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장 멸천문의 개파대전 (4)
"합!"
혈비도 무랑이 손을 내뻗자 아홉 개의 비도는 전광석화같이 정명에게 뻗어나가는데, 정명은 자신의 눈앞으로 비도
가 날아옴에도 아무런 두려움도 보이지 않으니 비도는 그의 주위를 맴돌듯이 움직여서는 다시 무랑의 손으로 돌아
왔다.
하지만 이 순간 정명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것은 비도가 날아왔을 때의 공포보다는
놀라운 비도의 수법 때문이었다.
'아홉 개의 비도를 이기어검의 수법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다니...도저히 인간의 무공이라 생각 할 수 없
군.'
이기어검의 수법 하나조차도 강호에서 이루어내는 이가 드물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혈비도 무랑은 과연 천하제일인
이라 부를 만 하다 생각했다.
"천하를 둘러보건데, 아직 까지 본좌와 대적할 자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이제 무공으로 천하제일의 뜻을
이루었으니 무림일통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 이제 대답이 되었는가?"
그 순간 정명은 등줄기에서부터 뜨거운 피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정녕...정녕 그것이 당신이 이 계획을 행하는 진짜 이유란 말입니까?"
"그렇다네."
"으드득..."
그의 대답을 들은 순간 정명의 미간을 찌푸려지고 노기를 참지 못하고 이를 갈기 시작하니 한참을 그렇게 침묵에
잠겨 있던 그는 혈비도 무랑을 보며 말했다.
"정녕 당신이 뜻이 그렇다면...나 정명은 그대로 보고 있지 만은 않을 것이요."
"후후후.."
하지만 정명의 말에 혈비도 무랑은 그를 비웃는 듯이 웃음 지을 뿐이니, 한참을 그렇게 그의 비웃음을 듣던 정명
은 옆에 있던 오승을 보며 말했다.
"아우...미안하네."
"대형?"
오승으로선 정명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잠시 후 알 수 있었으니 혈도가 집혀져 있다고 생각한 그의
몸이 잠시 후 빠른 속도로 혈비도 무랑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따위 야망으로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은 용서 할 수 없었다."
"대형!!"
혈비도 무랑을 향해 몸을 날리며 소리치는 정명의 모습에 오승은 크게 놀라서는 소리치니 그가 행하는 무공이 무
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문에서 유일하게 문주에게만 전승되고 있는 금단의 무공, 몸에 있는 진기를 모두 폭발시키며 일순간 자신의
내공을 세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게 하지만 그와 함께 생을 유지하는 진기가 모두 사용되는지라 죽게 되는 무공이었
다.
과거에는 공공문의 문주를 보호하는 무사들이 익힌 무공이었지만, 현재에는 문주인 정명만이 알고 있었으니 그는
혈비도 무랑의 헛된 야욕을 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폭혈만쇄공(爆血萬殺功)!!"
공공문 금단의 무공인 폭혈만쇄공을 운공한 정명은 그대로 혈비도 무랑을 향해 달려들어서는 일권을 내지르니 내
공이 보통 때의 세 배 이상으로 상승된 그의 공격은 상승의 무공을 지닌 자라 할지라도 그 움직임을 알 수 없을 정
도로 쾌속한 수법이었다.
"흥!"
하지만 정명이 목숨을 걸고 사용한 폭혈만쇄공의 수법도 천하제일인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니 자신의 인중을
향해 밀려드는 정명의 일권을 무랑은 코웃음을 치며 왼손을 들어서는 가볍게 막았던 것이다.
"큭!"
정명으로선 회심의 일격이 막히자 다시 오른 발을 들어서는 앉아있는 혈비도 무랑의 옆구리를 향해 내질렀다.
"그 정도의 수준으로 본좌를 상대하려 했던가?"
하지만 여유 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는 왼손으로 막고 있던 정명의 손목을 잡아서는 아래쪽으로 끌어 버리니
정명의 몸은 앞으로 크게 무너지고 말았으니 옆구리를 노리던 일각도 실패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리석은 녀석!"
정명이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보며 코웃음을 치던 혈비도 무랑은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을 들어서는 그대로 정명의
등 쪽으로 지법을 시전했다.
"끅!!"
그 순간 정명은 등줄기에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피를 토하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대형!!"
혈비도 무랑의 지법에 대형이 쓰러지자 오승은 크게 놀라서는 소리쳤으니 혈도가 짚여져 있는 상태에서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으니 쓰러진 대형을 도울 수 없다는 생각에 굵은 눈물이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대형..흑흑흑...이 호로 자식아! 네 녀석을 꼭 죽이고 말리라!"
대형이 죽었다고 생각한 오승은 혈비도 무랑을 보며 절규를 하듯 소리치니 잠시 후 큰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면
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태상문주!"
태상문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급히 달려 들어온 이들이었으니 혈비도 무랑은 귀찮다는 듯이 손짓을
하고는 말했다.
"저 시끄러운 녀석들을 다시 수옥에 가두도록 하거라."
"예!"
"이 더러운 호로자식아! 하늘에 맹세코 네 녀석을 찢어 죽이고 말리라!"
사람들에게 끌려가면서도 혈비도 무랑에게 복수를 할 것이라 소리치는 오승이였으니 그가 끌려가자 무사 한명이
쓰러져 있는 정명의 앞으로 와서는 물었다.
"이 자는 어떻게...?"
