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24화 (225/355)

제 41 장 멸천문의 개파대전 (3)

"월야도묘보!(月夜盜猫步)"

상대가 화산의 검법을 펼치자 정명은 월야도묘보를 사용하니  순간 그의 움직임은 멸천의 무사에게서 사라져버렸

다.

"헉?"

공공문은 명문으로 이름을 떨친 적도 있었지만, 그 것보다 더 유명한 것은 바로 유명한 대도의 문파라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공공문의 문도들이 가장 뛰어난 것은 보법과 경공이었으니 한 때는 강호에서 가장 뛰어난 경공의 소

유자들의 대부분이 공공문이었던 적도 있었다.

월야도묘보는 공공문이 자랑하는 보법 중의 하나로 마치 월야에 도둑고양이가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쾌속하고  소

리 없는 움직임을 지니고 있었으니 멸천의 무사의 눈에서 마치 사라진 듯하게 보임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무음공공격!"

"끅!"

사방을 돌아보며 사라진 정명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멸천의 무사는 잠시 후 등뒤에서 강한 기운과 함께 뜨거

운 기운이 등줄기를 꿰뚫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천천히 고개를 내려보자 자신의 배로 녀석의 구봉의 칼날이  나

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이럴 수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그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마니 쓰러진 녀석의 몸에서 구봉을 빼내어 피를

털어 버린 정명은 잠시 그를 응시하고는 생각했다.

'만약 각 문파의 비전절기가 멸천문에 유출되었다면 그것을 이용해  또 다른 일을 꾸밀 것은 분명한 일인데...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또 다시 밝혀지는 멸천문의 모습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그였는데, 그런 그에게 오승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젠장 할! 대형 일 끝냈으면 나 좀 도와 주시요!"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오승이 대여섯 명의 무사들에게  검공에 몸을 피하기가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정명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날렸다.

"암천낙우(暗天落雨)!"

공중으로 몸을 날린 그가 오승을 공격하는 무사들을 향해 구봉을 내지르자 수많은 잔영이 일렁이며 소나기 내리듯

이 작렬해서는 순식간에 오승의 주위에 있는 대여섯 명의 무사들을 공격해 갔다.

"끄억!!"

"컥!"

봉영이 관통하자 무사들의 몸은 순식간에 구멍이 뚫려서는 사방에 피분수를 터뜨리니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진

그들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휴..과연 대형이유! 봉술이 상당히 늘었수다."

"네 녀석의 무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줄어드는 듯하니 답답하기만 하구나! 제발 겉멋에만  신경 쓰지 말고

무공 수련에 신경을 쓰도록 하거라."

"예, 예 명시하겠습니다."

"쯧쯧.."

자신의 충고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오승을 보며 그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으니 하오문의 차대 문주가 될 녀석이

약관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닌지라 오승에게 손짓을 하고는 걸음을 옮기니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근처

에 위치한 하오문의 분타였다.

지금 자신들만으로는 이 소식을 많은 무림인들에게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나절이 걸린 후에야 간신히 분타에 도착 할 수 있었던 정명은 하오문의 독문표식을 사용하여 분타주를 불러들이

려 했는데, 무엇인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승...아무래도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구나."

"그렇습니다. 지금쯤이면 분타에 있는 문도가 표식을 확인했을 텐데...아무래도 분타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오승의 말도 일리가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인 정명은 그들을 부르는 것을 포기하고 분타의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의 분타는 도박장 내부에 위치해 있었는데, 도박장 안으로 들어서자 오승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대형...아무래도 호랑이 굴로 들어 온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하오문의 분타인 도박장 안에는 십여명의 시체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모두 이곳 분타의 하오문

의 문도들이었다.

구석의 한자리에서는 심각한 표정을 한 네 명의 무인이 마작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의 옷에 하나

같이 붉은 피가 묻어 있는지라 그들이 이곳 분타를 괴멸시킨 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할! 못해먹겠군!"

"하하하! 이거 미안하군! 미안해!"

한판이 끝났는지 분통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명은 자신들이  들어왔음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

는 그들을 보며 식은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으니 하나같이 만만한 인물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이 사람들을 해하였는가!"

그때 분타의 사람들이 죽은 것을 보며 노기를 참지 못한 오승이 마작을 하고 있는 네 명의 무사들을 보며 소리치

니 그들은 그제서야 정명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참 자리도 많은데, 방해하지 말고 저 쪽 가서 하쇼!"

"으드득...이 놈들이!"

한 무사의 말에 노기를 터뜨린 오승은 몸을  날려서는 녀석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는데, 그런  그를 보며 마작을

하고 있던 무사 한 사람이 패 하나를 들어서는 오승을 향해 탄지신통을 사용하여 집어 던졌다.

[슈슉!]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마작패는 오승의 미간을 향해 밀려들어가니 크게 놀란 오승은 급히 뒤로 몸

을 숙여서는 간신히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마작패의 공격은 오승이 아닌 뒤에 있던 정명을 노리고 날아갔던 것이니, 상당한 내력이 포함되어 있는

마작패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정명은 가볍게 왼손을 들어서는 격공섭물의 수법을 사용하여 공중에서 그

것을 멈추게 했다.

일장 정도의 거리에서 사용한 격공섭물이였지만, 이것을 던진 자의 내력 역시 만만치 않았으니 마작패는 순식간에

정명의 한자의 거리까지 밀려왔다.

