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장 장천을 둘러싼 암계 (5)
혈마로선 감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접대하고 있는 호영을 보며 난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그의 잔에 술을
따라줄 뿐이였다.
혈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술을 단숨에 마시
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호루주!"
"아!"
혈마의 표정에는 노기가 가득한지라 호영은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장소도주의 뜻에 의한 것이라면 나 혈마를 잘못 보았소이다!"
"혈마님..."
호영에게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 친 후 혈마는 문을 박차고 나가니 그녀는 크
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방에서 빠져나간 혈마는 장천이 머물고 있던 전각으로 향했는데, 장천은
연못가에 앉아서는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고 있었다.
"장소도주!!"
"응?"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장천은 그곳에서 혈마가 노기를 띈 모습으
로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혈마 어른!"
"자네는 나를 능욕할 셈인가!!"
"무슨 일로?"
장천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는데, 혈마는 그 모습이 더 가증스럽
게 느껴지는 듯 소리쳤다.
"호루주의 일을 발뺌할 생각인가!!"
"아! 그 일 때문에 그러셨군요. 전 혈마 어르신께서 호루주를 마음에 들어 하시
는 것 같아서.."
그 순간 혈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기니 눈깜작할 사이에
그의 면전까지 접근한 혈마는 주먹을 들어서는 그대로 장천의 얼굴을 가격했다.
"크윽!!"
[쿵!!]
혈마의 주먹에 얼굴을 강타당한 장천은 튕겨져 날아가서는 그대로 벽에 처박히
고 말았다.
"끄으윽..."
무림의 초고수라고 할 수 있는 혈마의 주먹은 간단하게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장천은 피를 토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혈마 어른!"
"내가 네 녀석을 봐도 단단히 잘못 보았구나!"
"어차피 한낯 기녀가 아닙니까!"
"이익!!"
장천이 또 다시 호영을 하찮게 보는 발언을 하자 혈마는 더욱 노기를 느끼고는
그를 향해 살기를 뿜었는데, 그 때 그의 뒷쪽에서 여인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
가 터져 나왔다.
"혈마 어른 제발 노기를 풀어 주십시요!"
"호루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소리치는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
며 혈마는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천녀, 소두주님의 말씀대로 천한 기녀입니다. 그러니 제발 노기를 풀어 주십시
요."
"누가 당신은 천한사람이라 했습니까!"
"혈마 어른..."
"사람이란 아무리 천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생각하는 바가 바르다면
정인이라 할 수 있거늘! 사리사욕만을 품는 왕후장상보다 본 혈마는 그들을 더
욱 높이 보는 사람이요! 내가 잠시 호루주를 보았으나 그 정숙하고 지조가 높음
은 어느곳에도 보지 못해거늘 당신과 같은 이를 한낯 기녀로 보는 것에 천한
행동을 하게 하니 어찌 노기가 치솟지 않을 수 있겠소!"
혈마의 말에 호영은 크게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연모하던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 평가 할 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혈마 어르신...."
"호루주.."
"제가 소도주님의 명을 받았다고는 하나, 만약 제가 모시는 사람이 다른 분이였
다면 거절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모셔야 할 분이 연모하는 분인지라 그
리 행동을 하였던 것이니 제발 노기를 푸십시요."
"호루주..."
"혈마 어르신..."
혈마는 호영은 자신을 연모하고 있다는 말에 말을 잊지 못하니 서로를 봐라보
며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는 두사람을 보며 장천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
다.
'그건 그렇고 젠장할 우라지게 아프네...'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단단히 화가 난 혈마의 일격이였는지라 만만히
볼 상태가 아닌 장천이였다.
어쨋든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아하니 조금 과격한 방법이였지만, 꽤 만족하게 통
했다는 생각이 들엇다.
물론 혈마가 색을 밝히는 인물이였다면 호영이 하루밤의 노리개로 끝났을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장천이 보기에는 혈마는 그런 인물이 아니였기에 시도되었던
방법이였다.
혈마와 호영 맺어주기는 이렇게 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는 끝났으니 장
천은 혈마를 이곳에 남겨 두고는 다시 피신처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그에게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빠져나온 장천은 다시 숲길을 통해 쌍도문의 인신처를 걸음을 옮겼는
데, 한참을 숲길을 가고 있을 때 두사람의 무인이 길의 양 옆에서 검을 앞에 세
우고는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음..."
장천은 그들의 사이를 지나치려 했는데, 그 순간 기도가 뻗어오는지라 차마 발
을 앞으로 내디딜 수가 없었다.
만약 그곳으로 빠져나갔다간 양쪽에서 검이 날아올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
문이다.
"후후후..우리들의 기도를 느끼는 것을 보니."
"잡배는 아닌 모양이구나."
두 사람은 장천은 보며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흑의와 백의를 입고, 흑
검과 백검을 입은 쌍둥이인 무사를 보며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끌어 올
리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환갑은 넘어 보이는 나이였지만, 그 기도만큼은 젊은 이에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노들은 흑백쌍노라 한다."
"약간의 일로 자네와 손속을 겨루어 볼까 하는데.."
"음..거절하겠습니다. 당신들과 손속을 겨룰 이유는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장천으로선 상당한 고수로 보이는 두 사람과 싸우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저었는데, 두 사람은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자네가 우리와 겨루어야 할 이유는 있네."
"쌍도문의 문주란 자가 우리들의 손에 죽음을 당했으니까."
"헉!"
그 순간 장천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쌍도문 혈사의 주인공이라 자청하
는 자가 자신의 앞에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네 녀석들이구나!!"
자신을 아껴주는 등평백부는 물론 등소소와 남궁소화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녀
석들이라는 것을 안 장천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병기를 뽑아 드니 그의 앞에
있던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몸을 날렸다.
"서라!"
두 사람이 숲의 한쪽으로 몸을 날리자 장천은 앞뒤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쫓
아가니 머리가 잘 돌아가던 그가 이런 간단한 것에 걸리는 이유는 그만큼 쌍도
문의 혈사에 대한 분노가 깊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멈추어선 곳은 숲 안에 있던 작은 공터였으니 가볍게 검을 뽑은 두
사람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본노들은 흑백쌍노라 하네."
"우리들은 합격술 사용하니 이해해 줬으면 하군."
"흥!"
물론 이해해 주기 싫은 장천이였다.
"용아멸천(龍牙滅天)!"
패룡도법의 초식 중 하나인 용아멸천의 초식을 사용하여 두 사람을 향해 검기
를 날린 장천이였는데, 그것을 보며 백노는 검을 빠르게 휘둘러서는 검막을 만
들어 냈다.
[쿠구궁!!]
백노가 만들어 낸 검막은 용아멸천의 검기를 막아내니 그것과 함께 흑노가 앞
으로 몸을 날리며 장천을 향해 흑검을 뻗었다.
"백막흑섬(白幕黑閃)"
마치 검은 색의 빛줄기가 뻗어 나오는 듯한 빠른 공격을 보며 장천은 화룡신도
를 휘둘러서는 검은색의 빛줄기를 튕겨내었다.
[화르르륵!!]
화룡신도는 흑노의 검을 튕겨내며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보리니 장천은 불바
다의 벽을 뚫고 나와서는 다른쪽의 도를 휘둘렀다.
"화룡격세!(火龍擊勢)"
화룡신도가 아니어서 화력은 크게 떨어졌지만, 화의 무공을 익힌 장천인지라 다
시 화기를 머금은 검기가 두 사람을 몰아 붙이니 이번에는 두사람이 같이 검막
을 만들어 내서는 장천의 공격을 튕겨 내었다.
"칫!!"
공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합격진에 장천은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