"진기가 크게 흔들린 상태이니 청심단을 먹이고 몸에 잠재되어 있는 기운을 안정시키도록 하거라."
"예."
놀랍게도 혈비도 무랑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정명을 구하려고 한 것이다. 그가 정명의 등에 시전한 수법은 폭발된
진기를 멈추게 한 것이니 폭혈만쇄공으로 몸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끌어 올려진 진기는 그의 지법으로 멈춘 것이
다.
정명이 무사에게 업혀서는 사라지자 그의 뒷 쪽에서 노인 한사람이 다가오니 바로 하노인이였다.
"의기가 굳은 자로군."
"그렇습니다."
"자네가 급히 진기의 흐름을 막았으니 청심단만 복용한다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군."
하노인의 말에 혈비도 무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호에 저런 자가 많았다면 멸천대계 역시 필요 없을 것이었는데...안타깝습니다."
"옳은 말이네."
혈비도 무랑 그는 정명이 보여준 의기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으니 자신이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
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타락해버린 무림은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는다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혈비도 무랑은 멸천대
계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멸천의 땅에 도착한 장천 일행들은 멸천문 주위로 몰려 있는 수많은 군웅들에게로 시선이 돌아 갈 수밖에 없었으
니 수만이 넘는 엄청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나군."
"아무래도 멸천문에서 이번 개파대전의 소문을 퍼뜨린 것 같군요."
동방명언은 수많은 군웅들을 보며 말하니 계획적으로 소문을 퍼뜨리지 않는다면 이 정도 숫자의 무인들이 모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멸천문의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흥미롭군."
곽무진 역시 수많은 군웅들이 결코 범상치 않음을 예감하고 있었으니 아직 젊은 나이의 무진인지라 조금은 기대감
도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젊은 후지기수인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달리 쌍도문의 문주인 장춘삼은 이러한 모습에 아
무 말도 없이 멸천문을 향해 말을 몰아갈 뿐이었다.
"아버지. 잠시 이곳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거라."
아직 개파대전까지는 며칠 간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라 군웅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나쁘지 않
다는 생각에 장천은 아버지에 허락을 받고는 말을 몰아가니 곽무진들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무슨 생각이야?"
"아무래도 이 정도의 군웅들을 모였다는 것은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군."
다른 이들 역시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니 일행들은 군웅들을 향해 말을 몰아갔다. 거의 대부분의 군웅들은 작
은 소문파의 삼류무인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간혹 가다 일류 수준의 기도를 지닌 무인들이 보이니 장천은 이들이 소
문을 듣고 모인 군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진이형.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데..."
"저들이 군웅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 같군."
그들이 본 일류수준의 무인들은 군웅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현 무림의 명문대파에 대한 험담과 함께 멸천문에 들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기에 곽무진으로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의 명문대파의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소문파의 삼류무인들을 우습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들의 문파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이런 자들은 시정잡배처럼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장천들이 있는 쌍도
문이야 중소문파에 대한 차별이 극히 적은 곳이었기에 군웅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것을 꺼리지 않았기에 이런 사실
을 알 수 있었던 것이지 명문대파의 제자들이라면 이런 혼잡한 곳을 들어서는 것조차 꺼려할 것이 분명한 일이었
다.
"헉!"
한참을 그렇게 군웅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장천은 한 순간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 버린 듯
이 멈추어서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곽무진은 장천이 멈춰 서자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물었으니 무엇인가에 크게 놀란 듯한 표정의 장천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뒤에 서 있던 데비드는 장천이 놀라서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것을 보며 그가 보고 있는 쪽을 쳐다보았는데, 그 순
간 그 역시 크게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은영영?"
놀랍게도 그의 눈에 보인 인물은 자신들의 의형제이기도 한 의조상의 여동생인 은영영이였던 것이다.
장천들은 설마 이런 곳에 은영영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 멀리 서 있던 그녀도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서는 장천들이 있는 곳을 보고는 흠찟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한참을 봐라보고 있던 그녀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오니 그녀가 가까이 올 때마다 장천의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다. ?
"오랜만이군요. 두 대협. 아니..장 대협이라고 해야할까?"
"으..은 소저가 편한 데로 부르시요."
"흥!"
장천의 대답에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는 뒤에 있던 동방명언과 데비드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데비드 오빠와 명언 오빠가 이 파렴치한 사람과 같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이다. 은 형제는 잘 있는가?"
장천과 같이 있는 것을 보며 기분 나쁘듯이 말하는 은영영이였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은조
상에 대해서 물어보는 데비드였으니 세외에서 온 그에게만은 어찌된 지 화를 내기가 어려웠던 은영영은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는 첫째 오빠와 함께 지금 멸천문 안에 있어요. 교주님을 보좌하는 임무를 맡고 있거든요."
"그래? 잘 있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어째서 두 오빠가 이 자와 같이 있는 거죠? 질기게도 죽지 않는 파렴치한가 말이에요."
장천에 대해서는 폭언을 서슴치 않는 그녀였으니 옆에 있던 그로서는 한숨만이 나올 뿐이었다.
"난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났고, 명언은 여기 계시는 장형제의 사형과 인연이 있어서 같이 모이게 되
었지."
"그렇군요. 성격 좋은 데비드 오빠니까 가능한 일이었네요."
"하하하 그 독설은 여전하구나."
장천으로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의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데비드는 웃음으로 넘기니 은영영은 더 이
상 그를 보고 싶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 자와는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그럼 나중에 뵈요. 데비드 오빠."
"그래. 잘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