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04화 (105/355)

제 19 장 배신 (3)

하지만 장천은 동방명언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검이 그의 복부 깊숙이 파고들어 내장을 크게 상하게 하기 전에 검을 뺀 장천

은 급히 그에게 뛰어가서는 입 속에 환단을 집어 넣어주고는 말했다.

"미안하다...명언..."

형제에게 상처를 입힌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라..."

"....."

동방명언은 그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명언..."

"...이것 때문에..형제를 배반했었는가..."

"....."

동방명언은 어느정도 그가 자신들을 배반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와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입장이 아닌 장천은 다시 몸을

날렸다.

"젠장할!!"

얼굴을 숙이며 뛰어나가는 장천은 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한탄 할 수 밖

에 없었다.

그 역시 이러한 것은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천을 잡으려는 무사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그의 검술이 뛰어난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무사들을 베며 빠져나갈 수는 있

었지만, 동방명언에게 받은 허벅지의 검상으로 인해 그의 움직임은 크게 느려졌

기에 한시진이 더 지나자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의 몸이 되어버렸다.

"아!"

엎친데 덮친 격일까.

장천이 도착한 곳은 가장 와서는 안되는 장소였으니 바로 총단의 십리 정도 밖

에 위치한 늪지대 였던 것이다.

뒤로는 수많은 무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고, 앞에는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깊이의 늪이 존재해 있었기에 장천은 배수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끄아악!!"

아비규환의 혈투였다.

장천은 죽이고 죽여도 밀려오는 무사들을 상대할 수 밖에 없었기에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죽을 수가 없는 그는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어도 싸울 수 밖

에 없었던 것이다.

"멈춰라!!"

그때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핏빛의 무복을 입은 자들이 도착하니 바로

천마단의 무사들이였다.

"은조상..."

사람들을 보며 소리친 이는 바로 천마단으로 간 그의 형제 은조상이였다.

"물러가라! 이제부터 이곳은 천마단이 맡는다!"

"무슨 말씀이십니...꺽!!"

암혈당의 무사는 자신들의 동료가 장천에게 수 없이 죽음을 당한 탓에 그의 말

에 불복하고 말을 하려다가 은조상의 검에 목을 베여서는 죽음을 당하고 말았

다.

"하찮은 암혈당의 일개 무사가 천마단의 부단주의 말에 토를 달았으니 서열을

무시한 죄 죽어 마땅하다!"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이 죽인 자에 대한 합당성을 부여한 그는 다른 암혈당의

무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다시 말한다. 이곳은 천마단이 맡는다!"

그 말에 암혈당의 무사들은 이를 갈았지만, 천마단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는지

라 물러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은조상은 천천히 장천에게 다가갔다.

이미 암혈당의 무사들과의 싸움으로 장천의 몸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을 지

경이였다.

입고 있던 옷은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시뻘건 피로 물들여져 있는 그의 눈빛은

은조상을 처다보며 숨을 크게 몰아쉬고 있으니 천신에 의해 궁지로 몰린 악귀

가 그 마지막 순간의 비참함을 보는 것 같았다.

"이것이...형제를 버리고 얻은 것인가..."

은조상은 그런 장천을 보며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후후...그런 것 같군...조상..."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더러운 자식!"

모든 것을 포기한 장천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조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는 듯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후후...나 같은 놈이 너의 형제였다는 것이 수치스럽겠구나..."

[으드득...]

은조상의 그 말에 이를 갈며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그것이 장천에게 속아서 그런 것인가 한다면 은조상은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 다른 기운이 그를 분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검을 뽑아 든 그는 장천을 보며 소리쳤다.

"죽어라! 나의 검으로 지금의 너에겐 그것이 가장 큰 배려겠제..."

"...고맙다..."

장천은 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숙여진 몸을 들었다.

"끄윽.."

몸을 꼿꼿이 세우자 고통이 밀려왔지만 장천은 입술을 깨물며 버티어서서는 검

을 들었다.

"하압!!"

"합!!"

두 사람의 기합소리가 크게 하늘을 울렸다.

하지만 장천의 몸은 크게 지쳐 있었고, 내공마저 고갈되어 있었던 상태인지라

은조상의 검을 막을 수가 없었다.

[푸욱!]

"끄억.."

은조상의 검은 장천의 복부를 꿰뚫어 버렸다.

등뒤로는 시뻘건 피와 함께 검이 드러나있는 모습이 되어버린 장천은 잠시 자

신의 배를 처다보고 있었다.

