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장 광무자 냉혈검을 손에 넣다. (3)
"이년이 감히 무슨 짓을 한거야!!"
자신들의 동료가 쓰러지자 한 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불량배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병기를 들고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런..."
이준은 그녀의 일장에 크게 감탄하며 지켜보다가 불량배들에게 여인이 둘러싸
이자 그들에게로 몸을 날렸다.
물론 불량배들을 상대로 보인 일장의 위력을 본다면 이 정도의 시정잡배들이야
충분히 쓰러뜨릴 수는 있지만,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는데가, 울면서 보채는 아
이에게 신경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컥!!"
이준은 앞에 있는 불량배를 보자마자 다리를 후려처서는 땅에 쓰러뜨리고는 이
어 양 옆의 녀석들에게 일권과 일각을 시전하니 녀석들은 병기 한번 제대로 휘
둘러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못된 녀석들 같으니라고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에게 시비를 걸다
니!"
자리에 일어나려던 불량배들의 얼굴을 밟아서는 그대로 땅에 처박아 버린 그녀
를 보며 가볍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는지요."
"대협의 도우심에 감사드립니다."
여인은 이준에게 살짝 미소를 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는 다시 자리에 앉
아 아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오오!!'
품에 안겨 있던 아기는 그제서야 꺄르륵 웃음을 터뜨리고 있으니 그녀는 안도
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불량배들은 객잔의 밖으로 던져버린 이준은 손을 털고는
다시 광무자의 곁으로 돌아왔다.
"휴..어디서나 저런 시정잡배녀석들이 있기 마련이군요.."
"그렇군."
역시나 광무자는 책을 읽고 있는지라 덤덤하게 대꾸를 할 뿐이였다.
객잔에서 하룻밤을 보낸 광무자와 이준은 다음날 아침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떠났는데, 한참을 산길을 걸어가던 중 앞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저 여인은?"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자들은 바로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들과 대여섯명의 불량배들이였다.
여인을 둘러싼 불량배들은 칼을 들고는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주위로 두세
명의 남자가 죽은듯이 자빠져 있는 것으로 보아 싸움이 시작된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어제 그 녀석들인가보군."
불량배들은 무림의 무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준에게는 더 이상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한 듯 했지만,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은 만만하게 보고 아침에 길을 떠날 때
습격을 한 것이다.
이를 보고 있는 이준이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불량배들을 향해 몸을 날린 그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어서는 소리쳤다.
"이 녀석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
"헉!!"
이준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오자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불량배들 중 하나
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아침나절부터 하는 짓이 여인을 희롱하는 짓이라니 네 녀석들의 그릇된 정신
을 말끔히 고처주도록하마!"
정면에 있는 녀석의 도를 처내며 가볍게 어깨에 검을 찔러 넣은 이준은 나머지
불량배들을 보며 일갈을 터뜨리고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한식경도 되지 않아
불량배들은 이준의 검에 상처를 입고는 신음을 지르며 땅에 쓰러졌다.
"크윽!!"
"살려 주십시요."
역시나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자들이였으니 이준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느낀 그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기 시작했다.
"휴...대사형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겁에 질린 얼굴로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녀석들을 보며 마음 약한 이준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는 광무자를 보며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광무자는 도박사들의 호위역할을 했던 무사였던 만큼 하오문을 비롯한 이런 하
류잡배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으니 이 정도로 혼내 주었다고 정신을 차릴 녀
석들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말했다.
"어차피 놓아주었다가는 똑같은 일을 반복할테니 이 자리에서 명줄을 끊어 버
리도록 해라."
"예?"
광무자의 말에 이준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고, 땅에 쓰러져서는 빌고 있던
녀석들도 간담이 써늘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지극히 싸늘했기에 진짜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대협!! 한번말 살려 주십시요.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을테니 한번만
살려주십시요!!"
"집에서 병으로 앓고 있는 노모가 있습니다. 살려 주십시요."
"엄마!! 어어어엉."
광무자의 싸늘한 기도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불량배들은 살려달라
빌며 횡설수설하고 있었으니 이준으로선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대사형..."
"비켜서거라 내가 직접 녀석들의 명줄을 끊어 주도록 하마."
"아이고!! 살려 주십시요!"
광무자가 직접 나선다고하자 불량배들의 곡성은 더욱 커졌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검을 뽑아서는 그들을 차례차례 찌르기 시작했다.
"꺽...."