하지만 한자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마작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공중에서 멈추어서니 정명의 무공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패가 하나 없으면 마작이 어려울 테니 돌려 드리겠소이다."

그 말과 함께 정명은 왼손의 중지를 들어서는 마작패를 가격했고, 그 순간 적이  날렸던 것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의 마작패는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되돌아갔다.

"큭!"

눈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마작패는 그대로 처음 날렸던 자의 미간을 향해 뻗어나가니 그는 급히 옆에 세워 두었던

검을 들어서는 간신히 마작패를 막을 수 있었다.

정명이 날린 마작패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마작패는 검의 손잡이로 한치 이상 파고 들어가 있었으니 그의 이

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호오! 하오문의 잡배가 추혈대(追血隊)의 십장을 쓰러뜨렸다는 말에 궁금했는데, 역시나 그 정도의 실력은 지니고

있었군."

이들 네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무사는 검병에 박힌 마작패를 보고는 탄성을 터뜨리니 정명은 천천히 그의 앞

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멸천의 눈을 피하는 것은 어려울 듯 하군."

"어찌하겠는가? 이곳에서 도주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멸천의 검이 자네를 노릴텐데 말이야."

그 말은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앞을 막을 것이라는 뜻이었기에 정명으로선  아무래

도 온전하게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일인지라 상대를 보며 말했다.

"할 수 없군. 자네들의 포로가 된다면 어찌 하겠는가?"

"응?"

난데없는 정명의 말에 네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명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가 싸우지 않고 스스로 포

로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있었으니 그것을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솔직히 멸천의 태상방주인 혈비도 무랑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하는 말일세."

"음...."

그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그였는데, 정명이란 자와 싸운다면 아무리  자신들이라도 온전히 일을 끝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들을 데리고 간다해도 그리 큰 문제는 생기지 않기 때문에 손쉽게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 서로 쉽게 쉽게 끝내는 것이 편하니 말이야!"

"대형! 저 자들은!"

하지만 이 조건을 절대 수락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오승이였다.

하오문의 소주인 그로선 분타의 문도들이 앞에 있는 자들에게 전멸을 당했는지라 그 분노를 참을 수 없었는데, 대

형이 스스로 포로가 된다는 말을 수긍할 수 없었다.

"아우. 내 말을 따르게.."

"하지만.."

"아우! 정녕 이 형의 말을 듣지 않겠단 말인가!"

오승이 좀처럼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정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살기가 들려있는 목소리로 소리치니 그 모습에 흠

찟 어깨를 떤 그는 잠시 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오승을 보며 가볍게 어깨를 두들겨 준 정명은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무사를 보며 말

했다.

"자 이제 혈도를 짚도록 하게."

"음...."

위급한 상황에서도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하는 정명을 보며 그로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으

니 조심스럽게 그의 앞으로 걸음을 옮겨서는 손가락에 내력을 끌어 올려 그의 혈도를 봉쇄했다.

정명이 혈도를 봉쇄당하자 오승 역시 그들의 하는 대로 몸을 맡겼으니 네 사람의 무사는 두 사람의 몸을 들어서는

멸천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네 사람의 무사에게 들려서는 멸천문으로 들어온 정명과 오승은 지하에 있는 수옥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반시진

정도가 되자 그들의 앞으로 일단의 무사들이 찾아왔다.

그 중 한사람은 괴멸된 분타에서 만났던 멸천문의 무사였으니 그는 정명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의 소원이 이루어졌군. 태상문주께서 자네들을 만나고자 하네."

"다행이군."

멸천문의 태상문주, 즉 천하제일고수 혈비도 무랑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말에  정명은 미소를 지었으니 일단 이

곳에서 도망은 못 가더라도 혈비도 무랑이라는 희대의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바라는 일이기도 했기  때

문이다.

일단의 무사들에게 둘러싸인 정명과 오승은 한 전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촛불 하나만이 켜져 있는 방으로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희들은 물러가도록 하거라."

"예."

그 남자는 정명과 오승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을 데려 온 무사들에게 나가라 명하니 공손히 대답을 한 무사들은

두 사람을 남겨놓고 자리를 떠났다.

정명으로선 이 자가 혈비도 무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공손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항주에선 온 정명이라 합니다. 천하제일고수인 혈비도 무랑대협을 직접 만나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흥!"

하지만 오승은 아직도 분타에서의 일이 생각났는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리니 정명으로선 그의 어린애 같은 행

동에 한 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혈비도 무랑은 그런 그의 행동에도 무표정을 유지한 채 조용히 정명을 보며 말했다.

"본좌가 바로 혈비도 무랑이요. 자네가 나를 만나고자 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래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혈비도 무랑의 말에 정명은 헛기침을 잠시 하고는 그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귀하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런 계획을 꾸미셨는지 그 진의를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명으로선 혈비도 무랑이 단순히 무림의 공적으로 몰린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이 일을 꾸미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진의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진의라..."

정명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한 표정을 지은 혈비도 무랑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리자 아홉 개의 비도

가 마치 춤을 추는 듯이 그의 손에서 움직이니 정명으로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격공섭물은 자신 역시 할 수는 있었지만, 혈비도 무랑이 하는 것처럼 아홉 개의  물건을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

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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