"훗훗....나 죽는가 보다.."

장천은 자신의 복부에 꽃힌 검을 보며 웃음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

그 목소리에 은조상은 뭐라 말 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한 때 피를 나눈 것 처럼 친했던 형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있다는 것을 참

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고개를 든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형제 맞아...?"

"....."

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은조상이였으니 그의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눈물을 닦아 준 장천은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형제 맞구나...고마워...흑흑..."

"두...형..."

장천은 그의 눈물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다.

고통의 눈물이긴 했으나 그것은 복부를 꿰뚫은 아픔에서 나온 것이 아니였다.

"느..능예와...아이를 부탁해..."

그 말과 함께 장천의 신형은 천천히 무너져 내리니 복부의 검은 점점 뽑혀져

나가더니 그가 땅에 주저앉았을 때는 흐르는 피와 함께 은조상의 손에서 떨어

져 있었다.

장천은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아아악!!!"

은조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절규를 터뜨리니 그의 목소리는 하

늘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천마단의 무사 한명이 걸어와서는 말했다.

"부단주...배신자의 목을...."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조상은 고개를 돌려서는 그를 그대로 후려치고는

말했다.

"배신자라고는 하지만....나의 형제였다. 넌 너의 손으로 형제의 목을 칠 수 있단

말이냐!"

그 말에 그는 아무 말도 못할 뿐이였다.

천천히 무릎을 꿇고 숨을 거둔 장천의 몸을 든 은조상은 늪지로 걸어가기 시작

했다.

그리고 허리까지 늪지에 들어갔을 때 천천히 장천의 시체를 내려놓았다.

자신의 가장 큰 아픔이였던 유능예와 아이의 일을 은조상에게 부탁할 수 있었

던 장천의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제나 형제에게 보여 주었던 그의 미소를 보자 은조상은 또 다시 아픔이 밀려

왔지만, 이젠 그에게 교를 배반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 형제를 떠나야 했던

아픔에서 벗어나게 하기위해 그를 보내 줄 수 밖에 없었다.

'형제여....내세에...다시 만난다면...절대...절대....'

늪 속으로 가라앉는 장천을 보며 슬픔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는 돌아서서는

밖으로 걸어나와서는 천마단의 무사들을 보며 말했다.

"교의 배신자 장천은 죽었다...가자.."

"예."

천마단은 그의 말을 듣고는 몸을 날리니 마지막으로 형제의 뒷 모습을 본 그는

몸을 날려 그곳에서 벗어났다.

장천의 죽음으로 총단의 주위로 펼쳐졌던 천라지망을 풀리니 홍련교의 무사들

은 모든 것을 끝내고는 총단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장천이 시신이 담겨 있는 늪지에서 완전히 벗어 났을 때

그곳으로 한명의 두명의 검은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중 낡은 누더기 옷을 입고 있던 노인이 급히 늪으로 뛰어 들어가니 얼마 지

나지 않아 늪 속에 가라앉아 있던 장천의 시신을 들고는 돌아왔다.

"이런!!"

그는 상처를 보며 한탄을 하듯 중얼거리고는 급히 품에서 환단을 하나 꺼내어

서는 장천의 몸에 불어 놓고는 등뒤에 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천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노인이 하고 있는 것

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던 한 사람이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는 그의 가슴에 손

을 얹고는 그대로 내공을 처냈다.

[쿵!!]

강한 충격이 그의 가슴에 부닥치자 장천의 몸은 크게 뒤흔들렸다.

"무슨 짓인가!"

"...이 아이의 몸에는 아직 쓰지 않은 것이 남아 있소."

그 말과 함께 다시 내공을 돋구어 장을 처내니 장천의 심장은 파열될 듯한 충

격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그 순간 금색의 빛이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더니 서

서히 퍼져나가 온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비도문의 수련과정에선 단 한번 회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힘이 있소, 그것

은 평소에는 정문에 머물러 있다. 강한 충격을 받으면 되살아나지요."

"음..."

그 말에 노인은 신음소리를 낼 뿐이였다.

황금의 빛은 장천의 몸을 크게 감싸고는 천천히 사라져가니 멈춰버린 그의 심

장은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아!"

노인은 그 모습에 크게 기뻐하며 탄성을 내질렀으나 다른 이는 그 특유의 무표

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끝났소..남은 것은 이 아이의 의지뿐이겠지요."

"알겠네..."

노인은 장천의 시신을 안아서는 몸을 날렸다.

0