 수 있었다.

"경천동지 할 일이라고 밖에 말이 안나오는군"

데비드는 밀려드는 적을 상대하며 중얼거리니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더 이상

멸천문에서 남은 일은 없었기에 장천은 손짓을 하고는 물러서자는 표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그들의 앞으로 빠

른 속도로 하나의 인형이 내려섰다.

"큭!"

인형의 모습을 확인한 장천은 침음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으니 멸천문에서 가장 만나기 싫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십대신병을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예. 무 대협.."

잠시 동안 침묵이 오간 두 사람이었으니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장천이었다. 그래선 혈비도 무랑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나를 쓰러뜨려 주기를 바랄 뿐이지.."

"그것이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신 이유입니까."

"그렇다네."

혈비도 무랑의 말에 장천으로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신을 쓰러뜨리라며 무공을 가르쳐준단 말인가? 그의  도움으로 무공이 크게 상승하긴 했지만,

마음이 찹찹한 장천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데비드와 동방명언은 어찌해야 될지를 모르고 있었으니 혈비도 무랑은 그런 그들을 보며

천천히 한발자국을 내딛었으니 그 순간 두 사람은 엄청난 압력에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큭!"

무림 제일의 무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단순한 기도만으로도 자신이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

각지도 못했던 동방명언이였으니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장천의 경우에는 그러한 기도를 느꼈지만, 두 사람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아직 혈비도 무랑

에 비해서 몇 단계 아래의 그였지만, 그렇다고 기도에 밀릴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긴장감에 두 손은 허리에 매여 있는 도검으로 손이 가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장천과 싸울 생

각이 없었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구나."

그의 말대로 아직 장천은 혈비도 무랑과 일전을 겨루기에는 실력이 미천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에서 혈비도 무랑과 일전을 겨룰 수 있는 무공과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현재는 세 사람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무당의 신검진인과 공동의 천무성자, 무림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소림사 내에서는 제일 고수로 인정받고 있

는 각무대사가 그 세 사람이었으니, 현 정파를 이끌고 있는 무림맹주나 대사련의  련주 유일랑 그리고 이곳에서 죽

은 마교의 태상교주 천마는 이들에 비해서 몇 단계 아래의 실력이었다.

장천 역시 그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는지라 지금 그에게는 혈비도 무랑과 겨루는 것은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이대로 너를 보내줄 수 없겠구나. 선택하거라 뒤에 있던 너의 의형제 중 한 사람은 이곳에서 벗

어나지 못할 것이다."

"크윽!"

그 말에 장천은 망설이지 않고 도검을 뽑아 들었으니 혈비도 무랑은 데비드와 동방명언 중 한 사람을 이곳에서 죽

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의형제를 희생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 이곳에서의 일전을 피할 수 없다 생각한 그

였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은 아무리 힘을 합친다 하더라도 의형제 중 한 사람이 이곳에서 명을 달리할 것은 피할 수 없

다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만큼 혈비도 무랑의 존재는 좌절감마저 심어줄 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직선비도(直線飛刀) 정(靜)."

세 사람이 자세를 취하자 무랑은 품에서 비도를 꺼내어서는 가볍게 내던지니 비도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

의 느린 속도로 뻗어나가니 데비드와 동방명언은 그 수법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몸을 날렸으나 장천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데비드! 명언 물러서!"

앞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급히 고함을 친 장천은 느린 속도로 쇄도해 들어오는 비도를 향해 화룡신

도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 충격과 함께 병기를 놓치고 말았으니 단순한 비도에 서려 있는 내력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

다.

"헉!"

그 모습에 의형제 두 사람은 크게 놀라고 말았으니 화룡신도에 부닥쳤음에도 비도는 멈추지 않고 밀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도가 워낙 느린 탓에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비도가 흐릿하게 변하는

가 싶더니 눈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끄악!"

다음 순간 데비드는 비명과 함께 땅으로 쓰러지고 말았으니 놀랍게도 눈에서 사라진 비도는 어느 순간에 그의 허

벅지에 박혀 버린 것이다.

엄청난 위력에 허벅지에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데비드의 거구는  삼장 이상 밀려서야 간신히 멈추어졌으니 장천과

동방명언은 크게 놀라 그에게로 몸을 날렸다.

"데비드!"

"크윽..난 괜찮으니까..걱정 말라고.."

하지만 데비드는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내상을 입고 있었으니 비도에 섞인 내력이 허벅지에 박힌 순간 일순간

터져 나오면서 내장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쿨럭!"

아니나 다를까 내상은 겉으로 드러나니 데비드는 피를 토하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빨리 내상을 치료

하지 않는다면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을 듯이 보였다.

하지만 혈비도 무랑은 데비드를 보내 줄 생각이 전혀 없는 듯이 보였으니 장천으로선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를 막

아서야겠다는 생각에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나를 막을 수 있다 생각하는가?"

"물론 불가능한 것을 알 수 있지만, 형제가 죽는니 차라리 이 한 목숨을 버리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하하하!"

장천의 말에 혈비도 무랑은 조소를 터뜨릴 뿐이었으니 그는 장천을 상대하지 않고 데비드를 죽일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장천은 화룡신도와 냉혈검에 전달하니 드디어 좌검우도의 마지막 무공

을 시전할 자세를 취했다.

광무자가 만든 좌검우도의 마지막 초식은 지금까지 그 무리를 깨닫지 못해  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혈

비도 무랑에게 무공을 전수 받은 후 장천은 이 초식을 시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장천의 몸에서 엄청난 기가 흘러나오자 과연 혈비도 무랑  역시 그가 좌검우도의 마지막 초식을 시전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그 역시 그 초식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만들어 낼지 궁금했기 때문에 그의 앞에 서서는  가볍

게 내력을 끌어 올렸다.

"음양합일(陰陽合一) 극의파천(極意破天)!"

혈비도 무랑을 향해 발을 박차고 뛰어 오른 장천은  드디어 좌검우도의 무공 최후의 초식을 시전하니 화룡신도와

냉혈검을 빠른 속도로 교차하자 음과 양의 강기가 교차하며 사람의 힘으로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기

운이 혈비도 무랑을 향해 밀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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