광무자의 검에 불량배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으로 쓰러져서는 버렸다.
"아!"
"대사형..."
이준과 여인은 광무자의 행동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는 피가 맺힌
검을 가볍게 털어서 집어넣은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놀라지 말아라. 간단한 점혈에 불과하니 말이다."
"아!"
"하루 정도 뒤에 깨어나면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겠지."
"그렇군요. 그나저나 이들을 그냥 두고 가나요?"
"뭐 재수 없으면 들짐승의 먹이가 될테지."
"예?"
"들짐승의 먹이가 될 것이 녀석들의 운이라면 어쩔 수 없는게지 자 가도록 하
자."
"예...."
생각보다 냉혹한 광무자였다.
뭐 죽인 것은 아니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걸음을 옮긴 이준은 여인을 보며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이거 또 만나게 됐군요."
"두번이나 은혜를 받다니 무엇이라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별말씀을 다하시니다. 강호의 동도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
"성함이라도 가르쳐주신다면 후에 다시 만나면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실 필요야 없는데, 전 이준이라하고 저의 대사형의 성함은 유운이
라 합니다."
"유능혜라 합니다."
"아기가 참 예쁘군요. 여아입니까?"
이준은 안고 있는 아이를 보며 넌지시 물었는데, 그녀는 아이가 예쁘다는 말에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아이의 볼을 만져주고는 말했다.
"남자 아이입니다. 장소천(長小天)이라고 하지요."
"작은 하늘이라...음 좋은 이름이군요."
이준은 아이의 맑디 맑은 눈망울을 보니 마치 작은 하늘을 보는 듯 한지라 아
이와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갓난아이까지 데리고 가시니 힘드시겠습니다."
"아닙니다. 소천이를 보면 오히려 힘이 나는걸요."
"아!"
이준은 그녀의 말에 자신의 어렸을 적에도 부모가 저렇게 말을 하지 않을까 생
각하며 그녀의 모성애에 감동의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그렇군요. 하긴 저라도 그렇게 귀여운 자식놈이 있다면 없는 힘이라도 생길 것
같습니다."
"호호호..."
이준의 말에 유능예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가시는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의 말에 유능예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잠시 신세를 지도록 하겠습니다."
"신세라뇨. 아이를 보고 있으면 저 역시 힘이 나니 오히려 감사할 뿐입니다."
"호호호.."
여인의 몸으로 갓난아이를 안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아름다운 미모 탓인지 아이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자들이 가는 곳마다
추근거리니 이준과 같은 예의바른 군자와 동행을 한다면 그런 일은 줄어 들 것
이라는 생각에 허락을 한 것이다.
"그나저나 부군께서는...?"
이준은 여인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한지라 부군에 대해서 물어보았
는데,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침울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는 그녀가 남편을 여의
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런! 실수를 했군...'
이준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때 그런 이준을 도와주기라도 할려는 듯이 광무자가 다가와서는 유능예를 보며
말했다.
"잠시 아이를 볼 수 있겠는소이까?"
"아! 예."
반백의 광무자의 말에 유능예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
는 기도가 예사롭지 않은지라 무림의 고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아이에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 소천은 조심스럽게 광무자에게 안겨 주
었다.
"꺄르르륵!!"
광무자의 품에 안긴 소천은 그의 수염을 붙잡고는 웃음을 터뜨리니 초로의 노
인은 귀여운 아기의 모습에 너털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허허허..귀여운 녀석이로세.."
수염을 잡아당기며 놀고 있는 아이의 몸을 이곳저곳 만지작 거리던 광무자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능예에게 아이를 조심스럽게 건네주며
말했다.
"아이의 근골이 참으로 좋군. 부인의 사문의 무예를 전수하실 생각입니까?"
광무자는 소천의 눈에 정기가 가득한 것이 조금 흥미가 느껴져 잠시 근골을 살
펴보았던 것인데, 역시나 근골 역시 뛰어난지라 부인을 보며 넌지시 물어 보았
다.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가 남긴 무공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익히게
할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음...부인 부군께서 남기신 무공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후에 이
아이가 성장하면 본인이 근래에 얻은 심득을 전수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광무자의 말에 유능예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그의 몸에서 나오는 기도
로 본다면 무림계의 고인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아이에게 자신이 직접 무공을 전수할 생각이였지만, 능예 자신의 무
공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남긴 무공비서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걱
정하고 있었다.
무공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연륜이나 경험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 사실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